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오마이뉴스
우선 근로자들은 탈세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란 걸 알아야 한다. 직장에 다녀보지 않은 고소득 전문직들이나 재벌의 자식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내 손에 소득이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세금은 다 떨어져 나간다. 소위 원천징수라는 것이다. 사업자가 미리 매달 근로자의 월급에서 일정액의 세금을 떼어내 국가에 내고 연말에 정산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금을 너무 많이 뗀 사람은 마치 공돈 생기듯 연말에 돈을 돌려받는 것이고, 적게 뗀 사람은 매우 억울하게 마지막 월급에서 더 떼이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완전 자동화 시스템처럼 이루어진다.
그런데, 연합뉴스가 우리나라 근로자 2명 중 1명이 세금을 안 낸다는 특종을 실었다. 특종이라고 생각했으니 포털 <다음뉴스>의 메인에도 떴을 것이다. 근로자들만큼 꼬박꼬박 세금 잘 내며 사는 국민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근로자들의 절반이 탈세혐의자들이었단 말인가?
다음은 포털 <다음> 메인뉴스에 실린 연합뉴스의 기사 중 일부이다.
근로자 2명중 1명은 세금 안내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10.06 10:04 | 최종수정 2008.10.06 10:37
자영업자는 37.5%가 면세자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근로소득자 2명 중 1명, 종합소득자 3명 중 1명 이상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기획재정부가 한나라당 정양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기준 전체 1천334만7천명의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는 672만6천명으로 집계돼 면세자 비율은 50.4%로 나타났다. (후략)
그런데 이 기사제목은 틀려도 한참 틀렸다. 아무 생각 없이 뽑은 제목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이렇게 뽑은 것일까? 왜, 누구를 위해서?
기사 제목은 이렇게 고쳐야만 한다.
근로자 2명 중 1명은 세금도 못내
△면세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의 근로자가 무려 50.4%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53~54%에 이른다는 보고(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가 있고 보면, 면세점 이하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라는 도식이 나온다. 역시 한국사회 최대의 문제는 바로 비정규직 문제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통계가 아닌가.
그런데 연합뉴스는 비정규직 노동실태를 고발하기는커녕 마치 근로자들의 절반이 세금도 안 낸다고 고발 하는듯한 제목을 뽑았다. 도대체 이분들의 머릿속 회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 50.4%의 면세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역시 세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목마를 때 마시는 콜라 한 잔에도,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탈 때도, 식료품을 구입할 때도, 겨울에 추위를 막아줄 옷 한 벌에도, 이들은 부자들과 똑같은 세금을 내고 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제발…, 제발…, 그래도 세상의 소금이 되고 빛이 되어줄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언론들마저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서슬 퍼런 군왕의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글자 한 자에 양심과 진실을 담았던 조선시대 언관들의 발끝만치라도 갔으면 좋겠다.
도대체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이렇게 기사를 쓰는 것인가?
2008. 10. 6. 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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