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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동이와 대장금, 공통점과 차이는 뭘까?

<동이>는 이병훈 피디의 작품이란 점 때문에 늘 <대장금>과 비교 당합니다. <대장금>이 워낙 불세출의 명작이었던 터라 <동이>로선 억울한 점이 없지 않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동이>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작품이지만, <대장금>과 비교되다 보니 늘 까이는 심정일 겁니다.
 
그럼 <동이>와 <대장금>의 공통점은 뭘까요? 우선 만든 사람이 이병훈으로 같다는 점이겠지요.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고 끝내면 너무 싱거운 대답이란 비난이 몰려오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렇지만 사실을 말하면, <동이>와 <대장금>은 너무나 닮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역시 이병훈 피디가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가수 이미자는 2천 몇 백곡에 달하는 노래를 불렀다고 하지요? 아마 가수들 중에 산 이와 죽은 이를 포함해서 그렇게 많은 노래를 부른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건 좀 우스갯소리긴 합니다만, 이미자가 부른 노래 수는 펠레가 평생 넣은 1281골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 2천여 곡의 노래들도 들어보면 다 비슷비슷하지요? 

실제로 옛날 왕들은 공부를 엄청 많이 했다고 합니다. 공부 못하면 왕도 못한다는 말이죠.


그러므로 <동이>와 <대장금>이 닮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호기심을 발동하여 딱 한 가지만 특별한 공통점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특별한 공통점이란 두 작품의 주인공들이 모두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동이도 그렇지만 장금이는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었습니다. 


지진희는 <대장금>에서도 <동이>에서처럼 장금이의 후견인 겸 연인이었는데요. 그들이 애정행각(?)을 서서히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 그 매개체로 책이 등장합니다. 너무 오래 돼 기억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장금이가 대궐 수라간 나인으로 있을 때 민정호에게 책을 부탁합니다. 

그때 민정호의 직책이 뭐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없지만 아마 종사관 비슷한 거였던 거 같습니다. 음, 잠깐 대장금을 검색해서 알아보니 한성부 판관을 하다가 잠시 내금위 종사관으로 옮겨오면서 장금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주로 만남의 장소가 교서각, 요즘으로 말하자면 도서관입니다. 

요즘 세상 참 편리합니다. 간단하게 인터넷 검색으로 이렇게 오래된 옛날 일도 다 알아낼 수 있다니. 거짓말도 못하겠습니다. 장금이는 대단한 학구열의 소유자였지요. 그 덕택에 장금이는 수라간에서도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고 나중에는 조선 최고의 의녀가 됩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서장금을 일러 대(大)장금이라 기록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죠.

민정호(지진희)가 장금에게 빠졌던 연유도 어찌 보면 이처럼 타고난 학구열과 총명함 때문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자, 그럼 동이는 어떨까요? 그녀의 학구열과 총명함도 장금에 뒤지지 않습니다. 아니 총명함으로 말하자면 장금이보다 한 수 위입니다. 시체의 손에 반아가 묻어있는지 없는지를 가지고 범행여부를 알아내는 그녀의 기지는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동이와 숙종(지진희)을 이어주는 매개로 역시 책이 등장했습니다. 숙종은 동이를 위해 여러 권의 책을 마련해 선물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숙종도 처음엔 동이에게 한성부 판관이었군요. 이병훈 피디가 판관이나 종사관을 대개 좋아하시는 모양입니다. 판관이나 종사관은 다 같이 관부의 최고지휘관을 보좌하는 역할입니다. 기획실장 정도라고 할까요? 

동이에게 책을 건네주는 숙종. 이런 연애라면 정말 권장할 만하지요?


아무튼 <동이>와 <대장금>의 주인공들이 모두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초딩과 중딩 가족이 있는 학부모로서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뭘까요? 대체로 공통점이 많기는 하지만, 차이점도 분명 있습니다. 우선 가장 확실한 차이 하나. 서장금은 이영애였지만, 동이는 한효주란 사실. 하하, 이건 그냥 웃자고 한 소리고요. 

장금이는 책을 읽어 지식이 늘어나고 실력이 발전하여 그 계통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르지만, 동이는 그렇지를 못하다는 겁니다. 민정호가 장금이를 도와주기는 하지만, 결국 성취를 하는 것은 오로지 장금이의 열정과 집념 덕분이지요. 그러나 동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동이의 집념이나 열정도 장금에 못지않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동이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숙종(지진희)의 결정적인 도움이 있어야만 합니다. 바로 승은을 입는 것이지요. 승은?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참 간지럽네요. 저도 왕이었다면 얼마든지 그런 승은을 두루 많이 내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아, 죄송합니다. 아무튼 승은 없이 동이의 천을귀인 관상은 무용지물입니다. 

하긴 그러고 보니 숙종이 동이에게 승은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도 동이가 가진 천을귀인의 관상 때문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겠습니다. 다 운명이란 말이죠. 그러나 어쨌든 그래도 마찬가집니다. 장금이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간 반면 동이는 운명의 이끌림에 순응했다는 말이 되니까요. 

정말 보기 좋습니다.모두 본받읍시다.


그렇더라도 그 운명 속에서 최선을 다해 뭔가를 이루어보려는 동이의 의지는 참으로 배울 만한 점입니다. 그리고 절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자세도 요즘 같은 타락한 시대에 좋은 본보기가 될 만합니다. 이래저래 <동이>는 훌륭합니다. <대장금>이나 <허준>과 비교해 불평들이 없지는 않지만, 역시 이병훈입니다. 
 
그건 그렇고, 숙종, 왜 빨리 승은을 안 내려주는 거야? 엉? 미적거리지 말고 할 일은 빨리 하라고…. 너는 왕이잖아. 할 일은 미루지 말고 빨랑빨랑 하는 모범을 보여주자고…. 엥? 이건 또 무슨 헛소리! 죄송합니다.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가옵니다. 아무래도 어제 먹은 술이 아직 덜 깬 듯 하야, 흐흐흐~

마지막으로 한 말씀, 우리 모두 열심히 책을 읽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