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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홍준표는 되는데 김정길은 왜 신문에 나면 안 되나

지난 6월 24일 실시한 김정길 전 장관과의 블로거 합동인터뷰를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연재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너무 늘어진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7월 9일에는 두번째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인터뷰했습니다. 오늘은 미리 약속한대로 김정길 인터뷰 세번째 이야기 "김정길은 왜 신문에 나오면 안되나"입니다.   <파비>

지난 6월 24일 경남블로그공동체 회원들의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 합동인터뷰를 취재한 기사가 경남도민일보에 나가자 기사를 쓴 이승환 기자에게 바로 항의전화가 걸려왔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김정길 같은 사람이 신문에 나올만한 사람이냐, 왜 그런 사람을 신문에 실어주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 지난 6월 24일 부산민주공원 내 민주항쟁기념관 옥상에서 열린 김정길 초청 블로거 합동인터뷰 @사진. 블로거 크리스탈 제공

이 기자가 경남도민일보 <취재수첩>에다 밝힌 바에 의하면 이 독자는 장시간 흥분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럼 어떤 사람이 신문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자 그는 “김두관도 괜찮고… 홍준표 같은 사람이 좋지” 하고 말했다고 합니다. 뉘앙스로 보아서는 김두관은 양념이고 홍준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지요.

김정길이 마음에 안 들 수는 있습니다. 홍준표를 특별히 마음에 둘 수도 있습니다. 그건 누구나 자유입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왜 김정길 같은 사람을 신문에 실어주는 거야?” 하고 신문사에 항의하는 것은 글쎄 어떻게 봐주어야 할까요? 거꾸로 다른 사람이 “아니 홍준표 같은 사람을 신문에 실어준다는 게 말이 돼?” 한다면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하긴 그럴 수는 있습니다. “김정길이야 너무 오랫동안 시야에서 멀어진 사람이니 지면이 제한된 신문에 실어준다면 그건 종이 낭비야!” 하고 말할 수는 있겠지요. 실제로 제게도 그렇게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 “100인닷컴이 그렇게 많은 기사를 실을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김정길 인터뷰를 하고 기사도 싣고 하는 게 난센스 아니냐”고 말입니다.

한마디로 시간낭비라는 것이죠. 제가 그분께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100인닷컴이 취재하고 기사도 쓰고 해야 하는 거죠. 조중동은 물론이고 한겨레나 경향 같은 신문도 안 실어주는 판에 우리 아니면 누가 그를 조명해주겠습니까? 그리고 우리도 목표가 있습니다. 김정길 장관을 시작으로 여야의 유력 정치인들을 다뤄보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김정길이 인지도도 낮고 대망도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상당한 저력을 갖고 있는 정치인입니다. 작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45% 득표를 했습니다. 그가 나서면 야권에 대선후보 경쟁이 본격화될 수도 있습니다. 흥행에 도움이 되죠. 박근혜 일변도의 판도에 변화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정길 초청 블로거 합동인터뷰를 한다는 기사를 보고 나온 쓴소리에 허겁지겁 변명조로 한 말이었지만, 결과는 실제로 그런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합동인터뷰 이후에 한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지지도에 의하면 야권 유력 대선주자 중에 손학규, 문재인, 유시민, 한명숙에 이어 5위에 랭크된 것입니다. 정동영과 천정배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놀라운 일 아닙니까? “아무도 모르고 알아주지도 않는 사람을 왜 인터뷰 하느냐, 시간낭비다”라고 했지만, 대중은 김정길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미래가 보장된 ‘김영삼 따라가기’를 거부하고 3당 합당에 반대했던 김정길은 이후 김대중의 편에 서서 부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다섯 번 선거에 나가 떨어졌습니다.

