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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좌충우돌 경남도지사후보의 블로거인터뷰

보수적이면서 개혁적인, 참 독특한 인물

미래연합 이갑영 경남도지사 후보를 만났다. 미래연합? 처음 듣는 정당 이름이다. 느낌으로 친박연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름이 생소했다. 거기엔 나름 사연이 있었다. 미래연합이라는 정당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백인닷컴 김주완 기자의 질문에 이갑영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친박연대를 계승한 정당이라고 보면 된다. 미래희망연대는 불임정당이지만, 아직 존속하고 있다. 그래서 따로 미래연합을 만든 것이다."

사진= 백인닷컴 김주완 기자


불임정당, 대체 그게 무슨 뜻일까?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여기엔 세계 정당사에 유례가 없는 친박연대란 정당의 태생과 관련이 있다. "8명의 비례의원을 지키기 위해 미래희망연대는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가지 존속해야 한다.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을 그 당이 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로서는 당내 경선도 중요하고 불리할 것도 없겠다 싶어 승낙한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아하, 불임정당이란 게 그런 뜻이었구나" 하고 이해가 됐다.

그러니까 친박연대, 미래희망연대, 미래연합 사이엔 이처럼 미묘하고 복잡한 여권 내 정치적 기류를 타고 만들어진 기형적 관계가 있었던 것이다. 다른 정당의 대표적 정치인을 영수로 하는 새로운 정당의 존재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거기에 대해선 누구도 섣부른 답을 하기 어려워 보였다. 오래도록 정치·사회부 분야 기자 관록을 가진 김주완 기자에게도 물어보았지만, 그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현실 정치사에선 그것이 가능했다, 바로 친박연대란 이름으로. 그리고 이 기이한 정당형태는 결국 이갑영 후보가 도지사 선거에서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으로 모아졌다. 그런데 결국 그 의문은 거의 현실로 다가왔다. 이갑영 후보의 발언 곳곳에 마치 사퇴를 전제로 출마했다는 지뢰들이 감지되었다. "박근혜 대표에게 누가 된다든지 하면 물러설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듯했다. 그가 출마한 것도 박근혜 대표를 위해서요, 사퇴하더라도 그것은 박근혜 대표를 위해서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운동장처럼 넓은 사무실 벽에는 "박근혜와 함께 경남을 단디 지키겠습니다" 란 문구가 선명했다. 특정인물을 신처럼 떠받드는 체제에 지독한 혐오를 가진 필자에겐 매우 불편한 문구였지만, 그 충성심만큼은 김정일도 부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진= 백인닷컴 김주완 기자


이갑영 후보는 매우 독특한 인물이었다. 그는 마치 세상에 거칠 것이 없다는 듯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다. 중도하차에 대한 의중도 가감없이 내비쳤다. 그걸 그대로 써도 상관없겠냐는 진행자의 우려에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마음대로 쓰세요" 하고 당당하게 나왔다. 나는 이갑영 후보가 매우 보수적인 인사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에게서 혁신적인 생각들을 들을 수 있었다.

뉴 남해안시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해안디자인위원회로

그는 자신의 공약 중 하나를 사회주의적 개념도 좀 포함된 것이라고 하면서 농촌 집단마을에 대한 계획을 털어놓았다. 이게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그가 농촌문제에 대해, 특히 농촌 노인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었다. 일단 보수인사에게서 매우 긍정적인 사고의 일면을 발견한 것 같아 기쁜 마음도 들었다.

물론 사회주의적 정책의 채용이 그렇게 생소한 것은 아니다. 이미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의료보험(건강보험)이라든지 산재보험, 농업협동조합(오늘날 완전히 변질되었지만) 같은 것들은 대표적인 사회주의 정책들이었다. 박정희가 만들어놓은 의료보장제도와 같은 사회주의적 요소들을 그 박정희를 추종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폐기하겠다고 나서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는 또 자신이 고성군수로 재직할 때 고성군을 공룡군으로 이름을 바꾸려고 했었다는 경험담도 들려주었다. 물론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매우 신선한 발성이었다. 너도나도 임기 중에 관내에 공단을 유치하고자 열을 올리는 실적주의가 판을 치는 마당에 그는 지역의 특수성을 살려 발전을 도모하는 특별한 처방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후임 고성군수를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고성 동해면에 조선소가 잔뜩 들어와서 다 망쳤어요."

그는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인 남해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었다. "수정만 매립지에 STX조선소가 들어서는 문제는 비단 마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천, 고성, 하동 등 경남 전체의 문제다. 바다를 메워 공단을 짓는 것이 경남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라는 질문에 그는 해안디자인위원회를 만들겠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해야지 시군 주무과에서 주물럭거리면 다 버려놓는다는 것이다.

