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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대선소주 배신감에 잘못하면 모두 직원 탓?

대선소주 적폐논란에 대해 한마디 썼다. 

☞대선으로 바꾸자던 대선소주, 알고보니 적폐? http://go.idomin.com/1153



그랬더니 “직원들이 알아서 대선과 촛불시위를 활용해 광고전략을 짠 것 뿐인데 왜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하나?”라는 불만을 겸한 반론이 있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선소주의 광고전략과 조성제 회장의 적폐 논란은 과연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상관이 있다. 한국의 기업들은 거의 예외 없이 오너 또는 오너 일가가 지배한다. 대선소주도 마찬가지다. 대선소주의 오너는 조성제 명예회장이라는데 아무도 이견이 없을 줄로 안다. 이런 기업 풍토 하에서 회사의 직원이 한 행위는 모두 오너의 책임이다.


물론 오너가 책임질 필요가 없는 직원 개인의 사적인 행위나 범죄는 예외다. 그런 것은 상식으로 판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회사의 존폐가 걸린 상황에서 만든 “대선으로 바꾸자!”는 광고 카피는 단순히 직원의 충정이 아니라 오너의 결정인 것이다. 그리고 이토록 중요한 내용을 몰랐을리도 없다. 


대선주조 시원공익재단 이사장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는 사실은 “대선으로 바꿉시다!” 카피에 열광해 대선소주의 점유율을 높여주었던 부산시민들에겐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배신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 외 엘시티 사태와 관련하여 불거진 BNK금융그룹 회장 선임에 조성제 회장이 부리는 몽니는 적폐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사건이다. 이런 분이 오너로 있는 대선주조가 지난 대선정국에서 “대선으로 바꿉시다!”를 소리 높여 외쳤으니 얄밉지 않을 수 있겠는가.


최근 많은 기업들이 오너 회장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말미암아 사회적 비난과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고개 숙인 예가 한두 건이 아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유명한 대한항공이 그랬고 몽고간장이 그랬고 미스터피자가 그랬고 BBQ니 호식이두마리치킨이니 하는 프랜차이즈기업들이 그랬다.


물의를 이들 기업의 오너들은 사회적 비난에 직면해 위기를 탈출하고자 줄줄이 사퇴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오너리스크라는 말이 일반적인 관념으로 인식돼는 시대가 됐다.


‘대선으로 바꿉시다!’는 아주 명민한 아이디어였지만 오너의 적폐논란으로 인해 그 의미가 감퇴했을 뿐 아니라 혹자로부터는 “사기당했다!”는 배신감마저 들게 했던 것이다. 직원의 아이디어일 뿐이라는 주장은 내부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시민들에게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다.


차라리 이쯤되면 조성제 명예회장이 사퇴 등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고서 그런 말을 한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자본은 공산당도 팔아먹고 산다”는 말이 있지만 해도 너무한 거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나는 모르는 일이다. 밑에서 알아서 한 일이다”라는 주장을 편다. 밑에 사람들이 공연히 위에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다는 말이다. 참으로 편리하다. 잘 한 것은 모두 내 탓이고 잘 못한 것은 모두 직원 탓이다. 이때 하는 유명한 말이 있다. “어이가 없네!” 


참 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