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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김정길, 대권 잡으려면 노무현 넘어야하는 까닭

지난 6월 24일 오후3시부터 6시까지 부산민주공원 옥상 마루에서 <100인닷컴>과 <경남블로그공동체> 주최로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 블로그합동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을 30분이나 훌쩍 넘겨 6시가 넘어 끝났습니다. 못다 한 질문도 많고, 못다 한 답변도 많았지만 나름대로 알찬 인터뷰였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인터뷰 기사를 연재하려고 생각했지만, 역시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라 의도와 달리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지난 6월 12일 김정길 전 장관은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내년 총선에도 선도 출마해 부산에서 최소 5석, 최대 10석까지 얻어 대선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날 인터뷰에는 서울, 부산, 창원에서 15명의 블로거를 비롯 20명이 참여했습니다.  

ps; 어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니 김정길 전 장관이 유력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는 소식입니다. 야권후보 경쟁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우리 블로그공동체와 100인닷컴 탓이라고 꼭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블로그인터뷰한 내용을 포스팅하고, 100인닷컴에 기사도 올리고 하는 와중에 생긴 일이라 사실 좀 흐뭇하긴 합니다. ㅎㅎ~ 이글은 100인닷컴에 미리 실었던 내용입니다.  <파비>

 

이윤기 부장(마산YMCA 기획부장, 블로그 ‘이윤기의 책읽기 세상읽기’ 운영자)이 제대로 된 문제제기를 하셨습니다. 김정길, 분명 박근혜나 손학규보다는 훨씬 매력적인 인물인 거 같기는 한데 뭔가 ‘딱’ 하는 게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오랫동안 뉴스의 중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일까요?

꼭 그렇다고만 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야인으로 은인자중하며 살다가도 혜성처럼 나타나 정계를 뒤흔드는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숨어(?)지내는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는 했습니다.

아무튼 이윤기 부장의 지적은 날카롭고 정확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길 전 장관이 사실상 대선출정식이었다고 해야 할 ‘김정길의 희망’ 책 출판기념회에서 말한 ‘노무현은 바보, 나는 왕바보’라는 슬로건에 대해 ‘노무현을 넘어서야 대권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한 지적 말입니다.

그런데 몇몇 분들이 이 ‘노무현을 넘어서야 대권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한 이윤기 부장의 문제제기에 대해 잘못 해석하고 있는 거 같아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원래 저의 ‘김정길 블로그 합동인터뷰 취재산책’이 이쪽 길로 나갈 생각이었던 것은 아닌데 의도하지 않게 잠깐 샛길로 들어서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을 말씀드리면, 저는 미리 ‘김정길 인터뷰’에 질문을 여러 개 준비하고 있었고 그 중에 하나가 “보편적 복지에 대해 나름 확고한 입장이 계신 듯한데, 이른바 민주정부 10년,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공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자유주의, 한미FTA 등으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농민들의 삶이 위협받았던 것은 김 장관님이 말씀하시는 보편적 복지와는 반대방향 아니었을까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준비한 질문들의 요지는 비슷해서 모두 보편적 복지, 교육개혁에 대한 생각, 선거제도 개혁 등 진보적 의제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블로그 인터뷰에 질문이 너무 많이 쏟아지고 예정된 시간도 2시간 30분을 훌쩍 지나 3시간을 넘기고 있었기 때문에 이 질문들은 하지 못했습니다.

▲ 블로그합동인터뷰 전 부산민주공원 기념관에서 1971년 유신헌법 선포 당시 전국에서 총학생회장으로 유일하게 구속됐을 때 사진과 기사 등을 들여다보며 감회에 젖고 있는 김정길 전 장관 @사진. 포토뮤 제공

하지만 다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김정길 전 장관이 지역주의 타파, 정치적 민주주의, 남북관계 개선 등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복지, 선진적 정치개혁 등 진보적 의제에 대해선 매우 추상적인 견해만 갖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윤기 부장은 “김정길을 봤을 때 노무현을 넘어서는 어떤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윤기 부장의 생각처럼 “바보 노무현보다 나는 더한 왕바보다!”라고 선전하는 것은 정말 바보짓이며 진짜 노무현과 자신을 비교하고 싶다면 노무현보다 더 강한 임팩트를 표출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뭘까요? 진보적 의제에 대한 본인의 정확한 답안지를 만들고 그걸 선전해야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인 것입니다.

