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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추노, 이경식과 인조를 현대에서 찾는다면?

"한성별곡에서 정조의 캐릭터는 노무현에 비유되는 장치를 활용한 것" 
"이명박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상태였더라도 사람들은 비슷한 구석을 찾아냈을 것"

오늘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하다가 이런 기사를 보았습니다. <'추노' 작가, "곽정환 감독과 작품을 하지 않겠다">, 엥? 이게 뭔 소리람…. 역시 낚시였습니다. "곽정환 당신과 꼭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반어법으로 표현한 것을 제목으로 잡은 것입니다. 결국 낚시가 맞기는 맞지만 즐거운 낚임이었습니다. 

추노에 이어진 한성별곡의 문제의식 

아래 뉴스의 인용 부분은 제가 임의로 앞뒤를 자른 것입니다. 앞부분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곽정환 감독이 천성일 작가에게 함께 일해보자고 추파를 던졌을 때 천성일 작가는 우선 곽정환 감독의 전작 <한성별곡>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입니다. 제대로 해석하면 "나는 당신과 꼭 일을 해야겠다!" 이런 말이었겠지요. 
   

기사의 출처는 시사인/ 미디어 다음


<추노>는 보통 드라마들과 달리 초반부터 폭발적인 시청률로 압도적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 이유로 많은 시청자들이 <한성별곡>의 곽정환에 대한 기대를 꼽습니다. 천성일 작가 역시 공동작업 요청을 받고 <한성별곡>을 보았으며, 곽정환이란 사람에게 빠졌을 것입니다. "당신과 나는 너무 똑같다. 그래서 함께 작업 못하겠다", 라는 독특한 수락은 작가의 감독에 대한 신뢰를 잘 보여주는 것이죠.

<한성별곡>에서 정조는 노무현이었습니다. 곽 감독도 그런 지적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극이란 형식을 빌려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므로 당시 대통령이던 노무현에 비유되는 장치들을 활용했을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상태에서 <한성별곡>을 봤더라도 사람들은 비슷한 구석을 찾아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글쎄요. 저는 <한성별곡>을 보지 않았으므로 뭐라고 판단을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겠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정조를 노무현 대신 이명박으로 오해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럼 <한성별곡>에서 이명박은 어떤 인물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일단 그건 <한성별곡>을 보신 분들이 알 수 있겠죠.

한성별곡에서 정조는 노무현, 그럼 추노에서 이명박은 누구?

그런데 짓궂게도 저는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그럼 추노에서 이명박을 찾는다면 누구와 비교할 수 있을까? 분명 <한성별곡>에서 보여준 곽정환 감독의 문제의식은 <추노>에도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한성별곡>에 출연했던 대부분의 배우들이 <추노>에도 그대로 등장했습니다. 최장군도 그렇고 설화, 이경식 등….

그러므로 아마도 <추노>에서도 곽정환 감독은 노무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대통령에 비유되는 장치를 설치했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약간은 짓궂은 저의 의도대로 <추노>에서 이명박을 찾는다면 어떤 사람이 될까요?

아무래도 이명박은 대통령이니만치 인조에 비유하면 되겠군요. 인조, 그러고 보니 <추노>에 나오는 인조의 이미지가 왠지 이명박과 어울려 보이는군요. 인조와 좌의정 이경식의 대화를 기억하시나요? 뭐 대충 기억나는 대로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다시 들어봐도 섬뜩하지 않으십니까?

"제주도 일은 너무 걱정 마십시오."
"음~."
"용한 의원을 내려 보냈습니다."
"용한 의원이라~."
"예, 전하. 조용하게 처리될 것이옵니다."
"그대가 수고가 많구만~."

인조에겐 이경식, MB에겐 유인촌?

인조에게 이경식이 있다면 이명박에겐 유인촌이 있습니다. 기자들을 향해 "야, 찍지마. 아 씨발~" 하며 인상을 긋던 유인촌은 이명박의 아바탑니다. 이경식이 인조의 어심을 잘 헤아려 알아서 일 처리를 하듯 그도 이명박의 심중을 잘 헤아려 그렇게 막욕을 한 것일까요?


그러나 아무래도 유인촌을 이경식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조금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경식은 그래도 두뇌 돌아가는 소리도 없이 은밀하게 어심을 해결하는 반면 유인촌은 너무 요란합니다. 가는 곳마다 뉴스거리를 만들어 내고 물의를 일으키는 유인촌, 이명박의 아바타라 그런 것일까요?

이번엔 '김연아가 자기를 회피한 동영상'을 편집해(ps; 나중에 동영상을 직접 보니 편집한 게 아니라 실제 장면이더군요) 올린 네티즌을 찾아내 고소했답니다. 남들이 보기에 자기가 성추행을 한 걸로 오해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인데, 남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던데 본인만 성추행 오해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혹시 진짜로 그럴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닐까 모르겠네요.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명박도 마찬가지로 인조와 비교하긴 약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인조는 조선조 사상 가장 무능했던 임금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존심 하나는 무척 셌던 모양입니다. 정묘호란으로 강화도까지 도망가는 수모를 겪고서도 반청 정책을 일관했으니까요.

추노에 숨어있는 MB는 누굴까?

그리고 병자호란 때 삼전도의 치욕까지 겪게 됩니다. 아마 죽고 싶은 심정이었을 테지요. 그래도 그는 청에 대한 반감을 버리지 않습니다. 만약 전해오는 소문이나 <추노>에서 보여주는 추리처럼 소현세자 독살설이 맞는다면 그는 반청을 실천하기 위해 봉림대군을 세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독도 문제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일본을 향해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는 식으로 얘기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는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것도 사실처럼 보이기는 합니다. 어찌 되었건 곽정환 감독의 스타일로 보면 틀림없이 <한성별곡>처럼 <추노>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숨어있는 것이 확실한데 그게 누굴까요?

오늘 위 기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추노> 홈페이지 기획의도에 실린 문구가 생각나네요. 상당히 감동을 주는 문구였던지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늘 생각나는 명언입니다. 정말 명언이라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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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대에서 잊혀져가는 것들을 바라보게 만든다면
다른 시대를 다룬 픽션은 필연적으로,
지금 이 시대 그 자체를 바라보게 만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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