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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오심월드컵, 가장 무서운 건 심판

'남아공 월드컵' 심판 오심, 이기고도 지는 경기 만들어

남아공 월드컵 결승 토너먼트 첫 번째 경기, 대한민국은 8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말이 필요 없습니다. 졌으면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 그것뿐입니다. 그러나 뭔가 개운치 않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유난히 심판들의 오심이 많은 월드컵이었습니다. 특히 오늘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는 그야말로 오심투성이였습니다. 

혹자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건 이겼을 때 이야깁니다. 지고 나면 기분 좋을 리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우루과이에 진 것은 우리의 실력 탓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골 결정력의 부재, 수비라인의 허약한 조직력, 이런 것들이 패배의 주원인입니다. 문제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수비라인의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오른쪽 풀백에 차두리와 오범석을 놓고 끝까지 고심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늘 차두리는 자기가 가진 잠재력 이상으로 잘 했다고 봅니다. 문제는 어느 특정 선수, 포지션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경기 흐름을 읽고 상황을 예측하는 팀 능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첫 번째 실점 장면. 안 먹어도 될 골이었다.


한국팀 고질병, 골 결정력과 수비 조직력

첫 번째 실점은 그런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 실책이었습니다. 골키퍼가 공을 쳐내지 못한 실수가 1차적으로 있었지만, 수비수들이 자기 위치를 점유하지 못했고,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한 실수가 컸습니다. 그냥 멍하니 서서 골이 네트를 가르는 걸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첫 번째 골은 주지 않아도 될 실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수비의 문제는 특정 선수의 문제가 아니라 수비 조직력의 문제, 수비 전술의 문제라고 보여지는데, 이것은 홍명보와 같은 수비라인의 지휘자가 없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수비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놓고 보자면 모두 훌륭한 선수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을 조직하고 움직이는 수비라인의 리더가 없었던 것이지요. 

골키퍼가 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만, 정성룡 선수에게 그런 것까지 기대하긴 케리어가 너무 빈약했습니다. 공격수들의 고질적인 골 결정력도 여전히 문제였습니다. 스트라이커는 결정적인 순간에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게 유능한 스트라이커의 조건입니다. 그러나 역시 한국 선수들은 여전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경기는 대한민국이 우세한 경기였습니다. 누가 보아도 대한민국이 졌다는 데 아쉬워하지 않을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골 결정력만 있었다면 틀림없이 이길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더욱 아쉬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심판의 오심입니다. 오늘의 심판은 최악이었습니다. 국제심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페널티지역 안에서 기성용의 발목을 걷어차는 우루과이 수비, 뜨끔한 눈으로 심판을 쳐다보지만, 심판은 외면.


이미 경기 전부터 언론들은 심판을 걱정스러워 했습니다. 심판이 파울을 잘 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떤 축구 해설위원은 심판이 파울을 잘 불지 않는 이유로 파울 상황을 잘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내놓았습니다. 실제로 한국과 아르헨티나에 당한 세 번째 골도 오심이었습니다. 

오심, 잘못 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예 못 보는 게 문제

본인이 나중에 비공식적으로 인정했지만, FIFA는 한번 결정한 오심을 번복할 생각이 없습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겁니다. FIFA의 입장이니 인정해야겠지요. 그러나 오늘 우루과이전의 심판은 참을 수 있는 정도 이상이었습니다. 그는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핸들링 반칙도 보지 못했으며, 페닐티 지역 안에서의 퇴장성 파울도 보지 못했습니다.

오심이 한두 개가 아니라 워낙 많은(제가 보기엔 십 수 개는 되는 것 같았는데) 숫자여서 나중엔 오심에 대해선 거의 포기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건 오심이 아니었습니다. 오심이란 보고도 잘못 판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심판은 아예 상황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선심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업사이드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도대체 한두 번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오심을, 아니 아예 파울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외면하는 심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혹시 그들이 의도적으로 우루과이를 봐주려고 그랬을까요?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한국 선수가 저지른 핸들링 파울도 보지 못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우루과이 선수들의 파울을 보지 못한 것이 훨씬 많긴 했지만, 그것은 남미 선수들, 특히 우루과이 선수들이 파울에 매우 지능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심판들은 파울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걸 좀 심하게 말하면, 심판 없이 경기하는 것과 진배없는 것입니다. 우루과이는 자기 페널티 지역 안에서 한국 선수에게 결정적인 파울로 퇴장과 함께 페널티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을 맞았지만, 운명의 여신은 우루과이의 손을 들어준 듯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운명의 여신 탓이었을까요?

이분이 심판이었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우루과이 경고 엄청 받았을 거다, 퇴장도.


빨라지는 축구, 느려지는 심판

우리가 본 바로는 아니었습니다. 그건 심판 탓이었습니다. 심판의 오심 탓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오심은 이번 월드컵 전 경기를 통하여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이번 월드컵에서 심판들의 오심이 그토록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요? 심판들의 자질이 전 대회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현대축구는 나날이 발전하고 빨라지는 데 비해 심판 시스템은 그대로인 것도 한 원인입니다. 특히 이번 대회에 채택된 자불라니라는 공은 반발력이 상당해서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럽 선수들보다는 개인기가 뛰어난 남미 선수들이 공에 적응을 빨리 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환경 속에서  낡은 시스템에 호각과 깃발 하나 들고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심판들이 제대로 판정을 내리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지 모릅니다. 그냥 그저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뛸 수밖에. 아무튼, 프리킥 연습에 열심히 땀 흘린 박주영 선수의 노력도 모두 물거품이 됐습니다. 호각을 안 불어 주니까.

오늘 경기는 심판들(어떻게 주심과 선심이 그렇게 짜고 오심을 많이 내리는지, 이런 심판 구성도 처음 본다)의 오심으로 인해 깨끗하게 패배에 승복하고 싶어도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은 그런 경기였습니다. 앞으로는 심판의 오심에 대해서도 중요한 전술의 한 부분으로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대축구의 대세인 압박축구는 더 빨라질 것이고, 이를 따라가는 심판들의 발걸음은 더 느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