2012 대선은 그야말로 ‘복지전쟁’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입니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서 민주당은 전통적인 보수정당이면서도 무상급식을 말하고 나아가 보편적 복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자기네 당 대표 경선에 나와서 한 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무상급식, 이거 무상시리즈의 출발점이에요.” ‘무상시리즈’란 표현은 홍 의원 입장에선 ‘매우 불쾌한 정책이다. 이거 사회주의 정책 아니냐?’라면서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온 일부 후보가 이런 주장에 동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하는 공격적 어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홍 의원의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무상급식은 무상시리즈의 작은 시작에 불과하며 종착점에 다가갈수록 ‘무상교육, 무상의료’ 같은 보다 선명한 구호들을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상시리즈는 실제로 사회주의 정책이 맞습니다. 그런데 사회주의 정책이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나쁜 것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요? 왜 꼭 아니라고 부정하며 방어적 몸짓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아이러니한 것은 사회주의자 탄압으로 악명을 떨쳤던 비스마르크 정권이 사회주의자들이나 반길 사회보장제도를 독일에 제일 처음 도입했다는 것이며, 또한 반공을 국시로 했던 (공산당 활동으로 처형당할 뻔 했던 사람이 반공을 국시로 하다니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죠) 박정희 정권이 사회주의자들이나 반길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명박 정권은 박정희 정권의 이 치명적인 오류(?)를 수정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긴 합니다. 이 정권의 기조에 반해 박근혜 전 대표는 복지를 자주 입에 올립니다만, 그의 부친의 행적을 보면 나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박근혜의 (아무런 의미도 없이 말장난에 불과한) 복지론이나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에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일반 국민들은 어떨까요? 저처럼 복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별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는데 일반 국민들이 그 차이를 알 수 있을까요? 결국 2012년의 복지전쟁은 소리만 무성한 전쟁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때 김정길 전 장관은 그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선명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한미FTA,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같은 문제들에 대한 김 전 장관의 견해가 어떠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김 전 장관의 분명한 입장도 아직은 알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작년 부산시장 선거 때 ‘한 독거노인의 슬픈 사연을 만나고 흘린 눈물’ 같은 이야기는 감동적이긴 해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부자에게 명예를, 빈자에겐 존엄을.’ 구호는 그럴 듯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저 환상에 불과합니다. 유토피아란 말이죠. 그리고 설령 그런 대통령이, 말하자면 재벌도 좋아하고 노동자도 좋아하는 그런 정권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 시점에서 저는 이윤기 부장의 말이 백번 옳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통령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그런 대통령이 필요한 시대다.”

▲ '100인닷컴' '경남블로그공동체' 합동블로그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부산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탑에 참배하는 김정길 전 장관 @사진. 포토뮤 제공

