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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잡상인 취급받은 지율스님 4대강 사진전 첫날

"지율스님이 찍은 낙동강 사진전 첫날부터 봉변을 당했다.
우리는 봉변이지만, 그러나 저쪽은 정당한 물리력 행사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금요일 밤에 김훤주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내일 별로 할 일 없나?" "별로 할 일이 없기는 없지." "그럼 내 대신 내서에 가서 낙동강 사진 전시 좀 해라." 김훤주 기자는 부인이 많이 아픕니다. 몇 년째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습니다. 마침 토요일에 간병인이 휴가를 빼고 늦게 오나 봅니다.

삼풍대 공원에 늘어놓은 낙동강 사진전. 그냥 늘어놓았다는 표현이 딱 맞다. 달그리메님이 이벤트도 준비했지만 아무것도 못했다. 할 기분도 아니었다.


낙동강 사진전은 지난 목요일인지 수요일인지 급조된 모임(물론 김훤주 기자는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지만)에서 금년 말까지 지속적으로 매주 2회 이상 하기로 한 행사입니다. 모임의 구성은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두어 명 있고, 경남아고라에서 너덧 명, 경남블로그공동체 회원들 몇 명 해서 열두 명입니다. 이들이 돌아가면서 시간을 내어 전시회를 하게 됩니다. 일꾼은 앞으로도 계속 영입할 계획입니다. 

지율스님이 찍은 낙동강 사진전, 금년 말까지 매주 열기로

원래 계획은 첫 사진전을 5월 14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기로 했고 모든 회원이 다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밤 김훤주 기자에게서 온 전화는 그 전에 내서에서 장이 열린다고 하니 거기에서 시범적으로 한 번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블로거 달그리메님이 사는 아파트 근처에서 열리는 장이었으므로 달그리메님이 추천해서 급히 계획된 것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아무튼, 별로 거절할 명분이 없었으므로 저는 다음날 아침 일찍 김훤주 기자가 사는 창원시 용호동으로 가서 지율스님이 찍은 낙동강 사진 판넬들을 인수받았습니다. 아, 그 이야기를 안했군요. 낙동강 사진전은 지율스님이 공을 들여 찍은 낙동강 사진들을 전시하는 행사입니다. 아름다운 낙동강과, 같은 장소에서 찍은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는 낙동강을 함께 보여주는 것입니다.

목적은, 그래서 4대강사업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걸 굳이 강하게 주장하기보다 차분하게 실물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자는 게 이 사진전의 취지가 아닐까 그리 생각합니다. 판넬은 일찍 인수했지만 출발은 1시에 했습니다. 11시까지 장터에 도착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들었던 저는 아침 8시부터 움직였지만 헛고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헛고생은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내서로 가는 길은 무척 밀렸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앞에서 서마산 나들목까지 무려 30분이 소요됐습니다. 왜 빨리 안 오느냐는 달그리메님의 독촉전화가 몇 차례나 이어지고, 저는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저로 말하자면 핀치히터인 셈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대타란 것이 기회가 왔을 때 잘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출발부터 토요일이란 특수성을 생각하지 못한 시간계산으로 욕만 먹게 생겼습니다. 내서에 들어서서 위치가 어디냐고 전화하니 내서여고를 돌아 삼풍대(?)란 공원이라고 했습니다. 달그리메님이 길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차를 대고 트렁크에 실린 34장의 사진 판넬을 꺼내 옮겼습니다. 공원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주로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사진전 첫날부터 벌어진 소동 아닌 소동은 결국 진짜 소동으로

"어디 유치원에서 소풍 온 모양이지요?" "아니요, 이게 장텁니다." "아, 네." 네, 하고 대답했지만 아직 그게 무슨 소린지 이해를 못했지만 더 물어볼 수는 없었습니다. 바빴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무슨 행사를 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장터람? 무슨 5일장 비슷한 게 열리는 줄 알고 왔던 저는 저으기 실망했습니다. 주로 초등학생들 천지였기 때문입니다.


늦게 도착한 이시우 기자가 판넬을 들여다 보고 있다. 저쪽에서 장터가 열리고 있다.


