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에 마침내 검계가 다시 등장했네요. 검계를 재건한 사람은 동이의 어린 시절 동무였던 ‘게둬라’. 동이를 일러 천민의 왕이라고 할 때는 저는 정말로 웃음이 나왔습니만, 왜냐하면, 그리 보면 논두렁에서 농부들과 막걸리를 즐겨 마시던 박정희나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그 모양을 흉내 내는 MB도 천민의 왕일까 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동이가 검계의 수장 최효원의 딸이란 사실은 그런 가정이 영 엉터리는 아니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검계. 이 드라마에서 검계란 조직은 그렇게 썩 목적이 분명한 조직은 아닙니다. 치밀한 체계와 연락방식, 잘 훈련된 군사조직에 비해 이 검계란 단체가 대체 무얼 하려는 것인지에 대해선 모호하다는 얘깁니다.
수장어른으로 불리는 최효원은 절대 살생을 금지했습니다. 그는 마치 인도의 간디처럼 비폭력 평화주의 노선을 추구했던 것일까요? 그는 음모에 휘말려 죽을 때도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를 그토록 아꼈으며 그 자신도 역시 존경해마지 않던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혁명조직의 수장이 된 겁쟁이 게둬라
그런데 그런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서용기의 안위가 수많은 검계 동지들, 아들과 딸의 생명보다 소중했을까요? 무장까지 갖춘 혁명조직의 수장이 그토록 나약한 감상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게 저로서는 이해도 안 되고 용납도 안 됩니다. 도대체 검계는 무엇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까요?
그러나 아무튼 거기에 대해 <동이>가 친절하게 설명해 줄 의도는 별로 없어 보이므로 우리도 더 이상 찾을 길 없는 답을 찾는 수고는 그만 두도록 합시다. 검계를 재건한 새로운 수장 게둬라는 원래 무척 겁쟁이였습니다. <동이> 첫 편에서 대사헌 장익현이 죽음을 당하던 장면에서도 당찬 동이에 비해 게둬라는 사시나무 떨듯 했습니다.
게다가 게둬라는 그다지 머리가 좋아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겁쟁이에다 머리도 별로 안 돌아가는 답답한 소년이었던 것입니다. 그랬던 게둬라가 검계를 재건했습니다. 그 시대의 천민에 비해 훨씬 발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오늘날 노동자들이 노조 하나 만들기도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판에, 게둬라는 혁명조직, 반국가단체 검계를 재건한 것입니다.
실로 대단합니다. 눈앞에서 죽어간 아버지와 형님들과 동이의 모습을 생각하며 절치부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갓 겁쟁이였던 게둬라가 세상을 뒤엎을 혁명가로 변신한 것입니다.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한 소년의 가슴에 타오르는 복수심이 세상을 태우는 뜨거운 증오의 불길로 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기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너무나 많습니다. 게둬라가 아무리 어린 나이였다고는 하나 검계를 재건할 정도의 야망을 가진 사내라면 최효원이 만든 검계의 원칙쯤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양반, 상민을 불문하고 불필요한 살생을 해선 안 된다는 검계의 원칙은 하나의 신조였습니다.
검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한성부서윤 장무열
그런 검계가 무차별적으로 양반을 살해합니다. 연쇄살인사건이 재발한 것입니다. 그 대상은 철저하게 양반. 그런데 이번엔 보통의 양반이 아니라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살인 계획을 세웁니다. 도대체 누구를 살해하려는 것일까요?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동이였습니다. 왕자의 어머니 숙원마마 동이.
동이는 왕자를 생산했습니다. 숙종에게 비와 빈을 비롯해 많은 후궁들이 있었지만 왕자를 생산한 것은 오로지 장희빈과 동이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동이에 대한 이야기가 장안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을 것임은 자명한 일입니다. 정보에 누구보다 친숙한 검계의 수장이 동이에 대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천민 출신에다 무수리, 궁인을 거쳐 승은을 입고 후궁이 된 동이에 대해 (어릴 적 동무였던 동이란 사실은 모를지라도) 검계가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의구심도 없이 무작정 동이를 죽이겠다고 나선다는 스토리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입니다.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는 원칙도, 천민 출신 동이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는 검계?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의문에 대하여 <동이>는 하나의 힌트를 주었습니다. 바람처럼 나타난 장무열. 그가 바로 힌트였습니다. 장무열의 등장과 재건된 검계의 활동 재개가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둘의 등장엔 나름 계산된 음모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내금위장 서용기의 방문 그리고 숙원과 차천수 종사관―그러고 보니 오작인(검시원) 출신 천민 차천수가 종사관이란 고급 관료가 됐군요―의 움직임에 고심하던 한성부 서윤 장무열에게 그의 직속 부하가 이런 질문을 했지요. “나으리, 검계도 이제 잡아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이게 무슨 말씀? 지방을 떠돌다 이제 갓 한성부에 입성한 장무열이 어떻게 검계의 재건을 알고 있을까요?
