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0일)자 경남도민일보를 받아든 내 기분은 이렇다.

“도민일보가 미쳤다!”

도민일보는 지금껏 조중동을 비판하며 정론직필을 외쳐왔던 신문이다. 하지만 본격선거 첫날을 알리는 도민일보의 편집행태를 보면 도대체 그런 외침이 진심이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노골적인 편파와 독선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그래서 이런 생각마저 들었던 것이다.

“이거 혹시 통진당의 압력에 굴복한 거 아닐까?”

통진당은 예전부터 자기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거나 불편한 기사가 실리면 항의방문이나 절독운동 등의 압력수단을 행사해왔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바이다. 며칠 전에 도민일보의 모 기자가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실었었다.

“내가 아는 선배가 통진당 당원인데 ‘니들 도민일보는 진보신당 편만 들고 통진당에 너무 박하다. 너무 편파적이다.”

실로 웃기는 얘기였지만 나는 거기에 이런 답글을 달았다. 엄살부리는 듯한 이 말이 내겐 색다른 압력수단을 행사하는 것처럼 들렸던 것이다. 

“참 새누리당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면서 그 내용을 인용하기 위해 그 기자의 페이스북을 확인해보았지만 해당 글은 삭제된 것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내 답글도 함께 사라졌다. 그리하여 통진당의 압력에 굴복한 거 아닌가 하는 오해 아닌 오해는 더 증폭되었다.

‘수성 vs 수복’ 출발부터 맹렬.

도민일보의 1면 메인기사 타이틀이다. 약간의 상식과 정보만 가진 사람이라면 어디를 말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창원 성산구다. 이 선거구는 통진당 입장에서 보면 수성해야 할 지역이요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면 수복해야할 지역이다.

물론 수성이라는 측면만 놓고 보자면 경남 전역이 새누리당의 수성지역이다. 창원 의창구에선 통진당 문성현 후보가, 거제에선 진보신당 김한주 후보가 만만치 않은 실력으로 거센 도전을 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 두 지역은 새누리당의 수성이 매우 불안한 곳이다.

그런데 창원 성산구는 엄밀히 말해서 진보신당 입장에서도 수복지역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라는 아이러니가 있다. 민주노동당의 실질적 창당세력이었던 진보신당이 창원에서 권영길 의원을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 공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스토리다.

그러므로 선거 첫날 분위기를 알리는 1면 메인기사 제목으로 “‘수성 vs 수복’ 출발부터 맹렬”은 매우 적절한 것이었다. 하지만 기사내용은 타이틀을 완벽하게 배반하고 있었다. 기사 내용 어디에도 강기윤, 손석형, 김창근의 3파전이 맹렬한 창원 성산구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오히려 문성현, 박성호 후보의 동정으로 시작되는 기사는 마치 ‘수성 vs 수복’이 의창구의 얘기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기자의 실수였을까? 제목과 기사가 따로 노는 것에는 틀림없이 다른 의도가 숨어있을 거라고 의심하는 것은 과민반응일까?

하지만 다음 장을 넘기는 순간,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고 만다. 3면 가운데에 손석형 후보와 문성현 후보의 사진이 크게 실리고 거기에 커다란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다. “‘수성 vs 수복’ 출발부터 맹렬”이 의도한 게 이것이었더란 말인가.

“문성현‧손석형 후보 ‘창원서 동반 당선’”

다시 4면에 통진당 문성현 후보의 선거운동 사진, 그리고 다시 7면에 문성현 후보와 손석형 후보가 나란히 서서 야권단일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사진이 기사와 더불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이건 완전히 속세말로 ‘허걱’이다. 이거야말로 기울기, 편파의 전형이다.

기사 배치를 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그렇게 됐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는가. 최소한의 공정보도라도 할 참이라면 이래선 안 되는 거 아닌가. 오늘자 경남도민일보는 거의 통진당 홍보지라고 불러도 무방하다싶을 정도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1면 타이틀을 ‘수성 vs 수복’으로 뽑았다면 응당 기사에 이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2면, 3면 등에서 보충기사들이 배치되는 게 맞다 생각하지만 그 준비정도나 역량이 미흡하다면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허나 최소한 1면 메인기사는 제목에 맞게 창원 성산구의 동정이 그려졌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도민일보가 통합진보당 선거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게 아니라면 후속지면 배치에도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통진당과 문성현, 손석형 후보의 기사와 사진으로 도배된 신문이라니.

이러고서도 조중동을 비판하고 경남신문을 일러 지역의 조선일보라 비난할 수 있을지 그게 궁금할 뿐이다. 그리고 아울러 하나 더 밝혀두자면, 통진당도 이제 더 이상 경남도민일보더러 통진당에 박하다느니 섭섭하다느니 하면서 절독운동 같은 거 할 생각 말아주었으면 한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