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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포항에서 맛본 고래고기, 어떤 맛이었을까?

경주에 선뎍여왕 답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포항에 들렀습니다. 고래를 맛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경주답사 첫날 밤, 함께 간 김주완 기자는 경주 보문단지 켄싱턴콘도 방에서 소주잔을 돌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일 돌아가는 길에 포항에 들렀다 갑시다. 포항에 가면 특별한 음식이 뭐가 있지요?”

바다가 거대한 수로 같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 섬일까요?

 

“글쎄요. 포항 하면 과메기, 고래 고기, 죽도시장, 뭐 이런 거 아닐까요?” 태종무열왕릉에서 김춘추와 인사하는 것을 끝으로 경주를 떠난 우리는 바로 포항으로 날았습니다. 경주에서 포항까지 연결된 국도가 시원했습니다. 금방 도착했습니다. 지척이더군요. 죽도시장 바닷가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댄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커다란 플래카드였습니다.
 
“에잉? 그러고 보니 포항에 유명한 것이 죽도시장이나 과메기, 고래 고기만 있는 게 아니고 이명박이도 있었네.” 누가 한 이야기인지는 여기서 밝히지 않겠습니다. 요즘은 세상이 흉흉해서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잡혀간다는 소문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기분은 어떨지 몰라도 바다는 시원했습니다. 마산 앞바다와는 비교가 안 되더군요.

이명박대통령이 다녀간 모양이군요. 그러고 보니 여기가 이명박의 고향이네요.

죽도시장으로 들어서니 제일 먼저 고기를 널어 말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옆에 가던 <거다란닷컴>의 커서님이 제게 물었습니다. “파비님, 저게 무슨 고기지요?” “그런 거 저한테 물어보면 안 됩니다. 저, 산골 출신이거든요. 제가 아는 고기는 고등어, 갈치, 명태가 전부랍니다.” 뒤에서 따라오던 김주완 기자가 뭐라고 가르쳐줬는데 까먹었습니다.

저게 무슨 고기일까요? 넙덕한 게... 넙친가?

  
죽도시장은 정말 거대했습니다. 일견하기에도 마산 어시장의 열 배도 더 커보였습니다. 전국에서 어시장 순위를 매긴다면 메달박스에 들어간다는 말을 언젠가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그렇구나, 하고 실감이 날 정도였습니다. 아래 커서님을 좀 보십시오. 감탄하는 모습, 아마 안경을 안 썼다면 동그랗게 커진 눈도 보였을 텐데요. 
  

우와~ 고기도 참 많고 크기도 하다!

어판장 들어가는 입구에 고래 고기를 파는 집이 있습니다. 입구 양 쪽에 두 집이 있는데 그 중 한 집입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주문 받은 고래 고기를 열심히 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김주완 기자의 직업적 질문에 답변도 열심입니다. 앞에 쌓여있는 고기들이 모두 고래 고기입니다. 고래 고기 가는 것을 ‘해체한다’고 하던데 크기가 실감나십니까? 

고래 고기 써는 모습. 고기 덩어리 크기를 좀 보세요.


아래 사진은 무엇이라고 생각되십니까? 글쎄요. 이거 도대체 뭘까요? 제가 보기엔 인디안 추장이 머리에 쓴 장식 같기도 하고 로마장군의 투구 같기도 합니다만. 주인아주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고래의 이빨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물고기가 빨려 들어올 때 쓸어 담아 넘기는 역할을 한다고 하던데, 제가 제대로 들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고래의 이빨에 해당한다네요. 멋지죠? 그런데 왜 제겐 인디언추장 모자나 로마장군 투구로 보였을까요?


김주완 기자, 사진 찍는다고 바쁩니다. 김주완 기자가 세상사는 기쁨 중에 먹는 기쁨이 최고라고 말하는 걸 언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저도 역시 김주완 기자 못지않은 식도락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게 돈이 좀 많이 드는 취미죠. 그러나 사실 따져보면 우리 같은 서민들의 식도락이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지요.  

