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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문재인, 김경수 두고 공민배 선택'론을 위한 변명

경남블로그공동체의 일원이며 동네 형님이기도 한 선비님께서 얼마 전에 <문재인이 김경수 두고 공민배를 선택한 까닭은?>이라는 제목으로 블로그 기사를 한편 썼다. 제목이 섹시해서였던지 반응이 좋아서 갱상도블로그 월간베스트 탑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문재인이 공민배를 경남지사 후보로 낙점한 듯한 제목"


그러나 글을 읽어본 사람들의 의구심도 보통이 아니어서 “왜 이런 단정적인 글을 썼을까?” 하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어떤 지인은 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비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이런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니 제목이나 내용만 보면 마치 문재인이 공식적으로 공민배를 경남도지사 후보로 낙점한 거 같다. 이런 식으로 글을 써도 되는 거냐. 그리고 이건 개인적 희망일 뿐이지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 않는 거 아니냐.”


그래서 나는 “블로거는 개인미디어로서 개인의 희망을 얘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제목을 단정적인 표현보다 ‘문재인이 김경수 두고 공민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정도로 순화시켰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판단과 선택은 독자가 하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해주었다.


어제 한구사회여론연구소에서 조사해 발표한 경남도지사 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김경수 후보가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되는 걸로 나왔다. 김경수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박완수, 이주영 의원 등 어떤 후보와 대결하더라도 배 이상의 차이로 승리한다는 결과였다.


가상대결 결과는 사실상 공민배 1위 


반면에 공민배 후보는 박완수, 이주영 의원과의 대결에서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걸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공민배 캠프 측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울지는 모르나 그러나 따지고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김경수 의원과 민홍철 의원이 출마할 수 없다고 보면 사실상 공민배 후보가 가상대결 1위라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공민배 캠프 측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한국당 쪽에서 이주영 의원이 후보로 나올 경우에는 승산에 자신 있지만 박완수 의원이 나올 경우에는 승산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즉 어느 후보가 나오느냐에 따라 공민배 전 창원시장의 민주당 후보 공천 가능성이 달려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여론조사는 다소 아쉽기는 해도 공민배 후보가 자유한국당 어떤 후보와의 대결에서도 승리한다는 결과를 얻은 것이므로 충분히 만족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어떤 특단의 이슈를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것일 뿐.


자 그럼 본론인 변명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민주당으로서는, 뿐 아니라 지방정권 교체를 바라는 지역의 진보개혁적 유권자들로서는 김경수 의원이 경남지사 후보로 나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김경수라는 간판을 걸기만 하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니까.



김경수의 고민 


하지만 일각 유권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김경수 의원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의 정치 비전을 경남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가둬둘 것이냐 하는 문제가 그에겐 있는 것이다. 김경수 의원에게 있어서 현재의 지형은 자신의 정치적 무게를 늘일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도 김경수 의원을 측근에 두고 집권 중반기(혹은 후반기)에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에게 있어 김경수는 꼭 필요한 존재다. 반대로 이 관계는 김경수에게 있어서도 장래 자신의 정치적 포지션에 아주 유용한 일이다.


일부에서 김경수는 차기 대권후보로 성장할 것이라고도 평가받는다. 그런 그에게 고민이 되는 지점이 하나가 더 있다. 바로 보궐선거 문제다. 경남도민들에게 보궐선거는 깊은 트라우마다. 불과 얼마 전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대선에 출마하며 지사직을 사퇴했다.


이른바 꼼수사퇴로 보궐선거는 치러지지 않았고 현재 경남은 도지사 공석 상태다. 또 그 앞에는 김두관 전 지사가 중도사퇴했으며 그 바람에 홍준표 지사가 탄생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얼마나 피바람이 불었던가. 진주의료원이 폐업하고 무상급식이 폐기됐다. 경남은 한마디로 아수라장, 난장판에 다름 아니게 됐다. 


그리고 또 김경수 의원으로서는 굳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 중원으로 진출하기 위한 포석으로서도 경남지사 선거 출마는 적절하지 않은 수라는 판단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 중후반기에 본인이 해야 할 역할도 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이 정치인들의 기본 속성인데 계속된 질문에 굳이 거듭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도 김경수의 경남지사 출마는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김경수 의원은 더 큰 그림이 있을 것이다.


공민배, 앞으로 두세 달이 중요하다 


공민배 전 창원시장의 소통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민홍철 의원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또 다른 이유로 그 역시 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현직 국회의원이며 굳이 불확실한 미래를 걸고 의원직 사퇴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남는 것은 어느 익명의 평가처럼 “공민배의 실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연말 혹은 내년 1월까지도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뜨지 않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남이 비록 좁은 울타리지만 문재인 정부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땅이기도 하다. 호남에다 부산경남까지 차지할 수 있다면 중원을 손아귀에 넣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반면에 경남을 얻지 못하면 작은 울타리 하나를 빼앗김으로써 농장 전체에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아픔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원하지 않는 상황이 도래했을 때 김경수 의원은 마냥 불출마만 고집할 수 있을 것인가.


지지자들의 출마 요구는 접어두더라도 당장 당과 청와대에서 요구가 있을 것이다. 김경수 의원도 “최악의 상황을 맞아 당의 요구가 있다면 희생을 감내하겠다”는 미묘한 여지를 남겨놓았다. 지금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몇 달 후에 그런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정치는 김경수에게, 지방행정은 공민배에게


김경수 의원이나 민홍철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도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이 정도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은 공민배 전 창원시장으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 두 달이 중요하다. 공민배 진영은 무언가 특별한 대책을 내어놓아야 할 것이다. 확실한 카운터펀치 하나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두 달, 그리고 카운터펀치. 그쪽 캠프 요원은 아니지만 조언을 하자면 그렇다. 필자 역시 선비 형님의 주장처럼 “정치는 김경수에게, 지방행정은 공민배에게”가 옳은 전략이라고 본다. 김경수 카드는 좀 아까운 카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뭐 변명이 잘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모두들 잘 되기를 빈다. 총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