만약 김정길 전 장관이 ‘부자에게 명예를!’이란 슬로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자들에게 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여 명예를 얻도록 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그리하여 그 세금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복지를 골고루 나눠주겠다”라고 말한다면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김정길의 보편적 복지론은 환상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정책이고 공약이 되겠지요. 복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재정 이야깁니다. “돈은 어디서 만들 건데? 그게 없잖아. 그러니까 당신의 정책이 포퓰리즘이라는 거야.”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도 기껏 “4대강에 쓸 돈이면 충분하다”든지 “지금 있는 재정을 잘 활용하기만 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거둬들여 그걸로 국민들에게 복지를 나눠주겠다” 따위의 혁명적인 발언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부자들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재벌을 무시하고 어떤 정책을 만들 수는 절대 없습니다. 심상정 전 의원이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 강연회에서 한 말이 생각납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절대 재벌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이윤기 부장이 “김정길 전 장관에게서 강한 임팩트는 느끼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보편적 복지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발견한 점”은 소득이었다라고 생각한 대목이 바로 아래와 같은 김 전 장관의 주장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육료 걱정하지 않고 아이 낳을 수 있는 나라, 돈이 없어서 병원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없는 나라, 가난 때문에 목숨 끊는 국민이 없는 나라, 가난해서 공부 못하는 일이 없는 나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나라, 출산율을 높이고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보편적 복지가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은 ‘빈자에겐 존엄을!’이란 슬로건을 설명하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정말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언어로 말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런 정도의 표현은 박근혜 전 대표도 할 수 있으며, 김 전 장관의 1차적 경쟁상대인 손학규 대표도 할 수 있습니다.

‘보육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돈이 없어서 병원치료를 못 받는 일이 없는 나라.’ 제 욕심 같아서는 ‘무상교육, 무상의료’라고 분명하게 말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부담스럽다면 어떻게 돈이 없어도 교육받을 수 있고, 병원에도 갈 수 있다는 것인지 그 어떤 다른 방법이라도 알려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라면 아마 이렇게 말하겠지요. “부자들에게 세금 깎아주면 되는 거야. 법인세 낮추면 기업의 소득이 늘어나고, 그러면 투자가 활발해지고, 고용이 늘어나고, 그러면 돈 없어 병원 못가는 사람도, 공부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거야.”

현재로선 김정길 전 장관의 ‘부자에겐 명예를, 빈자에겐 존엄을’이란 슬로건이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많은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보수정객들이 유행병처럼 입에 담는 ‘보편적 복지’와 김 전 장관의 ‘보편적 복지’가 무엇이 다른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합니다.

다시 말해 그의 슬로건은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울러 ‘표의 확장성’을 노려보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소리만 요란한 ‘복지전쟁’에 잘 들리지도 않을 작은 총소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판단에는 다른 유력후보들에 비해 인지도가 현저히 낮다는 점도 한 몫 합니다.

▲ 인터뷰 시작 전 블로거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정길 전 장관 @사진. 포토뮤 제공

블로그 <장복산>을 운영하는 이춘모 씨는 이윤기 부장의 글에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또 다른 정권의 탄생을 기대할 수도 있겠다”라고 댓글을 달았지만, 저는 역시 이윤기 부장의 답글과 같이 “지금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세력과 진보를 아우르는 정권은 무의미한 역사의 후퇴”라 생각하고 또 그런 정권이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명박 정권이야말로 가장 솔직한 정권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취해야 할 스탠스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고 그걸 숨기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진보에 적대감을 보입니다. 오히려 진보인 척 하면서 수구적 욕심을 채우는 가짜 보수들에 비해 그들은 분명한 판단을 도와준다는 점에서 훌륭합니다.  

자, 대충 결론을 내겠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이 자신의 약점인 인지도 약세를 딛고 대권에 도전하려면 노무현을 넘어서야 합니다. 이것은 블로거 거다란이 이야기한바 ‘이미지의 차별화’가 아니라, 이윤기 부장의 지적처럼 보다 더 선명한 진보적 의제를 발굴하고 주장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유로피안 드림>이었다고 합니다. 노 대통령은 퇴임 후에 이른바 민주정부 10년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많은 고민과 후회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로피안 드림>을 읽으며 유럽사민주의와 보편적 복지에 대해 연구를 해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노 대통령이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면 전직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사회상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고 제시하는 한국사회에 드문 지도자상을 정립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제 블로그에다 아쉬움을 토로한 적도 있습니다.

김 전 장관이 “부자가 명예를 얻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건 세금을 많이 내는 거야”라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도대체 부자가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외에 더 명예로운 일이 무에 있을까요? 기부도 있고 재단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그저 하나의 미담일 뿐입니다.

