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왜 자꾸 귀신이 나오는 것일까?

참 이해할 수 없다. 줄거리와 특별한 연관성도 없어 보인다. 나이가 60이 다돼가도록(58세다) 이른바 신병에 걸릴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었다. 그저 갑자기, 느닷없이 신병 즉 무병에 걸린 것이다.

신병을 일러 빙의가 됐다고도 하는 모양이다. 멀쩡한 사람의 몸에 다른 사람의 영혼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몸과 영혼이 다른 것이다. 이런 현상이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별론이다. 여기서는 그런 것 따질 필요도 여유도 없다.


다만, 이 시점에 왜 귀신이 등장하는가 하는 것이다. 귀신도 하나가 아니고 여러 명이다. 귀신을 ‘명’이라는 셈법으로 표현해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여러 마리 혹은 여러 분이라고도 할 수 없지 않은가. 아무튼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신기생뎐> 이야기다. 할머니 귀신에 임경업 장군님, 아기동자까지 등장했으니 정말 어떤 네티즌의 말처럼 “이제 남은 건 처녀귀신뿐”이다. 보도에 의하면 이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 SBS측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드라마 제작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방송사도 황당하고, 제작사도 이해할 수 없는 드라마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순전히 드라마 감독과 작가의 고집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 두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것일까? 시청자 입장에서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귀신이 나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무슨 납량특집극도 아니고….

하긴 이런 황당무계한 일은 드라마 초반부터 간간히 있어왔다. 손자(지금은 금자로 이름이 바뀌었다)의 외할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밤중에 돌연히 죽었다. 왜 죽었는가? 이유도 변명도 없다. 그냥 죽었다. 시청자들은 얼굴도 모르는(왜냐하면 한 번도 출연한 적이 없으니) 손자 할머니의 죽음에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러다 얼마 안 있어 아다모의 할머니도 죽었다. 역시 갑자기, 느닷없이, 돌연히 죽었다.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없었다. 그저 밥 잘 먹고 조용히 죽은 것이다. ‘허, 그것 참.’ 물론 이 두 사람의 극 전개와 아주 연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로 인해 손자는 단공주의 집에서 함께 기거하며 단공주와 친해졌다. 아다모와 단사란의 애정전선에 위기가 찾아오는 계기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 두 사람의 죽음이 아니더라도 이 두 개의 스토리는 그대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미 아다모는 가난한 집안의 딸인 단사란과 결혼을 해야 한다는 데 회의를 느끼고 관계를 정리하고자 마음을 먹었던 것이고, 할머니가 죽었다고 결혼적령기의 다 큰 청년이 남의 집에 가서 함께 산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무서워서 그랬다고? 그런 변명이야말로 우스꽝스런 이야기다(하지만 실제로 드라마에서는 무서워서 그랬다).

그 이후에도 황당한 소재들은 계속 등장했다. 기생 길들이기란 명목으로 멍석말이도 나왔다. 21세기에 서울 한복판의 기생집(내가 볼 땐 고급 요정 혹은 룸살롱이다)에서 백주에 벌어진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건 약과였다. 기생머리 올리기?

전통문화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이것은 명백한 성매매다. 보통의 윤락행위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훨씬 비싼 가격에 독점적으로 성을 접대 받을 수 있다는 차이? 그러더니 이젠 마지막으로(정말 마지막이길 빈다) 귀신이 등장했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명(혹은 분)이.

막판에 귀신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이것도 전통문화 홍보차원일까? <신기생뎐>의 제작의도가 그런 것이라고 들었다. 우리나라의 전통 기생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 그러니까 드라마 전체가 우리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홍보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목적이란 것이다.

그러므로 귀신이 나오는 것이 드라마의 줄거리와 전혀 상관이 없이 느닷없다거나, 그렇다고 특별히 재미있는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라거나 하는 것들은 우선 참아두자. 어쨌든 이 드라마의 주요한 목적이 전통문화를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라니까.

그런데 귀신하고 우리 전통문화하고 무슨 연관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전혀 없다. ‘에이, 그럼 그것도 아니잖아.’ 그래서 억지로 생각해봤다. 귀신과 우리의 전통문화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가만 그러고 보니 신기생뎐에 나오는 귀신들이 보통 귀신이 아니다. 그래, 무당이 있었군.

몽골에서는 무당을 샤먼이라고 한다던가. 아무튼 <신기생뎐>의 작가는 소개하고 싶은 아름다운 전통문화에 기생 멍석말이라든가 머리 올리기 외에 무당을 등장시켜 무속신앙을 소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가만히 살펴보면 과거에 만들었던 작가의 드라마들 중에도 무당이 자주 등장했음을 볼 수 있다.

이다해를 스타덤에 올려준 <왕꽃선녀님>의 소재도 무당과 빙의, 즉 신내림 혹은 신병(무병)이었다. 그때는 이다해에게 신이 내렸었다. 이때는 드라마 전체가 그와 관련한 이야기였으므로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느닷없이 귀신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니 그게 문제다.

그리고 드라마의 재미에도 아무런 역할을 해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잘 보고 있다가도 귀신 나오는 바람에 기분 잡친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인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국도 제작사도 이해하지 못하는 황당한 일을 작가와 감독이 계속 고집하는 이유는?

역시 황당한 답지이긴 하지만, 전통문화에 대한 작가와 감독의 고견 때문이 아닐까. 그것 말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 “그럼 무속신앙이 전통문화냐?” 하고 핀잔을 주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거기에 대해선 나도 노코멘트다. 왜냐하면, 아는 게 없으니까.

아마도 이런 나의 판단에 따라 생각해보면, 다음 주엔 틀림없이 무당이 등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씻김굿 이런 것을 할 테지. 그리고 정신이 돌아온 시아버지는 자신을 구해준 며느리에게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할 것이다. 게다가 며느리가 금병원 원장의 외동딸인 것이 밝혀지면 그 감동은 천만배가 될 터이다.

언젠가 인터넷 상에서 이런 얘기를 본 적이 있다. “<신기생뎐> 작가가 무당이라고 하더라.” 당연히 터무니없는 이야기일 것이 분명한 이런 유언비어가 떠도는 것도 사실은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작가의 드라마 이력에서 보듯이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나저나 아수라 역의 임혁 씨, 정말 고생이 많겠다. 사극에서 근엄하고 의기 넘치는 장군 역을 주로 맡았던 임혁 씨가 이 드라마에선 강아지를 안고선 “어이구, 우리 아들 아빠가 보고 싶었져” 하며 푼수를 떨더니 이젠 귀신에 씌어 팔자에도 없는 할머니에 어린아이 행세다.

어쨌거나 이 드라마를 본 많은 사람들로부터 작가와 감독이 원하는 소기의 성과, 곧 기생집과 무당이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라는 각성과 찬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것이 궁금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 생각은 그들의 의도와는 반대방향으로 흐를 것 같은 분위기다.

기생문화와 무당문화를 더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무속신앙을 신앙이 아닌 문화예술 차원으로 승화시키겠다며 무속예술인협회도 만들고 문광부에 등록신청도 하고 하는 걸 보았는데, 그런 분들이 보면 어떻게 평가할지 그것도 궁금하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독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뭐라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지 마라!”

ps; 드라마에선 아수라란 이름이 귀신들이 들어가기 좋아하는 이름이라 아수라가 신병에 걸렸다고 그러는데, 이 이야기도 참 황당의 극치다. 이름 때문에 귀신에 씌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놈의 이름 때문에?

Posted by 파비 정부권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황당함이 도를 넘어도 보통 넘은 것이 아니다. 기생이 결혼을 한단다. 아, 기생은 결혼을 못하나? 할 수 있다. 해야지, 암. 그리고 기생도 버젓한 직업인 이상 결혼을 하고도 얼마든지 직장생활 할 수 있다. 남편이 이해한다는 전제 아래.

그런데 이건 정상적인 결혼이 아니다. 단골손님 중에 재력 있는 사람을 골라 소위 ‘머리를 올리는 것’이다. 머리를 올린다는 것은 한마디로 머리를 올려주는 남자와 언제든지 동침하겠다는 상호간의 의사표시를 확인하고 첫날밤을 치른다는 것이니, 머리도 아무나 올려줄 수 있는 것은 아닌 셈.

이게 아마도 듣기로는 조선시대 기생들 세계에서 있었던 모양인데, 이른바 기둥서방을 두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기둥서방이 있다고 하여 술집 기생이 기둥서방하고만 성관계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신기생뎐은 그렇다고 말하는 모양이지만, 천만에 만만에 말씀.

단지 머리를 올려준 기둥서방은 뒷돈을 대주면서 언제든지 성적 요구를 할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일 뿐, 기생은 여전히 손님방에 들어가 술을 따르고 노래를 부르며 갖은 애교를 다 떨다가 종래엔 손님이 원하는 바에 따라 함께 잠까지 자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또 돈이 된다.

하기야 절개가 있고 지조가 곧은 기생도 없지 마란 법은 없다. 아마도 단사란이 그런 기생일지도 모른다. 사란이라면 마이준 사장 말고는 그 누구와도 동침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마이준과도 별로 동침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지도 모르나 그렇게 엄청난 경제적 후원을 받으면서 잠도 자주지 않는다는 건 계약위반.

마치 룸살롱에서 2차비를 미리 받은 접대부가 2차를 빼먹고 줄행랑을 치는 것과 같다. 그러니까 신기생뎐은 온갖 포장으로 기생 세계의 건전한 상식에 의한 결혼행위로 치부하고 있지만, 마이준이 단사란에게 집을 사주고 돈을 주고 하는 것은 미리 2차비를 주는 것과 똑같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가당찮은 성매매 작업에 단사란의 양부와 계모도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부용각의 대마담이나 마이준은 단사란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란 사실을 알 턱이 없다. 사란의 부모에게 “나 당신 딸을 돈 주고 사서 두고두고 성관계를 가질 요량이요!” 하고 통지하는 이 엉터리 같은….

