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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TV토론 거부 통진당 손석형, 진보후보 맞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보정당 후보는 TV에 한번 나가보는 게 소원이었던 시절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변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여전히 진보정당 후보에게 TV전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멀리 있는 야속한 당신입니다.

그런데 창원에서만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가 TV토론을 거부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TV에 나가 자기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 진보정당 후보인데, 그리고 어려운 여건에도 선거에 나서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데, 거부라니.

이유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가 TV토론에 나오지 않겠다고 한 것이 이유입니다. 손 후보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습니다. 강 후보도 안 나오는데 괜히 나 혼자 나가서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만 부각시켜 줄 이유가 있겠는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이유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불통을 비판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통합진보당 후보가 TV토론에 나오지 않겠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의 강 후보는 TV토론을 거부한 이유를 일정이 빠듯해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은 자신도 지난 총선에서 손 후보와 마찬가지로 도의원을 중도사퇴하고 출마한 경력 때문에 공개적인 토론이 불리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요?

강 후보가 TV토론을 거부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강 후보의 불참을 핑계로 TV토론을 거부한 손석형 후보도 사실 속내는 강 후보와 다르지 않을 거란 사실을 조금만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도 강 후보와 같은 원죄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강 후보보다 손 후보의 죄질이 더 무겁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 후보는 이미 4년 전에 중도사퇴에 대한 비판과 비난 속에 낙선했습니다. 통합진보당(당시 민노당)과 지역 시민단체들은 강 후보를 상대로 시민소송단까지 만들기도 했습니다.

손석형 후보가 당시 했던 발언과 행동을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역겨움으로 몹시 괴로울 것입니다. “통합진보당이 입만 열면 말하는 진보정치라 것이 결국 이런 것이었단 말인가?”

손 후보와 통합진보당은 총선출마를 위한 도의원 중도사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4년 전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와는 달리 손 후보는 민중의 이익을 위해 중도사퇴와 총선출마 결심을 한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쉽게 말하면 새누리당이 하면 안 되지만 통합진보당이 하면 괜찮다는 겁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가치의 기준과는 분명 다른 기준을 이들은 가졌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서 더 따질 필요는 없겠습니다. 새누리당, 민주당, 통진당, 진보신당은 모두 자기들 나름의 가치기준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TV토론 거부가 더 이해 안 되는 겁니다.

당당하게 TV토론에 나와서 자신의 입장을 시민들 앞에 밝히고 떳떳하게 심판받는 것이 옳은 일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진정한 진보정치인이 걸어야 할 금도요 미덕 아니겠습니까? 하기야 손 후보가 스스로 “나는 진보가 아냐. 짝퉁에 불과해!” 하고 선언한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얘기들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습니다. 창원시 의창구 국회의원 선거는 2명의 여권성향 후보와 1명의 진보성향 후보가 대결하고 있다고. 당연히 손석형 후보를 겨냥한 소문들입니다. 이번 손 후보의 TV토론 불참 결정으로 또 하나의 소문이 돌게 생겼습니다.

“손석형 후보는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가 하는 짓만 골라서 따라 한다!”

28일로 예정됐던 KNN 방송토론은 이미 물 건너갔습니다. KNN이 그래도 명색이 SBS 부산경남지역 방송으로 꽤 많은 유권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소통을 강조하면서 정작 가장 많은 유권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것은 실로 유감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CJ, CBS, 블로거 토론회 등 몇 차례의 기회가 더 남아 있다고 합니다. 강기윤 후보와 손석형 후보가 계속해서 유권자들에게 주어진 이런 기회들마저도 걷어차 버릴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손 후보만큼은 제발 그러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손석형 후보를 일러 짝퉁진보라는 비판을 넘어 한나라당(새누리당)스럽다는 비난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님을 유념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당연히, 무엇을 하든지 안 하든지 그것은 어디까지나 속된 말로 ‘엿장수 마음대로’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두 분 후보의 TV토론 거부가 유권자의 알권리를 박탈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는 확실히 심판받을만한 행동이란 사실입니다. 그리고 손석형 후보에게는 “새누리당 강기윤만 따라 한다!”는 오명까지 각오해야 할 사안이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