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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김탁구, 구마준의 KO패와 신유경의 잘못된 선택

△ 늘 일그러진 표정의 구마준

















구마준, 참으로 불행한 인물입니다. 모두들 그렇게 느끼시겠지만, <제빵왕 김탁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팔봉빵집의 식구들만이 그런 슬픔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같지만, 그들마저도 마음속 저 깊은 곳에 숨겨둔 진한 슬픔이 보입니다. 
 
선과 악이 혼재하며 갈등하는 인물 구마준

그러나 누가 뭐래도 누구보다 가장 슬픈 인물은 구마준입니다. 그는 악역입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악마의 기운은 어쩐지 사람들로 하여금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합니다. 그는 본래부터 서인숙과 한승재의 악마적 본성을 이어받아 선한 인물이 되기는 그른 것으로 간주됐습니다.

열두 살의 김탁구를 만나기 전에도 구마준은 매우 신경질적이고 거만하며 이기적이었습니다. 정말 그는 서인숙의 못된 심성을 닮은 탓인지 빵 만드는 것조차 천한 일이라고 싫어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거성가를 일군 원동력이며 제가 부자로 풍족하게 사는 이유인데도 말입니다. 
 
그런 구마준에게도 인간적인 면모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구마준은 탁구를 돕기 위해 거성가를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고 청산까지 함께 동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엄마의 돈과 패물을 훔쳐 가출을 시도했던 구마준은 결국 김탁구를 배신하고 탁구를 도둑으로 몰았지만 말입니다. 구마준은 악과 선이 혼재하며 늘 갈등하는 인간입니다.

구마준의 내부에서 악한 기운이 선한 기운을 누르고 승리하게 되는 데는 중요한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할머니 홍여사의 죽음. 구마준은 이때 제가 구일중의 아들이 아니라 한승재와 서인숙의 불륜 사이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는 또한 김탁구가 거성가의 유일한 아들이란 말이기도 합니다. 

그의 마음속은 부끄러움, 수치심, 분노, 질투 이런 것들이 마구 교차하며 혼돈에 빠졌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편 어머니 서인숙에 대한 걱정도 생겼을 것입니다. 이런 점은 역시 구마준에게도 인간적인 정서, 선한 기운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구마준은 쓰러져 의식이 없는 홍여사와 일방적인 계약(?)을 하고 구일중에게 위험 신호를 보냈습니다. 비밀리에. 

신유경과 구마준이 택한 길, 서인숙 탓만은 아니다

△ 신유경을 잃고 대신 아버지를 만난 탁구, 제빵왕이 되어 성공하고 말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될까?

왜 비밀리에, 은밀하게 할머니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렸을까요? 그것은 구마준도 은연중에 한승재와 서인숙 그리고 자기는 공범이란 사실을 인식했던 것입니다. 12년이 지나 팔봉빵집에서 김탁구를 다시 만났을 때 그의 기분이 어땠을까요? 아마 징글징글 했을 것입니다. "아, 이 지독한 악연!" 하며 말입니다. 

그러나 서태조란 이름으로 김탁구와 지내면서 구마준은 서서히 인간의 정과 나눔에 대해 눈 뜨기 시작합니다. 철저하게 타인과 단절된 삶을 살아온 구마준에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아, 이렇게 사람들과 교감하며 산다는 게 행복이라는 것이구나!' 하고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탁구가 내민 손을 잡고 싶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운명은 선한 구마준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서인숙이 나타난 것입니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 팔봉빵집에 나타난 서인숙은 김탁구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김탁구와 서태조의 교감은 끝이 났습니다. 이제 구마준은 더 이상 서태조도 아니고 김탁구가 내민 손을 잡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서인숙은 김탁구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음모를 꾸밀 것입니다. 구마준이 아무리 말려도 서인숙은 그것만이 아들을 위한 길이라는 신념으로 일을 도모할 게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선 한승재도 마찬가지죠. 결국 이 두 사람은 끊임없이 아들 구마준을 악의 수렁으로 밀어 넣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구마준이 이 두 사람 때문에 악마의 길로 빠지게 된다고 말하면, 그건 구마준의 존재를 너무 헐한 것으로 무시하는 처사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 결론은 결국 구마준 스스로가 내리는 것입니다. 악마의 길을 택하든 천사의 길을 택하든 그 몫의 대부분은 역시 제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신유경도 마찬가집니다. 

