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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꽃미남 라면가게, 아슬아슬 성희롱 지나치다
















tvN이 월화 밤 11시에 방영하는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 워낙 막장드라마들이 판치는 지상파 방송사들로 인해 이 드라마에 거는 기대가 남달리 컸다. 뭔가 훈훈하고 정감 있는 드라마가 전개될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다.

블로그 <알콩달콩 섬이야기>의 운영자 임현철 님이 쓴 기사에 보니 ‘국민아버지’ 최불암 옹께서도 한말씀 하셨다. “요즘 TV드라마는 보기에 안타깝고 부끄럽다.” 그렇다. 건전한 주제나 소재는 전부 이민이라도 보냈는지 불륜, 이혼, 출생의 비밀이 아니면 드라마가 안 된다.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아슬아슬하다. 가슴 졸이며 봐야 하는 드라마. 왜 이렇게 됐을까? 언제부터 우리는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잃어버렸다. 요란하게 서스펜스가 넘쳐날 듯이 고막을 찢어대는 음악이 춤추는 가운데 벌어지는 막장 이야기들.

물론 아이리스나 태왕사신기, 자이언츠 같은 주제라면 충분히 이해도 할 수 있고 공감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사를 다루는 홈드라마에서도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 무슨 법창야화를 보는 것도 아니고 매번 불륜에다 이혼이요 출생의 비밀이다. 거기다 가끔 살인과 성폭력까지.

그런 가운데 케이블방송 tvN이 만든 <꽃미남 라면가게>는 ‘오, 요즘 이런 드라마가 나왔어?’ 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몸을 TV모니터 앞으로 끌어당겼다. 재미도 있고 소재도 신선하다. 라면가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청춘남녀들의 에피소드.

게다가 이 드라마에는 알게모르게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보물찾기처럼 숨어있다. 그래서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차치수와 최강혁(코스케)이 보여주는 약간의 껄끄러운 장면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정도야 뭐. 차차 나아지겠지.

어이 차치수, 교문 앞에서 뭐하는 짓이지?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마치 이 드라마의 트렌드가 차치수와 최강혁이 보여주는 바로 그 껄쩍지근한 모습이라는 듯이 갈수록 농도가 짙어진다. 도대체 차치수와 최강혁이 뭘 어쨌기에 그러느냐고? 그렇다. 바로 그렇게 물어주길 원했다.

이 두 몹쓸 남자가-함께 드라마를 보던 아내는 ‘아주 나쁜 놈’이라고 흥분하면서 왜 이걸 보냐고 짜증을 낸다-벌이는 농도 짙은 껄쩍지근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매번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럴 필요도 그래서도 안 되는 장면에서 여자를 희롱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차치수와 양은비가 처음 만난 장소가 어디던가. 화장실이다. 왜 하필이면 화장실에서 만난 것일까? 가장 지저분한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꽃피우기 위해서? 꿈보다 해몽이 좋다. 그런데 이 두 남녀, 화장실에서 너무 자주 만난다.

........ 뭐야, 이거 또 화장실에서 뭐하는 거야?

어제도 화장실에 앉아 질질 짜고 있는 양은비를 찾아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아, 이 무슨 지랄염병이람!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앞서도 그랬듯이 슬로우 모션으로 두 남녀의 얼굴이 접근하며 입술이 충돌하기 일보직전. 화장실에서.

아, 얼굴이 화끈거리며 가슴이 두근두근 불안해지는 순간, 역시 아내가 한방을 날린다. “저 나쁜 새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아내는 모 여성단체 대표다. 그 단체는 성폭력상담소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니 욕설이 안 튀어나오는 게 이상한 일.

양은비가 겪게 되는 우연을 가장해 필연을 향하는 이 랑데부의 상대는 차치수만 있는 게 아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천재 셰프 코스케, 한국이름 최강혁도 마찬가지. 그도 역시 아무런 설명도 개연성도 없이 매번 양은비를 마누라라고 부르며 이상한 행동을 한다.

역시 이 드라마의 트렌드를 대표하는 얼굴 붙이기는 최강혁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아예 홀딱 벗고 수건으로 간신히 은밀한 부위만 두른 상태에서 우주왕복선이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듯이 서서히 그리고 능글맞게 얼굴을 양은비의 얼굴에 접근시킨다.

아, 내가 20대 젊은이도 아닌데 왜 이리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고 초조할까?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또 이런 불편한 감정을 감내하며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가? 아무튼 <꽃미남 라면가게>가 소재도 기발하고 주제도 좋은 매우 좋은 드라마이지만 이런 불편함도 있다는 것.

오늘밤이 지나면 이미 16부작 중에 10부가 지나가는 것이므로 이런 문제제기가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늦었더라도 문제는 제기하고 넘어가자.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라 좀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할 말 있으면 해주는 것이 진짜 팬의 올바른 태도 아닐까.

“좀 자중해주시면 안 될까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신세대 트렌드의 드라마란 점은 이해하지만 좀 소프트하게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 드라마와 비슷한 트렌드의 청춘드라마가 있었다. <파스타>. 정말 좋은 드라마였다. 공효진과 이선균의 매력이 물씬 나는, 정말이지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다. <파스타>에서도 차치수와 양은비가 하는 것 비슷한 랑데부들이 가끔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노골적인 모습을 너무 자주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들은 매우 은근했으며 아주 가끔 가슴 떨리게 랑데부 장면을 만들었다. 그 장면에서는 답답하거나 불안하거나 초조함 따위는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그들의 은근하면서도 달콤한 키스장면은 아주 흐뭇했다.

오우, 이젠 화장실이 아니라 당당하게 왕십리 역사 대형 쇼핑몰 앞에서!

오늘밤 차치수가 마침내 양은비와 진짜 키스를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별로 가슴 떨리지도 않는다. 워낙 매회 벌여온 이벤트였던지라 센세이션하지도 않다. 그저 “또야?” 하는 감정으로 불안과 초조 위에 짜증만 더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약 1분에 걸친 딥키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는데, 왕십리 역사 내 한 대형몰 한복판에서 무려 1시간 동안 찍었다고 한다. 젊은 남녀가 사랑을 하면 키스를 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순리이기는 하지만, 아, 나는 별로 감동이 동하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시작된 키스가 왕십리 역에서 마침표를 찍었구나, 이런 정도? 아내는 또 화를 낼 것이다. “저 나쁜 놈. 아무데서나 여자한테 소리 버럭버럭 지르고, 함부로 팔을 잡아채고, 얼굴 들이밀더니 이젠 대놓고 난장에서 지랄이네.” 그리고 계속해서 이럴 것이다.

“저런 새끼는 성폭행범으로 쇠고랑 차야 돼!”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양은비도 별로 싫은 기색이 아니고 오히려 ‘바라는 바요’ 하는 눈치니. 그렇지만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다. 꼭 이렇게 성희롱적인 연기를 해야만 남자의 매력이 발산되는 걸까?

<꽃미남 라면가게>, 좋은 드라마지만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어 불만을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