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자동차 정리해고에 반대해 진보신당이 천막농성을 한 지가 벌써 한달이 넘었다. 11월 11일에 천막을 쳤으니 한달 하고도 3일이 지났다.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이 직접 노조의 투쟁에 몸으로 개입한다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게 옳은 방법인지에 대한 많은 고민도 있었을 터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나는 그 이유를 천막에서 많은 날들을 지새우며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 깨달음은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이다. 그러나 그 주관이 객관에 비해 결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주관이란 지역 노동진영의 대응이 너무 미미한 상태에서 노조의 연대를 견인하기 위해 천막농성이 불가피했다는 점이다.
천막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진보신당 여영국 위원장도 나와 생각이 같았다. 천막을 친지 딱 한 달 하고도 이틀이 지난 12월 12일 아침 문성현 전 민노당 대표가 진보신당 천막을 찾았을 때 여 위원장은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여기에 천막을 친 데는 나름 배경이 있습니다. 정당이 사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고민도 있었지만,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성현 대표는 사실상 최초로 진보신당 천막을 찾은 민노당 인사다. 문 대표가 오기 일주일 전에 권영길 의원이 잠시 천막에 들어와 인사를 하고 갔지만, 매우 의례적이었다. 그는 마치 어쩔 수 없이 진보신당 천막에 들렀다는 듯이 부랴부랴 수고한다는 말만 던지고 떠났다. 수차례 권영길 의원실과 민노당에 관심을 호소했던 여 위원장으로선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권영길 의원이 움직인 데는 나름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오해할 만한 정황도 있었다. 효성이 직장폐쇄에 맞서 두 달 넘게 파업을 하고 대림차가 정리해고에 맞서 한 달 넘게 싸우는 동안 권 의원은 일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울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조승수 의원이 대림차와 효성을 방문한 것이다.
여기에 자극 받은 듯 권 의원은 부랴부랴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대림차 정문 앞에서 여는 집회에 참석했다. 조 의원이 대림차 농성장에 들어가 조합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어 효성 노동조합에 설치된 농성장에 들른 다음 다시 대림차 정문에서 열리는 금속노조 집회장에 돌아왔을 때까지만 해도 권 의원이 온다는 얘기도 없었고, 진행표 순서에도 없었다.
그런데 집회가 시작되기 불과 몇 분 전에 권 의원의 연설 일정이 맨 앞에 잡히고 조승수 의원의 연설은 뒤로 밀려났다. 그렇게 권 의원실과 민노당을 향해 관심과 더불어 연대를 요청했음에도 오지 않던 권 의원은 조승수 의원이 나타나자 실로 번개처럼 나타난 것이다. 물론 고마운 일이다. 어떤 이유였든 권 의원이 자기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정리해고 사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날 연설을 마친 권 의원은 준비가 없었던 듯 현장 방문을 생략한 채, 진보신당 천막을 그냥 지나친 것은 물론이고, 왔을 때처럼 부랴부랴 떠났다. 그리고 며칠 후, 잃어버린 숙제라도 하듯이 다시 대림차를 방문했고, 바람처럼 스쳐가듯 했지만 진보신당 천막에도 들러 격려도 했다. 나는 불만은 있지만―권 의원 정도의 위상에 불만이 없다면 이상한 일임이 분명하다―그래도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사실 권 의원의 관심이 부족한 것은 권 의원 만의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일개 노조의 농성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는 것을 민노당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창진 통합 문제에는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할 수 있어도, 자그마한 사업장의 투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민노당 입장에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저마다 정당의 논리는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옳니 그리니 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관점의 문제다. 내 관점은 옳고 네 관점은 틀렸다고 말하면 그야말로 아집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섭섭함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역설적으로 아직 섭섭할 만큼 기대를 품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그래서 이런저런 애증의 갈등을 섞어 문성현 전 민노당 대표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던지, 여 위원장은 따로 귓속말로 문 대표에게 불필요한 말로 갈등을 일으키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문 대표의 말을 들으며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을 뿐이다.
내가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그때 나는 스무 살도 안 된 어린 노동자였는데, 노조 사무장이었던 문 대표는 네루가 딸에게 쓴 편지를 모은 <세계사 편력>이란 책을 읽기를 권했던 인물이다. 주로 노조 사무실에 들러 박범신의 <풀잎처럼 눕다> 따위의 소설만 빌려 읽던 내게 <세계사 편력>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후에 나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았고 그를 무척 존경했다.
그런 그는 아직 민노당에 남아 있고, 나는 민노당을 떠났다. 함양에 가 있다던 그가 창원에 다시 나타난 이유는 아마도 들리는 소문처럼 창원시장 후보로 나서기 위해서일 것이다. 천막에 들른 이유도, 앞으로 자주 오겠다는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그의 말은 대체로 옳았다. 아니 지극히 옳은 말들 뿐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 첫 만남에서 나온 의전적인 언사들을 두고 이러니저러니 평을 하는 것은 속단일 수 있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그렇게도 지극히 옳은 말을 들으며 나는 속에서 밀려 올라오는 갈등의 목소리를 참기가 어려웠다.
