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프린세스. 재미있는 드라마란 느낌이 온다. 파리의 연인들처럼 가볍게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란 생각도 든다. 사실 나는 그런 드라마가 좋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에 몰입해서 내가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며 지내는 잠깐의 시간이 좋다.
마이 프린세스. 제목에서부터 충분히 필이 오는 것처럼 신데렐라 이야기다. 고아원 출신이지만 양부모의 지극한 사랑 속에 밝고 명랑하게 자란 여대생이 어느 날 황실의 공주가 된다는 황당한 만화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황당하면 어떠랴. 누구나 한 번쯤은 신데렐라건 공주건 꿈을 꾸어보았을 것이다.
물론 꿈은 여자들만 꾸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여자들만이 공주가 되거나 신데렐라가 되는 꿈을 꾼다고 여기지만 그건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아마 "그대도 그러셨어요?" 하고 물어본다면 "천만에요" 하고 손을 젓겠지만, 실은 그들도 왕자가 되는 꿈을 꾼다. 아니면 재벌(혹은 그 아들)이 되는 꿈을 꾸든가.
김태희가 신데렐라가 될 모양이다. 황실 공주 만들기 프로젝트에 뽑힌 그녀. 엉뚱하게도 자기가 황실의 공주란다. 푼수 같은 그녀가 공주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 첫출발은 괜찮다. 늘 연기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이번엔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좀 오버하는 듯이 보이는 푼수 연기도 그런대로 좋아보인다. 사실 김태희에게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다. 하긴 뭐 김태희라고 장동건처럼 되지 말란 법 없다. 장동건도 첨엔 얼굴만 잘 생긴 발연기로 놀림의 대상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장동건을 본다면 누가 그런 시절을 상상이나 하겠나.
김태희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잘 생긴 외모가 부담일 수 있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 잘난 외모도 시효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난 얼굴도 시간의 공격 앞에선 오합지졸이다. 그러니 하루빨리 얼굴 연기자에서 진짜 연기자로 거듭나야 하는 건 지상과제.
아이리스에서 그럴 기회를 잡았지만, 놓쳤다. 그때도 첨엔 좋았는데 뒤로 갈수록 본색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번엔 어떨까? 초반 푼수 연기가 어느 정도 호평을 받는 분위기지만, 아이리스처럼 되지 말란 법 없다. 그러니 이번엔 잘해야 한다. 아니, 이야기가 뭐 이따위로 나가는 거지? 내가 무슨 김태희 매니저도 아니고.
아무튼, 간만에 아무 생각 없이 볼 만한 드라마가 생긴 것은 좋은 일이다. 역전의 여왕도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란 점에선 나름 괜찮은 드라마지만, 그래도 슬픈 드라마다. 마이 프린세스는 진짜로 아무 생각 없이 볼 만한 근래 보기 드문 드라마인 것 같다. 특히 푼수로 변장한 김태희의 그 하얀 이(빨)에 빠져서.
마이 프린세스가 끝난 후 창원 MBC 토론회가 있었는데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과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대담자로 나왔다. 사회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요즘 저출산이 큰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이 늘 하던 대로 상투적인 대답을 했다는 건 뻔한 상식.
강기갑 의원이 마치 열이 받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는데, 마침 잘 물어봤다는 투였다. "아니 먹고 살만 해야 애를 낳을 거 아닙니까? 좀 이기적으로 들릴 지도 모르지만, 제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애를 낳느냐, 젊은이들 입에선 그런 소리들이 나옵니다."
참고로 강 의원은 애가 네 명인데 막내가 여덟 살이란다. 큰 애가 고등학교 들어가는데(대학이었나? 암튼^^) 돈이 없어서 천칠백만 원 대출 했단다. 이런 나라에서 보편적 복지, 무상급식 얘기하면 펄쩍 뛰는 사람들이 계신다. 물론 오늘 TV토론에 나온 김정권 의원도 마찬가지.
사는 게 갈수록 팍팍하다. 오늘 아들녀석 보고 열 내다가(물론 다른 부모들과 거의 비슷하게 뒤지게 공부 안 하는 아들놈 때문이다) 문득 파레토 법칙 생각이 났다. 20 대 80에 관한 이야긴데, 파레토란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개미들이 일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데 꼭 20%만 일하고 나머지는 빈둥대더란다.
