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노래 못 틀게 하기는 명박이도 마찬가진데 뭘"
북한, 포르투갈에 7:0 대패
북한이 포르투갈에 7:0으로 크게 졌습니다. 최근에 이렇게 큰 점수 차이로 지는 경기는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가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네덜란드에 5:0으로 진 적이 있었지요. 물론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한국은 당시 세계 최강이던 헝가리에 9:0으로 진 기록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입니다.
헝가리 하면 요즘은 별 볼일 없는 나라로 치지만, 1950년대엔 브라질, 아르헨티나도 명함을 못 내밀 정도였죠. 아쉽게 결승전에서 서독에 2:3으로 역전패 하는 바람에 준우승에 머물긴 했지만, 아무도 헝가리가 우승하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헝가리엔 전설적인 영웅 푸스카스가 있었습니다. 푸스카스는 레알 마드리드 시절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4골을 넣었는데, 아직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나라에 전쟁의 포화속에서 갓 벗어난 애송이 대한민국이 0:9로 졌다는 것은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북한도 마찬가집니다. 포르투갈에는 호날두가 있죠. 호날두가 과연 레전드 푸스카스와 비교할 만한 선수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숩니다. 메시에게 그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헝가리는 스위스 월드컵에서 서독과 두 차례 격돌했는데, 서독 선수들의 집중 마크로 말미암아 푸스카스는 큰 부상을 입었고(이때 헝가리는 서독을 8:3으로 완파했지만, 다시 만난 결승에서 2:3으로 역전패했습니다.) 브라질과 우루과이 경기엔 결장하게 되었죠. 후일 펠레도 집중 마크로 인해 큰 부상에 시달리곤 했는데, 회의를 느낀 펠레는 축구를 그만둘까 고민까지 했었다고 합니다.
"어? 북한도 월드컵 나왔네"
아무튼, 북한이 포르투갈에 7:0으로 진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국제 경기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세계적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된 포르투갈을 맞아 그 정도 선전한 것은 아주 잘 한 일이라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 북한과 포르투갈의 경기를 보다가 아내가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어? 북한도 월드컵 예선전에 참가했었나? 어떻게 월드컵 나왔지?"
이 말을 들은 저는 기가 막혀서(사실 뭐 그럴 거까진 없지만. 원래 여자들이란 축구에 대해서 만큼은 매우 무지한 게 보통이니까) 이렇게 받아쳤답니다.
"아니, 북한이 우리나라하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예선전 하는데 평양엔 한국팀이 절대 올 수 없다고 버텨서 결국 제 3국에서 한 거, 거기가 홍콩이었던가, 그것도 모르나?"
"나는 모르는데, 그런 일이 있었나?"
"평양에 오는 건 뭐라 안 하는데, 다만 애국가는 틀 수 없다 그래서 그렇게 된 거지. 왜 국제 경기할 때마다 시작하기 전에 국가 틀어주잖아. 서울에서 북한과 경기할 때는 북한 국가 연주 했지. 그런데 평양에서는 안 된다고 하니 참 황당하더구만. 아주 나쁜 놈들이지."
허정무가 북한 대표팀 감독처럼 북한 기자들에게 행동했다면?
"에이, 명박이는 더 나쁜 놈인데 뭐."
"뭐라고? 와 명박이 나쁜 놈이고."
"명박이도 노래 못 틀게 하잖아. 무슨 행사할 때 '임을 위한 행진곡' 못 틀게 한다던데."
"하긴 그도 그렇네. 그래도 쟈들이 더 나쁜 놈들이다. 서울에서도 인공기 걸리고, 북한 애국가 연주하고 하는데 저그는 와 못 하게 한단 말이고. 얼마 전에 북한 대표팀 감독 인터뷰 사건도 하나 있었지. 우리나라 기자가 "북한팀은~" 어쩌구 하면서 질문을 하니까 이랬다지?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북한이란 팀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팀만이 있을 뿐이지요. 다음 질문 하십시오.'
