였으면……!
제빵왕 김탁구. 이름부터 특이하다. <추노>, <신데렐라 언니>를 잇는 KBS수목드라마의 제목이다. 이 김탁구가 과연 <추노>와 <신언니>의 명성을 이을 수 있을지 관심들이 지대하다. 김탁구, 탁구라.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어릴 때 좀 바보 같거나 덜 떨어진 친구를 부를 때 쓰던 이름이다. 탁구… 축구….
친근한 이름, 탁구
그러나 이 탁구란 이름에선 "탁구야!" "축구야!" 하며 놀려먹던 왕따 친구의 호칭보다도 더 정감이 가는 이유는 뭘까? 곰곰 생각해 보았는데(참 할 일도 없다), 독고탁, 마동탁 같은 이름들이 생각이 났다. 아하, 그래서 탁구란 이름이 그렇게 낯설지 않았던 게로구나. 그래, 탁이, 탁구, 다 어릴 때부터 익숙한 이름들이었지.
구일중은 거성식품 회장님이다. 그런 그에겐 아들이 없다. 드라마 첫회가 시작되자마자 그의 아내 서인숙은 아이를 낳았으나 아쉽게도 또 딸이다. 구일중은 조용히 외유를 떠나고, 시어머니는 서인숙을 구박한다. "자고로 아녀자가 오래 병원에 누워있는 것도 불성 사나운 일이지." 며느리요 아내인 서인숙은 서럽다.
서인숙도 보통 여자는 아니다. 아직 드라마 초반이라 그녀가 어떤 출신의 내력을 가졌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녀가 보통 여자가 아니란 사실이다. 1960년대에 딸을 낳고 두 달 동안이나 별장에 가있다 올 수 있는 강심장을 가졌다면 당시로서 그녀는 선구적(?)인 여자다.
아무튼 서인숙이 두 달 이상 집을 비운 사이 구일중은 집안 하녀와 눈이 맞았다. 그리고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하녀는 임신을 하게 된다. 하룻밤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하룻밤은 아닐 것이다. 하녀 김미순의 회상에 의하면, 구일중과 김미순은 서인숙이 없는 사이 달콤한 밀회를 즐겼음이 틀림없다.
구일중은 김미순이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볼록한 혹은 볼록해지려는 그녀의 배를 바라보며(또는 어루만지며) 구일중은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탁구. 높을 탁에 구할 구. 구일중은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아들이길 바라고 그렇게 이름을 지어주었던 것일까?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넘어선 서인숙의 선택
1960년대는 그렇게 의술이 발달한 시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도 알지 못하는 시대에 대해 이렇게 재단하는 게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 의하면 그 시대에 뱃속의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구일중은 선뜻 탁구란 아들 이름을 지어주었을까?
집에 돌아온 서인숙이 김미순이 아이를 밴 사실을 눈치 채고 길길이 날뛰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서인숙은 거성식품의 비서실장 한승재를 시켜 김미순을 산부인과로 데려가 낙태를 시키라고 명령한다. 필사적으로 도망친 김미순은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고, 아이는 탁구란 이름을 자랑스럽게 외치며 훌륭하게 자랐다.
그럼 서인숙은 이걸로 조용히 물러났을까? 그렇지 않다. 그랬다면 그저 21세기 판 <미워도 다시 한 번>일 뿐으로 재미없었겠지만, 서인숙은 21세기형 1960년대 부인이었던 것이다. 이에는 이. 분기탱천 다시 별장으로 내려간 서인숙은 남편의 비서실장 한승재를 침실로 끌어들이고 아이를 갖게 된다.
친근한 이름, 탁구
그러나 이 탁구란 이름에선 "탁구야!" "축구야!" 하며 놀려먹던 왕따 친구의 호칭보다도 더 정감이 가는 이유는 뭘까? 곰곰 생각해 보았는데(참 할 일도 없다), 독고탁, 마동탁 같은 이름들이 생각이 났다. 아하, 그래서 탁구란 이름이 그렇게 낯설지 않았던 게로구나. 그래, 탁이, 탁구, 다 어릴 때부터 익숙한 이름들이었지.
구일중은 거성식품 회장님이다. 그런 그에겐 아들이 없다. 드라마 첫회가 시작되자마자 그의 아내 서인숙은 아이를 낳았으나 아쉽게도 또 딸이다. 구일중은 조용히 외유를 떠나고, 시어머니는 서인숙을 구박한다. "자고로 아녀자가 오래 병원에 누워있는 것도 불성 사나운 일이지." 며느리요 아내인 서인숙은 서럽다.