기생들, 외화벌이에도 공 많이 세우고 있어요. 2차에다 머리까지 올리면 외화 팍팍 들어온답니당~

실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아니 부용각의 마담들이나 마이준이야 원래 그렇고 그런 썩어빠진 부류의 인간 말종들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또 단사란의 계모가 쾌재를 부르며 좋아 날뛰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단철수가 마이준을 만나러 가기위해 넥타이를 매고 있는 모습은 또 뭔가(ps; 지금-8일 일밤 10시- 보고 있는 중인데, 상견례에서 고급 술 선물 받고 입이 헤벌래 해진 단철수, "우와, 비싼 술이네!" 이거 아버지란 것이 완전 미친 놈이다). 

신기생뎐으로 인해 대한민국 화류계에도 새로운 전통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물론 싸구려 술집들이야 생각도 못할 일이고 어디까지나 고급술집들에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이 드라마를 보는 대한민국 10% 안에 든다고 자부하는 인간들, 정말 기분 좋겠다. 까짓 아파트 한 채쯤 사주고 맘대로 성노리개감으로 쓸 여자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아.

그런데 또 참기 어려운 황당함 하나. 몸 판다는 사실을 온 동네방네 소문 다 낸다는 것. 단사란의 친구 금라라도 알게 됐고(라라가 알게 됐으니 주변 친구들이 알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단공주와 손자, 아다모의 어머니(나중에 시어머니가 될 여자다), 한순덕(사란의 생모다)도 알게 됐다.

뭔 자랑이라고 이렇게 떠벌리는지. “제발 몸 팔지 말라”고 울며 사정하는(뭐 머리 올리지 말라고 하는 거나 몸 팔지 마라는 거나 내가 보기엔 같은 말이다) 아다모, 단공주, 금라라가 나는 너무 웃긴다. 아니 기생이 직업정신을 발휘해 머리를 올리고 바야흐로 전문직업인의 길로 가겠다는데 웬 난리들? 헉, 이거 내가 왜 이러지?

아, 이제 우리 사란이 머리까지 올리면 목돈 팍팍 들어오겠네... 오, 이게 꿈이냐, 생시냐!

신기생뎐 자꾸 보다가 나도 정신이 혼미해져가고 있는 듯. 보던 드라마 중간에 끊기가 드라마광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직접 물어보면 알 일이고… 암튼^^ 신기생뎐 쓴 임성한 작가, 문은아와 더불어 막장계의 쌍벽이라더니, 이번엔 제대로 실감나네.

그래도 아니라고 변호하던 나도 이번엔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나저나 김보연이 젤 불쌍하다. 기생집 마담 주제에 뭔 대단한 전통문화라도 지키는 지사인양 폼 재는 그녀가 너무 역겨워 토 나올 지경인데, 그녀는 오늘도 아름다운 기생문화를 지키며 외화벌이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고 자랑질이니… ㅠㅠ

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기생뎐이 큰 사고를 쳤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21세기에 멍석말이라니. 이건 해도 너무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 신기생뎐을 치면 멍석말이 설정에 대한 불만들로 뜨겁다. 불만 정도가 아니라 분노에 가깝다.

도대체 왜 이런 설정을 한 것일까?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기생은 일단 여자다. 기생집 부용각의 왕마담 오화란이 소속(?) 기생에게 멍석말이를 지시했다. 당연히 여자를 멍석에 말아 몽둥이로 두드려 패라는 얘기다. 그럼 누가 패는가?  

신체도 건강한 남자다. 이걸 보는 순간, 갑자기 숨이 멎을 것 같은 충격과 당혹감,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들이닥쳤다. 그야말로 들이닥친 것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느닷없이 한 명의 기생이 마당으로 끌려나와 멍석말이를 당한 다음 부용각에서 쫓겨난다.

허허, 그것 참. 하긴 그렇다. 신기생뎐의 주특기가 예고가 없다는 것이다. 일전에도 그랬다. 아다모가 단사란에게 이별을 통고할 때도 그랬다. 매우 일방적인 이 행동은 시청자들에게조차 아무런 언질 없이 진행됐다.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일본으로 훌쩍 떠나 온천욕 잘하고 와서는 “이제 우리 그만 만나자. 너를 만난 건 그저 장난이었어. 어쩌나 보려고” 하고 말하는 아다모를 과연 시청자들 중 누가 이해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이거 뭐야. 자다가 홍두깨도 아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한 명의 기생이 손님 중 누군가와 몰래 데이트를 즐겼다는 이유로 멍석말이를 당한다. 내참,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람? 일단 이 장면을 검찰이나 경찰이 보았다면, 즉각 인지수사에 들어가야 할 판이다.  

집단폭행 장면을 보고도 모른 체 한다면 틀림없는 직무유기다. 그런데 왜 이런 장면이 등장하는 것일까? 신기생뎐의 작가에게 혹시 윤리적 감성이나 정서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 것이 나의 지나친 상상력 과잉인 것일까.  

아버지가 딸을 기생집에 팔아넘기는 장면도 그렇다. 이건 지나쳐도 정말 지나쳤다. 딸을 가진 아버지의 입장에서 정말 보기에 곤욕스러운 장면이었다. 마치 내가 저지르는 짓인 양 온몸이 오글거리며 부끄러웠다. “아니, 내가 왜? 내가 뭣 때문에?” 그렇다. 내가 무슨 죄 졌나?  

그렇지만 옆에 있는 마누라 보기도 미안하고, 만화에 빠져있는 딸에게도 민망했다. 젠장…. 하긴 뭐 굳이 말하자면 팔아넘긴 건 아니다. 그저 부탁한 거다. “너도 우리 집 사정 잘 알잖니. 네가 이해해라.” 그 한마디에 착한 단사란이 훌쩍거리며 심청의 마음으로 떠난 거다. 기생집으로.  

하지만 이건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이었다. 어제 보니 사란이의 계모가 사란이가 기생질해서 벌어다준 돈으로 시장을 엄청 많이 본 모양이다. 입이 헤벌래하니 찢어진 것이 무척 행복한 표정이다. “하이고, 저런 것들도 사람이라고 시장에서 비싸고 맛난 거 사다 먹는 즐거움은 아는 모양이네!”  

애비라는 작자가 기생집으로 떠나는 딸을 배웅하며 슬픈 눈망울로 “가서 건강해야 된다”고 말하는 단철수를 보며 얄궂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건강해야지. 네가 아프거나 다치거나 그러면 너의 수입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테고, 그건 우리의 불행이지, 암.” 

애비와 애미(비록 피 한 방울 안 섞인 양부와 계모라지만. 단사란은 그래도 갓난아이 때부터 25살이 된 지금까지 단철수를 친아빠로 알고 살았다)가 함께 작당해서 딸을 기생집으로 보냈으니 이건 분명코 집단폭력이요, 사란이가 번 돈을 받아다 쓴다면 기필코 중간착취다.  

여기다 이젠 물리적 폭력까지 등장했다. 폭력의 대상은 연약한 여성이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건장한 남자들이다. 떡대 같은 남자들이 모포로 둘둘 말아 땅바닥에 엎어놓은 여자를 향해 몽둥이로 마구 갈긴다. 자세히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엉덩이도 때리고 등짝도 때리고 무차별이다.  

게다가 폭력을 지시하는 사람이 부용각의 왕마담 오화란 대표다. 이 또한 사용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힘없는 근로자를 구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일전에 모 재벌그룹 2세인지 3세인지가 이른바 매값폭행으로 근로자를 사정없이 구타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이 있었다. 

혹시 작가가 그 사건을 패러디한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왕꽃선녀님, 하늘이시여, 보석비빔밥 등 작가의 전작들을 빼놓지 않고 보았던 입장에서 작가에게 그만한 사회 비판의식이 있으리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뭐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소견이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왜 이런 설정을 느닷없이(!) 집어넣은 것일까. 결론은 소소한 에피소드들의 나열로 편안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작가의 주특기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손자(성이 손이요, 이름이 자다. 오해마시길)의 할머니나 아다모의 할머니가 갑자기 사망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작가는 어쩜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죽음, 인간의 본성에 공존하는 사악함과 선량함, 우연처럼 전개되는 필연적인 운명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일부러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집어넣는 것일지도 모른다. 전작들에서도 이런 경향은 늘 보였다.  

하지만 이번엔 좀 심했던 것 같다. 느닷없는 죽음의 릴레이에 이어 애비가 딸을 기생집에 팔아먹는 것도 그렇지만, 술집 기생이 손님과 전화 좀 하고 따로 몰래 만나 데이트 몇 번 했기로서니 멍석말이를 해서 쫓아낸다는 게 에피소드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쫓아내는 것은 그래도 이해를 할 수 있다고 치자. 물론 이것도 엄격하게 말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생도 엄연히 서비스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라고 봤을 때, 이는 명백한 부당해고다. 아마 쫓겨난 기생은 노동위원회에 권리구제 신청을 하고, 법원에도 해고무효확인소송을 할 준비를 해야 할 듯하다.

그렇지만 폭행이라니. 그것도 멍석말이라는 전근대적 방식을 통한 집단폭행이다. 이는 어떤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집단적인 린치를 당하는 여성을 앞에 두고도 아무 말 못하는 저 가련한 인생들이라니. 그들에겐 심장도 없는 것일까?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그게 곧 냉엄한, 너무나 솔직하고 정확한 우리의 현실이다. 기생이라는 점만 뺀다면, 사실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다만, 매일 당하고 살면서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지만, 모 재벌2세의 맷값폭행에 당한 노동자가 그 한 사람뿐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 노동자 외에도 다른 많은 직원들이 비슷한 폭력에 희생되어왔지만, 그들도 부용각의 기생들이나 직원들처럼 아무 말 못하고 지켜보아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다른 방송사의 드라마 근초고왕에서 반역을 일으킨 계왕의 두 아들이 백제의 수도 한성의 광장에서 참수당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군중들이 떠오른다. 바로 그것이다. 기생 멍석말이나 맷값폭행이나 근초고왕의 공개처형과 똑같은 것이다. 

