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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진짜 대물은 프레지던트, 리얼한 정치드라마

신년 연휴를 맞아 집에서 뭘 할까 고민하다 그냥 못 본 연속극이나 보기로 했습니다. 아들과 엄마는 뮤지컬 보러 갔고요, 열 살짜리 딸내미는 테레비 앞에 앉아 만화 본다고 눈도 못 떼고 있고, 저는 컴퓨터로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를 처음부터 봤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3부부터 6부까지 봤다고 해야겠습니다.

1부와 2부는 이미 다시보기가 너무 저화질이라 보기가 어렵네요. 그런데 6부까지 진행된 프레지던트, 너무 재미있더군요. 대물과 비슷한 대통령 만들기 이야기란 거는 들었는데요. 대물과는 비교도 안 되더군요. 대물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죠. 대물. 초반에 모두들 기대가 만빵이었죠. 그러나 결과는? 실망만 안겨줬습니다.

저도 결국 막판엔 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끝이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지만, 뭐 듣기로는 무사히 퇴임한 서혜림이 하도야와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해피엔딩이었다고 하대요. 그러나 어떻든 대물이 소물은 고사하고 퇴물도 되지 못했다는 평가들이 여기저기서 들리더군요.


제가 보기에도 그랬습니다. 대물. 너무 형편없었어요. 선덕여왕에서 미실 역으로 발군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고현정의 연기도 형편없기는 마찬가지. 세상에 저는 고현정이 그렇게 매가리 없는 연기를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런데 세상에… 고현정이 sbs 연기대상을 받았다고 해서 다시 놀랐죠. 어이없어서….

네티즌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어떻게 고현정과 대물이 정보석과 자이언트보다 뛰어날 수 있냐고 말이죠. 사실은 그래서 저는 무슨 상 주는 대회 이런 거 좀 없앴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답니다. 왜 꼭 1등 2등 가려 상을 주어야 직성이 풀리는지….

그 1, 2등이란 것이 다른 목적에 의해 공정성과 거리가 먼 경우가 생길 때 더욱 그런 생각이 들죠. 작년이었던가요?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과 함께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이 대상을 공동수상했을 때도 말들이 많았죠. 에덴의 동쪽으로 돈을 벌려는 방송사의 상업주의에 김명민이 피해를 입었다고 난리들이었지요.

어차피 이런 상이란 게 특별히 권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연말 분위기 돋우자는 그 정도 의미 아닌가요?
거기에다 내년에도 테레비 연속극 많이 봐 달라 뭐 그런 의미가 담겨있는 거겠죠. 그럼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소기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보는데요. 에이, 이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이 안 떠오르니까 그런 거잖아, 하고 말씀하신다면 할 수 없지만.

아무튼 고현정의 대상 소식은 좀 어이가 없기는 없었어요. 프레지던트 이야기를 하려다가 대물로 빠졌군요. 프레지던트도 대물과 비슷한 대통령 만들기가 드라마의 주제라고 위에서 말씀드렸죠. 그런데 말입니다. 프레지던트는 대물과는 확연히 달랐어요.

이야기 구조도 그렇고요. 드라마 전개 방식, 배우들의 연기, 모든 것이 정말 실감나더군요. 3부를 보고 나서는 그렇게 생각했죠. '와 이거 이게 진짜 대물이잖아!' 대물에 실망했던 마음이 프레지던트로 완전히 보상받는 그런 기분이었죠.

저는 대물에서 서혜림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보고 ‘참 저 정도면 난센스도 보통이 넘는다’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서혜림이 여자라는 이유로 박근혜하고 비교하기도 했는데요, 이분들의 아전인수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을 피하기로 하죠. 머리 아프니까.

박근혜가 철거민 등 서민들의 농성장에 나가 데모에 앞장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서혜림과 비교하다니 이건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그런 생각뿐이더라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시는 분도 있었는데요. 이 대목에선 반대의 이유로 웃음밖에 안 나오더군요.
 
이건 완전히 모독이죠. 안 그런가요? 박근혜와 비교 당했을 때 서혜림도 나름 기분 나빴을 거예요. 실존인물이 아니라 다행이었죠. 그러나 노무현이 서혜림과 비교 당한다? 이건 나름 기분 나쁜 정도가 아니라 완전 모독이예요, 노무현으로서는.  

그에 비해 프레지던트의 장일준은 현실에서 등장할 수 있는 인물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리얼리티를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일준을 보면 권력에 대한 의지와 정치 이상주의 사이에서 겪는 인간적 고뇌가 잘 읽혀집니다. 대통령 후보를 둘러싼 가족과 참모들의 복잡한 인간관계도 볼만 하죠.


장일준이 젊은 시절 사랑한 연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숨겨진 아들 유민기. PD가 된 그가 들이미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여 지는 대통령 후보 장일준의 참모습을 보는 것은 실로 색다른 재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냥 보여 지는 모습보다 카레라 렌즈에 비친 얼굴은 뭔가 진실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프레지던트는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부터가 실감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턱대고 버럭버럭 고함을 지르거나 아니면 다소곳하게 착한 척 해대던 대물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최수종, 하희라 그 외 베테랑 연기자들의 연기도 확연한 차이 중의 하납니다.

왜 6회가 지나는 동안 프레지던트를 무시하고 있었을까요? 대물을 보면서 그 나물에 그 밥 아닐까 하는 선입견 때문이었을까요? 어쨌거나 뒤늦게나마 프레지던트의 진가를 발견하게 된 것은 아주 즐거운 일입니다. 최수종과 하희라, 이 두 실제 부부가 보여주는 리얼한 연기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한동안 드라마에 소원했었는데 이제부터 빠지지 말고 봐야겠네요. 요즘 같은 살기 어려운 시대에 재미있는 드라마 보는 재미라도 있어야지 무슨 낙으로 살겠어요? 하긴 세상사는 게 다 드라마죠. 어쩌다 뉴스를 보면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