남들보다 많이 번 돈에 대해 세금을 많이 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법인세를 예컨대 25%에서 20%로 낮추어준 것과는 정반대로 50%로(실제로 유럽의 모든 복지국가들은 담세율이 이 정도로 높습니다), 물론 혁명정권이 아니므로 점진적으로 해야겠지만, 올리겠다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돈으로 보편적 복지를 달성하겠다고 하면 어떨까요? 4대강에 쏟아 부은 돈만 해도 충분하다든지, 지금 있는 재정만 가지고도 충분하다든지 하는 주장보다(실은 이런 주장들은 모두 부자들의 조세저항이 두려워 나온 것이죠) 훨씬 구체성과 신뢰성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자신의 철학에 따른’ 다른 방법이 제시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해야 뒤에 나오는 ‘빈자에겐 존엄을’이란 슬로건이 “아하, 그런 뜻이었구나!” 하고 선명하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빌프레도 파레토가 말한 ‘20 대 80의 사회’가 분명합니다. 아니 ‘5 대 95’, ‘1 대 99’의 사회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시대에 대권에 도전하면서 김정길 전 장관이 취해야 할 스탠스는 진보와 보수 모두를 아우르겠다는, 별로 현실적이지도 않고 애매모호한 태도가 아닌 것입니다. 이는 매우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기만 할 뿐입니다. 오히려 자기가 누구 편인지 분명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구 편이어야 할까요? 가난한 자의 편이어야 합니다. 만약 박근혜 전 대표나 손학규 대표라면 제가 이런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김정길이기 때문에, 달동네에서 만난 한 노인의 슬픈 사연에 눈물지었다는 김정길이기 때문에, 그리하여 누구보다 뚜렷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신념을 세웠다고 자부하는 김정길이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 인터뷰 도중 갈증이 나 물을 마시고 있는 김정길 전 장관 @사진. 포토뮤 제공

소통과 화합을 말하니 생각나는데,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로 유명한 황희 정승도 실은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었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는 ‘협상과 소통의 달인, 화합의 정치인’이 어쩌면 황희 정승의 이미지와 닮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황희 정승도 너무나 뚜렷한 소신 때문에 죽음마저 불사해야 했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자들도 옳고, 빈자들도 옳다!”는 말로는 이 시대를 개척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부자’와 ‘빈자’의 가운데 자리가 아니라 확실한 자기 입장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김정길 전 장관 특유의 ‘소통과 협상의 정치, 화합의 정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 전 장관이 그의 자서전 ‘희망’에서 “가난한 자의 존엄을 지켜주면 부자에게 명예가 생긴다”고 한 설명은 김정길로부터 아직은 작은 희망을 발견하게 합니다.

가난한 자의 존엄을 지켜주는 것이 먼저라는 것. 부자들의 곳간을 먼저 채워주면 빈자들에게도 콩고물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위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낙수이론’과는 분명한 차별성이 여기로부터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한번 가져봅니다. 그리고 바랍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보다 선명한’ 김정길 대권주자가 되었으면, 그리하여 ‘2012 복지전쟁’을 주도하는 김정길이었으면 하고 말입니다.

다음번 이야기는 ‘왜 김정길은 언론에 나오면 안 되나?를 가지고 써보려 합니다. 어느 분이 경남도민일보 이승환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김정길이가 신문에 나올만한 사람이냐?”고 항의했다고 하네요(이 기자는 블로그인터뷰를 취재해서 경남도민일보에 기사를 썼습니다).

좀 어이가 없긴 하지만, 이 기회를 빌어서 “왜 김정길을 언론에서 주목해줘야만 하는가?”에 대해 나름대로 제 생각을 풀어보려 합니다. 주제가 좀 황당하고 따라서 궤변이 될 소지도 있지만, 마침 그 ‘어느 분’이 좋은 이야깃감을 제공해준 것 같아 되레 고마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