"문 대표님,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혹시 이런 이야기를 들으신다면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네요. 이런 말씀을 들으시고도 통합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지 말입니다. 당장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선거연합이라도 하자는 소리를 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엊그제 STX엔진 지회장이 대림차 지회장을 찾아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진보신당이 대림차 정문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는 것은 그래도 이해를 해주겠다. 그런데 천막 옆에 진보신당 차는 왜 세워두는 것이냐. 그거 아주 보기 안 좋다. 그리고 여영국은 왜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민노당 보고 연대를 하자니 말자니 그딴 소리를 하는 거냐. 하려면 자기들만 잘하면 되지.'
저는 이 소리를 듣고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리는 다른 곳에서도 들었습니다. 바로 대림차 사장이 하는 소리와 똑같았습니다. 대림차 사장도 진보신당 이승필 위원장에게 말했답니다. '아니 왜 하필 여기 와서 천막농성을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그 진보신당 트럭은 왜 그 옆에다 세워두시는 겁니까?'
아무튼 이게 현실입니다. 민노총이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반분된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 갈라진 배경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모든 걸 무시하고 통합만 주장하거나, 전술적 연합을 제안하는 것은 정치적 쇼맨십일 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개선하는 것부터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 말은 결국 하지 않았다. 괜히 얼굴을 맞대고 앉아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매우 비정치적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진심이든 의전이든 나름 예의를 차렸다면, 나도 응당 그에 합당한 행동을 하는 게 옳다. 그리고 여 위원장의 부탁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존경받아 마땅한 대선배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로라도 내 심정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다시 심중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밝히기로 했다. 그리고 글은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것보다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친 김에 글 서두에 권영길 의원과 민노당에 대한 불만도 슬쩍 담았다.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분위기에서는 결코 양당의 화합적 미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은 지독한 위선이란 사실이다. 그러나 진심을 담아 한마디만 더 하는 것이 허락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그래도 문 대표님. 자주 만나십시오. 우선은 대림에서 자주 만나십시오. 양당의 이해를 떠나 당장 정리해고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까?"
대림자동차 정문 앞 진보신당 천막농성장. 정리해고를 중단하라 만장기를 든 사람이 여영국 위원장.
나는 그 이유를 천막에서 많은 날들을 지새우며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 깨달음은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이다. 그러나 그 주관이 객관에 비해 결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주관이란 지역 노동진영의 대응이 너무 미미한 상태에서 노조의 연대를 견인하기 위해 천막농성이 불가피했다는 점이다.
천막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진보신당 여영국 위원장도 나와 생각이 같았다. 천막을 친지 딱 한 달 하고도 이틀이 지난 12월 12일 아침 문성현 전 민노당 대표가 진보신당 천막을 찾았을 때 여 위원장은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여기에 천막을 친 데는 나름 배경이 있습니다. 정당이 사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고민도 있었지만,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성현 대표는 사실상 최초로 진보신당 천막을 찾은 민노당 인사다. 문 대표가 오기 일주일 전에 권영길 의원이 잠시 천막에 들어와 인사를 하고 갔지만, 매우 의례적이었다. 그는 마치 어쩔 수 없이 진보신당 천막에 들렀다는 듯이 부랴부랴 수고한다는 말만 던지고 떠났다. 수차례 권영길 의원실과 민노당에 관심을 호소했던 여 위원장으로선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권영길 의원이 움직인 데는 나름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오해할 만한 정황도 있었다. 효성이 직장폐쇄에 맞서 두 달 넘게 파업을 하고 대림차가 정리해고에 맞서 한 달 넘게 싸우는 동안 권 의원은 일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울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조승수 의원이 대림차와 효성을 방문한 것이다.
대림차 농성장(좌)과 효성노조 농성장(중, 우)을 방문한 진보신당 조승수 국회의원.
여기에 자극 받은 듯 권 의원은 부랴부랴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대림차 정문 앞에서 여는 집회에 참석했다. 조 의원이 대림차 농성장에 들어가 조합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어 효성 노동조합에 설치된 농성장에 들른 다음 다시 대림차 정문에서 열리는 금속노조 집회장에 돌아왔을 때까지만 해도 권 의원이 온다는 얘기도 없었고, 진행표 순서에도 없었다.
