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생뎐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 신인들의 발연기, 막장스런 설정과 대사의 남발…. 저도 사실 보고는 있습니다만, 온몸이 오글거리는 경험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쓴 시나리오도 아닌데 괜히 부끄러워지고 뭐 그런 것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하늘이시여나 보석비빔밥도 막장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 배우들의 호연 탓이었는지(물론 저의 개인 소견입니다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좀 경우가 다르군요.
우선 시나리오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글쎄요, 시나리오 없는 드라마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엄밀히 말하면, 스토리가 없다고 해야겠죠. 출생의 비밀, 기생집, 신데렐라 이 세 가지 소재를 두고 중간중간에 억지스런 에피소드와 대사를 버무리는 게 이 드라마의 시나리오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무엇 때문인지 글의 중간 부분이 상당부분 유실됐습니다. 이미지를 올리고, 좌우 줄맞춤 하는 과정에서 티스토리에 불안정 요인이 발생한 듯^^.. 기억을 더듬어 복구하려고 합니다만, 요즘 저도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무슨 이야기를 썼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여기서부터 대충 기억을 더듬어 복구하기로 합니다...>
초반부터 신기생뎐이 막장 논란에 휩싸일 때도 저는 간간이 그렇지 않다고, 보석비빔밥을 보며 가졌던 확신으로 조금 기다려 보자고 변호하는 글을 올리고 했지만, 이젠 정말 그럴 힘이 없어졌습니다. 저로서도 헷갈리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왕 보던 거 끝까지 보자는 게 저의 주의이니.
갑자기 헤어지자고 선언한 아다모의 행동은 참으로 황당했습니다. 그가 헤어지자고 할 만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거든요. 아마 느닷없이 일격을 당한 단사란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다모는 이렇게 말했었지요. “네가 하도 도도하게 구니까 어떻게 하나 한 번 놀려본 것일 뿐이야.”
하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재벌2세의 심리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다모는 어느 날 갑자기 가방을 싸서 일본으로 횡하니 날아갔습니다. 뭣 때문에 가나 했더니 마치 근처 찜질방에 가듯 그렇게 일본 온천에 목욕하러 간 것이었습니다. 휴~ 알고 보니 단사란과의 게임(!)을 정리하러 간 것이었군요.
그런데 이런 아다모의 돌발적인 행동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건 작가의 머릿속에만 있는 이유이지 우리로서는 도무지 알 길 없는 사연입니다. 신기생뎐도 벌써 50부 중에 20부가 지났으니 이제 단사란을 부용각의 기생으로 만들 때가 된 것입니다. 한창 로맨스에 빠진 주인공을 기생집으로 내몰기 위해선 무슨 방법이 있을까?
단사란과 아다모의 사랑을 불장난으로 만들어 깰 필요가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하여 일단 단사란을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와중에 애꿎은 인명이 두 사람이나 죽어야 하다니…
<대충 여기까지 기억을 더듬어 복구했습니다만, 원 글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앞뒤가 좀 안 맞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급살 이야기를 하다 하니 제 글도 급살 맞았나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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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목욕을 끝낸 아다모가 귀국(이걸 귀국이라고 해야 될지…) 하는 날 다모의 할머니가 단사란과 아다모를 소개시켜줄 생각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갑자기 손님이 찾아온다고 해서는 약속을 취소시키더니, 그냥 조용히 돌아가셨군요.
허탈하더군요. 세상에…. 그러나 죽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단사란이 자신의 친손녀일 것이라는 강한 직감에 흥분하던 금시조도 죽었다는 겁니다. 그 건강하던 할아버지가 느닷없이 시름시름 앓더니 그만 죽어버리는 거예요.
의사들도 분명 별다른 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좀 쉬면 괜찮을 거라고 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아들 둘이 모두 의사잖아요. 기가 차더군요. 하긴 금시조를 죽이지 않고서는 드라마가 계속 될 수 없으니…, 50부 중에 이제 겨우 20부를 했을 뿐이니 말입니다.
결말이야 뻔하지 않습니까. 단사란이 금어산의 친딸이란 사실이 밝혀지면 드라마 종결이지요. 거기에 재벌2세 아다모와 결혼도 하고, 그러면 신델렐라가 된 단사란을 통해 우리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면서 여운에 젖어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아다모 할머니의 어이없는 죽음도, 금시조의 급작스런 죽음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들은 충분히 죽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아다모의 할머니는 이제 겨우 20회밖에 되지 않았는데 다모와 사란을 연결시켜 결혼시키려는 의도가 문제였던 것이고, 금시조는 사란의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기 일보직전까지 왔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그 두 사람을 그토록 어이없이 죽여야만 했을까요? 할머니가 사란과 다모를 소개시켜주었다고 하더라도 둘은 얼마든지 헤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 금시조는 단사란이 친손녀라고 확신을 가졌지만 확인하는데 실패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또 한 사람의 어이없는 죽음이 있었군요. 바로 손자의 할머니. 손자의 할머니를 우리는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차례 출연도 하지 않았던 손자의 할머니가 급사를 했습니다. 주무시다가 조용히 돌아가셨다는군요. 모두 그렇게 조용히 돌아가시니, 이 드라마의 노인네들은 복도 참 많습니다.
신기생뎐은 서스펜스 드라마도 아니고 미니시리즈도 아닌, 그저 단란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홈드라마, 이른바 연속극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세 사람이나, 별다른 이유도 없이(물론 이유가 없는 건 아니죠. 단사란의 고난의 행군을 위한 죽음이겠죠) 죽어나가니 기분이 아주 찜찜하네요.
황당한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죠. 어제 금어산 부부는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장주희가 금어산에게 “여보, 우리 이혼해요” 그러자 금어산이 무어라 그랬겠어요? “이혼하고 싶어? 그래 그러자구.” “100일 탈상하면 그때 바로 해요.” “그때까지 기다릴 것 뭐 있나. 내일이라도 당장 처리하자구.”
드라마 속 금어산, 장주희 부부도 황당했겠지만, 저도 참 황당하더군요. 황당한 게 아니라 쿨하다고 해야되는 건가? 사란이 계모의 어린애 같은 의붓딸 괴롭히기도 황당하고, 아비란 자가 딸을 기생 만들려고 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부모의 꼴을 보면서도 소 닭 보듯 하는 의붓동생도 그렇고, 모두들 도매로 황당부르습니다.
그래도 어떻든 그런 것은 참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약간의 불편함, 부끄러움만 감수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의미 없는 죽음만은 만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설마 단사란의 친할머니마저 죽인다거나 그러지는 않겠지요?
안 그래도 일본대지진으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고, 리비아에선 카다피라는 정신 나간 한 독재자와 그 가족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을 당하는 비극적인 뉴스가 온통 텔레비전을 장식하는 이때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있는 드라마에서조차 허망한 죽음의 릴레이를 본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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