하여간 우리의 김주완 기자, 신이 났습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김주완과 커서님.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저 사람들, 사진 작가들인가?"


커서님 옆에 누워있는 문어도 크기가 장난이 아니군요. 삶아서 초장에 찍어먹으면 “크아!” 맛있겠습니다.

땅바닥에 누워있는 문어도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일단 어판장을 한 바퀴 돌아본 우리는...

가격을 물어보고 있는 김주완 기자와 커서님. 하얀 스치로폴 박스 한 통에 만원이래요.

다시 고래 고기를 맛보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아래 보이는 고래 고기는 고래의 껍데기 부위라고 하더군요. 역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군침 흘리느라고 ‘정신일도’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김주완 기자는 사진 찍느라고 바쁩니다. 그 와중에도 주인아주머니에게 연신 질문을 퍼붓습니다.
 

고래수육 한 접시 가격은 2만원짜리. 고래육회는 본래 2만원짜리로 파는데 양해를 구해 1만원짜리를 시켰다.


그러면서 일어서서도 찍고…,
 

커서님 옆 유리벽에 전화번호 보이시죠? 택배로 전국 어디나 배달도 된다고 하더군요. 택배비는 4000원.


다시 앉아서도 찍고…. 아 참, 빨갛게 보이는 고래 고기는 고래 육회입니다. 소고기 육회보다 맛이 훨씬 부드럽고 향이 빼어났습니다.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고래 고기를 한 점 씹는 맛은 과연 천상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아마 지옥에 가지 않고 천국에 가게 된다면 매일 이런 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젓가락 들고 먹는 중에도 계속 찍어대는 김주완 기자. 제가 말했습니다. "시사맛객 김주완, 대단해요!"


짓궂은 김주완 기자가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어봤습니다. “아주머니, 이거 고기가 이렇게 맛있으면 모자라고 그럴 때는 없을까요? 그럴 땐 어떻게 하지요?” 주인아주머니가 솔직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럴 때도 가끔 있지요. 그럴 땐 전국을 돌며 고래를 구하러 다닌답니다. 우리가 이 장사 한지가 50년이 넘다보니 신뢰도 있고 나름 노하우도 있죠.”

“그런데 고래가 자주 죽어주면 좋은데 안 죽어줄 때가 있거든요. 그게 걱정이죠.” 엥? 이건 또 무슨 말씀이죠? 고래더러 자주 죽어달라니…, 고래가 들으면 매우 섭섭하겠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가고 난 다음 제가 말했습니다. “그럼 이거 전부 자연적으로 죽은 고기들인가요? 늙어서 죽었거나… 자살하진 않았을 테고.”

김주완 기자가 이어서 살짝 말했습니다. “에이, 그냥 죽은 것처럼 꾸며서 슬쩍 잡아다 팔고 그러기도 하겠지요. 언제 죽을 때까지 기다리겠어요. 뭐, 실수로 그물에 걸려 죽는 고래도 있고 어떨 땐 집단으로 해안으로 올라와 죽는 고래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리고 일본은 말이에요. 워낙 고래 고기를 좋아해서 국제포경협약에도 절대 가입 안 한다고 하더군요.”

어떻든 고래 고기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거 진짜 칭찬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란 책 제목도 있었지요? 이렇게 칭찬했으니 제 목으로 넘어간 고래도 춤을 추며 들어갔을까요? 하하…, 결국 우리는 고래 고기 육회를 한 접시 더 시켰답니다. 당연히 소주도 몇 병 더 마셨겠지요.

커서님은 운전하시느라 술을 못 드셔서 꽤나 힘드셨을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고래 육회는 소주 한 잔 탁 털어 넣고 젓가락으로 육회를 집어 참기름장에 찍어먹어야 제 맛인데… 흐흐,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커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