"해안디자인위원회엔 학계를 포함해서 환경단체도 포함되는가? 다시 내가 질문하자 그는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 라고 답변했다. 처음 수정만 문제에 대해 질문했을 때 "수정만 매립지 정도의 작은 규모는 구청에서 할 일이다" 라고 했던 답변과는 좀 상충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수정만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개발이 물 부족 문제로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그의 지적은 그가 이 부분에 꽤 큰 관심과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보수이면서도 개혁적인 그의 성향은 한마디로 좌충우돌

그러고 보니 그는 한때 상당히 개혁적인 성향의 인물이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 박정희를 독재자로 규정하고 투쟁의 선두에 섰었다고 했다. "박정희가 독재를 한 건 맞다. 그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독재를 한 것은 틀림없지만 한편으로 국가 경제를 이 정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지도자였다. 이건 부인하지 못한다. 만일 박정희가 없었다면 한국은 어떻게 되었겠나?"

대체로 과거에 개혁적이거나 진보적인 성향을 가졌다가 한나라당으로 간 인물들의 공통된 박정희에 대한 인식을 그도 갖고 있었다. 김문수 경기지사에게서도 똑같은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고, 뉴라이트의 신지호 의원 같은 인물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그들은 모두 한때 혁명을 꿈꾸던 극렬 사회주의자들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갑영 후보의 경우 독재 반대라는 보다 순수한 학생운동 정도였을 테지만, 새로운 눈으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그의 입장은 어떨까? 그는 "북한은 주적이다" "천안함 사건은 분명 북한의 짓이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은 미군이 임계철선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같은 그의 말들에서 보듯이 한나라당보다도 더 보수적이다. 서해에서의 충돌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대치상황에서 군사적 차원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마 북한의 군사전략도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치인이 "북한은 주적이다" 라고 부르짖는 것이 나라의 장래에 어떤 도움이 될까? 북한은 주적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늘상 "북한은 주적" 타령을 하는 것도 그리 곱게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중에도 이갑영 후보는 "민간인 학살 유족들을 위해 위령사업, 유해안치시설, 추모공원 등을 조성하는 문제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매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해야죠. 독립운동도 좌우가 있었지만, 독립운동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는 매우 열려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또한 그는 좌충우돌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다르게 말하면 거침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세종시 문제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며 현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인터넷에 대한 높은 이해, 그러나 정작 인터넷은 열심히 하지 않는 듯

"요즘은 모두 인터넷으로 다 결재하잖아요. 조그만 군에서도 화상회의 하고 있지요. 그런데 대전에서 서울까지 두 시간이 걸리니 세종시 안 된다는 그런 게 말이 됩니까?" 아무튼 그는 그의 소개처럼 투철한 삼현주의자인 것처럼 보였다. 삼현주의란 현실, 현물, 현장의 머리글자를 따 만든 말이라고 했다.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도정을 이끌겠다는 그런 의지의 표현이었을까.

삼현주의란 것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말처럼 '시류에 따라' 움직이는 폐단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갑영 후보처럼 거칠 것 없는 성품의 사람에겐 그런 시류조차 거칠 것이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는 정말 할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의 아들도 출마하는 그에게 "할 말 실컷 하이소" 하고 격려했다고 한다. 필자는 정녕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솔직하게 할 말 다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은 것이다.

보수든 진보든 막론하고 대체로 자기를 숨기는 게 이 시대의 병이다. 자기의 과거도 숨기고, 신념도 숨기고, 의도도 숨긴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뒤통수를 치는 것이다. 그래서 솔직한 사람이 좋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이갑영 후보와 헤어지는 악수를 하면서 필자는 그렇게 인사했다. "꼭 완주하십시오. 그리고 할 말 시원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당선도 되시고요."

다 좋았지만 서운한 것이 하나 있었다면, 인터넷에 대한 높은 이해를 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인터넷을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어떤 사이트를 즐겨 찾느냐?" 라고 김주완 기자가 묻자 그는 "대청포럼과 박근혜 대표 관련 까페를 자주 찾는다" 라고 대답했다. 역시 인터넷을 매우 폐쇄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이갑영 후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진= 이윤기 블로그


친박연대를 포함해 한나라당,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등 거의 모든 정당 관계자들이 인터넷을 활용한다고 하면 겨우 자기 당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그 안에 설치된 게시판에서 갑론을박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그런 모습들이 어떨 땐 게시판이나 까페를 벗어나면 고소공포증이나 광장공포증 비슷한 그런 증상들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가장 인터넷 친화적인 정당은 국민참여당이다.

거침없는 이갑영 후보의 거침없는 선전을 기대한다

며칠 전 1차로 블로거 인터뷰에 응한 통합창원시장 문성현 후보의 인터뷰기에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하는 것으로 미래연합 이갑영 경남도지사 후보의 인터뷰기를 마무리하기로 한다. 성실하게, 거침없이, 격의 없이, 그리고 솔직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갑영 후보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거침없는 말처럼 거침없는 선전을 기원한다.

"사람은 자기와 비슷한 걸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건 내가 살아오면서 터득한 일종의 진리 같은 것이다. 새로운 세대는 인터넷 세대다. 그들과 함께 하려면, 그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인터넷과 친숙해지는 것은 필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