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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빨갱이들이 최진실을 죽였다

고인의 영정사진 = 레디앙

오늘 탤런트 최진실이 한 줌 재가 되어 이승에서의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비슷한 또래의 젊은 인기 탤런트의 죽음을 대하고 보니 내 마음도 착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사람의 죽음을 앞에 놓고 여기저기서 자기 입맛에 따라  흔들어대는 역겨운 모습들이 있다. 이들의 행태는 착잡함을 넘어 차라리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네티즌 죽이기' 선봉은 역시 전여옥  

  “댓글이 최진실을 죽였다.”

  최진실이 자살한 변사체로 발견되자 언론인 출신인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남에게 뒤질세라 발 빠르게 던진 말이다. 그녀는 별로 깊게 고민할 새도 없이 마치 부검에 입회라도 한 경찰관처럼 말을 뱉어버렸다. 용기가 가상타고 하기엔 너무 어이가 없다.

  도대체 그녀는 얼마나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기에 겁도 없이 수많은 네티즌들을 범죄용의자로 지목한 것일까? 도대체 그녀의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이야말로 가장 저질스럽고 악질적인 악플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고인의
이름을 팔아 정략에 이용하는 저속하고 비열한 정부여당

  그녀의 발언에 이어 각종 언론들도 최진실의 살해주범으로 인터넷 댓글을 지목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때다 싶어 소위 ‘사이버모욕법’을 ‘최진실법’으로 포장하는 기발한 아이디어까지 내놓았다. 하다하다 이젠 고인의 이름까지 팔아 정치적 야욕을 쟁취하고야말겠다는 반인륜적인 착상까지 나온 것이다. 실로 점입가경이다.

  그러나 이들 언론이나 정치인들의 비열한 선정주의는 워낙 면역이 돼 있으므로 별로 걱정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이다.

  열도 받는 김에 술이나 한 병 살까하고 동네 슈퍼에 들렀더니 슈퍼 아저씨도 TV 앞에서 역정을 내며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에이, 이놈의 나라가 어찌 되려고 그러는 건지. 빨갱이 놈들이 댓글인가 뭔가를 가지고 아까운 탤런트 하나 죽였구먼. 에이, 더러운 빨갱이 놈들. 이놈의 빨갱이 놈들을 전부 잡아다 한강물에 빠트려 죽여 버리든지 해야지.”

빨갱이들이 댓글로 최진실을 죽였다고?

  도대체 이 나라에 빨갱이들이 무슨 할 짓이 없어 여자 탤런트를 상대로 댓글질이나 하다가 죽인단 말인가. 참 더럽게 할 짓도 없는 빨갱이들이다. 요즘 빨갱이들은 혁명할 생각은 안 하고 댓글로 여자 탤런트나 희롱하고 다닌단 말이렷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최진실을 괴롭힌 그 악플러들이 빨갱이인줄은 어떻게 알았을까? 혹시 안기부(국정원)에서 거점 활동 중인 요원일지도 모르겠다.

  전여옥 씨도 대단하지만, 우리 동네 슈퍼 아저씨도 정말 대단하다. 그나저나 이들 전여옥 씨나 슈퍼아저씨가 대책 없이 질러대는 악플은 도대체 누가 처리해줄 것인가.

  2008. 10. 4.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