구마준의 완벽한 KO패, 다시 타오르는 질투심

신유경이 구마준과 엮이고 난 후에 김탁구를 곤란한 지경에 빠지도록 음모를 꾸미게 된다는 미래의 결과들은 서인숙으로부터 받은 모욕이나 복수심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 역시도 대부분의 몫은 신유경 자신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스스로 제 길을 간 것이지 누가 등을 떠밀어서 간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오늘 보니 1차 경합에서 구마준은 김탁구에게 판정패했습니다. 아니, KO패 했습니다. 구마준에게 팔봉선생은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겠다는 말로 사실상 탈락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의 경합에서 우승자는 김탁구였으며, 양미순이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구마준은 간신히 팔봉선생의 배려로 살아남은 것입니다.

△ 1차 경합은 김탁구의 KO승, 구마준의 인상은 일그러지고...


이때 구마준의 눈가에 불꽃이 튀었습니다. 다시금 구마준의 마음속에선 질투와 분노가 되살아났습니다. 김탁구와 살면서 얻었던 따스한 감정들이 이미 서인숙의 등장으로 바람처럼 사라진데다, 팔봉선생의 판정은 마침내 구마준의 가슴을 다시금 꽁꽁 얼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김탁구, 너는 정말 재수 없는 놈이야. 왜 네가 내 앞에 자꾸 나타나는 거지? 나는 네가 정말 싫어. 네가 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어.' 열두 살 어릴 적 구마준이 외쳤던 이 소리가 다시 구마준의 귓가에 쟁쟁거렸을 것입니다. 구마준의 결심했을 것입니다. '탁구, 너를 짓뭉개버릴 테다!'

이제 2차 경합이 시작될 것입니다. 과연 2차 경합에서도 1차 때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1차에서는 고재복이 암수를 썼었지만, 2차에서는 다시 악의 화신으로 돌아간 구마준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그는 분명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김탁구에게 경고했던 바가 있습니다. 

신유경의 불행, 제대로 혹은 올바로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

정말 그게 궁금합니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구마준이 보여줄 비열한 수단. 김탁구가 또 어떻게 구마준의 해코지를 이겨내고 2차 경합에서도 최고의 판정을 받게 될지…, 그리고 3차 경합에서 마침내 팔봉선생으로부터 인정서를 받아들게 될지…. 한 달 안에 모든 것이 결판나겠지요.

그리고 때를 맞춰 거성식품도 주주총회와 이사회 소집이란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앞으로 한 달이 김탁구와 구마준, 두 사람의 운명에 중대한 기로가 될 듯싶습니다. 그나저나 신유경이 걱정이군요. <동이>에서도 그랬지만, 유상궁처럼 줄 잘못 서면 고생하는 것입니다.

△ 탁구를 버리고 구마준의 품에 안긴 신유경, 단지 복수가 목적?


아무래도 신유경은 줄을 잘못 선 것 같습니다. 판단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고 가슴으로도 해야 하는데 신유경은 머리만 너무 똑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머리로 하는 공부만 잘 할 뿐 가슴으로 하는 공부는 제대로 못 배운 신유경, 눈에 보이는 것을 제대로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한 신유경, 그게 신유경이 불행하게 되는 이유 아닐까 합니다.

신유경은 한승재와 구마준이 벌인 일들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지요. 그래서 오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김열규 선생의 말씀처럼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지만, 가슴으로도 해야 한다, 발로도 해야 하고 손으로도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대로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 그렇게 별로 관련 없어 보이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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