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최고 최후의 관심사,
"과연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까?"


요즘 블로그 포스트들을 읽어보면 <추노>에서 누가 죽고 누가 살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추노>도 곧 끝날 때가 되었다는 뜻이로군요. 아쉬운 일입니다. 저 같은 TV 연속극 광에게는 좋은 낙 하나가 없어지는 셈이지요. 그러나 어쨌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과연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까요? 우선 주인공들 중 황철웅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틀림없이 죽을 것입니다. 그에게 어떤 숨겨진 연유가 있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든지 간에 그가 악인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는 완벽한 살인귀로 변모했습니다. 만약 그런 살인행위를 특수한 사정이 있어 용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마치 김길태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열세 살짜리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다음 시체를 유기한 것에 대해 용서해주어야 한다며 팬 카페를 만드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것과 같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황철웅이 죽는 것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운명입니다. 말하자면, 그는 지금 송태하를 쫓는 게 아니라 죽음을 향해 바삐 뛰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 남은 것은 두 사람입니다. 아니 세 사람이죠. 이대길과 송태하 그리고 언년이, 아니 김혜원인가요? 아무튼 이 세 사람이 우리의 관심삽니다. 물론 최장군과 왕손이도 그 생사가 궁금하긴 마찬가집니다. 아, 또 있군요. 업복이는 어떻게 될까요? 그것도 중요한 관심사지요. 그러나 무어라 해도 대길과 태하, 언년이, 이 세 사람의 생사가 핵심입니다.

최장군과 왕손이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아마도 살아서 이천으로 갈 것 같기도 합니다. 이미 대길이가 몰래 삥땅 쳐서 모아둔 돈과 이경식에게 받은 5천 냥이 있으니 '장래의 터전'을 완성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 업복이는? 죽게 되겠지요. 노비들이 당을 만들어 역모―보통 역모가 아니죠―를 일으켰으니 살아남긴 힘들 겁니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업복이도 살아남을 것 같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업복이를 죽이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추노>는 단 2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두 시간이 남은 것이지요. 이 두 시간 동안에 노비당이 대대적인 혁명을 일으키고 전투 과정에서 업복이가 장렬하게 전사하는 장면을 만들긴 좀 무립니다.

혹 모르지요. 한섬이가 어디 갔는지 소식도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것처럼 업복이도 그렇게 가게 될는지 모를 일입니다. 음, 가만 생각해보니 언년이도 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지금 원손을 모시고―데리고 있는 것인지 좀 헷갈리지만―있는 일 외에 이렇다 할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 역시 갑자기 죽는 일이 생긴다면 그야말로 황당 시추에이션 소리 듣기 딱 알맞습니다. 그러므로 그녀도 죽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럼 결국 남은 최고의 관심사는 대길이와 태하, 이 둘 중에 과연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까 하는 것입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한다면, …… 대길이가 죽고 태하가 살 것 같습니다. 

송태하의 죽음에 무게를 더 두시는 분도 있습니다. 초록누리님이 그렇습니다. 초록누리님은 거기에 대해 제법 상세하고 부정하기 어려운 근거들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송태하가 언년이, 아니 태하에겐 언년이가 아니라 김혜원이군요. 혜원에게 남긴 서찰, 청에서의 소현세자의 행보를 기록한 서찰은 그런 심중을 충분히 갖게 합니다.
(글을 써놓고 ☞초록누리님의 글을 읽어보니 비슷한 부분도 많군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태하는 살아남을 것이며 죽는 것은 대길이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두 사람이 다 산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겠으나 그리 되긴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양으로 떠나는 태하를 따라났을 때 이미 대길은 죽기로 결심했을지 모릅니다. 결심은 아니라도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 정도는 했을 테지요. 

대길이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가졌던 이유가 무엇이었던가요? 바로 언년이가 양반, 상놈 구별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 죽을지도 모르는 길을 따라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도 역시 언년이를 위해섭니다. 아마도 대길은 언년이의 남편인 송태하가 죽는 것을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언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대길이 네가 행복하게 해주면 될 거 아니냐고. 그게 네가 원하던 것 아니었냐고.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제가 너무 고루한 전통적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대길이는 결코 언년이의 남편이 죽음을 맞이하는 불행한 사태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저의 상상입니다. 그러나 대길의 마음속에 그러한 결심이 선 것은 확실해보입니다. 월악산 짝귀의 산채에서 잔치가 있던 날 밤, 대길은 둥그렇게 뜬 달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는 그때 대길이 뒷짐을 진 모습에서, 그의 등짝을 타고 흘러내리는 무수한 고독과 슬픔을 보았습니다. 

대길은 달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그는 한양으로 떠나는 태하를 기다렸다 동행한다.


그리고 그는 그때 자기 운명이 무엇인지 알아챘을 것입니다. 아니,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했을 것입니다. 이대길의 혁명은 언년이가 행복하게 사는 겁니다. 한양으로 가는 태하를 기다리던 대길이 묻습니다. "이번에 마실 떠나면 네놈과 원손 그리고 네놈 부인이 다 잘 살 수 있는 거냐? 대답해라. 어디 안전한 곳에서 평생 잘 살 수 있는 거냐?" 

지금 대길의 당면한 목표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송태하를 살리는 것입니다. 만약 대길이 언년이의 목숨을 구하는 것만을 생각했다면 벌써 데리고 도망갔을 겁니다. 그러나 언년이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대길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는 무엇을 해야 근본적으로 언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인지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그 길은 곧 태하를 살리는 것입니다. 그 길을 가다가 설령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어쨌든 송태하만 살린다면 지금의 대길로서는 혁명에 성공한 것입니다. 대길의 혁명은 곧 언년이의 행복이었으니까요. 그가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저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언년이를 향한 대길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새삼 느꼈을 뿐 아니라 감동까지 받았습니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네가 혁명을 해 새 왕을 세워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겠다고? 가장 아끼는 사람 하나 구하지 못하면서 누가 누구를 구한단 말이냐!" 

꿈에도 잊지 못하는 언년이를 그리는 이대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미 그는 자기 운명을 정한 듯하다.


저는 사실 언년이와 송태하가 죽고 사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대길과 최장군, 왕손이 그리고 설화가 이천에 가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지요. 그러나 대길이는 이천에 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대길이는 결국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그리고 그것이 대길이가 원하는 결말입니다.

슬픈 일이지만 월악산 영봉에 뜬 달을 보며 대길이가 마음속으로 내린 결정이니 우리로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겠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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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