경고, 혹은 시범케이스. 마음 편하게 보던, 또 그러길 추구하던 드라마 신기생뎐에서 이 시범케이스는 에피소드로서 너무 살벌한 것 아닐까? 충성도 높은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부탁해본다. 좀 살살해주시면 안 될까요? ㅎㅎ

글고요^^ 기생은 뭐 사람 아녀요? 연애 좀 했다고 매질이라니. 보아하니 부용각 기생들도 하는 짓이 다들 천박한 것이 일반 요정의 작부들과 하나 다를 게 없더구만, 무슨 요정이 아니라고 그러세요? 하긴 나 같은 사람은 돈이 없어 요정 출입도 못해봤지만서도….

아무튼, 기생이면 기생이지 고급기생은 또 뭐냐 그런 말이지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계모 지화자를 보자면 목불인견이란 말도 부족합니다. 그녀는 도대체 어떤 여자인가? 야비하고, 음흉하고, 간사하며 거기다 포악하기까지 한 그야말로 계모의 전형입니다. 이런 계모의 전형 하니 생각나는 것이 신데렐라에서 이미숙이 보여주었던 계모입니다.

이미숙의 계모 연기는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그녀에게 연민의 정이 넘쳐났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신기생뎐에 등장한 계모 지화자는 여기에다 하나 더 보탰습니다. 어처구니없음.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기생 되기 싫다는 사란이가 밉다고(사실은 괴롭혀서 기생 안 하고는 못 배기게 하려고) 아끼는 실크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려버립니다.
신발도 죄다 신발장에서 꺼내 베란다에다 버리듯이 던져놓습니다. 기가 막힌 일이지요.

▲ "사란이 요것이 빨랑 손님방에 들어가야 팁을 듬뿍 받아 돈을 팡팡 벌어 올 텐데..." 꿈에 부푼 사란의 계모

지화자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은 사실 신기생뎐 작가의 전작 하늘이시여에 나오는 김배득이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배득이도 양녀 이자경을 이런 식으로 등골 빼먹었었지요. 지화자를 보고 있노라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김배득을 보는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화자와 김배득이 하는 꼴도 비슷하지만, 하늘이시여의 이자경과 신기생뎐의 단사란의 처지도 비슷합니다. 이자경도 친부모라 믿었던 부모가 양부모였으며,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실은 양아버지)가 재혼해 계모로 들어왔던 것입니다.  

지화자도 마찬가지죠. 친부모라 믿었던 단사란의 양부모 중 어머니가 죽자 양부 단철수는 지화자와 재혼했던 것입니다. 복잡하긴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똑같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무튼, 지화자나 김배득이나 의붓딸 등골 빼먹기로 작정한 악당들입니다.

물론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되겠지요. 김배득이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후회와 더불어 크게 반성했고 그 반성을 착한 이자경이 이해하고 보듬어주었지요. 이자경의 친부모도 나노라하는 부자였던 것입니다. 하하, 듣고 보니 너무나 똑같은 설정에 놀라셨죠?

그러나 딱 한 가지 김배득과 지화자 사이에 다른 것이 있습니다. 김배득의 재혼한 남편, 즉 이자경의 양부는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에 이미 죽은 것으로 나오는데 반해 단사란의 양부, 즉 단철수는 버젓이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 사란의 아버지.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게 살려고 하는 인물. 소박하지만 나름 촌스런 멋에 산다? 하이고, 두번만 촌스러웠다가는 마누라도 기생집에 팔아먹겄다.

이자경은 계모로부터 보호해줄 아버지가 없었지만, 단사란은 그런 아버지가 있었던 것이죠. 비록 양부이긴 했지만, 그러나 얼마 전까지 까맣게 친부모로 알고 살았지 않습니까? 바로 이 지점이 저를 화나게 하는 것입니다.

단철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겉으로는 대개 착한 척 행동합니다. 말도 차분차분, 조심조심, 목소리도 절대 높이지 않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대단히 수양이 높고 배운 것도 많은 사람처럼 보입니다. 사란이에게도 아빠로서 너무나 자상하게 대합니다.  

그러나 계모와 사란이가 다투는 꼴을 보면서도 취하는 태도를 보고는, “아니, 이 사람 도대체 왜 이래?” 하고 크게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바보라도 대충 돌아가는 낌새를 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금세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아예 모른 척 합니다.

오히려 사란이더러 “네가 왜 이러니? 엄마가 어쨌다고 그래?” 하는 거죠. 눈앞에 벌어진 패악질을 보면서도 그럽니다. “헉, 저 사람 마누라한테 완전 넘어가서 눈깔에 뵈는 게 없어진 거야?” 하긴 그럴 수 있습니다. 미련한 남자들은 대체로 여자들한테 잘 넘어갑니다.

그래서 갓난애 때부터 25년이나 키운 딸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그때부터 계모보다 이 아빠라는 작자가 더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헉~ 웬걸, 이 아빠란 자의 실체가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딸더러 기생이 되라는 것입니다.

▲ 단사란의 남자친구와 의붓자매만이 사란이가 기생이 된 것에 분노하며 저항하지만... 사란이 아빠, 단철수란 작자는 "그래, 가서 몸 건강하고..."가 고작이다. 에혀~ 말세가 따로 없다.

단철수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계모가 부리는 온갖 패악질이 사란이를 부용각에 보내 기생으로 만들려는 수작이란 것쯤은 모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단철수는 그걸 뻔히 알면서 모른 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게다가 계모의 충동질에 넘어가서(넘어간 건지, 사실은 자기도 그렇게 바라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랑스런 딸 사란이에게 “부탁이다. 제발 기생이 되어다오! 그래서 돈 많이 벌어 네 계모와 나를 호강 좀 시켜다오!” 하고 애원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아, 애원은 아니었다고요? 그냥 그저 “우리 집 사정이 그렇잖니. 너도 잘 알잖아. 부탁이다” 이 정도로 마지못해 부탁한 정도라고요? 그게 바로 인면수심이란 겁니다. 겉으로는 착한 척, 불쌍한 척 온갖 주접을 다 떨면서 내심에 움직이는 욕망을 다 채우는 악당.

신기생뎐에서 지화자가 아무리 악당이라도 단철수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지화자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녀는 단사란에게 아무런 정이 없습니다. 단사란은 그저 귀찮은 남편의 전처가 낳은 의붓딸일 뿐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도 아닙니다.

남편은 사란이의 친부모가 아니었습니다. 거칠 것이 무에 있겠습니까? 이미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것들은 엿 바꿔 먹은 지가 오래인 마당에. 아니, 지화자는 원래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단철수는 어떻습니까?

▲ 출생의 비밀(친딸이 아님이) 밝혀져서? 그래서 눈물나게 고맙고 해서 기생이 되기로 결심했고, 단철수는 그런 딸이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그런 건가? 저 야비하고 가증스러운 아버지의 표정을 보라! 저게 인간인가?

그는 강보에 싸인 갓난애일 때부터 사란이를 안고 키웠습니다. 그들 부녀는 그렇게 25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보여주기로는 그들 부녀사이는 대단히 애틋한 것처럼 보입니다. 25년 동안 사란이는 단철수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아빠로 믿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단철수는 그 25년의 정을 순식간에 배반했습니다. “사란아, 우리 형편 알잖니. 게다가 네 계모는 허영심이 많아 돈 씀씀이가 보통이 아니란다. 이 아파트 월세도 한 달에 2백 가까이 한단다(이건 완전 미쳤다). 네가 기생이 돼 돈 많이 벌어주면 네 계모와 내가 참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텐데, 흑흑.”

사란이가 무슨 심청입니까? 단철수가 무슨 심 봉사라도 됩니까? 사란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정으로 기생이 되기 위해 부용각 대문으로 들어섰을까요? 심 봉사는 뒤늦게 심청이 자기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갔다는 소리를 듣고 대성통곡합니다.

그런데 단 봉사는 예의 그 착잡한 표정을 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하는 거 같군요. “그래, 사란아. 고맙다. 아무쪼록 훌륭한 기생이 되어 손님들에 팁도 듬뿍 받고 돈 많이 벌어다오. 나는 그 돈으로 네 계모와 더불어 호의호식하며 떵떵거리고 잘 살아볼게.”

끔찍하군요. 신기생뎐에는 여러 명의 악역이 등장합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지화자이죠. 장주희도 악역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악역이라기보다는 개인적 욕망에 충실한 이기적인 현대인을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중인격자죠.

부용각 마담 오화란도 마찬가집니다. 그녀도 지금은 선량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역시 욕망을 숨기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모사를 부리는 이중인격자입니다. 사란의 친모인 한순덕을 무척 아끼고 위해주지만, 그녀와 금어산의 관계를 알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악당의 얼굴을 드러낼 겁니다.

▲ 단철수에겐 너무나 싹싹한 새마누라 지화자. 기생집 부용각에서 몰래 싸온 음식을 보며 흐뭇하다는 듯 머저리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단철수. 불쌍한 인생들이다. 곧 크게 후회할 거다.

그러나 어떤 악당들보다도 단철수가 단연 으뜸입니다. 그는 실로 인면수심입니다. 아, 그래도 지화자가 제일 악당이라고요? 하하, 천만에 말씀을요. 단철수는 천륜을 저버렸습니다. 딸을 기생집에 팔아먹은 짐승의 심장을 지닌 인간, 그게 바로 사란이 아빠, 단철수입니다.

단철수가 사란이의 생부가 아니어서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신기생뎐은 지독한 혈연주의가 지배하는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 작가의 모든 작품들이 실은 혈연주의, 제 핏줄 찾기가 주요 테마입니다. 그래서 그런 설정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친딸이 아니니까, 얼마든지 기생집에 팔아먹을 수 있는 거야! 제 피붙이였다면 절대 안 그랬을 테지.” 작가가 정말 그런 마음으로 단철수란 끔찍한 인간형을 그렸을까요? 제발 실수이길 바랄 뿐입니다. 아무튼….