그래서 우리나라 기자들은 질문을 하나도 못했다고 하더군. 거 북한이라고 좀 부르면 어때서. 자기들은 꼬박꼬박 남조선이라고 부르면서 말이야. 아, 우리는 지들을 북한이라 부르고 저그는 우리를 남조선이라 부르면 되는 거지. 만약 허정무가 북한 기자들이 "남조선 팀은~" 어쩌구 했다고 그렇게 갈기면 좋겠냐고."
괜히 열 냈더니 아내가 꼬랑지를 내리더군요. "하긴 그 말도 맞다. 그라모 둘 다 나쁜 놈이네."
경기를 다 보진 못했습니다. 후반전 초반에 벌써 스코어가 4:0으로 벌어지고 있어 더 이상 볼 흥미를 느끼지 못한데다가 저는 연속극 동이를 보아야 했거든요. 나중에 확인하니 7:0으로 졌더군요. 이미 경기 내용으로 보아선 몇 골 더 먹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에 4:1로 졌을 때보다 훨씬 기분이 덜 나빴다는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에 졌을 때는 정말 기분이 나빴을 뿐만 아니라 며칠 동안 밥맛이 없었거든요. 그러나 그 정도는 아니더군요. 그냥 '심하게 져서 안타깝네!' 하는 정도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함께 살려면 더 부드러워져야 하지 않을까?
같은 민족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늘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역시 아무래도 먼 남의 나라 일처럼 생각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6·25 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해군요. 며칠 있으면 바로 그 60년이 되는 날입니다. 만약 전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비록 분단은 되었다 하더라도 전쟁만은 없었다면? 그랬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낫지 않았을까요? 제 마음가짐도 말입니다.
이상 월드컵 보다가 엉뚱하게 삼천포로 빠진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뭐 그렇게 완전 삼천포로 빠진 건 아니지 싶습니다. 다 잘 살아보자는 이야기고요. 통일이 되려면 좀 더 부드러워져야 된다, 그런 이야기고요. 그건 북한팀 감독도 마찬가지고,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네요.
세상에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해서야 통일은 고사하고 함께 사는 것조차 힘들지 않을까요?
사진=연합뉴스
북한, 포르투갈에 7:0 대패
북한이 포르투갈에 7:0으로 크게 졌습니다. 최근에 이렇게 큰 점수 차이로 지는 경기는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가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네덜란드에 5:0으로 진 적이 있었지요. 물론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한국은 당시 세계 최강이던 헝가리에 9:0으로 진 기록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입니다.
헝가리 하면 요즘은 별 볼일 없는 나라로 치지만, 1950년대엔 브라질, 아르헨티나도 명함을 못 내밀 정도였죠. 아쉽게 결승전에서 서독에 2:3으로 역전패 하는 바람에 준우승에 머물긴 했지만, 아무도 헝가리가 우승하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헝가리엔 전설적인 영웅 푸스카스가 있었습니다. 푸스카스는 레알 마드리드 시절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4골을 넣었는데, 아직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나라에 전쟁의 포화속에서 갓 벗어난 애송이 대한민국이 0:9로 졌다는 것은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북한도 마찬가집니다. 포르투갈에는 호날두가 있죠. 호날두가 과연 레전드 푸스카스와 비교할 만한 선수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숩니다. 메시에게 그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헝가리는 스위스 월드컵에서 서독과 두 차례 격돌했는데, 서독 선수들의 집중 마크로 말미암아 푸스카스는 큰 부상을 입었고(이때 헝가리는 서독을 8:3으로 완파했지만, 다시 만난 결승에서 2:3으로 역전패했습니다.) 브라질과 우루과이 경기엔 결장하게 되었죠. 후일 펠레도 집중 마크로 인해 큰 부상에 시달리곤 했는데, 회의를 느낀 펠레는 축구를 그만둘까 고민까지 했었다고 합니다.
"어? 북한도 월드컵 나왔네"
아무튼, 북한이 포르투갈에 7:0으로 진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국제 경기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세계적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된 포르투갈을 맞아 그 정도 선전한 것은 아주 잘 한 일이라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 북한과 포르투갈의 경기를 보다가 아내가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어? 북한도 월드컵 예선전에 참가했었나? 어떻게 월드컵 나왔지?"