아 참, 경남도민일보 이시우 기자는 제가 태워 가기로 했지만, 달그리메님의 늦었다는 독촉에 버스 타고 오라 그러고 혼자서 먼저 출발하는 소동 아닌 소동도 잠깐 있었습니다. 이시우 기자가 없으니 일손도 그만큼 달렸습니다. 풀어보니 장수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공원 가운데는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공원 울타리쪽으로 길게 판넬을 널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참 판넬을 널고 있는데 작은 소란이 들렸습니다. 저쪽 끝에서 역시 판넬을 널고 있던 달그리메님과 어떤 여자분 한 분이 실랑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분이 돌아가고 나서 제가 달그리메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왜요? 혹시 동사무소에서 나왔던가요?" 그러나 달그리메님은 정확한 설명도 없이 혼자 투덜거리기만 했습니다. "자기들이 뭔데 우리한테 허가를 받니 안 받니 하는 거야."

저는 그냥 웃고 넘어갔습니다. 이런 일이야 늘 있을 수 있는 일이지, 며칠 전 모임 때도 그런 걸 예상했었습니다. 경찰이나 관공서 등에서 분명히 저지가 있지 않겠느냐, 경우에 따라서는 한나라당이나 관변단체 회원들로부터 못 볼꼴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 사진전이 사전에 시청 등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토론도 있었습니다.

모임의 대표로 뽑힌 김훤주 기자는 "민주노총에 알아보니 사진전은 집회가 아니므로 사전에 허가는 필요 없다고 하더라"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4대강 사진전이 선관위 등에서 불법선거운동으로 규정하기도 했던 만큼 마찰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무슨 허가 따위를 받고 하게 되면 이 사진전은 결코 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모두들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왜 우리 허락도 안 받고 함부로 사진을 전시하는 거냐!"

그런데 이 허가에 관한 문제가 첫날부터 불거진 것입니다. "에이, 동사무소 직원쯤이야, 뭐." 대수롭지 않은 해프닝이라고 생각한 저는 계속 판넬을 널었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이번에 서너 명의 여자분들이 다시 달그리메님에게 다가왔고 무슨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두세 명의 남자들이 추가로 다가왔습니다. 이번엔 아까처럼 작은 소동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왜 허락도 안 받고 여기다 판을 펼치는 거야?" 거의 반말조의 새로 온 남자는 거칠게 달려들었습니다. 달그리메님은 여기에 이렇게 받아치고 있었습니다. "아니, 왜 우리가 허락을 받아야 되지요? 아니, 여기 장터에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또 방해 안 되게 하려고 이렇게 구석에다 그냥 사진만 널어두고 있고, 그런데 이걸 왜 댁들한테 허락을 받아야 된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네요."

송순호 내서 창원시의원 후보와 이시우 기자가 대화하고 있다.


저는 그때까지도 그분들이 동사무소 직원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긴 제 생각이 좀 짧았다는 점을 지금은 알겠습니다. 무슨 동사무소 직원들이 그렇게 여러 사람이 몰려다닐 리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그때로서는 동사무소 직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도 아닌 것 같고, 그럼 누구라고 생각했을까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분들은 그 공원에서 장터를 열고 있던 푸른내서주민회 회원들이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이렇게 몰아붙였습니다. "왜 허락도 안 받고 여기다 판을 펴는 거냐? 빨리 철수해라." 나중에 달그리메님과 나눈 의견이었지만, 그들은 자기들 영역에 우리가 들어온 것이 몹시 불쾌한 듯했습니다. 그런데 달그리메님과 그 일단의 군중들이 옥신각신하면서 서서히 제가 서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도 가만있을 수 없게 되고 말았고, 그 이후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제가 한 남자분에게 물었습니다. "아, 저, 동사무소에서 나오셨나요?"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일이지만, 저는 그때까지도 그분들이 동사무소 직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여기 주최측이요, 주최측." 그때서야 저는 아, 이분들은 동사무소 직원들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러면서도 주최측이란 말에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주최측이라니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곳에 갔던 것입니다.

허락 받지 않은 사진전, 빨리 철거해라

"저기 공원 입구에 붙여놓은 플래카드가 안 보인단 말이요? 저것도 안 보고 여기 들어왔어요?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요?" 글쎄요, 저로서는 무엇이 상식인지 모르겠지만, 플래카드를 보지 못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너무 늦었고, 그 때문에 미안했으므로 너무 바빴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런 데 들어오면 입구에 붙은 플래카드는 읽어보고 오는게 상식이지" 하면서 참 무식한 사람 보겠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서있는 저를 향해 이번엔 다른 한 남자가 십 원짜리 욕설을 뱉으며 다시 몰아붙였습니다. 
골자는 달리 말할 것 없이, "왜 허락을 안 받고 여기다 판을 폈느냐? 빨리 철수해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막말을 듣고 가만있을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자 그 남자는 그 거대한 덩치를 몰고 뛰어서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힘껏 떠밀었습니다. 툭 튀어나온 배가 제 몸에 부딪힐 때 저는 그것이 마치 산돼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저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척추디스크를 수술한 환자입니다. 요 며칠 새에도 다시 허리가 아파 고생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그것은 매우 조심하면서 그리고 약간의 또는 심한 통증을 참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입니다. 가만 서있다가도 아무런 사전 예고나 징후도 없이 주저앉는 일은 제겐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이런 사정을 남들은 알 리 없습니다.