신기생뎐 최고의 악역은 지화자가 아니라 사란이 아빠, 단철수였습니다. 단철수,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군요. 하지만 그들은 곧 커다란 후회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단사란의 친부모가 나타나고, 단사란이 금사란이 되는 순간 그들은 땅을 치고 후회할 것입니다.

“아,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기생뎐을 재미있게 보고 있지만, 이번 주엔 어쩐지 마음이 찜찜하네요. 단사란 때문인데요. 그녀가 결국 기생집으로 들어가고 말았어요. 드라마의 제작취지를 보면 기생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니 어쩌니 하지만 결국 기생은 기생일 뿐이죠.

신기생뎐에 등장하는 기생들도 하는 일을 보면 돈 많은 손님들 옆에 앉아 술 따르는 게 고작 아닌가요? 기생문화? 그러니까 언필칭 기생문화란 것도 별 거 아니에요. 좋은 손님 만나면 팁도 듬뿍 받을 수 있겠죠. 돈을 위해 웃음과 몸을 파는 직업, 그게 기생이지요.

아무튼 사란이는 애초부터 기생이 될 운명이었어요. 작가가 미리 그렇게 운을 지어놓은 것을 어쩔 수는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이건 아니에요. 작가는 도대체 사람의 저 깊은 곳에 존재하는 악마적 감성을 얼마나 끄집어내 보이고 싶은 것일까요?

▲ "사란이 요것이 빨랑 손님방에 들어가야 돈을 팍팍 벌 수가 있는데!!" 꿈도 야무진 계모다. 하지만 나중에 단사란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 땅을 치고 후회할 불쌍한 계모... ㅋ

 

사란이의 계모가 악당인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녀를 완전 나쁜 여자라고만 말할 수는 없어요. 그녀에게도 착한 피가 흐르고 있으니. 손자의 할머니가 죽었을 때 보여준 호의는 아마도 진심이었을 거예요.

그녀는 진심으로 손자를 걱정하고 위로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모습이었죠. 게다가 그녀는 다정하기도 해요. 남편을 위해 그토록 애살맞게 구는 여자가 과연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선 단철수는 참 행복한 남자에요. 복도 많아요.

지화자가 좀 과격하게 못생기긴 했어도 단철수에겐 제격이죠. 기생집 부용각 주방에서 맛난 안주를 훔쳐다가(먹고 남은 음식을 싸가는 게 꼭 훔쳤다고 할 수는 없을 텐데, 단속하더군요) 소주를 곁들여 남편 먹이겠다는 정성을 보면 실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죠.

그런 그녀가 그럼 왜 그토록 단사란에겐 모질게 대했을까? 그건 이 드라마 작가가 만들어낸 그동안의 작품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신기생뎐을 지탱하고 있는 바탕에 흐르는 정서도 혈연주의에요. 그것도 철저한 혈연주의죠.

금라라를 25년이나 키운 장주희가 그렇게 쉽게 금어산과 이혼을 결심하고 집을 나갈 수 있었을까요? 물론 장주희가 금어산과 갑자기 이혼하겠다고 해서 모두들 놀라긴 했지만, 그건 사실 엉뚱하게 벌어진 일은 아니었어요. 이미 장주희는 외도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장주희는 어떻게 그렇게 쉽게 딸을 버리고 집을 나갈 생각을 할 수가 있었을까요? 혈연주의에 의하면, 장주희에게 라라는 25년이나 키운 정이 있지만 어차피 남일 뿐이에요. 진짜 딸이 아닌 거죠. 그러니 그토록 쉽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이에요.

혈연주의. 바로 그거에요. 지화자는 계모일 뿐이란 거죠. 만약 단사란이 아니라 친딸 단공주였다면 어땠을까? 절대 부용각에 들여보낼 리가 없죠. 더욱이 지화자와 단철수가 재혼한 것이 불과 몇 년 되지도 않은 듯이 보이니, 단사란에게 정이 두텁게 있을 리도 만무하죠.

▲ 단사란의 친부모들. 이들은 25년만에 운명처럼 이렇게 만났다. 잃어버린 딸만 찾으면 완벽한 가정이 이루어지는 셈인데...

그러므로 전통적인 계모의 행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화자가 단사란을 괴롭혀 부용각에 들어가게 만든 건 어쩌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에요. 그럼 사란이 아빠는? 이거 정말 괴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군요. 아무리 그래도 사란이 아빠는 그래선 안 되지요.

모두들 알고 있는 일이지만, 단철수는 사란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지화자도 그걸 알았으니 사란이를 기생집으로 들여보내는 일에 훌륭한 명분을 얻은 셈이죠. 단철수를 꼬드겨 단철수로 하여금 사란이를 기생집으로 들어가도록 종용하는 지화자. 정말 지화자~네요.

그럼 단철수는 어떻게 25년이나 키운 딸을 기생집으로 보낼 생각을 할 수가 있었을까요? 거기다 직접 자기 입으로 “얘, 너 우리집이 너무 어려운 거 잘 알고 있잖니? 부탁한다” 이렇게 말할 수 가 있는 것일까요? 차마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이 드라마가 지독한 혈연주의 정서를 기본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세요. 단철수도 결국 단사란이 자기 친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럴 수 있는 것이에요. 그게 바로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인간의 저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악마적 감성 아닐까 싶네요.
 

▲ 이번엔 금강산이 자기 핏줄일지도 모르는 손자(참고로 손자는 성이 손이요 이름이 자임)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그건 그렇고, ‘제 핏줄 찾기 운동’이 또 다른 곳에서 벌어졌네요. 금어산의 동생 금강산이도 어디 다른 곳에다 씨를 뿌려놓았던 모양이에요. 라라의 친엄마 신효리가 알면 기절초풍할 일이에요. 허허, 그것 참.

이미 친부모가 밝혀진 라라에다, 손자까지. 그리고 종내엔 주인공 단사란의 친부모가 밝혀지면서 이 드라마는 해피엔딩하겠죠. 기생 전력도 막강한 금어산의 딸이란 사실 하나만으로도 천민자본주의의 포로인 아수라에겐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되지 못하죠.

실로 천박한 자들의 유치한 혈연주의 행렬, 그게 바로 신기생뎐이란 생각이 드네요. 그러나 사실 그게 어디 먼 나라 이야기인 것은 아니에요. 바로 우리들 이야기죠. 아마 어쩌면, 신기생뎐에서 보여주는 천박하고 유치한 인간들의 이야기야말로 가장 솔직하고 진실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죠.

“피는 물보다 진하다”란 말도 있으니까요. 아, 이건 이럴 때 들이대는 말이 아닌가요? 하하. 하지만 이는 동서고금의 진리죠. 그나저나 단사란. 기생 데뷔 첫무대에서 벌써 손님들의 사랑(아니 이런 건 귀여움이라 해야 되나? 아님 무엇? 에이 모르겠다)을 독차지할 모양이네요.

▲ 수표 한장 받고, 이쁘다고 또 받고(좌) 이런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는 기생 마담 "우리집에 물건 들어왔어!" (우)

초반부터 팁을 듬뿍 받았네요. 수표가 무려 두 장인데…, 한 장에 얼마짜린지…, 십만 원, 아님 백만 원? 보통 부용각 같은 기생집에 가서 팁 줄 때 수표 주면 몇 만 원짜리 줘야 하나요? 저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리… 흐흐흐.

아이고, 이거 혈연주의 이야기 늘어놓다가 정작 ‘단사란이 기생이 된 이유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았네요. 사란이는 왜 기생이 되었을까요? 아다모에게 복수하고 싶어서? 그리하여 나아가 세상 모든 남자들에게 복수하고 싶어서? 길길이 날뛰며 찾아온 다모에게도 그런 이유를 밝혔군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원래는 돈 때문이었지요. 무능한 아버지와 허영심으로 가득 찬 계모가 벌인 어이없는 행각을 수습하려면 돈이 필요했고, 할 수 있는 일은 기생이 되는 것뿐이었지요. 한 달 집세(임대료)가 얼마라고 했더라? 이백만 원? 백오십만 원?

그렇지만 그것도 선뜻 이유라고 들이대기엔 뭔가 허전한 구석이 있어요. 사란이처럼 야물딱지고 사리분별이 분명한 아가씨가 기생이 돼 번 돈으로 그 비싼 집세를 충당하면서 계모와 양부의 허영심을 채워주려 한다는 점이 도무지 납득이 안 가는군요.

앞을 못 보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효녀 심청도 아니고…. 그럼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아름다운 전통문화, 기생문화를 홍보하기 위해서? 그런 이유라면 뭐 납득하고 말고를 떠나 그 정신을 높이 사야겠지요.

▲ 외국인 손님들도 우리 기생문화에 "오우, 원더풀!"을 남발하는군요. 후후, 사란이는 끝까지 술은 안 따르겠다고 하는데 술집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한번 무너지면 2차도 절대 불가능한 게 아니죠.

아름다운 전통 기생문화를 홍보하기 위해서라…, 흐흐~ 거기다 손님들에게 팁으로 돈도 듬뿍 받을 수 있다면? 이야말로 일석이조, 가재잡고 도랑치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아이고 이런 또 실수를… 아무데나 이런 비유를 득먹이면 곤란하겠지요?

그렇다면 사란이는 도대체 왜 기생이 된 것일까요? 돈 많이 벌어서 단공주를 위해 쓰려고요? 그랬잖아요. 마음속으로 이렇게. “공주야, 너는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내가 만들어줄게. 꼭 그렇게 해줄 거야.” 그런데 이건 혈연주의하곤 완전 어긋나는 시추에이션인데…??

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기생뎐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 신인들의 발연기, 막장스런 설정과 대사의 남발…. 저도 사실 보고는 있습니다만, 온몸이 오글거리는 경험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쓴 시나리오도 아닌데 괜히 부끄러워지고 뭐 그런 것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하늘이시여나 보석비빔밥도 막장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 배우들의 호연 탓이었는지(물론 저의 개인 소견입니다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좀 경우가 다르군요.

