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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동아일보, 조선일보 누르고 1등 되기 위한 몸부림?

대림자동차 노조가 회사의 일방적인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을 벌인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붉은 색으로 타는 가을을 뽐내던 벚나무들도 이미 앙상한 가지만 남긴지가 오랩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물론 회사는 경제위기와 경영악화를 이유로 들지만,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종업원의 절반을 차가운 길거리로 내모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무찔러야 할 적으로 보는 동아일보

칼만 안 들었지, 조직폭력배와 무엇이 다릅니까? 아니 오히려 칼 든 조직폭력배보다 더 잔인하지 않습니까? 며칠 전 진보신당 조승수 국회의원이 대림자동차 노조를 방문했을 때, 회사의 전무란 분이 그러더군요. "회사가 어려워진 데는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고 전망을 만들어내는 데 역할을 못한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 그래서 매우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절반은 자를 수밖에 없다." 

어쨌든 경영 잘못에 대한 책임은 인정한 셈입니다. 그러나 결국 그 책임은 자본가가 지는 것도 아니고, 경영자가 지는 것도 아니며, 오로지 10년, 20년 뼈 빠지게 일한 노동자들이 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게 무슨 황당한 경웁니까? 이건 대학살입니다. 여러분은 나이 30, 40, 심지어 50살이 넘어 회사에서 쫓겨나면 뭘 하고 살 수 있을 거 같습니까? 그런데 저는 오늘 이보다 더 황당한 경우를 보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입니다. 바로 아래 사진입니다. 
   

천막농성장에서 찍은 동아일보 기사는 적을 무찌른 승전보처럼 보였다.


위 사진은 동아일보 1면 탑 기사를 대림자동차 정문 앞에 친 진보신당 천막농성장에서 찍은 겁니다. 조금 전에 어떤 분이 기가 차서 이 신문을 천막농성장에 들고 오셨습니다. 보라고요. 보시다시피 제목이 이렇습니다. "불법파업에 '원칙대응' 또 이겼다" 누가 누구를 이겼다는 말입니까? 제목의 늬앙스로 보아선 마치 동아일보가 철도노조를 무찔렀다고 환호하는 듯하지않습니까? 

철도노조가 파업을 벌인 이유는 사용주가 일방적으로 단협을 해지했기 때문입니다. 단협을 해지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지요? 지금껏 만들어온 모든 노사관계가 없어지게 됩니다. 국가로 말하자면 헌법이 없어지는, 헌정중단 사태가 발생하는 거지요. 일종의 쿠데탑니다. 이런 사태를 노조가 가만 앉아서 보고 있다면 그건 노조가 아니죠. 파업이 벌어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여러분은 만약 자기 집에 강도가 들어왔는데 "몽둥이를 들고 방어하면 불법이니 강도가 시키는데로 하세요!" 한다면 "네!" 하시겠습니까? 절대 그럴 수 없겠지요. 그런데 지금 이처럼 강도가 칼을 들고 안방에 난입하는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창원의 주식회사 효성이 그렇고요. 오늘 들으니 다른 몇 곳의 사업장에서도 일방적 단협해지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는군요. 

거기에 대항하면 불법이랍니다. 좋습니다. 동아일보야 원래 노동조합이 대한민국 땅에서 사라지길 원하는 신문이니까 그렇다 치지요. 그러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렇지만 노동자를 상대로 마치 전장에 나가 승리하고 돌아온 군대를 찬양하듯이 "또 이겼다!" 환호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도대체 누가 누구를 이겼다는 말이죠? 기가 찹니다.

북의 인권은 걱정하면서 남에서 벌이는 인권유린을 부추기는 게 언론이 하는 일인가

그런데 더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옆에 사진입니다. 탈북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북한의 인권상황을 고발하고 있군요. 네, 저도 보니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동아일보, 멀리 북한 동포들의 인권이 유린되는 참상에 가슴 아파하기 전에 바로 내 곁에서 벌어지는 남한 노동자들이 학살당하는 인권유린 상황에 대해서도 단 한 번만이라도 가슴 아파 해보세요.

남한 노동자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내몰리는 참상엔 눈감으면서, 아니 오히려 승리했다고 박수치면서, 무슨 인권 타령입니까? 당신들이야말로 북한정권보다 더 야수 같은 존재들이 아니고 무어란 말입니까?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파업에 승리했다고 자랑하며 옆에다 탈북자의 눈물을 그리는 그 음흉한 의도가 뻔히 보입니다만. 

내가 보기엔 당신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부류들로서 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 아닌가 합니다. 아마도 당신들이, 구체적으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북한에 있었다면 매일 같이 "장군님 만세"를 외치며 서로 충성경쟁을 벌였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당신들은 이미 충분히 그런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지요.

아무튼 오늘 너무 기가 차서 말도 잘 안 되는군요. 그저 기가 차다는 밖에… 달리 할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