그러므로 순간 덜컥 겁이 났던 것입니다. 오랜 만에 만난 친구가 반갑다고 힘차게 어깨를 치는 것도 두려워(그리 되면 한참을 종아리가 저릿저릿 아프니까요) 피하는 제가 이 순간이 얼마나 당황스러웠겠습니까. 휘청하고 중심을 잃은 제 몸은 어디로 가야할지 순간적인 판단을 해야 했습니다. 마침 뒤에는 잔디화단이 조성되어 있었고 저는 거기에 일부러 벌렁 누워버렸습니다. 그래야 안 다치니까요.

그러나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저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등이 굽은 할머니처럼, 또는 오리처럼 뒤뚱뒤뚱 걸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런 일은 가끔 있는 일이므로 크게 불안하게 생각지는 않습니다. 내일이면 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일생생활을 하게 되겠지요. 다행히 오늘은 일요일이기도 합니다.

장터와 사진전. 사진전엔 아예 관심도 없다. 그러니 이게 장터에 전혀 방해 되는 게 아닌 셈이다.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운 절차상의 문제

아무튼, 그렇게 작은 소동이 있었고, 덕분에 분쟁은 거기서 종결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큰, 산돼지 같다고 느꼈던 그 남자도 가고 여자분들도 모두 갔습니다. 한 남자만이 남아 있었는데 그는 계속해서 "너희들이 잘못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라. 왜 인정 안 하느냐. 이런 걸 전시하려면 우리한테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전화라도 미리 할 수 있었던 거 아니냐."


달그리메님이 다시 흥분해서 말했습니다. "아니 푸른내서주민회가 무슨 권력단쳅니까? 왜 우리가 주민회에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되는데요? 나도 거기 회원으로 있었지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그리고 이 사진전이 푸른내서주민회 장터 취지하고 뭐 배치되는 게 있습니까? 특별히 방해되는 게 있냐고요. 그리고 이렇게 구석에서 하고 있잖아요."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절차상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이 공원은 우리가 빌린 것이므로(공원을 통째로 푸른내서주민회가 빌렸다는 말도 저는 도무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누구든지 이 공원에서 무언가를 하려면 우리에게 허락을 받아야 된다, 그리고 그걸 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우리가 판단해서 결정한다,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런 판단이 들었던 것은 분쟁 중에 마지막에 남았던 남자분이 했던 말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시종 그 산돼지 같은 남자와는 달리 차분하게 말했지만, 그의 말속에서도 우리를 잡상인 취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끝까지 우리의 항복을 요구하는 분위기였으므로 제 입장에선 그렇게 좋은 사람이었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렵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 이거 싹 걷고, 새로 까세요."

지금 당장 다 걷어내고 새로 깔라고? 그러니까 지금 이 시간부로 허락은 해주겠는데, 이전에 깔았던 것은 허가 받고 한 일이 아니므로 철거해라, 그런 다음 새로 까는 것은 허가 받은 행위로서 합법적이다, 뭐 그런 뜻이었을까요? 우리는 그 말에 더 황당해졌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아서는 그것을 매우 당연한 듯 여기고 있었습니다. 확신에 찬 어조와 표정, 당당함 같은 것을 그들의 태도에서 보았던 것입니다.

전시회는 그냥 진행됐지만, 방치된 상태로 제멋대로 사진전

더 이상 그들과 대화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쁘실 텐데 그만 가보시죠. 철수하든지 어쩌든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달그리메님에게 말했습니다. "그만 철수합시다. 이 기분으로 이거 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거 같네요." 달그리메님도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그 마지막 남자도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허탈했습니다. 달그리메님이 말했습니다. "경찰들하고 싸우기라고 했으면 신이라도 났지. 이거 대체 뭐야." 