이번엔 부지런한 20%만 따로 모아놓으니 또 20%만 일하고 나머지는 빈둥빈둥. 빈둥대는 80%로 실험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 법칙에 이름을 제공한 빌프레도 파레토는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여기서는 20%의 인구만 일하고 나머지 80%는 빈둥거리게 된다는 점에만 주목하기로 하자.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구의 20%만 일해도 사회가 유지되고 다들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80%는 누구도 되기를 바라지 않는 비정규직, 청년실업, 영세상인 등을 대표하는 말일 뿐인 것이다.
이현우 교수(로쟈의 저공비행)가 지적한 바와 같이 "20명의 엘리트가 평범한 80명을 먹여 살린다"고 주장하는 파레토 우파나 이건희 회장처럼 아예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까지 말하는 파레토 극우파에 비하면 나는 분명 파레토 좌파다. 그런데 파레토 우파들의 주장대로 그럼 우리 같은 80%는 놀아도 먹여주나? 천만에 말씀!
문제는 내 주변에도 놀고먹는(부모 덕에 당장 먹는 문제는 해결되지만, 미래는 암담하다) 대졸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우리 '집안'에도 있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이미 그들은 청년실업에서 빼버리는 게 사회적 통념처럼 됐으니 논외로 하고도 그렇다.
그래서 열을 냈다. 이미 2 대 8의 사회가 구조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는 20%의 노동력만 필요할 뿐 나머지 80%는 탈락자다. 그게 자본주의다. 80%는 대기자(실업)이거나 비정규직으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도 안 되면 그저 쓰레기가 되는 일 뿐이다. 그야말로 '잉여'. 이현우 교수의 말처럼 80%의 실존적 위기감을 드러내는 적나라한 표현이다.
그래서 열을 낸 거다. 20%에 못 들까봐.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유명한 말도 있지만, 내 경우엔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경험을 더 많이 한다. 자식 문제에선 특히 그렇다. 여하튼 열 내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힘든 이 팍팍한 사회에서 그래도 가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빠질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횡설수설한 것 같지만, 사실이 그렇기도 하고, 드라마는 나에게 많은 위안을 준다. 혹자는 아편 어쩌고 하면서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드라마만한 위로와 격려를 내게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우리도 가끔은 혼자만의 꿈을 꾸며 환상에 젖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마이 프린세스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초반이긴 하지만 푼수 공주님 역의 김태희에게도.
마이 프린세스. 제목에서부터 충분히 필이 오는 것처럼 신데렐라 이야기다. 고아원 출신이지만 양부모의 지극한 사랑 속에 밝고 명랑하게 자란 여대생이 어느 날 황실의 공주가 된다는 황당한 만화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황당하면 어떠랴. 누구나 한 번쯤은 신데렐라건 공주건 꿈을 꾸어보았을 것이다.
물론 꿈은 여자들만 꾸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여자들만이 공주가 되거나 신데렐라가 되는 꿈을 꾼다고 여기지만 그건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아마 "그대도 그러셨어요?" 하고 물어본다면 "천만에요" 하고 손을 젓겠지만, 실은 그들도 왕자가 되는 꿈을 꾼다. 아니면 재벌(혹은 그 아들)이 되는 꿈을 꾸든가.
김태희가 신데렐라가 될 모양이다. 황실 공주 만들기 프로젝트에 뽑힌 그녀. 엉뚱하게도 자기가 황실의 공주란다. 푼수 같은 그녀가 공주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 첫출발은 괜찮다. 늘 연기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이번엔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좀 오버하는 듯이 보이는 푼수 연기도 그런대로 좋아보인다. 사실 김태희에게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다. 하긴 뭐 김태희라고 장동건처럼 되지 말란 법 없다. 장동건도 첨엔 얼굴만 잘 생긴 발연기로 놀림의 대상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장동건을 본다면 누가 그런 시절을 상상이나 하겠나.
김태희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잘 생긴 외모가 부담일 수 있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 잘난 외모도 시효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난 얼굴도 시간의 공격 앞에선 오합지졸이다. 그러니 하루빨리 얼굴 연기자에서 진짜 연기자로 거듭나야 하는 건 지상과제.
아이리스에서 그럴 기회를 잡았지만, 놓쳤다. 그때도 첨엔 좋았는데 뒤로 갈수록 본색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번엔 어떨까? 초반 푼수 연기가 어느 정도 호평을 받는 분위기지만, 아이리스처럼 되지 말란 법 없다. 그러니 이번엔 잘해야 한다. 아니, 이야기가 뭐 이따위로 나가는 거지? 내가 무슨 김태희 매니저도 아니고.
