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나 골프장 문제로 몸살이다. 마치 전 국토를 골프장으로 만들어 골프 대중화에 앞장서기라도 하려는 듯 지자체들마다 서로 앞다투어 골프장 유치하기에 바쁘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골프장을 지을 수 있는 천연적 조건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이 엄청나다. 거기다 자연생태계 파괴로 인한 손실도 심각한 수준이다.
골프장 건설, 이상한 환경조사
그런데 어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골프장 건설 '이상한 환경조사'"란 제목의 보도가 나왔다. 다음은 뉴스를 간추린 내용이다.
"골프장을 지으려면 환경보고서를 만들어야 하고 여기에 별 문제가 없어야 공사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 작성에 골프장 사업자가 돈을 냅니다. 이런 구조라면 돈이 바라는 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애들도 압니다."
그리고 MBC 뉴스제작진은 "이 업체가 제출한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희귀 동식물도 없고 골프장으로 개발해도 환경에 별 문제가 없다고 돼 있다."면서 직접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현지의 산을 조금만 올랐더니 동이나물과 촛대승마, 처녀치마 등 각종 희귀식물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었고, 산림청 희귀특산종인 쥐방울 덩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또 MBC 뉴스제작진은 깨끗한 물에서만 자라는 가재, 천연기념물 수달 등도 어렵지 않게 찾을 있었다. 다른 골프장 예정지들도 사정은 비슷해서 삼지구엽초와 구상난풀처럼 희귀한 동식물들이 여기저기서 자라고 있고,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의 둥지나 멸종위기인 삵과 오소리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일부러 산림을 훼손해서 자연가치를 떨어뜨려 허가를 받으려는 행위도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제도적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환경영향평가
그런데도 환경성검토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고 한다. 환경영향평가를 개발업자가 비용을 대 직접 용역업체에 맡기다 보니 개발업자의 의도대로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제도적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도록 한 꼴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MBC의 보도를 보다 보니 도대체 무분별한 개발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사전환경성검토란 제도가 그저 개발업자의 사익추구를 위한 통과의례로 전락한 모습을 보는 듯하여 매우 불쾌하다.
그런데 사실은 골프장 개발업자에게 주어지는 제도적 특혜 중엔 이보다 더 심각하고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몇 달 전에 아는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고향인 파주에 다녀오는 길인데 자기네 선산에 골프장이 들어서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고향에선 평생 본 적도 없는 문중이란 사람들이 나타나서 골프장 업자와 짜고 백만 평에 달하는 선산을 임대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내가 별로 잘 알지도 못하고 알아야 별 소용도 없는 이야기다.
골프장을 짓기 위해 사유지를 강제수용
문제는 이 선산을 골프장으로 개발하려는 입구 부분에 바로 이 선배의 토지가 3만여 평쯤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끈덕지게 이 땅을 팔 것을 종용했지만, 선배는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에 대한 애착과 더불어 골프장이 들어서는데 협조할 수 없다는 양심과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쪽에서 선배에게 내용증명이 하나 배달되었는데, 만약 계속 매도를 거부하면 강제수용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게 물어온 것이다. 과연 정말 그럴 수 있느냐고. 참으로 골프장을 짓기 위해 개인 사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는 것이냐고 그 선배는 걱정스럽게 물어온 것이었다.
골프장이 공익 체육시설이라구요?
나도 좀 황당했다. 골프장을 지으면서 강제수용은 무슨? 물론 공익성을 띤 시설계획지구 등의 경우에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아 토지를 강제수용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과연 골프장이 거기에 해당할 것인지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선배에게 말했다.
"에이, 아무리 그렇지만 골프장 지으면서 무슨 강제수용입니까?"
"그렇지?"
그러나 확인해본 결과는 완전 의외였다. 골프장은 체육시설이라는 것이다. 체육시설은 공익시설에 해당하므로 일정규모가 되면 강제수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골프장이 체육시설이었다니, 그것도 공공 체육시설이었다니…."
그 선배와 나는 황당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 참 웃기는구나. 평생 골프공 구경할 일도 별로 없는 우리로선 참으로 웃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서너달 전의 일이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물론 골프장이 체육시설이며 공익시설이므로 강제수용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 따위는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배의 토지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확인해보지 않았다. 생각난 김에 오늘 한 번 물어보아야겠다.