지난 6월 12일 광주 김대중센터에서 가진 사실상 대선출정식으로 보도된 출판기념회에 1만 2천명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은 그런 진정성을 잊지 않고 격려하는 팬들이 전국에 상당히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그날 모인 사람들은 부산사람들이나 호남사람들뿐 아니라 대전, 서울,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었습니다.

▲ 지난 6월 12일 광주 김대중센터에서 열린 김정길 출판기념회 모습. 맨 앞쪽 테이블에 노트북이 놓인 곳이 필자의 자리다.

자, 그런데도 김정길이 신문에 나올만한 사람이 아닐까요? 사실을 말하자면, 시사블로거 거다란님이 “김정길을 인터뷰해보자” 하고 제안했을 때 처음에는 저도 망설였습니다. 물론 낮은 인지도와 오랫동안 정치에서 떨어져 있었던 것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습니다. 저는 단순하게 “그래, 김정길도 신문에 나올 수 있어” 하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언론들이 더 많이 다뤄주는 것이 공평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메이저 신문사들이 영양가 없는(?) 후보군에 별로 관심을 안 가지는 이유는 영양가 있는(인지도가 높은) 후보들만 골라서 취재를 함으로써 편하게 신문을 팔아먹으려는 속셈 때문 아니겠나, 그런데 우리도 그래서야 되겠나 하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른바 진보언론을 자처하는 몇몇 신문사들도 실상은 1면에 진보정치인들에 대한 기사를 거의 배치하지 않는 이율배반을 많이 보아오던 터입니다. 그러니 별 영양가 없는 자그마한 인터넷언론사가 인지도에서 고전하고 있는 후보를 발굴하고 알려내는 것도 크게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것이 김정길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 인터뷰 도중 물을 마시고 있는 김정길 @사진. 사진작가 김병국 제공

좀 다른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최근 경남도민일보가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크게 다뤄주는 것을 보면서 얻은 용기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막상 김정길을 인터뷰하고 나서 그가 보통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는 팍 드러나지는 않지만 은근한 매력을 가진 정치인이었습니다.

합동인터뷰에 참여했던 다수의 블로거들이 그에게서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단단한 자부심과 소신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현란한 수사보다는 자기 마음을 전달하고자 애쓰는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김훤주나 이윤기 같은 유명 블로거가 연속해서 그에 관한 기사를 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블로거 이윤기는 “그렇지만 노무현처럼 뭔가 ‘딱’ 하고 다가오는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권력의지도 약해 보인다!”라고 비판을 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정치인은 이런 비판마저도 정말 고맙게 받아들여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판은 자기가 평소 알지 못하던 것을 깨닫게 함으로써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저는 “왜 김정길 같은 사람을 신문에 내주는 거야?”란 푸념에 대해 “아니 왜 김정길 같은 사람이 신문에 나오면 안 되죠?”라고 반문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오히려 김정길 같은 사람을 신문에 크게 내줘야 되는 거야. 그래야 대선후보 경선에 불도 붙을 거고.”

손학규 대표가 독주하는 식의 민주당 체제로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김정길 전 장관의 생각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내가 후보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선구도에 불을 붙여 흥행을 일으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내가 나온 것이다”라는 말도 했습니다. 옳은 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니까요.

그나저나 이승환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는 그 독자분의 진정한 생각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정길처럼 단기간에 유력대선후보로 떠오르는 사람도 “신문에 나올만한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한다면, 방송사들이 TV토론에 나올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던 과거 악습에 대해서도 일절 할 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하지만 김정길은 이미 ‘신문에 나올만하지 않은 사람’에서 ‘신문에서 꼭 내보내야 할 사람’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는 지난번 출간한 자서전 ‘희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에게 민주당 공천을 부탁하러 왔었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 일입니다. 이에 오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이 아니라는 변명만 했을 뿐입니다.

만약 오 시장 말처럼 김 전 장관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 등 법적조치를 취했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아직 오 시장은 그 이상 어떤 행동도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닙니까? 다음번에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장관 시절 다른 비사까지 섞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