이런 일이 있었던 줄도 모르고 늦게 나타난 이시우 기자가 뛰어오면서 말했습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고생하셨지요. 판넬을 다 깔았습니까?" "그게 아니고 철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왜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저는 지금 말하고 싶은 기분 아니니까, 달그리메님에게 물어보세요." 잠시 후 이시우 기자가 다시 말했습니다. "일단 제가 푸른내서주민회 회장님을 한 번 만나 볼게요. 그래도 그냥 갈 수야 있습니까?"

저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철수하려면 다시 판넬을 걷어야 하는데 그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그저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것이지요. 한참을 앉아 있으려니 푸른내서주민회 회장이 왔습니다. 그는 정중하게 사과했습니다. 이해를 하라고 했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데 좀 와일드한 회원들인 모양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회원들 중에는 운동권 출신이나 당 쪽에 있는(아마 민노당을 말하는 듯) 사람들이 꽤 많은데 그분들이 좀 거칠고 드세다는 것입니다. 그냥 평범한 시민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별로 그렇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니 이해하고 기분 풀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회장님 같으면 기분이 풀리겠습니까?" 그러자 회장이 말했습니다. "일단 제가 가서 사람을 찾아보고 다 데리고 와서 사과를 시킬게요."

사진을 본다면 무척 느끼는 것이 많을 텐데, 아쉽다. 사람은 별로 없지만, 사진은 정말 훌륭했다.


그러나 거기 모였던 마지막 한 명이 떠날 때까지도 사과하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마 그들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우리가 그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사진을 전시한 것에 대해 몹시 불쾌한 모양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사과 따위는 자기들이 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폭력을 행사한 부분에 대해선 맞을 짓을 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푸는내서주민회의 회원이기도 한 모 마산시의원이 한 공무원을 회식자리에서 폭행 했다는 기사가 났을 때도 일부 사람들은 맞을 짓을 한 놈은 맞아도 된다는 반응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폭행에 대해 사람들은, 이명박 정권이 저지르는 폭행은 야만적이지만 우리가 하는 것은 매우 정당하다, 이런 식으로 사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해할 정도인 것입니다.


참 서글픈 것은 분쟁의 상대방이 경찰이나 공무원 혹은 관변단체 쪽 사람들이 아니라 이해할 만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나중에 들었지만 푸른내서주민회는 민노당 당원, 시민단체 회원들이 주축이 된 단체라고 했습니다. 물론 평범한 시민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어쨌든 푸른내서주민회를 잘 모르는 제가 장담할 순 없지만, 그 성격이 진보적이라고 분류할 만하다는 사실은 분명해보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분들로부터 지율스님의 4대강 사진전이 잡상인 취급을 받은 것입니다. 저는 잠깐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거 혹시 우리 때문에 저 분들이 4대강사업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는 거 아닐까? 그리고 또 서글펐던 것은 푸른내서주민회 회장이 대신 사과와 위로를 하고 간 다음에도 어떤 여자분이 다시 달그리메님에게 와서 "허가는 아니라도 전화라도 미리 했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하고 달려들었다는 것입니다. 

달그리메님은 대화 상대가 안 될 거 같아 "그만 치웁시다" 하고 말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기들끼리 모여 우리를 성토하고 있어나 봅니다. 저는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 공원을 푸른내서주민회가 빌렸다는 것, 어떻게 공원을 특정단체가 통째로 빌릴 수 있는가 하는 것, 그럼 다른 사람들은 그 공원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인지, 그리고 그 옆에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선 푸른내서주민회의 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것인지, 하는 것들입니다.  

저녁에 저와 달그리메, 이시우 기자, 그리고 늦게 김훤주 기자가 모였습니다. 이유는 분쟁은 달그리메와 있었는데 봉변은 제가 당했으므로 위로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술이 한 잔 들어가자 저는 갑자기 시셋말로 쪽팔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말이죠. 그 사람들이 '당신들 어디서 나왔어요? 어느 단체인지 빨리 말해요, 했을 때 제가 뭐라 그런지 아세요?"