우선 시나리오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글쎄요, 시나리오 없는 드라마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엄밀히 말하면, 스토리가 없다고 해야겠죠. 출생의 비밀, 기생집, 신데렐라 이 세 가지 소재를 두고 중간중간에 억지스런 에피소드와 대사를 버무리는 게 이 드라마의 시나리오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무엇 때문인지 글의 중간 부분이 상당부분 유실됐습니다. 이미지를 올리고, 좌우 줄맞춤 하는 과정에서 티스토리에 불안정 요인이 발생한 듯^^.. 기억을 더듬어 복구하려고 합니다만, 요즘 저도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무슨 이야기를 썼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여기서부터 대충 기억을 더듬어 복구하기로 합니다...>


초반부터 신기생뎐이 막장 논란에 휩싸일 때도 저는 간간이 그렇지 않다고, 보석비빔밥을 보며 가졌던 확신으로 조금 기다려 보자고 변호하는 글을 올리고 했지만, 이젠 정말 그럴 힘이 없어졌습니다. 저로서도 헷갈리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왕 보던 거 끝까지 보자는 게 저의 주의이니.

갑자기 헤어지자고 선언한 아다모의 행동은 참으로 황당했습니다. 그가 헤어지자고 할 만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거든요. 아마 느닷없이 일격을 당한 단사란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다모는 이렇게 말했었지요. “네가 하도 도도하게 구니까 어떻게 하나 한 번 놀려본 것일 뿐이야.”

하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재벌2세의 심리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다모는 어느 날 갑자기 가방을 싸서 일본으로 횡하니 날아갔습니다. 뭣 때문에 가나 했더니 마치 근처 찜질방에 가듯 그렇게 일본 온천에 목욕하러 간 것이었습니다. 휴~ 알고 보니 단사란과의 게임(!)을 정리하러 간 것이었군요.

그런데 이런 아다모의 돌발적인 행동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건 작가의 머릿속에만 있는 이유이지 우리로서는 도무지 알 길 없는 사연입니다. 신기생뎐도 벌써 50부 중에 20부가 지났으니 이제 단사란을 부용각의 기생으로 만들 때가 된 것입니다. 한창 로맨스에 빠진 주인공을 기생집으로 내몰기 위해선 무슨 방법이 있을까?

단사란과 아다모의 사랑을 불장난으로 만들어 깰 필요가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하여 일단 단사란을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와중에 애꿎은 인명이 두 사람이나 죽어야 하다니…

<대충 여기까지 기억을 더듬어 복구했습니다만, 원 글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앞뒤가 좀 안 맞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급살 이야기를 하다 하니 제 글도 급살 맞았나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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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목욕을 끝낸 아다모가 귀국(이걸 귀국이라고 해야 될지…) 하는 날 다모의 할머니가 단사란과 아다모를 소개시켜줄 생각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갑자기 손님이 찾아온다고 해서는 약속을 취소시키더니, 그냥 조용히 돌아가셨군요.

허탈하더군요. 세상에…. 그러나 죽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단사란이 자신의 친손녀일 것이라는 강한 직감에 흥분하던 금시조도 죽었다는 겁니다. 그 건강하던 할아버지가 느닷없이 시름시름 앓더니 그만 죽어버리는 거예요.

의사들도 분명 별다른 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좀 쉬면 괜찮을 거라고 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아들 둘이 모두 의사잖아요. 기가 차더군요. 하긴 금시조를 죽이지 않고서는 드라마가 계속 될 수 없으니…, 50부 중에 이제 겨우 20부를 했을 뿐이니 말입니다.

결말이야 뻔하지 않습니까. 단사란이 금어산의 친딸이란 사실이 밝혀지면 드라마 종결이지요. 거기에 재벌2세 아다모와 결혼도 하고, 그러면 신델렐라가 된 단사란을 통해 우리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면서 여운에 젖어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아다모 할머니의 어이없는 죽음도, 금시조의 급작스런 죽음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들은 충분히 죽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아다모의 할머니는 이제 겨우 20회밖에 되지 않았는데 다모와 사란을 연결시켜 결혼시키려는 의도가 문제였던 것이고, 금시조는 사란의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기 일보직전까지 왔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그 두 사람을 그토록 어이없이 죽여야만 했을까요? 할머니가 사란과 다모를 소개시켜주었다고 하더라도 둘은 얼마든지 헤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 금시조는 단사란이 친손녀라고 확신을 가졌지만 확인하는데 실패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또 한 사람의 어이없는 죽음이 있었군요. 바로 손자의 할머니. 손자의 할머니를 우리는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차례 출연도 하지 않았던 손자의 할머니가 급사를 했습니다. 주무시다가 조용히 돌아가셨다는군요. 모두 그렇게 조용히 돌아가시니, 이 드라마의 노인네들은 복도 참 많습니다.

신기생뎐은 서스펜스 드라마도 아니고 미니시리즈도 아닌, 그저 단란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홈드라마, 이른바 연속극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세 사람이나, 별다른 이유도 없이(물론 이유가 없는 건 아니죠. 단사란의 고난의 행군을 위한 죽음이겠죠) 죽어나가니 기분이 아주 찜찜하네요.

황당한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죠. 어제 금어산 부부는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장주희가 금어산에게 “여보, 우리 이혼해요” 그러자 금어산이 무어라 그랬겠어요? “이혼하고 싶어? 그래 그러자구.” “100일 탈상하면 그때 바로 해요.” “그때까지 기다릴 것 뭐 있나. 내일이라도 당장 처리하자구.”

드라마 속 금어산, 장주희 부부도 황당했겠지만, 저도 참 황당하더군요. 황당한 게 아니라 쿨하다고 해야되는 건가? 사란이 계모의 어린애 같은 의붓딸 괴롭히기도 황당하고, 아비란 자가 딸을 기생 만들려고 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부모의 꼴을 보면서도 소 닭 보듯 하는 의붓동생도 그렇고, 모두들 도매로 황당부르습니다.

그래도 어떻든 그런 것은 참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약간의 불편함, 부끄러움만 감수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의미 없는 죽음만은 만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설마 단사란의 친할머니마저 죽인다거나 그러지는 않겠지요?

안 그래도 일본대지진으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고, 리비아에선 카다피라는 정신 나간 한 독재자와 그 가족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을 당하는 비극적인 뉴스가 온통 텔레비전을 장식하는 이때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있는 드라마에서조차 허망한 죽음의 릴레이를 본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기생뎐에 보면 친아들보다 애완개를 더 좋아하는 아버지가 등장하는데요. 이름도 고색창연한 아수라입니다. 아수라? 아수라 백작?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에 나오던 악당 이름이 아수라 백작이었지요? 기억이 가물거리네요. 파란해골 13호의 부하였었나? 아니면 그 반댄가? 그러고 보니 아수라 백작은 마징가 제트에도 나왔던 거 같네요. ㅎㅎ

암튼^^ 신기생뎐에서 아수라는 아다모의 아버지이며, 나름대로 준재벌쯤 되는 기업을 거느린 회장님입니다. 뭐 원래 그렇고 그런 것이지만, 생각하는 수준은 완전 쓰레기 같은 인간이죠. 물론 남존여비 사상에 찌든 아수라의 아내도 생각 수준이 쓰레기인 건 마찬가지고요.

그런 부모들을 경멸하는 아다모의 생각 수준도 사실은 자기 부모들과 오십보백보입니다. 결국 아다모가 단사란을 버렸잖아요. 느닷없이 벌어진 어이없는 사태의 이유가 참 한심합니다. 결국은 "너는 내 상대가 아닌데 하도 도도하게 굴기에 한 번 놀려본 거야. 잘 놀았어" 이거였죠.

왜 단사란이 상대가 안 되느냐고요? 그거야 말 안 해도 다들 아시잖습니까? 자기는 재벌집 아들인데, 단사란의 아버지는 실직자에 어머니는(그것도 계모다) 기생집 주방에서 일하고 있으니 이거 밸런스가 안 맞아도 너무 심하다 이런 말이죠.

신기생뎐의 아수라. 이름도 참 특이하다.


저로서는 엄청 황당했죠. 갑자기 근처 목욕탕 가듯이 일본으로 가서는 실컷 온천욕으로 호강하고 와서(저는 일본 온천은 고사하고 일본땅 밟아보지도 못했어요) 한다는 소리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였으니 말입니다.

잘 나가던 단사란의 신데렐라 행보에 억지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려는 듯 아다모에게 단사란을 소개해주려던 다모의 할머니가 급사를 하지 않나, 좀 어이가 없긴 합니다. 어쨌거나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런 게 아니니 이 정도만 하기로 하죠.

오래전에 제가 잘 아는 선배의 여동생 부부가 개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제가 이 부부로부터 저녁식사를 초대받았는데요. 현관을 들어서니 제일 먼저 뛰어나오는 건 조끼와 모자를 쓴 견공이더군요. 얼마나 놀랐던지…. 

사실 저는 개가 집안에, 그것도 아파트 안에 살고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거든요. 개는 저를 보고 무슨 원수라도 만난 듯이 마구 짖어대더군요. "왕왕! 우우으으~ 우왕, 왕~" 그러자 아는 선배의 매제(편의상 A라 부르기로 하죠)가 나오더군요. A는 선배와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가끔 나와 일을 도와주곤 하는 사이였습니다.

"아이, 라라, 이러지마. 그러면 안 돼. 우리집에 오신 손님이란 말이야." 그러자 개는 신기하게 조용해지면서 A의 품에 안겨 조용해지더군요. 그리고 A의 아내(선배의 여동생, 편의상 A-라 부르기로 합니다)와 인사를 하고(이때가 초면이었습니다) 식탁으로 가 앉았습니다. 

식탁이 차려지고 A 부부와 제가 마주 앉았습니다. A 부부에겐 자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밥을 먹으려는데, 개가 식탁으로 낼름 올라 앉는 겁니다. 그러자 A와 A-는 개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아이구, 귀여운 우리 새끼" 이러면서 자기가 먹던 숫가락으로 밥이며 고기를 떠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숫가락으로 다시 밥을 떠서 자기 입에…, 개는 주인의 입에 먹을 것이 들어가는 순간을 기다리기 힘들었던 모양인지 주인의 입을 혀로 막 핥고, 그러자 A와 A-, 그 모양이 너무나 기특하다는 듯이 입에 든 음식을 서로 나누고….