아무튼, 간만에 아무 생각 없이 볼 만한 드라마가 생긴 것은 좋은 일이다. 역전의 여왕도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란 점에선 나름 괜찮은 드라마지만, 그래도 슬픈 드라마다. 마이 프린세스는 진짜로 아무 생각 없이 볼 만한 근래 보기 드문 드라마인 것 같다. 특히 푼수로 변장한 김태희의 그 하얀 이(빨)에 빠져서.
마이 프린세스가 끝난 후 창원 MBC 토론회가 있었는데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과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대담자로 나왔다. 사회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요즘 저출산이 큰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이 늘 하던 대로 상투적인 대답을 했다는 건 뻔한 상식.
강기갑 의원이 마치 열이 받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는데, 마침 잘 물어봤다는 투였다. "아니 먹고 살만 해야 애를 낳을 거 아닙니까? 좀 이기적으로 들릴 지도 모르지만, 제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애를 낳느냐, 젊은이들 입에선 그런 소리들이 나옵니다."
참고로 강 의원은 애가 네 명인데 막내가 여덟 살이란다. 큰 애가 고등학교 들어가는데(대학이었나? 암튼^^) 돈이 없어서 천칠백만 원 대출 했단다. 이런 나라에서 보편적 복지, 무상급식 얘기하면 펄쩍 뛰는 사람들이 계신다. 물론 오늘 TV토론에 나온 김정권 의원도 마찬가지.
사는 게 갈수록 팍팍하다. 오늘 아들녀석 보고 열 내다가(물론 다른 부모들과 거의 비슷하게 뒤지게 공부 안 하는 아들놈 때문이다) 문득 파레토 법칙 생각이 났다. 20 대 80에 관한 이야긴데, 파레토란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개미들이 일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데 꼭 20%만 일하고 나머지는 빈둥대더란다.
이번엔 부지런한 20%만 따로 모아놓으니 또 20%만 일하고 나머지는 빈둥빈둥. 빈둥대는 80%로 실험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 법칙에 이름을 제공한 빌프레도 파레토는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여기서는 20%의 인구만 일하고 나머지 80%는 빈둥거리게 된다는 점에만 주목하기로 하자.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구의 20%만 일해도 사회가 유지되고 다들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80%는 누구도 되기를 바라지 않는 비정규직, 청년실업, 영세상인 등을 대표하는 말일 뿐인 것이다.
이현우 교수(로쟈의 저공비행)가 지적한 바와 같이 "20명의 엘리트가 평범한 80명을 먹여 살린다"고 주장하는 파레토 우파나 이건희 회장처럼 아예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까지 말하는 파레토 극우파에 비하면 나는 분명 파레토 좌파다. 그런데 파레토 우파들의 주장대로 그럼 우리 같은 80%는 놀아도 먹여주나? 천만에 말씀!
문제는 내 주변에도 놀고먹는(부모 덕에 당장 먹는 문제는 해결되지만, 미래는 암담하다) 대졸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우리 '집안'에도 있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이미 그들은 청년실업에서 빼버리는 게 사회적 통념처럼 됐으니 논외로 하고도 그렇다.
그래서 열을 냈다. 이미 2 대 8의 사회가 구조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는 20%의 노동력만 필요할 뿐 나머지 80%는 탈락자다. 그게 자본주의다. 80%는 대기자(실업)이거나 비정규직으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도 안 되면 그저 쓰레기가 되는 일 뿐이다. 그야말로 '잉여'. 이현우 교수의 말처럼 80%의 실존적 위기감을 드러내는 적나라한 표현이다.
그래서 열을 낸 거다. 20%에 못 들까봐.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유명한 말도 있지만, 내 경우엔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경험을 더 많이 한다. 자식 문제에선 특히 그렇다. 여하튼 열 내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힘든 이 팍팍한 사회에서 그래도 가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빠질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횡설수설한 것 같지만, 사실이 그렇기도 하고, 드라마는 나에게 많은 위안을 준다. 혹자는 아편 어쩌고 하면서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드라마만한 위로와 격려를 내게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우리도 가끔은 혼자만의 꿈을 꾸며 환상에 젖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마이 프린세스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초반이긴 하지만 푼수 공주님 역의 김태희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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