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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복지재정? 박근혜는 지하경제, 김소연은 재벌환수

참 세상 오래 살다보니 별 꼴을 다봅니다.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 마음으로 국민을 자식처럼 돌보겠다”는 집권여당 대통령후보의 말을 들을 땐, ‘아, 우리나라 정치가 갈 때까지 갔구나!’ 하는 탄식이 절로 흘러나옵니다.

이런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안타깝게도 한국인들이 아니라 ‘스트롱맨스 도터(독재자의 딸)’란 표지제목으로 한국정치에 모멸감의 똥물을 끼얹은 미국기자였습니다.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그의 눈에 남한국민은 “어버이 수령님”을 외치며 광분하는 북한인민과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박근혜는 그 미국기자의 비웃음에 답이라도 하려는 듯 국민을 일러 자식이라고 불렀습니다. 자식으로 호명된 국민들… 그렇군요. 송해라는 늙은 꼰대(!)가 박근혜후보 지지연설에서 “효도의 도리 있다면 박근혜의 한 풀어주자”는 괴상한 효도론을 다 주절거리는군요.

허허. 세상 말셉니다. 대명천지에 대통령선거하면서 “대통령은 어머니요, 국민은 그 자식” 얘기가 나오고, “효도의 도리로 박근혜를 찍자”는 사람마저 나오고 보니 종래에 이 나라가 망하지 싶습니다. 오호 통제라!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그래,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 마음으로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그 방법이란 게 대체 뭐지?’ 아하, 그래서 알게 됐습니다. 지난 2차 대선토론에서 그랬잖습니까? “지하경제 활성화시켜서 복지재원 만들겠다!”

아, 그래요, 그렇군요.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양성화를 잘못 말한 거라고 변명했지만, 활성화나 양성화나 제 보기엔 차이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마약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거 하고 양성화시키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죠?) 그 말속에 이토록 심오한 뜻이 있었습니다.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었지요. 살다살다 별 소리를 다 듣습니다. 지하경제 활성화시켜서 복지국가 만들겠다니. 세상에 이보다 더 기괴한 발상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웃음이나는군요.

하지만 저는 박근혜의 엉터리 같은 말 중에도 꼭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단 한명의 국민도 굶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떡해서든 복지재원을 마련해서 복지제도를 확립해야한다는 것이지요. 역시 결론은 ‘버킹검’이 아니라 ‘마니’입니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 박근혜의 지하경제활성화론은 사실 복지 안하겠다는 소리와 진배없습니다. 활성화시킬 지하경제도 뚜렷하게 없거니와 그걸로 재원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황당한 일이죠. 답은 재벌에 있습니다. 

기호5번, 노동자대통령후보 김 소연, 그녀는 말합니다. “재벌들 주머니 털어서 복지재원 마련하겠습니다.” 원래 재벌들의 주머니란 것이 국민들 주머니 털어서 만든 것이니 그들의 주머니를 털어 보편적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지요.

물론 문재인후보도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증세가 필요하고, 증세의 핵심은 부자증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자에게 세금을!’ 이 구호가 처음 나왔던 게 10여 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요. 이제 최소한 새누리당을 제외한 야권진영에선 보편화된 구호가 됐습니다.

아무튼 노동자대통령후보를 표방하는 김소연의 공약이 가장 화끈하지 않나요? “재벌들 주머니 털어 복지재원 마련하겠다.” 이보다 더 분명하고 구체적인 공약은 없지 싶군요. 박근혜와 가장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는 김소연, 역시 노동자대통령후보답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