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욕망의 불꽃 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물론 드라마 중간에 삼성 갤럭시탭 홈쇼핑이 나와서 그런 건 아니고요. 그거야 이해하죠. 오죽 똥줄이 탔으면 그랬을까, 이해를 해야죠. 까딱하다가는 아이폰, 아이패드에 눈먼 시장 다 뺏기게 생겼으니 좀 무리하다 싶은 간접광고였지만, 해야겠죠.
그런데 그것 때문에 놀란 게 아니라 김태진 회장(이순재) 때문에 놀랐던 거랍니다. 돈 많은 그 늙은 영감탱이가 뭐 어쨌냐고요? 아시다시피 김태진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1, 2위를 다툰다는 대서양그룹의 회장님이시죠. 아, 그러고보니 이순재 씨 요즘 여기저기서 회장님 하시네요. 마이 프린세스에서는 휴대폰, 자동차 등등을 만든다는 우리나라 최고 재벌 회장님으로 나오지요, 아마?
아무튼 깜짝 놀란 이유는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들 그러셨겠지만, 윤나영(신은경)이 못된 악녀라고들 생각하고 있었지요. 사실 윤나영은 악녀가 맞지요. 돈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자기 부모, 형제도 나아가 자기 자식마저도 매몰차게 버릴 여자거든요. 실제로 그녀 때문에 아버지는 죽고 언니는 강간당했으며 딸은 버려졌죠.
그녀의 내면에 들어찬 욕망에 관한 복잡한 사고구조는 우리가 참 이해하기 어려워요. 어떨 땐 연민이 가기도 하고 또 어떨 땐 소름 끼치기도 하고. 그녀의 욕망은 김영민(조민기)의 첫사랑 양인숙(엄수정)이 낳은 아이까지 자기 아이처럼 소유해야겠다는 욕망으로 번지죠. 그리고 그 아이 김민재(유승호)에 대한 집착은 거의 병적이 되었어요.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어쩌면 윤나영에게 김민재는 욕망을 지켜줄 유일한 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죠. 윤나영은 그 유일한 욕망의 끈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서 양인숙을 살해하기 위해 자동차로 그녀를 치었지만, 양인숙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다시 서울에 나타났어요.
윤나영의 지난 20여년은 그야말로 악몽의 세월이었죠. 민재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아무도 모르게, 특히 시아버지가 모르게 숨겨야 했고 한편으로는 남편을 대서양그룹의 총수로 만들기 위해 온갖 음모와 술수를 다 부렸어요. 남편이 대서양그룹의 총수가 돼야 민재가 그걸 이어받을 거고 그게 바로 자기 욕망의 완성이라고 생각한 거겠죠.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어제 경천동지할 반전이 일어난 거예요. 시아버지가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 김태진 회장은 김민재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배후에서 모든 걸 조종하고 있었어요. 김태진 회장이 윤나영의 아버지와 약속한 혼사는 나영이 아니라 언니였던 거 기억들 하시죠?
윤정숙(김희정). 원래 김태진이 김영민의 배필로 점찍었던 사람은 윤정숙, 나영의 언니였어요. 어떻게 그럼 나영이 영민과 결혼했는가? 여기에 얽힌 이야기는 차마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비열하고 참혹한 것이었죠. 윤나영의 계략에 윤정숙이 강준구(조진웅)에게 강간 당하고, 아버지는 혈압으로 쓰러져 죽고 말았으니.
풍비박산 난 집안에 덮친 불행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준구는 윤정숙을 지키려다 살인자가 되고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죠. 이 모든 것이 윤나영이 꾸민 일로부터 벌어진 사단이었던 것인데, 윤나영은 그 와중에 서울에서 버스회사 사장 아들과의 불장난으로 생긴 아이(이 애가 바로 백인기)를 낳게 되죠.
이런 일을 벌여놓고서도 윤나영은 끝까지 김영민과 결혼하기 위해 김태진에게 접근해 모략을 꾸밉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에 성공했어요. 욕망을 얻은 거죠.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욕망의 불꽃에 불을 붙인 거죠. 양인숙이 낳은 아이를 빼앗으면서까지. 그런데… 김태진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다니.
아니, 알고 있었던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모든 모략을 꾸민 장본인이 바로 김태진 회장이었네요. 윤나영은 자기가 계략을 꾸미고 실행하고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김태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던 거지요. 김태진 회장이 윤나영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군요.