아무튼 불과 제 눈앞 30Cm에서 벌어지는 그림에 저는 그저 당혹 또 당혹. 식사시간이 얼마나 길고 힘들었을지 상상이 가십니까? 그렇게 저녁식사는 세사람이, 아니 세 사람과 한마리 개가 사이좋게(?) 하게 되었습니다. 

제게 이 식사초대가 힘들었던 것은 이들 부부가 술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술도 없이 멀뚱한 정신으로 이 혼란스러운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다는 것이 저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고역이었지요. 술이라도 있었다면, 저도 개의 등이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귀여운 녀석" 했을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얼마 후, 사무실에서 업무회의 중이었든지 어쩐지 기억은 잘 안 납니다만, 선배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 매제가? 와 전화했노?"
"흑흑, 형님, 혀엉~님, 우짜면 좋습니꺼?"
"무슨 일이고, 말을 해라. 와 그라는데?"
"혀어엉~님, 어허, 어흥, 어어엉~ 엉~"
"이봐라, 대체 무슨 일이고? 어서 말을 해라."
"형님, 우리 라라가, 라라가 죽었슴미더~"
"……"
"라라가 죽었다 말입니더. 어엉~ 엉~"
"그거 가이고 그라나. 일마 자슥. 괘얂다. 그만 울고 뒷산 어디 양지바른 곳에 묻어줘라."
"알겠습니더, 형님. 내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나서 다시 전화드리께예."
"됐다. 전화는 안 해도 된다. 고마 잘 묻어주고 마음이나 추스리라."

그 선배와 저는 얼굴을 마주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벌써 5~6년 전 일입니다. 그런데 신기생뎐을 보다가 거의 A 부부와 비슷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바로 아수라. 끌어안고, 부비고, 서로 입술을 빨아대는 모양새가 딱 A였습니다.

애완견의 호화 생일파티도 열어주는 아수라


하긴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도 있고, "머리 검은 짐승만 배신할 줄 안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사랑스런 애완견이 가장 가까운 친구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수라처럼 말 안 듣는 자식보다 말 잘 듣는 개가 더 좋을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연속극을 보다가 A가 생각났던 것입니다. A는 잘 살고 있을까? 갑자기 그의 안부가 궁금해졌습니다. 라라(사실은 개의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고 제가 임의로 붙인 이름입니다. 설마 도꾸나 메리, 쫑, 이런 이름은 아니었을 테지요)는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주었을까요?

저야 뭐 아직도 그들의 우정 혹은 애정행각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만, 그들의 의리 만큼은 높이 사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ㅠㅠㅠ 

Posted by 파비 정부권
한밤중에 단사란의 아파트 현관문을 누군가 쾅쾅 두드립니다. 자다 놀란 가족들, 아버지, 엄마와 두 딸이 모두 나왔지만 누구랄 것 없이 모두들 겁을 잔뜩 집어먹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단사란의 아버지는 남잔데도 겁이 무척 많네요. 하긴 뭐 밤중에 그러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저는 이 대목에서 임성한 작가가 과도한 소재를 써서 막장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자신의 작품을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중간중간에 집어넣는 일종의 극중 장치들은 매우 현실감이 있습니다. 실제 우리네 모습과 흡사한 점이 많다는 거지요.

전작 보석비빔밥에서도 그걸 느꼈지만, 특별히 선한 사람도 없고 특별히 악한 사람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나름대로 자기 행동에 대한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선함과 악함 중 어느 한면이 도드라져 보일 뿐입니다. 사실 그리고 우리는 그 도드라져 보이는 부분을 가지고 이런저런 판단을 하는 거지요.


제가 볼 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악한 캐릭터는 바로 금어산의 아내, 금라라의 법적 어머니인 장주희입니다. 그녀는 시부모에 효도하고 딸(양녀)에게도 아주 잘하는 요조숙녀처럼 굴지만 실상 마음속은 질투와 분노, 파괴적 본능으로 가득한 까마득한 동굴입니다.

금라라의 실제 친부모인 금어산의 동생 내외가 보이는 추태를 보고 치가 떨리는 막장이라고 분노하는 분들이 많은가 봅니다만,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종류의 인간들을 우리는 심삼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 보면 오히려 같은 시간대의 욕망의 불꽃이 비교도 할 수 없는 막장에다 이해하기 힘든 인간형들이 많지요.

만약 우리나라가 방송의 임의적인 연령제한(저는 이걸 통행금지와 비슷하게 봅니다만) 같은 것이 없는 나라라고 치고 욕망의 불꽃과 신기생뎐 둘 중에 어느 프로를 자기 아이들이 보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냐 하고 묻는다면, 당근 욕망의 불꽃이 금지대상입니다. 그 전에 스스로 무서워서 보지도 않겠지만.

아무튼, 전작인 보석비빔밥에서도 그랬지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인간의 이중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그걸 드러내 보여주는 방법이 바로 상상신이나 독백신입니다. 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면서도 행동은 반듯하게 체면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바로 우리들의 실제 모습과 똑같지 않나요?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모두들 "나는 그런 사람이 결코 아니야!" 하고 나온다면 저만 그렇고 그런 사람 되는 것이로군요. 하하. 저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신기생뎐에서 최고로 악한 캐릭터는 처음부터 장주희라고 판단했습니다만, 많은 분들은 단사란의 계모를 놓고 막장 논란을 시작하시더군요.

그러니까 대부분의 연예뉴스들도 마찬가집니다만, 신기생뎐의 막장코드를 단사란의 계모 지화자와 금라라의 생모 신효리에게 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두 사람은 하는 짓이 꼴사납고 밉상이긴 해도 장주희에 비하면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드러나게 될 장주희가 저지른 천인공노할 악행에 비하면 이들이 보여주는 단순하고 이기적인 행동들은 그저 봐줄 만한 귀여운 밉상들일 뿐이라는 거지요. 물론 그들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들도 돈이 최고의 권력인 자본주의 사회의 한 조각들일 뿐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이 사회의 반영일 뿐입니다.

▲ 지화자와 단철수(단사란의 양부)/ 손자

 
다시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려야 할 듯싶군요. 아시다시피 손자는 단사란의 의붓동생 단공주의 친구입니다. 후배인가요? 어쨌든 문을 두드린 것은 손자였습니다. 이름이 왜 손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할머니의 손자라서 손자인가? 그 손자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겁니다.

잠을 자다 조용히 숨을 거두셨으니 세상에 이런 복도 없습니다. 사람이 숨을 놓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하긴 저도 모릅니다. 아직 죽어보지 않았으니. 그러나 손자에겐 청천벽력입니다. 자다가 홍두깨란 말이 손자에게 덮친거지요.

이 드라마에서 손자의 할머니가 등장한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엔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손자의 할머니가 등장했고, 등장하자마자 돌아가셨을까?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손자의 할머니가 등장한 것은 아니고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만이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죠. 

모두들 겁이 나서 문도 열어주지 못하던 단사란네 가족들, 손자가 울면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자 마치 내가 당한 일이라도 되는 양 함께 슬퍼합니다. 그중에서도 단사란의 계모(단공주의 엄마)가 가장 동작이 빠르네요. 119에 전화하라 시키고는 얼른 안방으로 뛰어들어가 옷을 입고 나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지화자도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지화자를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한답니다. 우선 하는 짓이 재수가 없어보이잖습니까? 저도 다른 연예뉴스들과 똑같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생각의 차원은 좀 다른 것입니다. 

지화자의 행동이 막장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갖는 어쩌면 아주 지극히 당연하고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라는 거죠. 우리 스스로의 모습도 사실 돌아보면 지화자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깨닫지 못할 뿐이죠. 심지어는 도둑조차도 정의를 말할 땐 목에 힘을 들어가거든요.

원래 이 포스팅은 오전에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오후 5시 24분부터 다시 쓰고 있습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외근을 다녀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앞에 무슨 말을 했는지 대부분 까먹었네요. 이거 참… 난감하군요. 그래서 대충 여기서 마무리지어야 할 거 같습니다.

어쨌든 제목처럼 이글의 주제는 "왜 갑자기 손자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거야 돌아가실 나이가 되셨으니 돌아가신 것일 테지만, 아무튼 갑자기 출연도 안 하시던 손자의 할머니를 돌아가시게 한 것은 이 드라마의 작가지요. 무언가 의도가 있는….

그 의도가 무엇일까요? 아, 그걸 말하고 싶었던 거군요. 이제 생각났습니다. 작가는 모든 사람들은 이중성을 갖고 있다, 그걸 말하고 싶은 겁니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상황에 따라 이리 넘어오기도 하고 저리 넘어가기도 하는 겁니다. 완전히 선한 사람도 없고 완전히 악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죠.

지화자도 그렇습니다. 그녀가 비록 돈에 한이 맺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일념에 지배당하고 있지만, 심성마저 악한 것은 아닙니다. 비록 '의붓딸이 부잣집에 시집가서 그 덕 좀 봐야겠다' 이런 욕심으로 이런저런 계략을 꾸미긴 합니다만, 그래도 그녀의 심성은 본디 착하다는 것입니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겠죠. 임성한 작가는 그런 면에서 친절한 점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여러 장치나 계기를 통해 미리 보여주는 것입니다. 금강산의 아내요 금라라의 생모인 신효리도 맹하고 욕심만 가득찬 심술쟁이 같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착한 심성은 남아있습니다.