서인숙도 보통 여자는 아니다. 아직 드라마 초반이라 그녀가 어떤 출신의 내력을 가졌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녀가 보통 여자가 아니란 사실이다. 1960년대에 딸을 낳고 두 달 동안이나 별장에 가있다 올 수 있는 강심장을 가졌다면 당시로서 그녀는 선구적(?)인 여자다.
아무튼 서인숙이 두 달 이상 집을 비운 사이 구일중은 집안 하녀와 눈이 맞았다. 그리고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하녀는 임신을 하게 된다. 하룻밤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하룻밤은 아닐 것이다. 하녀 김미순의 회상에 의하면, 구일중과 김미순은 서인숙이 없는 사이 달콤한 밀회를 즐겼음이 틀림없다.
구일중은 김미순이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볼록한 혹은 볼록해지려는 그녀의 배를 바라보며(또는 어루만지며) 구일중은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탁구. 높을 탁에 구할 구. 구일중은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아들이길 바라고 그렇게 이름을 지어주었던 것일까?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넘어선 서인숙의 선택
1960년대는 그렇게 의술이 발달한 시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도 알지 못하는 시대에 대해 이렇게 재단하는 게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 의하면 그 시대에 뱃속의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구일중은 선뜻 탁구란 아들 이름을 지어주었을까?
집에 돌아온 서인숙이 김미순이 아이를 밴 사실을 눈치 채고 길길이 날뛰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서인숙은 거성식품의 비서실장 한승재를 시켜 김미순을 산부인과로 데려가 낙태를 시키라고 명령한다. 필사적으로 도망친 김미순은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고, 아이는 탁구란 이름을 자랑스럽게 외치며 훌륭하게 자랐다.
그럼 서인숙은 이걸로 조용히 물러났을까? 그렇지 않다. 그랬다면 그저 21세기 판 <미워도 다시 한 번>일 뿐으로 재미없었겠지만, 서인숙은 21세기형 1960년대 부인이었던 것이다. 이에는 이. 분기탱천 다시 별장으로 내려간 서인숙은 남편의 비서실장 한승재를 침실로 끌어들이고 아이를 갖게 된다.
둘만이 아는 비밀. 서인숙은 기필코 이 아이를 거성식품의 후계자로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한승재에게도 말한다. "당신과 나의 아들이 거성의 주인이 되는 거야."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불룩한 배를 부여잡고 식탁에 앉은 서인숙이 남편과 시어머니 앞에서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는 것이다.
그녀는 또 뱃속의 아이가 아들인 줄 어떻게 알았을까? 시어머니 홍여사가 "아들인지 딸인지 어떻게 안단 말이냐?" 하고 불평을 하자 서인숙은 이렇게 말한다. "이 아이는 아들이 틀림없어요." 그때 그녀의 얼굴에 비친 회심의 미소는 무엇일까? 점쟁이인지 도인인지 아무튼 한 노인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시대적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막장일까?
"너는 아들 없어. 그러나 모르지. 혹시 다른 남자의 씨를 받는다면." 그리고 또 말했다. "네 남편은 다른 여자에게서 아들을 얻게 될 거야."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구일중과 서인숙의 사이에선 절대 아들은 없단다. 그러나 구일중과 서인숙이 각기 다른 남녀와 만난다면 아들을 얻게 될 것이란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여기엔 무서운(?) 음모가 숨어있지만, 내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남편이 바람을 피니 아내도 바람을 피우는 것은 당연하다. 불만인 것은 구일중이 하녀를 바라보는 눈빛엔 드센 아내로부터 소외된 한 남자의 애처로운 사랑의 갈구가 담겨있었다면, 서인숙이 한승재를 안는 눈빛에선 야심만 보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구일중의 외도는 우발적인 것이었지만, 서인숙의 외도는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그게 이 드라마가 만들어가게 될 갖가지 사건들의 바탕이므로 여기에 대해 더 이상 다리를 거는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기로 한다. 지금 시대를 사는 눈으로 1960년대를 재는 것은 무리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막판에 실망을 안겨준 <신데렐라 언니>보다 기대가 크다. 게다가 탁구란 이름이 너무 정겹고 반갑다. 마치 다시 어린 시절 만화 안 세계로 돌아온 것 같다. MBC가 <로드 넘버원>이란 대작을 내놓았고, 한국전쟁 60주년과 맞물려 <김탁구>의 고전이 예상되지만, <김탁구>가 그렇게 쉽게 물러설 분위기가 아니란 것을 첫회에서 느낄 수 있었다.