"첫눈에 니 언니는 안 되겠다 싶었다. 착하기는 한데 이런 상황(양인숙이 영민의 아들을 가진 상황)을 수습할 만한 배짱이 안보였다. 헌데 니가 내 마음에 쏙 닿았다. 니 거 욕심 많은 얼굴이 내 눈에 쏙 들어왔데이. 하모, 니는 해낼 줄 알았다. 고맙데이. 영민이를 구해주고 영민이 얼라도 살려주고."
세상에 이 무슨 청천벽력. 20년이 넘게 마음 졸이며 살았는데 실제는 내가 범죄자가 아니라 범인은 따로 있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허탈감. 분노할 힘도 없이 밀려드는 망연자실. 김태진의 방을 나온 윤나영, 얼빠진 사람처럼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아버님, 고맙습니다. 아버님, 고맙습니다" 이건 또 무슨 뜻인지?
아무튼 어제는 참으로 놀랄 노자였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는 더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김영민. 그는 지금 매우 심각한 고민과 갈등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바로 양인숙의 기둥서방 송진호(박찬환) 때문인데요. 이 작자는 원래 양인숙의 기둥서방이면서 김영민에겐 오라비라고 속였던 거예요. .
제가 이 부분은 정확하게 몰라서 그러는데 아마도 양인숙과 이 송진호란 놈이 서로 짜고 대서양그룹의 셋째 아들 김영민에게 접근한 건지도 모르죠. 눈치를 보니 그런 것 같군요. 이 자가 김영민에게 다시 접근해서 이렇게 말했군요. "유전자 검사 그거 한번 해보라고. 혹시 알아? 김민재가 아니라 송민재일지도."
이거 갈등 안 될 수 없는 부분이죠. 원래 아버지란 존재는 원초적으로 주어진 게 아니라 제도적 산물이라고 언제가 제 블로그에서 말한 적이 있지요. 저는 이 말이 상당히 근거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부성이란 사회적 관계를 빼면 별 게 없다는 거예요. 모성처럼 직접 자기 배로 키우고 낳은 게 아니니.
그래서 저는 어떤 분이 제게 "만약 새끼가 애비를 안 닮으면 어떻게 되겠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애들이 아버지를 주로 닮는 것은 이유 있는 생존 본능이야" 하고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도 매우 일리 있다고 믿는 편이랍니다.
그러니까 아이를 두고 "아이고, 얘는 아빠는 하나도 안 닮고 엄마만 닮았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참 생각이 없는 멍청이거나 아니면 어떤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못된 사람일 수 있다는 겁니다. 아버지란 존재에겐 제 자식이 어떻든 발가락이라도 닮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걸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아무리 김영민이 심성이 착하고 신사도가 넘치는 사람이라도 이런 경우에 갈등 안한다면 이상한 사람 아닐까요? 그는 역시 보통의 남자였습니다. 송진호의 한마디가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자신을 괴롭힙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절대 그럴 리 없어!" 하는 마음과 "혹시 정말로 그렇다면?" 하는 마음이 서로 싸웁니다.
그런데 제가 놀라운 장면이라고 했던 건 이게 아니었어요. 그 갈등의 중간에 아들 김민재가 방으로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윽한 사랑의 눈길로 민재를 바라보죠. 그러다 김민재를 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이건 정말 충격이었어요.
"미안하다, 민재야. 아버지는 한 가지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왔어.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대서양그룹의 오너가 되는 꿈.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아버진 모든 걸 희생한 거야. 엄마두 너두 내 꿈을 이루기 위한 희생물이었다."
남편을 대서양그룹 오너로 만들려는 윤나영의 욕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룹에 출근하는 것일 뿐, 착하기만 하고 아무런 욕심도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섬뜩하네요. 말없이 자기 욕망을 챙기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하며 하나하나 준비해왔다는 말인데요. 그리고 그 꿈은 곧 달성될 듯이 보이네요.
김영민의 형들과 형수들은 헛된 꿈에 젖어있지만, 김태진 회장은 이미 김영민에게 대서양그룹을 넘기기로 마음을 정했으니까요. 아무튼, 김태진이나 김영민이나 무서운 사람들이란 생각이 드네요. 하기야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사람들치고 안 무서운 사람 없지요. 하다못해 노름판의 꾼들도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데 말이죠.