그나저나 세상 참 요지경이다.
2008. 10. 17. 파비
올해만 약 100여 개의 골프장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사진(아래 사진 포함)=경남도민일보 김주완 부장
골프장 건설, 이상한 환경조사
그런데 어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골프장 건설 '이상한 환경조사'"란 제목의 보도가 나왔다. 다음은 뉴스를 간추린 내용이다.
"골프장을 지으려면 환경보고서를 만들어야 하고 여기에 별 문제가 없어야 공사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 작성에 골프장 사업자가 돈을 냅니다. 이런 구조라면 돈이 바라는 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애들도 압니다."
그리고 MBC 뉴스제작진은 "이 업체가 제출한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희귀 동식물도 없고 골프장으로 개발해도 환경에 별 문제가 없다고 돼 있다."면서 직접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현지의 산을 조금만 올랐더니 동이나물과 촛대승마, 처녀치마 등 각종 희귀식물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었고, 산림청 희귀특산종인 쥐방울 덩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또 MBC 뉴스제작진은 깨끗한 물에서만 자라는 가재, 천연기념물 수달 등도 어렵지 않게 찾을 있었다. 다른 골프장 예정지들도 사정은 비슷해서 삼지구엽초와 구상난풀처럼 희귀한 동식물들이 여기저기서 자라고 있고,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의 둥지나 멸종위기인 삵과 오소리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일부러 산림을 훼손해서 자연가치를 떨어뜨려 허가를 받으려는 행위도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제도적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환경영향평가
그런데도 환경성검토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고 한다. 환경영향평가를 개발업자가 비용을 대 직접 용역업체에 맡기다 보니 개발업자의 의도대로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제도적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도록 한 꼴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MBC의 보도를 보다 보니 도대체 무분별한 개발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사전환경성검토란 제도가 그저 개발업자의 사익추구를 위한 통과의례로 전락한 모습을 보는 듯하여 매우 불쾌하다.
그런데 사실은 골프장 개발업자에게 주어지는 제도적 특혜 중엔 이보다 더 심각하고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몇 달 전에 아는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고향인 파주에 다녀오는 길인데 자기네 선산에 골프장이 들어서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고향에선 평생 본 적도 없는 문중이란 사람들이 나타나서 골프장 업자와 짜고 백만 평에 달하는 선산을 임대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내가 별로 잘 알지도 못하고 알아야 별 소용도 없는 이야기다.
골프장을 짓기 위해 사유지를 강제수용
문제는 이 선산을 골프장으로 개발하려는 입구 부분에 바로 이 선배의 토지가 3만여 평쯤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끈덕지게 이 땅을 팔 것을 종용했지만, 선배는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에 대한 애착과 더불어 골프장이 들어서는데 협조할 수 없다는 양심과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쪽에서 선배에게 내용증명이 하나 배달되었는데, 만약 계속 매도를 거부하면 강제수용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었다.
의령군수의 티샷장면. 의령을 비롯 함양, 마산 등지에서도 골프장 문제로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그래서 내게 물어온 것이다. 과연 정말 그럴 수 있느냐고. 참으로 골프장을 짓기 위해 개인 사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는 것이냐고 그 선배는 걱정스럽게 물어온 것이었다.
골프장이 공익 체육시설이라구요?
나도 좀 황당했다. 골프장을 지으면서 강제수용은 무슨? 물론 공익성을 띤 시설계획지구 등의 경우에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아 토지를 강제수용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과연 골프장이 거기에 해당할 것인지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선배에게 말했다.
"에이, 아무리 그렇지만 골프장 지으면서 무슨 강제수용입니까?"
"그렇지?"
그러나 확인해본 결과는 완전 의외였다. 골프장은 체육시설이라는 것이다. 체육시설은 공익시설에 해당하므로 일정규모가 되면 강제수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골프장이 체육시설이었다니, 그것도 공공 체육시설이었다니…."
그 선배와 나는 황당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 참 웃기는구나. 평생 골프공 구경할 일도 별로 없는 우리로선 참으로 웃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서너달 전의 일이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물론 골프장이 체육시설이며 공익시설이므로 강제수용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 따위는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배의 토지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확인해보지 않았다. 생각난 김에 오늘 한 번 물어보아야겠다.
그나저나 세상 참 요지경이다.
2008. 10. 17. 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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