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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이런저런이야기

공짜? 여자는 돈 받고 나이트 간다

아내에게 휴대폰이 새로 내려왔습니다. 내려왔다는 것은, 새로 산 것이 아니고 통신회사에서 휴대폰을 새 것으로 교체해주었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우리 집은 처음부터 죽 KTF만 썼으니까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그런데 제 것은 안 바꿔 주고 아내 것만 바꿔주겠다고 연락이 온 모양입니다. 이것도 ‘레이디 퍼스트’ 원칙이 적용되나 보지요?

그런데 전화를 개통하는데 제가 따라가야 한다는 겁니다. 휴대폰 명의가 모두 제 이름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이지요. 에이, 귀찮은데…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세계평화까지는 아니라도 가정의 평화는 지켜야지요. 그래서 시내에 있는 모 KTF 대리점에 함께 갔습니다.

제 신분증 보여 주고 본인 확인을 해준 다음 휴대폰을 새로 개통할 동안 대리점 앞에 있는 오뎅마차에 갔습니다. 배가 고팠거든요. 오뎅을 먹고 있는데 오뎅마차 아줌마가 놀러온 친구와 대화하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여자의 특권, 공짜"도 옛말, 이제는 돈 받고 나이트클럽 들어간다

“요 옆에 나이트클럽 있잖아. 거기 가면 여자들은 10,000원씩 준다더라. 입장할 때… 원래 그게 창원에 호박나이트라고, 거기서 하던 방법인데, 이자 여기서도 한다고 하더라.”

“그라모 우리 언제 한 번 가보까?”

"여성만의 특권… 무료"도 옛말, 이제 돈을 받고 들어간단다. 사진=뉴시스

옆에 서서 오뎅을 먹으며 듣고 있던 제가 물었습니다.

“아지메. 진짜로 돈을 줍니까? 현금으로요?”

“그럼요. 진짜로 주지요. 입장할 때 문 앞에서 여자들한테는 일일이 10,000원씩 줍니더. 그라고 여자들은 그 안에 들어가면 남자들이 술 다 사주지요. 돈이 하나도 안 든다 아입니꺼.”

아주머니는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왠지 불쾌했습니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아지메. 그런데 그렇게 돈 받고 들어가고, 안에 들어가서도 공짜로 술 얻어먹고 춤도 추고 그러면, 그거 완전히 몸 파는 거 하고 뭐가 다릅니꺼? 아니, 다른 게 아니라 몸 파는 거지요. 아니, 제 돈 내고 당당하게 들어가서 놀다 나오면 얼마나 좋습니까. 이해를 못 하겠네.”

“나도 가서 한 번 따져야겠네요. 왜 남자한테는 돈을 안 주느냐고 말이에요. 사람 차별하는 거냐고 말이죠.”

제 목소리가 언성이 좀 높았던지 오뎅마차 아주머니는 토라져서 말했습니다.

“와, 저보고 따집니꺼. 거기 가서 따지이소.”

“아… 예, 아지메한테 따지는 게 아니고, 나이트 가서 따지겠다 이 말씀이지요. 허허~”

제가 좀 심했나요? 그 아주머니 표정을 보니 매우 기분 잡쳤다는 상입니다. 속으로 좀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쾌하긴 마찬가지군요. 우리 마누라는 그런 곳에 다니지도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그래도 찜찜하네요. 꼭 제가 겁탈 당한 기분입니다.

이거 제가 너무 고리타분한가요?

2008. 12. 12.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