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에 위무라는 사람이 살았다. 후처 혹은 첩이 있었는데 죽기 전에 아들에게 유언을 하기를 자기가 죽으면 그녀를 개가(재혼)시키라고 하였다. 그러나 정작 죽기 전에는 정신이 몽롱하였던지 전통에 따라 순장할 것을 명하였다. 이에 위무의 아들 위과는 고민하다가 부친이 정신이 맑을 때의 유언을 좇아 순장시키지 않고 개가시켜 목숨을 구해주었다.
(일설에는 이때 누군가를 시켜 밤에 몰래 업어가도록 했다고 하는데 그걸 속세말로 무어라고 하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훗날 위과가 전쟁에 나갔다가 적장에게 쫓겨 죽기 일보직전의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이때 서모(위무의 후처)의 죽은 아버지 혼령이 나타나 풀을 묶어 적장의 말을 쓰러뜨렸다. 뜻밖에 위과는 큰 전공을 세우게 되었다. 그날 밤에 서모의 부친 혼령이 나타나 자기 딸을 살려준데 대한 은혜를 갚았다라고 하였다.”
각골난망(刻骨難忘)이니 백골난망(白骨難忘)이니 하는 말들과 같은 뜻입니다. 은혜를 잊지 못하고 반드시 갚는다, 뭐 그런 뜻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죠? 그러나 꼭 이런 거창한 고사를 만들어가면서까지 은혜를 갚아야 함을 가르쳐야 할 만큼 그 시대 사람들이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이었을까요?
제가 아는 양운진 교수님이란 분은 거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다른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 물론 은혜에 꼭 보답한다는 아름다운 뜻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껍데기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딴 데 있어요.”
..... 신마산시장에서 양운진 교수의 결초보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들으며 마신 막걸리와 꽁치회. 꽁치회는 만원.
양교수님이 말한 그 딴 데란 무엇일까요?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는 겁니다. “여성도 사람이다!” “순장제도에 반대한다!” 요즘 식으로 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여성들이 띠를 두르고 거리에 나가 “순장제도 철폐하라!” 하고 구호를 외치며 데모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4천여 년 전의 중국에서 그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주장을 함부로 하다가는 다른 여성이 순장 당하기 전에 자기가 먼저 죽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아니 필경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걸 이런 식으로 비틀어 슬쩍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순장제도는 나쁜 것이라니까요. 그리고요. 여자도 사람이라니까요. 그렇게 함부로 죽여선 안 된다구요.”
어떻습니까? 이 말을 들으니 여성운동의 효시가 결초보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저는 결초보은이란 고사성어에서 여성주의와 휴머니즘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지닌 양교수님이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인문학 쪽이 아니라 환경공학을 전공하신 분입니다.
양교수님은 이렇게 말하곤 하셨습니다. “사람은 늙으면 말이야. 몸도 허약해지지만 마음도 굳어서 고집만 세지고 세상 보는 눈도 좁아져. 세상에 아주 쓸모없는 존재가 되지.” 그러면 옆에서 젊은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교수님, 그러면 60살 넘으면 피선거권을 주지 말까요?” 그러면 “야, 그거 했다가 피본 놈 있잖아. 정 모라고…” 하면서 허허 웃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 어떠십니까? 결초보은의 고사에서 여성운동의 효시를 발견할 줄 아는 눈을 가진 이런 늙은이는 좀 필요한, 꽤 쓸모가 있는 늙은이가 아닐까요? 노인이 된다고 다 아집만 느는 것은 아니더군요.
신마산 재래시장의 어느 허름한 술집에서 만 원짜리 꽁치회에 막걸리 잔을 기울이면서 나눈 대화에서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막걸리도 이렇게 마시면 정말 보람 있지 않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갑자기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서 꽁치회에 막걸리가 생각나네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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