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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동이, 장희빈은 숙종과 동이의 중매쟁이?

동이와 숙종의 만남에는 장옥정이 있었다

동이가 마침내 인현왕후를 만났습니다. 이전에 여러 차례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장희빈에서 동이는 인현왕후를 돕는 숙빈최씨로 나왔습니다. 인현왕후는 장희빈의 음모와 술수에 희생되는 연약한 그리고 착하고 후덕한 왕비였지요. 그 인현왕후를 지근거리에서 돕는 게 최숙빈, 즉 동이입니다.


원래 동이는 숙종의 정비였던 인경왕후의 교전비로 궐에 들어왔다고도 하고, 7살 나이에 무수리로 궐에 들어왔다고도 합니다. 어떤 경로로 궐에 입궁했든 동이는 인현왕후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으며 이로 인해 장희빈이 중전 자리에 있는 동안에는 많은 고초를 겪기도 합니다.

아마도 장희빈이 중전 자리에서 퇴출돼 희빈으로 강등 당하고 인현왕후를 독살하려다 발각되어 사약을 받게 된다는 스토리에는 최숙빈이 깊이 관여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현왕후와 동이는 장희빈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만났어야 이야기가 성립됩니다.

그런데 여태껏 인현왕후와 동이는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동이는 궐에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궁녀였던 장희빈을 만났으며, 숙종의 승은을 입은 장상궁을 두 번이나 위기에서 구해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번의 사건은 동이와 숙종의 만남을 주선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말하자면, 좀 궤변이긴 해도, 장옥정이 동이와 숙종의 중매쟁이 역할을 한 것입니다. 물론 드라마는 동이와 숙종이 어떤 사건이나 누구의 소개에 의해서가 아니라 운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는 암시를 주고 있기는 합니다. 동이가 틀던 해금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하는 청년 숙종의 모습이 그것이지요. 

언젠가 동이는 다시 숙종 앞에서 해금을 틀어줄 것이고, 그때 숙종은 "아, 네가 그때 그 아이였더란 말이냐!" 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그들의 인연은 운명이었다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동이와 숙종이 처음 만났던 것은 음변사건과 관련이 있는 편경장이의 시신이 발견된 창고였습니다.

음변사건이란 서인들이 장옥정을 궁에서 몰아내기 위해 꾸민 계략이었습니다. 음이 변하면 나라가 망한다. 조선이 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알겠습니다. 세종 때는 박연을 시켜 아악을 정리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장악원의 악공들이 연주하는 음이 변했다고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했다는 건 유학을 숭상하는 나라에서 좀 난센스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드는군요. 

아무튼, 그 음변사건은 결국 장옥정과 관련된 사건이었으므로 숙종과 동이의 만남은 결국 장옥정 때문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두 사람은 결과적으로 장옥정의 무고를 밝혀내기 위해 뛰다 만났던 것이니까요. 음변사건의 배후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음변에 이용된 암염을 찾아 장상궁을 위기에서 구했던 것입니다.  


이때 숙종은 동이에게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한성부 판관이라고 속였지요. 이들이 다시 해후를 한 것은 역시 장옥정과 관련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 장옥정은 중전 암살 음모에 휘말렸습니다. 서인이 만들어낸 음모였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장옥정은 내명부 감찰부에서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대목에선 살짝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왕의 후궁이(아직 첩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곧 받게 될 장옥정이) 감찰부에서 밤샘 조사를 받고 처소로 돌아가지 못하고 의금부로 다시 압송된다?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탓인지 상상력에 지나치게 커다란 날개를 단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떻든 이 사건 역시 동이의 기지로 풀렸습니다. 동이의 아버지는 오작인이었습니다. 오작인은 요즘으로 말하자면 부검의(법의학자)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오늘날엔 인정받는 고급 전문직이 당시에는 천민들이 하는 직업이었다니, 덕분에 동이도 이 분야에선 풍월을 읊는 서당갭니다. 

장옥정이 궐에 들인 약재에선 중전을 시해하기 위한 음모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아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다시 한 번 장옥정은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푸는 과정에 숙종과 동이의 해후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것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닙니까?

장옥정, 지금은 장상궁이지만 나중에 장희빈이 되고, 궁녀로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왕후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 숙종의 아들을 낳아 다음 보위를 잇게 한 여자, 경종의 어머니, 왕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정국을 주무르게 될 장옥정이 자기의 라이벌을 숙종에게 소개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다니요. 물론 장옥정이 스스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은 운명의 장난이지요. 

어쨌거나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이와 숙종의 만남에는 장옥정이 있다, 결국 장옥정이 두 사람을 소개한 것이나 진배가 없다, 그러니 장옥정은 동이와 숙종의 중매쟁이였던 것은 아닐까? 좀 엉뚱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렇게 보니 장옥정도 참 불운합니다. 숙종에겐 가장 강력한 라이벌을 스스로 맺어주는 실수를 범하고, 또 인현왕후에겐 가장 뛰어난 인재를 빼앗기게 생겼으니…, 어제 보니 인현왕후가 곤란한 지경에 빠진 동이를 불러 도움을 주었군요. 결국 동이는 책대로 인현왕후 편이 되겠지요.

위는 동이 편, 아래는 장옥정 편으로 갈라질까?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 감찰부의 실세 유상궁(임성민)은 장옥정 편으로, 정상궁(김혜선)은 동이와 인현왕후 편으로 갈라질 것 같네요. 유상궁이 먼저 최고상궁 자리에 오를지, 정상궁이 먼저 최고상궁 자리에 오를지는, 장옥정과 인현왕후, 동이의 권력게임의 향방에 따라 결정되겠지요.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아서는, 또 우리가 알고 있는 약간의 상식(?)으로도, 유상궁이 먼저 최고상궁이 되고 그 밑에서 동이와 정상궁이 고초를 겪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든지 간에 지금으로선 장옥정이 불쌍하네요. 자기 발등을 스스로 찍는 결과들을 계속 만들고 있으니…. 

위기에 빠진 동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와야 한다면서 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는 점을 나중에라도 깨닫게 될까요? 세상일은 지나고 나면 앞에 무얼 했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는 법이니…, 사람들은 그렇답니다.

"나는 어제 네가 한 일을 알고 있"어도 "어제 내가 한 일은 내가 잘 모르"는 게 사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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