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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창원시장은 시민 편인가 가스업자 편인가

창원시 진북면 예곡리. 마산8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의림사 계곡을 바로 머리맡에 두고 있는 이 마을은 매우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면소재지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개울 주변을 울창하게 에워싸고 있었다. 봄기운 완연한 햇볕에 마을은 더욱 정겨웠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의 마음은 따사로운 풍경과는 달리 편안해보이지 않았다. 4월 1일 일요일 10시경부터 주민들이 화훼작목반 공동집하장 창고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최소한 60대는 지났을 것으로 보이는 이들은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우리 부락에 고압가스 충전소가 웬 말이냐!”

조용하던 시골마을에 집회가 열린 것이다. 마을 입구는 온통 붉은색 깃발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반대, 결사투쟁 같은 구호들이 한가로운 봄날의 정적을 깨고 노인들의 주름진 이마는 붉은 띠에 가려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고압가스 충전소(금성에너지)가 이 마을에 들어선다는 것. 이른바 위험물질 저장소라고도 불리는 커다란 탱크로리가 마을입구에 만들어지는데 주민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미 2010년 10월에 허가까지 모두 났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그 사실을 안 것은 20011년 5월경.

“아무리 개인 소유의 땅이라 하더라도 위험물 저장시설 및 고압가스 충전소라는 용어만 들어도 불안에 떨어야 할 부락민들의 민원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주민과는 대화 한번 없이 허가를 내준 창원시청과 구청이 유감스럽다. 우리는 절대 반대하며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주민들이 내세우는 반대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마을입구에 지하1층 지상 2층 규모의 미사일 모양으로 생긴 탱크가 부락민들은 물론이요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마을 전체가 죽은 마을처럼 된다는 것.

둘째는, 위험물질 저장소가 마을과 불과 3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어 늘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되므로 해서 입게 될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는 것.

셋째는, 마을의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것. 위험물 저장소가 들어오게 되면 논과 밭, 집값의 하락은 불 보듯 빤한데 마을 어른들과 주민들이 피와 땀으로 일구어놓은 이 기름진 땅을 누가 어떻게 보상해줄 것이냐는 것.

넷째는, 금성에너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안전하다고만 말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규정에 의한 경고표지에서도 보듯이 동상, 시력장애, 마비, 구토, 천식, 심장질환, 현기증, 경련, 폐출혈, 혈액순환 이상, 흉부질환 등 위험성을 동반한 시설이라는 것.

다섯째, 그러나 무엇보다 금성에너지의 계열사가 통영, 거제 등 지역에서 수십 년간 불법으로 가스판매업을 해오며 물의를 일으킨 전례(한남일보 9월 1일자 기사 참조)를 볼 때 매우 부도덕한 회사로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자기이익만 챙기는 악덕기업이라는 것.

한편, 이날 주민들은 공동집하장 앞에서 주민대책위원회 출정식을 가진 다음 진북면 면사무소와 예곡리 마을회관을 왕복하며 거리행진시위를 벌였는데 여기에는 택시노동자들도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시위대열의 앞뒤로 택시 10여대가 에스코트하고 있었던 것.

“우리 택시회사 바로 옆에 위험물 저장소를 만든다는 겁니다. 우리가 제일 불안하죠. 매일 거기를 드나들어야 되는데 무서워서 일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시다시피 위험물질 충전할 때 그게 안 샌다는 보장 있습니까? 우리가 그걸 다 들이마셔야 된다는 얘기죠.”

시위대열의 맨 앞에 선 택시기사는 서행운전을 하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그거 터지면 우리 다 죽는 거지요.”

머리가 하얀 눈발처럼 흩날리는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시골에 사는 노인답지 않게 세상일에 대해 매우 높은 식견을 가진 듯이 보였다. 그는 이런 일들이 가진 자들과 시장, 공무원들의 부조리한 태도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거 부르주아들이 다 벌이는 짓들이죠. 이놈들은 자기들 배 채우는 거 말고는 생각이 없는 놈들이에요. 우리야 죽건 말건. 시장이니 공무원이니 높은 자리에 있는 것들도 다 마찬가지요. 그놈들 편이죠. 우리 같은 다 늙은 노인네들이 왜 나왔겠어요?”

주민들은 최근 후쿠시마원전 사고와 고리원전 사고 등 핵발전소로 인해 벌어진 엄청난 재앙을 알고난 뒤부터 더욱 예민해졌다고 했다. 행진을 마치고 예곡리 마을회관 앞에서 확성기를 집어든 역시 백발이 성성한 마을이장님은 소리 높여 이렇게 외쳤다.

“끝까지 투쟁할 겁니다. 절대 타협이란 없습니다. 반드시 막아낼 겁니다.”

이날 집회에는 새누리당 이주영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운동원도 보였다. 그들은 내내 마을주민들의 행렬을 따라오며 주민들에게 말을 걸었고 이주영 후보에 대해 설명하는 듯이 보였다. 마음씨 착한 주민들이 웃으며 “그래, 그래” 하고 응대하는 모습이 참 낯설게 느껴졌다.

마산은 대대로 새누리당 사람들이 국회의원도 하고 시장도 하고 시의원도 하던 곳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들 주민들의 아픔을 얼마나 알고 얼마나 함께 해주었던가. 그들이 이들 주민들의 고충을 얼마나 해결해주었던가.

‘아니지. 이들 주민들에게 고통을 준 것은 사실은 바로 그들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왔다. 왜 새누리당 출신의 창원시장은 주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이 가해질 게 빤한 이런 허가를 주민들과 아무런 의논도 없이 해주었을까?

금성에너지 사장보다 창원시장이 더 밉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거다. 금성에너지 사장은 어차피 돈을 벌어야 하는 업자일 뿐이지만 창원시장은 업자가 아니라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할 시민의 대표가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그것이 궁금하다.

그는 대체 누구를 대표하고 싶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