그건 그렇고 김태진 회장은 어째서 다른 모든 아들, 손자를 제껴두고 김영민의 아들 김민재만 그토록 좋아라 할까요? 둘이서 영상통화 하는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던 김태진 회장의 처 강금화(이효춘)가 신기하다는 듯이 물어보는군요.
"그렇게 민재가 이쁘슈, 민재가? 그 많은 손자 손녀 다 놔두고, 왜 민재만 이뻐하세요? 옆에 두고 기른 애도 아닌데." "자기가 그걸 어찌 아노?" "영민이를 이뻐하시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영준이보다."
저도 그게 신기하네요. 그저 김영민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다른 이유는 없이? 여하간 불쌍한 건 죽은 윤나영의 아버지네요. 윤나영의 아버지는 김태진과는 어릴 적부터 친구사이였죠. 그래서 김태진이 자기에게 받은 고마움에 대한 표시로 자기 딸을 며느리 삼겠다고 한 줄 알았는데.
처음에 혼사가 오갔던 건 윤나영의 언니 윤정숙이었죠. 그래서 윤정숙과 김영민이 선도 봤고요. 그런데 김태진의 속마음이 그런 줄 알았으면, 또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면 처음부터 솔직하게 "우리 영민이 처로는 니 둘째딸 나영이가 어울린데이. 그렇게 하자" 이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 아닌가요?
엉뚱하게 김영민과 양인숙의 불장난, 그 불장난을 덮으려는 김태진의 계략에 윤나영이 동분서주 한 꼴이 됐고, 애꿎게 윤나영의 아버지 윤상훈(이호재)과 강준구가 죽고 윤정숙은 평생 홀로 사는 여인이 됐으며, 윤나영이 남몰래 낳은 딸 백인기(서우)는 불행한 삶을 살다 김민재와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데 그게 글쎄 원점이었군요.
실로 대반전이었습니다. 욕망의 불꽃의 근원지가 윤나영이 아니라 김영민이었으며 또 이를 덮으려는 김태진의 계략이었다는 것. 더 큰 충격은 김영민은 이미 아버지를 따라 울산으로 내려가 윤나영과 윤정숙 자매를 만나던 순간부터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죠.
어쩐지 세상 고민 혼자 다 안은 사람처럼 얼굴에 늘 시름이 가득 하더라니.
그런데 그것 때문에 놀란 게 아니라 김태진 회장(이순재) 때문에 놀랐던 거랍니다. 돈 많은 그 늙은 영감탱이가 뭐 어쨌냐고요? 아시다시피 김태진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1, 2위를 다툰다는 대서양그룹의 회장님이시죠. 아, 그러고보니 이순재 씨 요즘 여기저기서 회장님 하시네요. 마이 프린세스에서는 휴대폰, 자동차 등등을 만든다는 우리나라 최고 재벌 회장님으로 나오지요, 아마?
아무튼 깜짝 놀란 이유는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들 그러셨겠지만, 윤나영(신은경)이 못된 악녀라고들 생각하고 있었지요. 사실 윤나영은 악녀가 맞지요. 돈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자기 부모, 형제도 나아가 자기 자식마저도 매몰차게 버릴 여자거든요. 실제로 그녀 때문에 아버지는 죽고 언니는 강간당했으며 딸은 버려졌죠.
그녀의 내면에 들어찬 욕망에 관한 복잡한 사고구조는 우리가 참 이해하기 어려워요. 어떨 땐 연민이 가기도 하고 또 어떨 땐 소름 끼치기도 하고. 그녀의 욕망은 김영민(조민기)의 첫사랑 양인숙(엄수정)이 낳은 아이까지 자기 아이처럼 소유해야겠다는 욕망으로 번지죠. 그리고 그 아이 김민재(유승호)에 대한 집착은 거의 병적이 되었어요.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어쩌면 윤나영에게 김민재는 욕망을 지켜줄 유일한 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죠. 윤나영은 그 유일한 욕망의 끈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서 양인숙을 살해하기 위해 자동차로 그녀를 치었지만, 양인숙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다시 서울에 나타났어요.