▲ 단사란의 생모 한순덕/ 금어산의 처 장주희. 이 둘 사이에 금어산도 모르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에 비해서 장주희는 현모양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슴속에 비수를 품은 무서운 여자란 사실을 이미 우리는 1회때부터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성형외과에 몰래 다니고 있었다는 사실, 그걸 통해서 그녀의 이중적 면모를 미리 보여주었던 것이죠. 그녀는 가면을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 그 가면 때문에 나중에 금시조 부부와 금어산이 받을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겠지요. 또 그녀 때문에 친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살았을 단사란과 엉뚱한 아이를 딸로 알고 거의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먼발치에서 쳐다볼 수밖에 없었던 한순덕의 한많은 삶은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어제 부용각의 마담 오화란이 "어떤 사람은요. 성형을 해서 얼굴은 젊은 사람인데 목소리가 노인인 경우가 있어요. 아유 참." 그때 제가 옆에 있던 아내에게 물어보았죠. "어, 목소리는 거 성형이 안 되나?" "당연히 안 되지." 아마도 오화란이 한 말은 옆에 있던 장주희더러 들으라고 한 소리였겠지요. 

그렇다면 장주희가 동화에 할머니로 변장하고 빨간모자를 잡아먹으려고 산장에 나타난 늑대와 같다, 뭐 그런 말씀? 어쨌거나 손자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유는 "지화자도 알고보면 나쁜 사람이 아니다!"는 것을 일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기생뎐, 아시다시피 신기생뎐은 임성한 작가의 작품이죠. 전작이 보석비빔밥이었는데, 단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보았던 프로랍니다. 그런데 신기생뎐을 보다가 제 딴엔 나름대로 놀라운 것을 발견했는데요. 보석비빔밥의 주인공 궁비취(고나은)와 신기생뎐의 주인공 단사란(임수향)이 너무나 빼닮았다는 겁니다.

제가 닮았다고 하는 것은 외모나 뭐 그런 것이 아니고요. 분위기, 말투, 대사, 행동거지, 사고방식, 주변에 대하는 태도 뭐 그런 것들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 외모도 안 닮았다고 할 수 없겠네요. 분명히 서로 다른 얼굴임에도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표정 등이 서로 닮았으니 말입니다.

대사야 두 작품 다 임성한 작가가 쓴 작품이니 비슷하다고 치더라도 대사의 톤이나 음색, 높낮이, 얼굴 표정까지 비슷하다는 것은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했죠. 임수향이 신인이라더니 보석비빔밥을 열심히 보면서 연습을 했거나 그렇게 연습을 시켰거나 그랬겠다 하고 말입니다.


아무튼, 제가 이렇게 말했더니 옆에서 함께 티비를 보고 있던 아내도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몇 분 더 보다가 "정말 맞네" 하면서 적극적인 긍정의 의사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제가 옛날부터 워낙 연속극 스토리 맞추기에 능한지라 대충 제 말을 먹어주는 편입니다. ㅎㅎ

그런데 29일 토요일 밤 이날도(일요일은 술 약속 땜에 연속극 못 볼 예정입니다. 다음날 다음캐쉬로... ㅋ) 아하, 하고 깨닫게 되는 바가 있었습니다. 제가 지난주에 포스팅했던 신기생뎐 리뷰 제목이 그거였지요. "애 하나에 엄마가 셋, 신기생뎐 키워드는 논란?"

그런데 왜 엄마가 셋인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모두 눈치 채셨을 겁니다. 이미 어떤 분이 왜 엄마가 세 명인지 이유를 밝히는 포스팅을 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단 저는 그런 거에 불구하고 이 포스팅을 써서 올린 다음 술자리에 나가야 하므로 제 이야기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홈드라마가 그렇듯이 이 드라마도 두서너 가족이 축입니다. 하나의 가족은 금병원 원장님네 가족이고, 다른 하나의 가족은 아수라 회장님네 가족이며, 그 사이에 주인공 단사란과 그 가족, 그리고 금병원 원장의 동생 금강산네 가족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남은 기생집 부용각의 주방장 한순덕이 있습니다.

지난 주 1, 2회에서 우리는 금어산 원장의 딸 금라라에게 엄마가 무려 셋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 했습니다. 금어산 원장의 아내 장주희는 금라라의 법적 엄마이긴 하지만 생모는 아니었습니다. 금라라는 금어산의 동생 금강산과 그의 처 신효리가 친부모였던 것입니다.

금라라에겐 법적 엄마인 장주희와 생모인 신효리, 이렇게 엄마가 둘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금라라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릅니다. 그런데 금라라의 엄마인 것으로 보이는 여자가 한 사람 더 나타났습니다. 바로 부용각의 주방장, 한순덕입니다.

다리를 저는 그녀는 매일 아침 힘겹게 금어산 원장의 집 현관 건너편에 숨어서 금라라가 나오는 것을 훔쳐봅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낳기만 했지 엄마 노릇을 못했으니 딸 앞에 나설 수는 없고 이렇게 멀리서 매일 아침 훔쳐보는 것이 일과입니다. 아마 금라라가 코흘리개일 때부터 숙녀가 된 지금까지 쭉 그랬을 것입니다.

자, 이렇게 해서 우리는 금라라의 엄마가 셋이나 되는 복잡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될 것인지 거기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세상으로부터 논란이 일어나길 기대하고 또 즐기는 듯한 임성한 작가의 퍼즐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았습니다.  
 

....................... ▲ 부용각 주방장 한순덕


그런데 그 퍼즐이 어제 제 3회에서 너무나 쉽게 풀리고 말았네요. 부용각의 주방장 한순덕은 금라라의 엄마가 아니었습니다. 금라라는 금강산과 신효리가 낳은 딸임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하긴 한순덕처럼 차분하고 청순하며 고고한 품성을 지닌 여인에게 금라라 같은 망나니 같은 아이가 났을 리가 없었죠.

금라라의 성격으로 보자면 생모인 것으로 추정되는(그러나 확실한) 신효리를 그대로 빼다 박았습니다. 금라라가 자기 엄마로 알고 있는(이렇게 말하니 금라라에겐 참 미안하네요) 장주희는 금라라와는 성격이 딴판입니다. 자상하고 현숙한 엄마요 아내인 그녀는 그러나 뒤로는 호박씨를 까는 그런 여자입니다.

아마도 어쩌면 이 드라마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는 바로 이 장주희일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미 그런 징후를 작가는 보여주었습니다. 한방 침으로 성형을 한다는 어느 병원에서 나오는 그녀를 발견한 신효리의 친구는 기겁을 합니다. 왜냐하면, 그녀 장주희는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닌 것으로 모두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우리는 여기서 주인공 단사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녀의 파트너는 아수라 회장의 아들 아다모입니다. 늘 그렇지만 임성한 작가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신데렐라입니다. 보석비빔밥의 궁비취도 그랬고, 하늘이시여의 이자경도 그랬습니다.

왕년의 신데렐라들은 잘 생긴 왕자님을 만나는 게 운명이었지만, 오늘날의 신데렐라들은 왕자님 대신 재벌집 아들을 만나는 게 운명입니다. 봉건시대가 물러가고 부르주아가 지배하는 자본주의시대가 됐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임성한 작가도 그 법칙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 운명들엔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물론 원칙이라고 했으니 늘 예외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이해하시고 제 이야기를 들으셔야 합니다. 우리가 원칙이란 말을 쓸 때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이라는 단서가 달렸다는 사실을 모두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신데렐라들은 모두 불쌍하게 자라지만 그 출생의 비밀을 알고 보면 원래가 고귀한 집안 자손이더라 뭐 그런 것입니다. 고귀하다고 하면, 봉건시대라면 공주나 영주의 딸일 것이요, 요즘 같은 부르주아가 주인인 시대는 재벌집 딸이 될 것입니다.

자 다시, 단사란에 대해 주목하기로 하지요. 단사란은 아버지 단철수와 계모 지화자, 의붓동생 단공주 이렇게 네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철수의 독백에 의하면 단사란은 단철수와 죽은 그의 부인의 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단사란이 그들 부부 슬하에 들게 되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금라라의 초대로 금어산의 원장의 집에 온 단사란을 본 금어산의 아버지 금시조는 깜짝 놀랍니다. 자기 부인, 즉 금어산 원장의 어머니 이홍아의 20대 모습과 너무나 빼닮았기 때문입니다. 마침 이홍아 여사는 두통이 심해 단사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금라라더러 다시 데려와 보라고 하지요.

아마 저는 못 보겠지만, 오늘 만나게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이러면 대충 답 다 나온 거 아닙니까? 금라라는 금어산 원장과 장주희의 친딸이 아닙니다. 금라라의 친부모는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금강산과 신효리의 딸입니다. 장주희는 아이를 낳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효리가 장주희에게 성형외과 다녀온 것은 떠보기 위해 "어쩜 그리 피부가 그리 탱글탱글한 게 젊어질 수 있느냐?"고 물어보자 "나처럼 아이를 안 낳으면 그렇게 돼" 하고 말하는 것 다들 들으셨지요? 작가가 친절하게도 비밀을 오래 숨길 거 없이 미리 공개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단사란은 금어산과 한순덕의 딸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아니 거의 확실합니다. 한순덕이 매일 아침마다 금어산의 집 앞에서 어른거리는 것은 먼발치에서나마 딸을 보기 위함입니다. 그게 2십 몇 년이나 된 그녀의 일과였을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금어산과 헤어졌으며 딸 앞에 나서지도 못하게 됐는지는 아직 비밀입니다.

....................... ▲ 먼발치에서 딸을 바라보는 한순덕. 그러나 금라라가 아닌 단사란이 친딸!


그러나 곧, 그것도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용각의 대마담 오화란이 금어산 원장에게 진료를 받으며 그런 말을 합니다. "언제 한 번 들러주세요." "하하, 저는 그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아서요." "생각하시는 그런 곳 아니에요. 좋아하실 거예요." "아 네, 알겠습니다."

부용각에 가게 되면 한순덕과 마주치게 되겠지요. 그때 두 사람, 서로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아니, 당신이 어찌 여기에. 오, 그동안 어떻게 지냈소?" 아니면 너무 놀라 두 사람 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서 있을까요?" 아무튼, 신기생뎐의 단사란은 하늘이시여의 이자경과 비슷한 운명으로 보입니다만.

