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생이란 사람이 자기 반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에 대해 “가해자도 내 학생이고 피해자도 내 학생” 어쩌고 하면서 “경미하게 생각했다”고 하네요. 참 미치고 환장할 노릇. 이런 놈들 때문에 ‘제일 냄새나는 똥이 선생 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거 아닐까요?
하긴 뭐 선생이란 직업도 하고많은 기능직들 중에 하나일 뿐이니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겠다고 하는 데야 뭐라 하기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예의 이 선생이란 작자는 과연 월급 받는 만큼 일을 제대로 하기나 한 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군요. 돈대로 일을 하긴 한 걸까요?
저로 말하자면 원래 선생이란 직업을 가진 자들을 별로 믿지 않습니다. 남들은 존경하는 은사 어쩌고 하는 말들을 하지만 저는 존경하는 선생은 고사하고 그저 괜찮은 선생 하나 기억에 담아두고 있지 않습니다. 너무 색안경 끼고 보는 건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이 정도로 하지요. 오늘 주제는 선생이 아니고 이른바 신상털기입니다. 대구의 어느 중학생이 동급생들의 폭력에 못 이겨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온 국민이 공분했는데요.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를 둔 저도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대전인가요? 어느 학교에서도 역시 1년에 걸친 상습적인 폭행이 밝혀졌는데요. 웃기는 것은 가해학생이 6개월 전쯤에 선생에게 “때려도 되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답니다. 선생 말로야 “가끔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일”이겠지만 피해학생 입장에서는 지옥이지요.
그런데 최근 학내폭력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다른 문제가 하나 불거졌습니다. 바로 신상털기입니다. 가해학생들의 사진과 이름, 기타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겁니다. 저도 이걸 보고선 깜짝 놀랐습니다. 놀랍기도 하면서 한편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이래도 되나?’
▲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가해자라며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모자이크는 필자가 했다.
심지어 어떤 네티즌은 “살인마의 사진을 공개한다”는 설명을 달기도 했습니다. 공개된 어린 중학생의 얼굴은 너무나 앳되게 보였지만 살인마라는 이 하나의 문구만이 그 학생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왜 이런 무모한 신상털기가 번지고 있는 것일까요?
신상털기를 하는 네티즌들의 심리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엔 도저히 참기 어려운 분노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무엇보다 무능하고 기능적인 학교 선생들의 ‘귀차니즘’과 폭력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미성년자라고 해서 봐주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성년이 안 된 범죄자를 수용하는 소년원이란 곳도 있습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경우엔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농후하므로 구속수사가 원칙입니다.
지금까지 무수한 학내폭력 사건이 있었음에도 오히려 가해자들은 버젓이 얼굴 들고 다니는데도 피해자들이 전학을 가는 등 전전긍긍해왔던 사실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은 일벌백계의 예에 따라 살인에 준하는 죄로 다스려야 할 줄로 믿습니다.
그게 정의입니다. 그래야 하늘에 간 피해자의 영혼도 억울함이 어느 정도나마 가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네티즌들이 직접 신상털기라는 사적인 처벌에 나서는 것이 아닐까요? 일종의 사회적인 복수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신상털기는 나쁜 것입니다. 하지만 자제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파렴치하고 잔인한 폭력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선도가 먼저다”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반대로 “선도가 능사는 아니다. 강력한 처벌이 먼저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교뿐 아니라 어느 조직이든 폭력사태가 발생하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해 정의를 바로 세우기보다는 쉬쉬 하면서 사건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합니다. 이른바 조직보위 논리를 내세우면서 말입니다.
심지어 피해자를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몰거나(고려대 의대생들의 집단성추행 사건에서 보듯이)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식으로 물타기를 하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2차 가해 수법입니다. 이런 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등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맨 앞에서 말한 “때린 놈도 내 학생이요, 맞은 놈도 내 학생이다”라는 말을 한 어느 선생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면 이렇습니다. “때린 놈은 내 사랑하는 제자요, 맞은 놈은 멍청한 학생이다.”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요. 단지 귀찮았을 뿐.
이제 다시는 폭력 가해자가 뻔뻔하게 얼굴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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