이 말을 들은 저는 기가 막혀서(사실 뭐 그럴 거까진 없지만. 원래 여자들이란 축구에 대해서 만큼은 매우 무지한 게 보통이니까) 이렇게 받아쳤답니다.
"아니, 북한이 우리나라하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예선전 하는데 평양엔 한국팀이 절대 올 수 없다고 버텨서 결국 제 3국에서 한 거, 거기가 홍콩이었던가, 그것도 모르나?"
"나는 모르는데, 그런 일이 있었나?"
"평양에 오는 건 뭐라 안 하는데, 다만 애국가는 틀 수 없다 그래서 그렇게 된 거지. 왜 국제 경기할 때마다 시작하기 전에 국가 틀어주잖아. 서울에서 북한과 경기할 때는 북한 국가 연주 했지. 그런데 평양에서는 안 된다고 하니 참 황당하더구만. 아주 나쁜 놈들이지."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 평양 경기는 제3국에서 했다. 사진=연합뉴스
허정무가 북한 대표팀 감독처럼 북한 기자들에게 행동했다면?
"에이, 명박이는 더 나쁜 놈인데 뭐."
"뭐라고? 와 명박이 나쁜 놈이고."
"명박이도 노래 못 틀게 하잖아. 무슨 행사할 때 '임을 위한 행진곡' 못 틀게 한다던데."
"하긴 그도 그렇네. 그래도 쟈들이 더 나쁜 놈들이다. 서울에서도 인공기 걸리고, 북한 애국가 연주하고 하는데 저그는 와 못 하게 한단 말이고. 얼마 전에 북한 대표팀 감독 인터뷰 사건도 하나 있었지. 우리나라 기자가 "북한팀은~" 어쩌구 하면서 질문을 하니까 이랬다지?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북한이란 팀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팀만이 있을 뿐이지요. 다음 질문 하십시오.'
그래서 우리나라 기자들은 질문을 하나도 못했다고 하더군. 거 북한이라고 좀 부르면 어때서. 자기들은 꼬박꼬박 남조선이라고 부르면서 말이야. 아, 우리는 지들을 북한이라 부르고 저그는 우리를 남조선이라 부르면 되는 거지. 만약 허정무가 북한 기자들이 "남조선 팀은~" 어쩌구 했다고 그렇게 갈기면 좋겠냐고."
괜히 열 냈더니 아내가 꼬랑지를 내리더군요. "하긴 그 말도 맞다. 그라모 둘 다 나쁜 놈이네."
경기를 다 보진 못했습니다. 후반전 초반에 벌써 스코어가 4:0으로 벌어지고 있어 더 이상 볼 흥미를 느끼지 못한데다가 저는 연속극 동이를 보아야 했거든요. 나중에 확인하니 7:0으로 졌더군요. 이미 경기 내용으로 보아선 몇 골 더 먹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에 4:1로 졌을 때보다 훨씬 기분이 덜 나빴다는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에 졌을 때는 정말 기분이 나빴을 뿐만 아니라 며칠 동안 밥맛이 없었거든요. 그러나 그 정도는 아니더군요. 그냥 '심하게 져서 안타깝네!' 하는 정도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함께 살려면 더 부드러워져야 하지 않을까?
같은 민족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늘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역시 아무래도 먼 남의 나라 일처럼 생각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6·25 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해군요. 며칠 있으면 바로 그 60년이 되는 날입니다. 만약 전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비록 분단은 되었다 하더라도 전쟁만은 없었다면? 그랬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낫지 않았을까요? 제 마음가짐도 말입니다.
이상 월드컵 보다가 엉뚱하게 삼천포로 빠진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뭐 그렇게 완전 삼천포로 빠진 건 아니지 싶습니다. 다 잘 살아보자는 이야기고요. 통일이 되려면 좀 더 부드러워져야 된다, 그런 이야기고요. 그건 북한팀 감독도 마찬가지고,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네요.
세상에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해서야 통일은 고사하고 함께 사는 것조차 힘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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