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무시해? 본때를 보여줄 테다!"
6.2 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삼진ㆍ구산지역 시의원 선거구에도 네 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이번 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역민들의 여론을 들어보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 나가보았다. 의외로 반응은 뜨거웠다. 진동면 소재지에서 만난 어느 유권자는 매우 격앙돼 있었다. “이번에 본때를 보여줘야 된다. 진동을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대체 무슨 얘길까? “진동은 인구가 제일 많아. 그런데 한나라당 하는 짓이 뭐야. 진동엔 한명도 공천 안줬어. 이거 잘못된 거 아냐?” 또 다른 이 지역민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세 번이나 시의원 해먹으면서 자기들이 한 게 뭐 있어? 세 번만 해먹고 절대 안 나온다고 해놓고 이번에 또 나왔어. 약속도 안 지키는 사람 무슨 말을 믿어.”
시골이라고 예외 없는 한나라당 공천후유증
일단 나온 자체가 약속을 안 지켰다는 거다. 그러나 진동 버스환승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다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사람은 아주 점잖은 사람 아이가. 약속 문제도 있고, 활동이 별로 없었던 것도 맞지만, 그래도 꽤 좋은 사람 아이가?”
일부에서는 지역민에게 아무런 신망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공천 된 데 대한 비판도 있었다. “돈 놓고 돈 먹기가 바로 이런 거 아니가? 돈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것들 반드시 욕을 보이야 된다.” 경남지역 한나라당 공천후유증이 삼진ㆍ구산지역도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진동 고현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이렇게 말했다. “공천 받았다고 다 됐다고 생각하는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지들이 그러고도 될 거라고 보나.” 이 말을 듣자 <레미콘반대대책위>에서 내건 플래카드가 생각났다. “노인들이 추위에 떨며 싸울 때 시의원들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섬기는 주인은 누구인가?”
플래카드를 본 마을 노인들은 모두 “그래, 그때 그 사람들 아무도 안 왔었지, 우리가 그래 고생할 때도.” 그러면서도 일부 진전 주민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 진전에는 두 명이 동시에 출마했거든. 한명은 한나라당이고, 한명은 무소속인데 참 난감하네.”
그러면서도 진동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세 번이나 했으면 됐지, 약속도 깨고 왜 또 나왔나” 하는 반응들이 많았다. “도의원에 자리 없어 밀리니까 또 나온 거 아냐?”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같은 진전 사람이면서도 레미콘공장에 대한 입장이 확실히 달랐어. 한 사람은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아예 관심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찬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거든.”
"주민들의 편에서 무엇을 했고, 앞으로 할 사람인가가 중요해"
진북면에서 만난 한 유권자도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우리 지역 문제에 얼마나 주민들 편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하지요. 진북산단에 주강공장이 들어와 독가스를 내뿜을 때 시의원이란 분들이 대체 뭘 했지요? 우리는 그걸 다 기억하고 있어요. 이번에 투표로 확실히 뭔가 보여줘야 되지 않겠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구산면에서 만난 어느 어르신의 이야기였다. “선거? 나는 그런 거 모른다. 그거 어차피 지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 아이가. 선거는 해서 뭐 하나.” “그래도 이번엔 뭔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주민들이 직접 뽑은 후보도 있다고 하던데요.” 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기 있었나? 그래봐야 말짱 꽝인 기라. 의원인지 병원인지 뽑아봐야 어차피 완장 차면 다 똑같은 놈 되는 기라.”
아직도 이렇게 선거에 대한 불신이 크구나 하고 생각하니 한편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열기가 감지되었다는 거다. 주민들은 이번만큼은 제대로 한번 찍어보자는 의지들이 대단했다. “당이니 연고니 그런 거 보지 말고 진짜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야지.” 하고 말하는 어느 지역민의 이야기는 변하고 있는 삼진ㆍ구산지역 유권자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6.2 지방선거 현장에서 전하는 마지막 목소리는 이렇다. “이번 선거는 엄청 재미있을 거 같다! 매우 뜨거운 한판이 될 것 같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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