권력을 위해 죽은 아버지도 이용한다?
거기다 그들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검계를 일망타진할 준비까지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장무열이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이게 가능한 얘기일까요? 장무열은 우리에게 하나의 힌트를 더 주었습니다. 그는 전 좌의정 오태석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지요.
“나는 당신이 내 아버지를 살해한 원흉이란 사실을 알고 있소. (검계에게 양반 연쇄살인사건의 누명을 씌운 것도 말이요.) 그러나 걱정 마시오. 나는 당신을 해치진 않을 것이오. 남인이 다시 권세를 잡기 위해선 그런 것쯤은 덮어둘 수도 있고, 당신과 손을 잡을 수도 있소.”
정말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는 이미 오태석이 벌인 범죄행각을 알고 있으며, 검계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저 자가 검계의 재건에 관여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검계는 그이 수작에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에 추노에서 노비당이 그랬던 것처럼….’
다행히 검계 수장 게둬라는 차천수와 동이의 존재에 대해 미리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검계와 동이가 엇갈린 행보 속에 불행한 대립을 할 가능성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장무열이란 존재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는 정말 아버지의 원수조차 정치놀음에 이용할 정도로 냉혈한일까요?
이 마지막 싸움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현재로선 그는 장희빈의 편에서 동이를 압박해 들어가는 쪽입니다. 정녕 장무열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손을 잡고 정치적 출세를 선택하게 된다면 이는 조선 성리학이 가르치는 충효사상에도 어긋나게 되는 것이니 그야말로 폐인 중에 폐인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장무열은 참으로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일까?
하지만 동이가 검계의 수장 최효원의 딸이란 사실은 그런 가정이 영 엉터리는 아니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검계. 이 드라마에서 검계란 조직은 그렇게 썩 목적이 분명한 조직은 아닙니다. 치밀한 체계와 연락방식, 잘 훈련된 군사조직에 비해 이 검계란 단체가 대체 무얼 하려는 것인지에 대해선 모호하다는 얘깁니다.
수장어른으로 불리는 최효원은 절대 살생을 금지했습니다. 그는 마치 인도의 간디처럼 비폭력 평화주의 노선을 추구했던 것일까요? 그는 음모에 휘말려 죽을 때도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를 그토록 아꼈으며 그 자신도 역시 존경해마지 않던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혁명조직의 수장이 된 겁쟁이 게둬라
△ 검계 수장이 되어 나타난 어릴 적 겁쟁이 게둬라
그런데 그런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서용기의 안위가 수많은 검계 동지들, 아들과 딸의 생명보다 소중했을까요? 무장까지 갖춘 혁명조직의 수장이 그토록 나약한 감상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게 저로서는 이해도 안 되고 용납도 안 됩니다. 도대체 검계는 무엇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까요?
그러나 아무튼 거기에 대해 <동이>가 친절하게 설명해 줄 의도는 별로 없어 보이므로 우리도 더 이상 찾을 길 없는 답을 찾는 수고는 그만 두도록 합시다. 검계를 재건한 새로운 수장 게둬라는 원래 무척 겁쟁이였습니다. <동이> 첫 편에서 대사헌 장익현이 죽음을 당하던 장면에서도 당찬 동이에 비해 게둬라는 사시나무 떨듯 했습니다.
게다가 게둬라는 그다지 머리가 좋아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겁쟁이에다 머리도 별로 안 돌아가는 답답한 소년이었던 것입니다. 그랬던 게둬라가 검계를 재건했습니다. 그 시대의 천민에 비해 훨씬 발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오늘날 노동자들이 노조 하나 만들기도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판에, 게둬라는 혁명조직, 반국가단체 검계를 재건한 것입니다.
