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이야기

대림차, 어린아이에게 해고장 전달 울음바다 만들어

11월 27일,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 중이던 대림자동차 노조원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이날 오후 7시 회사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있던 조합원들에게 계속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집으로부터 해고통지서가 날아왔다는 소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직 자기가 정리해고 대상인지 아닌지 알지 못하고 있던 조합원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혼자 있던 초등학생에게 해고통지서 전달, “네 아빠는 해고야!”

그리고 잠시 후, 술렁임은 분노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조합원이 일어서서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다시 울먹이는 목소리로 절규하듯 외쳤습니다. “이게 도대체 사람이 할 짓입니까? 이건 개, 돼지보다도 못한 놈들 아닙니까?” 그의 입에서는 개새끼 소리가 서슴없이 나왔습니다.

그도 해고통지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직접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을 때까지도 자기가 정리해고자 명단에 이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아내가 해고통지서를 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의 아내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보태야하기 때문에 집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해고통지서는 어린 아이들이 받았습니다. 집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더 어린 아이가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 회사 관리자들이 방문하여 초인종을 눌렀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무서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글쎄요, 왜 무서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아이들에게도 직감 같은 게 있었을까요?

그러자 대림차의 관리자들은 발로 문늘 쾅쾅 차며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우리는 너의 아빠 회사에서 나왔다. 어서 문 열고 회사에서 보내는 통지문을 받아라. 안 그러면 큰일 난다.” 겁이 난 아이들이 문을 열자 그들은 대뜸 봉투를 내밀며 “해고통지서다. 꼭 전달해야한다” 하고는 떠났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울고불고 난리가 났음은 물론입니다. 

울먹이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엄마가 도착했을 때 집은 울음바다가 되어있었다고 합니다. 아내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들은 조합원이 ‘개새끼들’이라고 욕을 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순박한 대응일지도 모릅니다. 파업현장을 지키고 있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개새끼들이라고 욕을 하는 게 전부였지만, 그의 마음속에선 칼 가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면 제 귀가 너무 과격한 것일까요?
 

해고통지서에 무너진 세쌍둥이의 꿈

그러자 또 다른 조합원이 격앙된 얼굴로 자기 사연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세쌍둥이의 아빠였습니다. 이번에 세쌍둥이는 나란히 수능시험을 봤는데, 성적이 아주 좋아서 명문대학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집안의 기대가 크다고 합니다. 그런데 날벼락을 맞은 것입니다. 그는 “이제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사연도 있었습니다. 한 조합원은 회사 사택을 금년 초에 분양받았습니다. 회사가 구조조정 안으로 회사 사택을 매각했던 것입니다 그는 그걸 샀습니다. 3600만 원에 샀는데, 3200만 원이 빚이라고 했습니다. 그 빚은 은행 담보대출이었고, 회사가 보증을 섰다고 했습니다. 그는 황당해했습니다. “난 받을 퇴직금도 한 푼 없을 거 같아요.”  

정말 황당하지 않습니까? 회사 사택을 분양받도록 해놓고선 정리해고라니. 빚을 내 회사의 구조조정 사택을 분양받은 사람을 해고해버리면 도대체 무슨 돈으로 빚을 갚으라는 말일까요? 설마 그의 퇴직금을 노리고 집장사를 한 것은 아니겠지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 대한민국이 우리나라 맞습니까?  

다른 한 분의 사연도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그는 대림자동차에 입사한지가 27년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그는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입사 9년 만에 해고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9년 만에 복직했는데 그로부터 9년 만에 다시 해고됐습니다. “강산은 10년 마다 변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9년마다 세상이 변하네요.”

허탈하게 웃는 그의 얼굴엔 이미 깊은 주름이 패어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저를 놀라게 한 것은, 아이들만 있는 집에 쳐들어가 문을 차며 해고통지서를 전달해 울음바다를 만든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병에 걸려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는 환자를 직접 찾아가 해고통지서를 떡하니 전달했다는 사실입니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던 그 분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중환자실에도 전달된 해고통지서, 이러고도 기업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시라?

또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다 다쳐 공상으로 치료를 하고 있던 종업원에게도 해고통지서는 어김없이 전달되었습니다. 회사를 위해 뼈 빠지게 일하다 다친 그의 심정은 또 어땠을까요? 회사 일을 하다 다친 그가 산재치료 대신 회사가 원하는 대로 공상처리해서 치료를 하던 중에 받은 해고통지서를 그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대림자동차는 전체 종업원 665명 중에 293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발표한 다음 꾸준하게 명퇴 압력을 가해 이날 현재 184명으로부터 이미 명퇴서를 받아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60명 1차 정리해고자 명단을 통보한 것입니다. 60명 중 58명은 노조원이며 1명은 관리자, 1명은 공상휴직자입니다. 조합원 중에는 중환자실 환자도 1명 있습니다.

제가 몇 차례 대림자동차 대량 정리해고와 관련한 글을 올렸더니 어떤 분이 댓글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기업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보시지. 참 이런 글을 읽으면… 할말 없음.” 저는 그분에게 정리해고를 직접 당한 당사자들의 심정을 들어보시고서도 역시 그런 생각이 드시는지 물어보고 싶군요. 지금도 같은 생각이신가요?

당장 죽어나가는 사람들에게 기업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보라고요? 

ps; 방금 대림자동차 정문에서 3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진보신당 경남투쟁단장 여영국씨의 말에 의하면, 한 조합원의 집에도 관리자들이 찾아와 해고통지서 수령하라며 문을 차고 하는 통에 집에 있던 여학생이 놀라 농성 중이던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울고불고 했다는군요. 내 참… 어이 상실입니다.

일부러 그러라고 시킨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입니다. 정리해고자들의 마음을 아는지 지금 이곳은 오늘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하늘도 해고노동자들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