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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촌스런 박원순 vs 예쁜짓 나경원, KBS토론회 승자는?

오늘(10월 11일 오후 10시) 서울시장 후보토론회를 보며 느낀 점입니다.

박원순 vs 나경원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참 예쁩니다. 저야 뭐 나경원처럼 생긴 여자가 그렇게 특별히 예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남들이 다 예쁘다고 하니 예쁘다고 해야죠. 이지적이면서 똑똑하고, 예쁘고 그리고 말 잘하고 그렇다는 게 일반적인 중론인 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런 기준으로 보자면 김민전 교순가요? 그런 분이라면 벌써 대통령을 시켜줘도 몇번을 시켜줘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위에 사진을 가만히 보니 예쁘긴 예쁜 거 같네요. 하지만 TV에 나온 모습 어떨 때 보면 광대뼈가 많이 나온 게 영 아니더라 말입니당~ 하긴 뭐 다 제눈에 안경이니까)

아무튼, 나경원 후보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뭔지 잘 알고 있고 그걸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워낙 정치판에서 오래 물을 먹었으니 소위 경상도 시쳇말로 빠삭한 것입니다. 그에 비해 박원순 후보는 참 촌스럽습니다. 보기가 민망하고 불안할 정도로 촌스럽더군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같은 경상도 사람이지만 그는 정말 놀라우리만치 토론에 익숙하고 노련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노무현이었다면 나경원 정도는 게임도 안 되게 깨졌을 게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역시 재야에서 시민운동만 하던 박원순에게 후보토론회는 버거운 일인 듯합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원순이 나경원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불안하게 지켜보면서도 박원순이 결코 나경원에게 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체적으로 나경원을 압도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진정성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원순은 좀 촌스럽지만 우직하게 자기 철학과 비전을 시민들 앞에 밝힘으로써 당당하게 검증받고 싶어합니다. 그에 비해 나경원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를 활용한 이른바 ‘예쁜 짓’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살짝 비튼 얼굴에서 비스듬히 흘러나오는 야릇한 눈웃음. 그게 나경원 본래의 모습일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제 눈엔 그렇게 비쳤습니다. 거기에 더해 상대를 향해 던지는 일종의 이미지 공격이라고나 할까, 너 뭘 모르는구나, 그래서 참 불쌍하다, 이러면서 자기 우위를 과시하려는 이미지 전술.

워낙 토론 프로에 자주 출연했고 강한 면모를 보였던 나경원이었으므로 이런 전략과 전술이 가능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박원순은? 진짜 불쌍해보이더군요. 나경원이 그런 식으로 은근히 몰아붙일 때 입술이 살짝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일 정도로 말입니다.

일순간이긴 했지만 그런 불안정한 모습이 불안해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일순간이었습니다. 박원순은 나경원처럼 닳고 닳아 입놀림에 노련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진정성으로 그 한계를 극복한 듯이 보입니다. 제가 심판이라면 이 경기의 승자는 박원순입니다.

그렇잖습니까? 축구경기에서 아무리 현란한 개인기로 발재간을 많이 부려도 결과는 골을 넣는 팀이 승리하는 겁니다. 저는 서울시민들이 제대로 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라면 틀림없이 박원순의 진정성을 높이 살 뿐 나경원의 예쁜 짓에 결코 넘어가지는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대세에서 밀리는 나경원은 어떻게든 박원순의 어두운 구석을 파헤쳐 흠집을 내볼까 하는 불량한 태도가 오늘 토론회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예쁜 짓에다 상대 깔보기, 흠집내기가 한나라당 선대본의 기본전략인 것이 그대로 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박원순 후보가 “왜 우리나라에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안 나온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끝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다른 말로 이리저리 돌리더니, 정작 “답변이 너무 강연 같다, 토론을 해달라”는 말로 본질을 흐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더니 자기가 단답형으로 질문할 테니 단답형으로 답변하라는 주문까지 합니다. 그 장면에선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내가 단답형으로 말한다고 어째서 상대까지 단답형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인지. 요즘은 경찰서에서 조서 꾸밀 때도 이렇게는 안 합니다. 국회 청문회에서는 아직도 그런다지요? 질문에 예, 아니오로만 답하세요, 하고 말입니다.

또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가 아직도 복식부기를 쓰지 않고 단식부기를 쓰고 있다는 점에 대해 비판하자 나경원 후보는 끝까지 단식부기를 쓰는 게 옳다는 식으로 우기기도 합니다. 도대체 뭘 알고나 하는 것인지. 단식부기는 가계부를 쓸 때나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정부회계기준이라는 것이 있겠죠. 나경원 후보가 아무런 근거없이 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게 있다고 해서 옳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게다가 정부회계기준은 기업회계기준처럼 강행법규적 지위를 가진 것도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어떤 기업이 복식부기를 쓰지 않고 단식부기를 쓰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국회가 난리가 나겠지요.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기업회계기준은 복식부기를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의 회계규모가 일반 기업에 비해 적어서 그런 것일까요? 서울시의 회계규모는 어떤 대기업보다도 큽니다. 그러면 당연히 가계부에나 쓸 단식부기를 써서는 안 되는 것이죠. 그런데 나경원 후보는 부기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 부채감축 방안에 대해 빨리 설명하라고 채근합니다.

이런 게 적반하장이라고 하는 건데요. 서울시의 엄청난 부채는(제 귀가 제대로 들은 게 틀리지 않다면 박원순은 복식부기로 하면 25조, 단식부기로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부채는 19조라고 해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누가 만든 것일까요? 자기들이 다 만들어놓고 엉뚱한 소리 하는 겁니다.

물론 박원순은 부채감축 계획이라든지 공공임대주택 8만호 건설계획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게 좀 설명이 길어지면(물론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길다말다 탓할 이유도 없지만) 강의식이니 어쩌니 하면서 불평을 하다가 예의 그 야릇한 눈웃음을 흘리는 것입니다. 가소롭다는, 일종의 이미지 공격이죠.  

아무튼 제 느낌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한나라당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나라당에 비해선 나경원을 덜 미워하지만 나경원 역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박원순 팬도 아닙니다. 민주당 팬은 더더욱 아닙니다. 저는 민주당도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 토론회를 보고 느낀 점은 나경원의 토론 태도는 매우 더티했다는 것입니다. 그녀의 노련한 토론 기술과 그동안의 매너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오늘 토론회에서 보인 모습은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그에 비해 박원순은 노련하지도 못했고 표정관리도 잘 안됐지만(많이 노력하고 개선된 흔적은 보였습니다) 진정성 면에선 완승이었습니다.

서울시민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요? 달콤한 언변을 택할 것인지, 촌스럽지만 우직한 진정성을 택할 것인지는 결국 서울시민들의 몫입니다. 저는 어차피 투표권도 없는 사람이지만, 서울시장 선거라는 게 사실상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선거라는 점에서 남의 집 불구경이 아닌 것입니다.

아무튼 저로서는 이말 밖에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네요. “잘 돼야 할 텐데!”

이 글은 내일 아침 6시 30분에 공개될 수 있도록 예약해놓고 이만 잘랍니다. 여러분도 모두 안녕히 주무시고 좋은 꿈꾸시기 바랍니다. 아, 그러고 보니 어젯밤 꿈 이야기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그건 내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일까지 안 까먹고 생각난다면.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