실로 대단합니다. 눈앞에서 죽어간 아버지와 형님들과 동이의 모습을 생각하며 절치부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갓 겁쟁이였던 게둬라가 세상을 뒤엎을 혁명가로 변신한 것입니다.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한 소년의 가슴에 타오르는 복수심이 세상을 태우는 뜨거운 증오의 불길로 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기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너무나 많습니다. 게둬라가 아무리 어린 나이였다고는 하나 검계를 재건할 정도의 야망을 가진 사내라면 최효원이 만든 검계의 원칙쯤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양반, 상민을 불문하고 불필요한 살생을 해선 안 된다는 검계의 원칙은 하나의 신조였습니다.
검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한성부서윤 장무열
그런 검계가 무차별적으로 양반을 살해합니다. 연쇄살인사건이 재발한 것입니다. 그 대상은 철저하게 양반. 그런데 이번엔 보통의 양반이 아니라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살인 계획을 세웁니다. 도대체 누구를 살해하려는 것일까요?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동이였습니다. 왕자의 어머니 숙원마마 동이.
△ 재건된 천민들의 비밀조직 검계의 수뇌 회의 장면
동이는 왕자를 생산했습니다. 숙종에게 비와 빈을 비롯해 많은 후궁들이 있었지만 왕자를 생산한 것은 오로지 장희빈과 동이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동이에 대한 이야기가 장안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을 것임은 자명한 일입니다. 정보에 누구보다 친숙한 검계의 수장이 동이에 대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천민 출신에다 무수리, 궁인을 거쳐 승은을 입고 후궁이 된 동이에 대해 (어릴 적 동무였던 동이란 사실은 모를지라도) 검계가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의구심도 없이 무작정 동이를 죽이겠다고 나선다는 스토리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입니다.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는 원칙도, 천민 출신 동이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는 검계?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의문에 대하여 <동이>는 하나의 힌트를 주었습니다. 바람처럼 나타난 장무열. 그가 바로 힌트였습니다. 장무열의 등장과 재건된 검계의 활동 재개가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둘의 등장엔 나름 계산된 음모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내금위장 서용기의 방문 그리고 숙원과 차천수 종사관―그러고 보니 오작인(검시원) 출신 천민 차천수가 종사관이란 고급 관료가 됐군요―의 움직임에 고심하던 한성부 서윤 장무열에게 그의 직속 부하가 이런 질문을 했지요. “나으리, 검계도 이제 잡아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이게 무슨 말씀? 지방을 떠돌다 이제 갓 한성부에 입성한 장무열이 어떻게 검계의 재건을 알고 있을까요?
권력을 위해 죽은 아버지도 이용한다?
거기다 그들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검계를 일망타진할 준비까지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장무열이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이게 가능한 얘기일까요? 장무열은 우리에게 하나의 힌트를 더 주었습니다. 그는 전 좌의정 오태석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지요.
△ 장희빈과 손잡은 장무열, 그의 속셈은 뭘까?
“나는 당신이 내 아버지를 살해한 원흉이란 사실을 알고 있소. (검계에게 양반 연쇄살인사건의 누명을 씌운 것도 말이요.) 그러나 걱정 마시오. 나는 당신을 해치진 않을 것이오. 남인이 다시 권세를 잡기 위해선 그런 것쯤은 덮어둘 수도 있고, 당신과 손을 잡을 수도 있소.”
정말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는 이미 오태석이 벌인 범죄행각을 알고 있으며, 검계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저 자가 검계의 재건에 관여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검계는 그이 수작에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에 추노에서 노비당이 그랬던 것처럼….’
다행히 검계 수장 게둬라는 차천수와 동이의 존재에 대해 미리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검계와 동이가 엇갈린 행보 속에 불행한 대립을 할 가능성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장무열이란 존재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는 정말 아버지의 원수조차 정치놀음에 이용할 정도로 냉혈한일까요?
이 마지막 싸움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현재로선 그는 장희빈의 편에서 동이를 압박해 들어가는 쪽입니다. 정녕 장무열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손을 잡고 정치적 출세를 선택하게 된다면 이는 조선 성리학이 가르치는 충효사상에도 어긋나게 되는 것이니 그야말로 폐인 중에 폐인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장무열은 참으로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일까?
△ 죽어가면서도 동이에게 수신호를 남긴 아버지 장익현을 장무열은 설마 잊기로 한 것일까?
아무튼 지금으로선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장무열이 지금 보이는 모습으로 계속 나간다면 그는 사극 역사상 최고의 인면수심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아무리 그렇지만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한배를 타고 희희낙락한다는 것이.
하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니, 좀 더 지켜보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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