앞으로 갈등의 중심은 단사란-금어산-한순덕-장주희, 이렇게 될 거 같네요. 여기에다 돈에 눈이 멀어 단사란을 기생집 부용각으로 끌어들이는 계모 지화자는 하늘이시여에서 이자경의 계모였던 김배득이 될 것 같은 분위긴데요. 여기서 가장 강력한 막장코드 논란이 벌어질 걸로 예상됩니다.

여러분들이, 특히 연예뉴스들이 앞으로 전개될 신기생뎐의 막장코드에 안테나를 바짝 추켜세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시청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막장코드 쓰면 다 시청률 성공하나, 뭐 그런 쪽에서요. 저는 막장에 대한 개념을 좀 달리 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많은 분들이 그런 관점에서 관전하고 있는 건 분명해보이네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주원앓이까지 하게 만들었다는 시크릿 가든 후속으로 신기생뎐이 문을 열었습니다. 작가 이름이 뜨는데 임성한이네요. 임성한. 늘 논란을 몰고 다니는 작가죠. 저도 임성한 작가의 연속극은 거의 다 본 것 같은데요. 가장 최근에 한 드라마가 보석비빔밥이었죠.

거꾸로 올라가보면 보석비빔밥, 아현동 마님, 하늘이시여, 왕꽃선녀님, 인어아가씨, 온달왕자들, 보고 또 보고, 이렇게 되는데요. 모두들 히트를 쳤고 이다해, 장서희 같은 신인들을(장서희는 신인은 아니었지만 인어아가씨로 자신을 세상에 알렸지요) 스타로 만들었지요.

임성한 극본의 특색 중에 하나는 극중 인물들의 이름이에요. 보석비빔밥에서도 궁비취, 궁루비, 궁호박, 궁산호, 궁상식, 서로마, 이태리, 피혜자, 결명자 등 이름들이 모두 특이했죠. 신기생뎐에서도 그렇군요. 아수라, 그 아들은 아다모, 엄마는 차라리, 금시조의 아들 금어산과 금강산.


지화자도 나오고 마단세도 나오고 서생강도 나옵니다. 이름만 봐도 아하, 임성한 드라마네 할 정도지요. 임성한, 이름만 보면 남자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여성입니다. 60년생, 만 50세가 되었군요. 97년에 작가로 등단했다고 하니 세상에 늦게 나온 편이지요.

초두에 늘 논란을 몰고 다니는 작가라고 했는데요. 그녀의 작품들은 단 하나도 논란없이 지나간 작품이 없습니다. 첫 일일연속극은 mbc에서 했는데, 보고 또 보고였지요. 거기선 소재로 겹사돈을 써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 드라마는 최종 시청률이 57%로 지금껏 기록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조강지처를 버리고 간 아버지 때문에 충격으로 장님이 된 어머니와 동생을 잃은 복수심으로 배다른 동생의 애인을 뺏는다는 줄거리로 충격을 주었던 인어아가씨는 장서희를 스타덤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 전에 방영되었던 온달왕자들에선 이보다 정도가 더 심했습니다.

4번 여자를 만나 4명의 배다른 형제를 두고 있는 아버지와 후처 그리고 아버지와 두 여자가 개입하는 소재와 상황전개로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연출자가 이런 이상한 드라마는 도저히 못하겠다며 작가와 갈등을 일으켜 언론에 보도되는 등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2005년에서 2006년 사이에 방영되었던 하늘이시여는 정말 눈물 많이 짜며 봤던 드라마였지요. 당시 저는 객지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주말에 아내와 아이들이 오면 꼭 이 드라마를 함께 보곤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만 생각하니 그때가 그립군요. 아장아장 걷던 딸아이와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도 그땐 참 예뻤지요. 

물론 지금도 안 예쁘단 말은 아니지만, 그땐 바라는 거 없이 아이들이 예쁘기만 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대론데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아진 저는 많이 불행해졌습니다. 아무튼 하늘이시여도 논란이 많았었지요. 버린(혹은 잃어버린) 친딸을 그리워하다 마침내 찾아내 며느리로 삼는다는 내용이었죠. 

아들은 당연히 친아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재혼가정이었던 거죠. 제가 볼 땐 충분히 이해할만 했고 동정이 가는 처지였지만, 당시 커다란 논란에 휩싸였던 모양입니다. 최근에 방영한 보석비빔밥도 한 회도 거르지 않고 아내와 함께 봤던 드라만데요.

이 드라마도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자식들이 방탕한 부모를 집에서 쫓아낸다는 설정이 있었거든요. 완전히 쫓아내는 건 아니고 집에서 나가 정신 차릴 때까지 할머니 집에 가서 있어라 뭐 이런 내용이었던 거 같은데, 역시 이 드라마에서도 배다른 동생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보석비빔밥에서는 궁상식이 바람을 피워 데리고 온 궁태자를 궁비취, 루비, 산호, 호박 등이 끔찍하게 위해 주죠. 궁상식의 아내 피혜자도 처음엔 기가 차 하지만 "태자야 너도 참 운명이 기구하구나" 하면서 마치 자기가 낳은 아들처럼 보살핍니다. 그 부분은 저로선 감동적이었지만, 이해 못하시는 분들도 있었을 테지요.


그러고 보니 임성한 작가도 은근히 논란을 즐기는 거 같은데요. 막장드라마 작가란 소리까지 들어가면서도 계속 그런 소재들을 고집하는 걸 보면 말이지요. 막장이란 말 함부로 쓰는 것은 막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성장 기적을 일궈낸 수많은 광산노동자들에겐 정말 죄송한 일입니다.

막장이란 흔히 갈 데까지 갔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이거든요. 그러나 어쩔 수 없지요. 이미 보통명사처럼 돼버렸으니. 제 힘으로 그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겠지요. 막장 작가로는 임성한과 함께 쌍벽을 이룬다는 문영남 작가가 있는데요. 제가 볼 땐 두 사람의 막장에는 차이가 있는 거 같습니다.

임성한이 소재의 사용에서 막장이라면, 문영남은 극의 전개에서 막장이거든요. 다시 말해 전혀 개연성 없는 사실의 전개, 우연의 남발, 납득하기 어려운 관계 설정 등이 주 메뉴란 거지요. 제 경우에 너는 내 운명의 문은아 작가를 최고의 막장이라고 쳤는데, 문영남의 수상한 삼형제가 나오면서 생각을 바꿨답니다.

암튼^^ 너는 내 운명과 수상한 삼형제는 제가 이제껏 보아온 드라마 중에 정말 엉망진창 스토리로 구성된 최악의 드라마였어요. 그럼 같은 막장드라마 작가 계보에 이름이 올라있는 임성한  작가는 어떨까요? 역시 제가 보기엔이란 단서를 달고서 말씀드리자면, 그녀는 다른 두 여류 작가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문영남과 문은아 작가가 우연의 남발과 개연성 없는 전개에 기댄 막장드라마 작가들이라면 임성한은 파격적인 소재를 다룸으로 인해 막장드라마 작가란 칭호를 얻었을 뿐입니다. 글쎄요. 파격적인 소재의 채용을 굳이 막장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실히 의문입니다.

그렇다면 전쟁을 소재로 하거나, 살인사건을 다루거나, 불륜을 주제로 한 드라마는 모두 막장드라마라고 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지요. 교육문제에 관심이 큰 어떤 블로거는(그는 실제로 교육개혁운동가이기도 하더군요) 공부의 신이 최고의 막장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겁니다. 사람마다 막장이라고 생각하는 소재가 다 다른 겁니다. 물론 막장이라고 생각할 만한 소재들을 줄줄이 나열하면서 드라마를 전개하는 것은 분명 막장이 맞겠습니다만, 주요 소재 하나를 놓고 막장이다 아니다 논하는 것은 좀 거시기하다는 생각입니다.

어쨌거나 오늘은 막장드라마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니까 이쯤 하고요. 신기생뎐에서도 논란이 벌어질 만한 소재가 하나 등장했군요. 딸아이 하나를 두고 엄마가 셋입니다. 금라라. 금병원 원장 금어산의 딸(외동딸 같은데요) 금라라의 엄마가 무려 셋이나 되는 거 같네요.

우선 금어산의 아내 장주희가 있습니다. 법적으로 금라라의 엄마이고, 라라도 그녀가 친엄마인 줄 알고 있습니다. 2회까지 진행된 신기생뎐에서 금라라의 친엄마는 금어산의 동생 금강산의 처 신효리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은 라라가 금강산과 신효리의 딸인 것으로 말합니다.

그런데 의문의 여인이 나타났습니다. 한순덕. 유일하게 남아있는 기생집 부용각의 주방장인 그녀는 매일 같은 시간이면 어김없이 금어산의 집 앞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금라라가 집에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눈물 흘립니다. '키우지 못했으니 엄마 자격도 없는 거지' 하면서 말입니다. 

이 무슨 기묘한 운명일까요? 이 복잡한 관계가 또 어떤 논란에 휩싸이게 될지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임성한 작가는 혹시 매 작품마다 논란 하나씩을 만들어내는 것에 재미를 붙인 것은 아닐까요? 모르지요. 그 논란이 또 한 번 임성한은 시청률 제조기다, 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게 될지. 

베테랑 연기자 몇 명을 빼고는 주조연들이 모두 신인들로 채워진 신기생뎐이 우려를 씻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내는 작품이 될지 그것도 주목거리입니다. 연예신문들은 벌써 신인들의 연기력을 문제삼지만, 글쎄요, 드라마는 연기자의 연기력만이 성패의 조건이 되는 건 아닙니다.

아이돌그룹 베이비복스의 윤은혜가 좋은 예가 될 겁니다. 그녀의 연기력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윤은혜는 자기만의 독특한 것이 있습니다. 불완전한 발음과 어색한 표정을 연기력 문제의 이유로 들지만, 사실은 그게 매력으로 다가올 때도 있단 말이죠. 그렇다고 초보 연기자들이 이래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자기를 갈고 닦아야 하고, 또 극이 진행될수록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