그런데 집회가 시작되기 불과 몇 분 전에 권 의원의 연설 일정이 맨 앞에 잡히고 조승수 의원의 연설은 뒤로 밀려났다. 그렇게 권 의원실과 민노당을 향해 관심과 더불어 연대를 요청했음에도 오지 않던 권 의원은 조승수 의원이 나타나자 실로 번개처럼 나타난 것이다. 물론 고마운 일이다. 어떤 이유였든 권 의원이 자기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정리해고 사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날 연설을 마친 권 의원은 준비가 없었던 듯 현장 방문을 생략한 채, 진보신당 천막을 그냥 지나친 것은 물론이고, 왔을 때처럼 부랴부랴 떠났다. 그리고 며칠 후, 잃어버린 숙제라도 하듯이 다시 대림차를 방문했고, 바람처럼 스쳐가듯 했지만 진보신당 천막에도 들러 격려도 했다. 나는 불만은 있지만―권 의원 정도의 위상에 불만이 없다면 이상한 일임이 분명하다―그래도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사실 권 의원의 관심이 부족한 것은 권 의원 만의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일개 노조의 농성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는 것을 민노당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창진 통합 문제에는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할 수 있어도, 자그마한 사업장의 투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민노당 입장에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저마다 정당의 논리는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옳니 그리니 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관점의 문제다. 내 관점은 옳고 네 관점은 틀렸다고 말하면 그야말로 아집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섭섭함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역설적으로 아직 섭섭할 만큼 기대를 품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금속노조 집회에 맨 우측부터 진보신당 경남도당 이승필 위원장, 민노당 권영길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앉아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애증의 갈등을 섞어 문성현 전 민노당 대표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던지, 여 위원장은 따로 귓속말로 문 대표에게 불필요한 말로 갈등을 일으키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문 대표의 말을 들으며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을 뿐이다.
내가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그때 나는 스무 살도 안 된 어린 노동자였는데, 노조 사무장이었던 문 대표는 네루가 딸에게 쓴 편지를 모은 <세계사 편력>이란 책을 읽기를 권했던 인물이다. 주로 노조 사무실에 들러 박범신의 <풀잎처럼 눕다> 따위의 소설만 빌려 읽던 내게 <세계사 편력>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후에 나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았고 그를 무척 존경했다.
그런 그는 아직 민노당에 남아 있고, 나는 민노당을 떠났다. 함양에 가 있다던 그가 창원에 다시 나타난 이유는 아마도 들리는 소문처럼 창원시장 후보로 나서기 위해서일 것이다. 천막에 들른 이유도, 앞으로 자주 오겠다는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그의 말은 대체로 옳았다. 아니 지극히 옳은 말들 뿐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 첫 만남에서 나온 의전적인 언사들을 두고 이러니저러니 평을 하는 것은 속단일 수 있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그렇게도 지극히 옳은 말을 들으며 나는 속에서 밀려 올라오는 갈등의 목소리를 참기가 어려웠다.
"문 대표님,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혹시 이런 이야기를 들으신다면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네요. 이런 말씀을 들으시고도 통합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지 말입니다. 당장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선거연합이라도 하자는 소리를 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엊그제 STX엔진 지회장이 대림차 지회장을 찾아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진보신당이 대림차 정문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는 것은 그래도 이해를 해주겠다. 그런데 천막 옆에 진보신당 차는 왜 세워두는 것이냐. 그거 아주 보기 안 좋다. 그리고 여영국은 왜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민노당 보고 연대를 하자니 말자니 그딴 소리를 하는 거냐. 하려면 자기들만 잘하면 되지.'
저는 이 소리를 듣고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리는 다른 곳에서도 들었습니다. 바로 대림차 사장이 하는 소리와 똑같았습니다. 대림차 사장도 진보신당 이승필 위원장에게 말했답니다. '아니 왜 하필 여기 와서 천막농성을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그 진보신당 트럭은 왜 그 옆에다 세워두시는 겁니까?'
천막 옆에 세워진 진보신당 탑차.
아무튼 이게 현실입니다. 민노총이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반분된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 갈라진 배경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모든 걸 무시하고 통합만 주장하거나, 전술적 연합을 제안하는 것은 정치적 쇼맨십일 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개선하는 것부터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 말은 결국 하지 않았다. 괜히 얼굴을 맞대고 앉아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매우 비정치적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진심이든 의전이든 나름 예의를 차렸다면, 나도 응당 그에 합당한 행동을 하는 게 옳다. 그리고 여 위원장의 부탁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존경받아 마땅한 대선배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로라도 내 심정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다시 심중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밝히기로 했다. 그리고 글은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것보다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친 김에 글 서두에 권영길 의원과 민노당에 대한 불만도 슬쩍 담았다.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분위기에서는 결코 양당의 화합적 미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은 지독한 위선이란 사실이다. 그러나 진심을 담아 한마디만 더 하는 것이 허락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그래도 문 대표님. 자주 만나십시오. 우선은 대림에서 자주 만나십시오. 양당의 이해를 떠나 당장 정리해고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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