<김탁구>가 남아선호사상이니 불륜이니 출생의 비밀이니 하는 코드로 막장을 연출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 막장이란(사실 이 표현은 막장에서 땀 흘린 수많은 광산노동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당시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연출하는 것이 막장이라면, 모든 진실은 막장이다.
김탁구, <로드 넘버원>의 전쟁바람 막을 수 있을까?
다만 <너는 내 운명>이나 <수상한 삼형제>처럼 앞뒤 맥락 없이 부도덕하고 불건전한 코드들을 마구 집어넣어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이 막장이라면 막장이다. 거꾸로 말하면, <너는 내 운명>이나 <수삼>의 막장이 가능한 것도 사실은 앞뒤 맥락이 필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삼>을 보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순간만을 볼 뿐 앞뒤를 따지지 않는다.
그녀는 또 뱃속의 아이가 아들인 줄 어떻게 알았을까? 시어머니 홍여사가 "아들인지 딸인지 어떻게 안단 말이냐?" 하고 불평을 하자 서인숙은 이렇게 말한다. "이 아이는 아들이 틀림없어요." 그때 그녀의 얼굴에 비친 회심의 미소는 무엇일까? 점쟁이인지 도인인지 아무튼 한 노인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시대적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막장일까?
"너는 아들 없어. 그러나 모르지. 혹시 다른 남자의 씨를 받는다면." 그리고 또 말했다. "네 남편은 다른 여자에게서 아들을 얻게 될 거야."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구일중과 서인숙의 사이에선 절대 아들은 없단다. 그러나 구일중과 서인숙이 각기 다른 남녀와 만난다면 아들을 얻게 될 것이란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여기엔 무서운(?) 음모가 숨어있지만, 내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남편이 바람을 피니 아내도 바람을 피우는 것은 당연하다. 불만인 것은 구일중이 하녀를 바라보는 눈빛엔 드센 아내로부터 소외된 한 남자의 애처로운 사랑의 갈구가 담겨있었다면, 서인숙이 한승재를 안는 눈빛에선 야심만 보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구일중의 외도는 우발적인 것이었지만, 서인숙의 외도는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그게 이 드라마가 만들어가게 될 갖가지 사건들의 바탕이므로 여기에 대해 더 이상 다리를 거는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기로 한다. 지금 시대를 사는 눈으로 1960년대를 재는 것은 무리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막판에 실망을 안겨준 <신데렐라 언니>보다 기대가 크다. 게다가 탁구란 이름이 너무 정겹고 반갑다. 마치 다시 어린 시절 만화 안 세계로 돌아온 것 같다. MBC가 <로드 넘버원>이란 대작을 내놓았고, 한국전쟁 60주년과 맞물려 <김탁구>의 고전이 예상되지만, <김탁구>가 그렇게 쉽게 물러설 분위기가 아니란 것을 첫회에서 느낄 수 있었다.
<김탁구>가 남아선호사상이니 불륜이니 출생의 비밀이니 하는 코드로 막장을 연출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 막장이란(사실 이 표현은 막장에서 땀 흘린 수많은 광산노동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당시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연출하는 것이 막장이라면, 모든 진실은 막장이다.
김탁구, <로드 넘버원>의 전쟁바람 막을 수 있을까?
다만 <너는 내 운명>이나 <수상한 삼형제>처럼 앞뒤 맥락 없이 부도덕하고 불건전한 코드들을 마구 집어넣어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이 막장이라면 막장이다. 거꾸로 말하면, <너는 내 운명>이나 <수삼>의 막장이 가능한 것도 사실은 앞뒤 맥락이 필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삼>을 보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순간만을 볼 뿐 앞뒤를 따지지 않는다.
아무튼 오랜만에 매우 좋은 드라마를 만난 기쁨에 잠깐 비판들에 대한 변호도 섞었다. 전광렬, 전인화, 정성모 같은 쟁쟁한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드라마의 기쁨이다.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유진도 나온다니 금상첨화다. 첫회에서 만난 김탁구 아역의 배우는 이름이 뭐였던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대성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친구였다. 군계일학처럼 빛났다고나 할까, 살짝 검색창을 들여다보니 이름이 오재무란다.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첫 출연에 그렇게도 능청스러운 사투리에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지….
이래저래 <김탁구>는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음 주부터 시작될 <로드 넘버원>의 전쟁 바람만 막을 수 있다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대성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친구였다. 군계일학처럼 빛났다고나 할까, 살짝 검색창을 들여다보니 이름이 오재무란다.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첫 출연에 그렇게도 능청스러운 사투리에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지….
이래저래 <김탁구>는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음 주부터 시작될 <로드 넘버원>의 전쟁 바람만 막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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