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는 참 묘한 감정을 갖습니다. 모두들 은조를 편들며 효선을 이기적이다, 가식적이다, 심지어는 가증스럽다고까지 욕을 하는데도 효선이 편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효선이 참 불쌍했습니다. 은조도 불쌍하지만, 효선이 더 불쌍했지요.


모두들 효선이가 베푸는 호의는 그저 가식이요 이기심에서 나온 욕심이라고들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효선을 변호했지요. 아니 그렇지 않다는 정도가 아니라 과연 누가 효선이처럼 그런 호의를 베풀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저조차도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말입니다.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반대로 사랑을 주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본성입니다. 즉, 사랑을 베푸는 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매우 아름다운 인간의 본성이란 말입니다. 인간이 아름다울 때는 가장 인간다울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간이 인간다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이기적이거나 가식적이거나 가증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어쩌면 절망 같은 것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토록 열렬히 효선을 응원하느라 바빴겠지요. 그러나 별로 성과는 없었던 듯싶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바빠서, 또는 게을러서, 한주일 동안 드라마를 한편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 방영된 신데렐라 언니를 오늘 새벽에야 보았지요. 2주일의 공백이 있었지만 신데렐라 언니는 역시 색다른 드라마였습니다. 줄거리뿐 아니라 잊혀졌던 느낌, 감정 같은 것들이 그대로 살아났습니다.

기훈이 술에 취해 대문을 두드리며 "은조야~ 은조야~" 하고 부를 땐 측은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기훈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형보다 먼저 선수를 쳐 대성참도가를 대신 취했다가 다시 아저씨에게 돌려주려고 했다, 저는 그 마음이 아직도 도통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제가 너무 현실주의자여서 그런 걸까요? 아무튼 제 마음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기훈이가 신데렐라 언니, 즉 은조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려고 하는군요. 기훈은 지금 아저씨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은조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용서 받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아니 용서 받지 못하더라도 그래야만 마음이 편할 것 같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진정 은조를 사랑한다면 정수의 말처럼 조용히 비밀은 평생 가슴에 묻어두고 은조를 위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어떻든 기훈은 은조에게 모든 비밀을 털어놓으려 했지만, 아버지가 쓰러지는 바람에 그 기회를 놓쳤습니다. 저는 그 대목에서 다시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역시 이 드라마에 나오는 가련한 청춘들, 은조나 기훈은 그토록 외롭고, 괴롭고, 아프고, 스스로를 학대하는 슬픈 영혼들이지만, 혈육의 벽을 깨지는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은조도 그랬지만, 기훈도 마찬가지로 아버지와 절연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맹세는 순식간에 깨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기훈에게서 한가지 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정말이지 저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효선이 편을 들고 싶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마음 때문에 일어난 일인지도 모릅니다. 왜? 기훈은 은조에게만 효선 아버지가 죽게 된 사연이 담긴 비밀을 털어놓으려 하는 것일까요?

정작 구대성의 친딸인 효선에게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다는 것인지, 괴로움의 대상은 오로지 은조가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효선은 아직 너무 어려서? 또는 너무 어린아이처럼 보여서? 그래도 만약 진심으로 용서를 빌어야 한다면 효선에게 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긴 그거야 용서를 비는 사람이 누가 용서를 받을 대상인지 결정하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저는 참 어이없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다 사랑 탓이라는 것을요. 그러나, 그럼에도, 저는 역시, 효선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을 가진 것은 이 드라마에서 효선이가 유일합니다. 구대성이 있었으나 그는 죽었습니다. 그러나 효선은 정작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 그녀가 가장 아끼는 사람들에게선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따돌림, 이건 좀 심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기 보기엔 그렇습니다.

기훈도, 정우도, 송강숙도, 다 은조를 위해 삽니다. 대성도가 사람들과 거래처 사장님이 효선의 든든한 백이 되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들은 이 드라마에서 별로 힘이 없습니다. 아무튼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렇습니다.


"왜? 기훈은 효선이 아버지가 죽게된 데 대한 죄책감을 은조에게만 용서받으려 하는 것일까? 그건 먼저 효선에게 해야하는 것 아닐까?"

효선에게는 은조와 달리 괴로움과 죄책감이 아니라 마치 귀여운 동생을 대하듯이 편안하게 구는 모습이 저는 도무지 이해도 안 가고 사람이 저래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까지 듭니다. 제가 기훈의 참모습을 너무 왜곡해서 보는 것일까요? 

강숙이 이제 뭔가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효선이 그만 강숙이 구대성에게 저지른 짓을 알고 말았네요. 어떻게 될까요? 한차례 소용돌이는 일어나겠지만 그러나 결국 효선은 원래 그녀가 하던대로 용서하고 행복하게 모두의 품에 안기는 것으로 끝날까요? 아니면 참혹한 결말로 갈까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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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10.05.17 12: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요. 따지고보면 은조는 대성도가에 들어가고 난 뒤 참 많은 것을 얻었어요. 전보다 많이 나아졌고.. 그렇지만 효선은 많은 걸 잃었네요.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성장을 효선이가 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참 뭐 합니다.

    저도 기훈이 이해 안가요. 사랑에 눈이 멀어 은조만 바라보는 것 같아요. 구대성이 아무리 은조를 친딸로 여겨도 피섞인 자식은 구효선인데 기훈은 은조에게만 계속 죄책감을 느끼니... 처음에 기훈이 효선이에게도 죄책감을 느껴서 안아주는 포옹신도 나왔긴 했으나 그 감정이 금방 사라진다는게 영 찜찜합니다.

    원래는 두 자매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효선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은조에 대한 사랑을 애써 감춰야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만, 기훈이란 인물은 별로 달갑지 않네요.

  2. 2010.05.17 1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