윤나영의 지난 20여년은 그야말로 악몽의 세월이었죠. 민재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아무도 모르게, 특히 시아버지가 모르게 숨겨야 했고 한편으로는 남편을 대서양그룹의 총수로 만들기 위해 온갖 음모와 술수를 다 부렸어요. 남편이 대서양그룹의 총수가 돼야 민재가 그걸 이어받을 거고 그게 바로 자기 욕망의 완성이라고 생각한 거겠죠.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어제 경천동지할 반전이 일어난 거예요. 시아버지가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 김태진 회장은 김민재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배후에서 모든 걸 조종하고 있었어요. 김태진 회장이 윤나영의 아버지와 약속한 혼사는 나영이 아니라 언니였던 거 기억들 하시죠?
윤정숙(김희정). 원래 김태진이 김영민의 배필로 점찍었던 사람은 윤정숙, 나영의 언니였어요. 어떻게 그럼 나영이 영민과 결혼했는가? 여기에 얽힌 이야기는 차마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비열하고 참혹한 것이었죠. 윤나영의 계략에 윤정숙이 강준구(조진웅)에게 강간 당하고, 아버지는 혈압으로 쓰러져 죽고 말았으니.
풍비박산 난 집안에 덮친 불행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준구는 윤정숙을 지키려다 살인자가 되고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죠. 이 모든 것이 윤나영이 꾸민 일로부터 벌어진 사단이었던 것인데, 윤나영은 그 와중에 서울에서 버스회사 사장 아들과의 불장난으로 생긴 아이(이 애가 바로 백인기)를 낳게 되죠.
이런 일을 벌여놓고서도 윤나영은 끝까지 김영민과 결혼하기 위해 김태진에게 접근해 모략을 꾸밉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에 성공했어요. 욕망을 얻은 거죠.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욕망의 불꽃에 불을 붙인 거죠. 양인숙이 낳은 아이를 빼앗으면서까지. 그런데… 김태진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다니.
아니, 알고 있었던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모든 모략을 꾸민 장본인이 바로 김태진 회장이었네요. 윤나영은 자기가 계략을 꾸미고 실행하고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김태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던 거지요. 김태진 회장이 윤나영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군요.
"첫눈에 니 언니는 안 되겠다 싶었다. 착하기는 한데 이런 상황(양인숙이 영민의 아들을 가진 상황)을 수습할 만한 배짱이 안보였다. 헌데 니가 내 마음에 쏙 닿았다. 니 거 욕심 많은 얼굴이 내 눈에 쏙 들어왔데이. 하모, 니는 해낼 줄 알았다. 고맙데이. 영민이를 구해주고 영민이 얼라도 살려주고."
세상에 이 무슨 청천벽력. 20년이 넘게 마음 졸이며 살았는데 실제는 내가 범죄자가 아니라 범인은 따로 있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허탈감. 분노할 힘도 없이 밀려드는 망연자실. 김태진의 방을 나온 윤나영, 얼빠진 사람처럼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아버님, 고맙습니다. 아버님, 고맙습니다" 이건 또 무슨 뜻인지?
아무튼 어제는 참으로 놀랄 노자였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는 더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김영민. 그는 지금 매우 심각한 고민과 갈등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바로 양인숙의 기둥서방 송진호(박찬환) 때문인데요. 이 작자는 원래 양인숙의 기둥서방이면서 김영민에겐 오라비라고 속였던 거예요. .
제가 이 부분은 정확하게 몰라서 그러는데 아마도 양인숙과 이 송진호란 놈이 서로 짜고 대서양그룹의 셋째 아들 김영민에게 접근한 건지도 모르죠. 눈치를 보니 그런 것 같군요. 이 자가 김영민에게 다시 접근해서 이렇게 말했군요. "유전자 검사 그거 한번 해보라고. 혹시 알아? 김민재가 아니라 송민재일지도."
이거 갈등 안 될 수 없는 부분이죠. 원래 아버지란 존재는 원초적으로 주어진 게 아니라 제도적 산물이라고 언제가 제 블로그에서 말한 적이 있지요. 저는 이 말이 상당히 근거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부성이란 사회적 관계를 빼면 별 게 없다는 거예요. 모성처럼 직접 자기 배로 키우고 낳은 게 아니니.