나약해진 파비, 그러나 사실 진짜로 겁난다

"제가요. 그때 억수로 겁이 나더라고요. 쪽팔리기도 하고. 그래서 그랬잖아요. 저 우리는요, 무슨 단체 그런 거 아니고요, 그냥 개인인데요, 저도 실은 배달 나온 거거든요, 그리고 여기서 보조하고 있는 거고요, 그렇게 말했잖아요. 얼마나 닥달을 하든지 그만 나는 사실 심부름꾼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변명한 거지요." 그러자 앞에 앉아 있던 달그리메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오늘 파비님 확실히 알아봤다. 그렇게 나약해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사진전 이거 할래요? 또 내일부터 겁나서 나 못하겠다, 그러는 거는 아니겠지? 앞으로 갈 길이 태산인데 오늘 이거는 좋은 연습했다 그렇게 생각해야지요. 좀 나약해지지 말고 힘 좀 내소, 힘." 그래서 내친 김에 쪽팔린 얘기를 하나 더 했습니다. "그런데요, 내가 허리를 잡고 인상을 쓰고 있으니까 그 남자가 그러더군요. '아픈 척 하지 말고…', 하하~."

그런데 달그리메님, 저 아픈 척 하는 거 아니거든요, 진짜 아프거든요, 오늘 아침 자고 일어났더니 글쎄 화장실을 못 가겠는 거 있지요, 허리가 구부정한 게 걸을 때마다 왼쪽 엉덩이 윗부분과 종아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요, 엊저녁 술마실 땐 종아리가 찌릿찌릿한 게 마치 안마 받는 것처럼 기분 좋다고 했지만, 오늘은 영 기분이 안 좋거든요, 꼭 시장에서 굽은 허리로 나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 같거든요.  

내일 세번째 블로거 인터뷰로 전수식 후보 인터뷰장에도 가야 하는데 그때까지는 괜찮아지겠지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 누워있으면 괜찮아지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컴퓨터 앞에 꾸부정하니 앉아 있으면 그때까지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답니다. 그럼 내일 블로거 인터뷰장에서 저 볼 수 없을 거예요. 그러나 제 경험에 의하면 복대 메고 하루 정도 요양하면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진답니다.

사진전을 함께 했던 다른 분들과 술자리를 여느라 집에 좀 늦겠다고 전화하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하면서 자초지종을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대뜸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래서 떠밀렸나? 정신이 있는 기가 없는 기가. 떠밀리면 어떻게 된다는 거 모르나? 그리고 푸른내서주민회가 하는 장터에 왜 갔노? 알면서도 갔단 말이가? 그러니 그런 일 당하는 게 당연하지." 

낙동강 사진전 첫날의 감상, "산 넘어 산이다!"

민노당 송순호 의원과 이시우 기자.

저는 얼른 변명을 했습니다. "아, 그런 게 아니고, 나도 몰랐다. 그냥 5일장 같은 거 열리는 줄 알았다. 내가 알았으면 갔겠나. 그라고 어제 김훤주가 꼭 부탁해서 거절도 못하겠고, 애민씨 몸도 안 좋은데 간병인도 없다 그러잖아. 그리고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더라. 아, 한 명 있었네. 민노당 당원, 마산시당 운영위원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이름은 모르겠고, 하여간 민노당 당원 한 명은 봤다."

달그리메님과 저, 이렇게 두 사람을 둘러싼 사람들 틈에 그 민노당 당원이 서있었지만, 그는 구경만 할 뿐 말려주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말려줄 것을 기대했지만 사실 부질없는 짓이었지요. 아마 그도 우리가 허락 받지 않고 자기들이 펴놓은 장터에 끼어든 것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그는 민노당에 대해 자주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저를 싫어하는 민노당원이란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정말 부질없는 생각이었으며 잠깐이라도 섭섭하게 생각했던 제 자신이 바보 같다고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신 사과와 위로를 베풀어 주신 푸른내서주민회 회장님께는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행사를 하게 되면 꼭 허가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달그리메님은 그래도 절대 사전에 허가 받거나 전화를 하거나 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만, 저는 허락 받지 않고서는 절대 푸른내서주민회가 여는 장터 옆에서 4대강사업 반대 사진전을 열지 않겠다는 다짐을 드립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저 혼자만의 약속입니다.

그리고 옳든 그르든 그 입장을 떠나서 주최측의 허락을 받지 않고 주변에 사진을 전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과를 하고 보니 그렇다면 앞으로 사진 전시회를 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고 사과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제가 사과를 하는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이건 그냥 제가 개인적으로 사과드리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군요. 이보다 더 험한 일이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역시 달그리메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렇게 나약해가지고서야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나약한 말 해보겠습니다. "저, 김훤주 심부름 간 거거든요. 그냥 보조였는데요. 아, 그런데 이거 봉변 당하고 보니 기분이 좀 그렇네요." 이상 주저리주저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