그래서 저는 어떤 분이 제게 "만약 새끼가 애비를 안 닮으면 어떻게 되겠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애들이 아버지를 주로 닮는 것은 이유 있는 생존 본능이야" 하고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도 매우 일리 있다고 믿는 편이랍니다.
그러니까 아이를 두고 "아이고, 얘는 아빠는 하나도 안 닮고 엄마만 닮았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참 생각이 없는 멍청이거나 아니면 어떤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못된 사람일 수 있다는 겁니다. 아버지란 존재에겐 제 자식이 어떻든 발가락이라도 닮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걸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아무리 김영민이 심성이 착하고 신사도가 넘치는 사람이라도 이런 경우에 갈등 안한다면 이상한 사람 아닐까요? 그는 역시 보통의 남자였습니다. 송진호의 한마디가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자신을 괴롭힙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절대 그럴 리 없어!" 하는 마음과 "혹시 정말로 그렇다면?" 하는 마음이 서로 싸웁니다.
그런데 제가 놀라운 장면이라고 했던 건 이게 아니었어요. 그 갈등의 중간에 아들 김민재가 방으로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윽한 사랑의 눈길로 민재를 바라보죠. 그러다 김민재를 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이건 정말 충격이었어요.
"미안하다, 민재야. 아버지는 한 가지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왔어.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대서양그룹의 오너가 되는 꿈.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아버진 모든 걸 희생한 거야. 엄마두 너두 내 꿈을 이루기 위한 희생물이었다."
남편을 대서양그룹 오너로 만들려는 윤나영의 욕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룹에 출근하는 것일 뿐, 착하기만 하고 아무런 욕심도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섬뜩하네요. 말없이 자기 욕망을 챙기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하며 하나하나 준비해왔다는 말인데요. 그리고 그 꿈은 곧 달성될 듯이 보이네요.
김영민의 형들과 형수들은 헛된 꿈에 젖어있지만, 김태진 회장은 이미 김영민에게 대서양그룹을 넘기기로 마음을 정했으니까요. 아무튼, 김태진이나 김영민이나 무서운 사람들이란 생각이 드네요. 하기야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사람들치고 안 무서운 사람 없지요. 하다못해 노름판의 꾼들도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데 말이죠.
그건 그렇고 김태진 회장은 어째서 다른 모든 아들, 손자를 제껴두고 김영민의 아들 김민재만 그토록 좋아라 할까요? 둘이서 영상통화 하는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던 김태진 회장의 처 강금화(이효춘)가 신기하다는 듯이 물어보는군요.
"그렇게 민재가 이쁘슈, 민재가? 그 많은 손자 손녀 다 놔두고, 왜 민재만 이뻐하세요? 옆에 두고 기른 애도 아닌데." "자기가 그걸 어찌 아노?" "영민이를 이뻐하시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영준이보다."
저도 그게 신기하네요. 그저 김영민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다른 이유는 없이? 여하간 불쌍한 건 죽은 윤나영의 아버지네요. 윤나영의 아버지는 김태진과는 어릴 적부터 친구사이였죠. 그래서 김태진이 자기에게 받은 고마움에 대한 표시로 자기 딸을 며느리 삼겠다고 한 줄 알았는데.
처음에 혼사가 오갔던 건 윤나영의 언니 윤정숙이었죠. 그래서 윤정숙과 김영민이 선도 봤고요. 그런데 김태진의 속마음이 그런 줄 알았으면, 또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면 처음부터 솔직하게 "우리 영민이 처로는 니 둘째딸 나영이가 어울린데이. 그렇게 하자" 이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 아닌가요?
엉뚱하게 김영민과 양인숙의 불장난, 그 불장난을 덮으려는 김태진의 계략에 윤나영이 동분서주 한 꼴이 됐고, 애꿎게 윤나영의 아버지 윤상훈(이호재)과 강준구가 죽고 윤정숙은 평생 홀로 사는 여인이 됐으며, 윤나영이 남몰래 낳은 딸 백인기(서우)는 불행한 삶을 살다 김민재와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데 그게 글쎄 원점이었군요.
실로 대반전이었습니다. 욕망의 불꽃의 근원지가 윤나영이 아니라 김영민이었으며 또 이를 덮으려는 김태진의 계략이었다는 것. 더 큰 충격은 김영민은 이미 아버지를 따라 울산으로 내려가 윤나영과 윤정숙 자매를 만나던 순간부터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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