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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목욕요금이 12.5%나 올랐네요

오늘 목욕탕에 갔더니 요금이 4500원이란다. 3500원 하다가 4000원 된지가 엊그제 같건만 또 올랐다.

“헉~, 500원씩이나 올리다니, 가만있자. 계산기는 없고, 아, 휴대폰이 있었지.”

휴대폰 계산기로 두드려보니 무려 12.5%나 올랐다. 요즘 나라에서는 부자들 세금도 깎고 장애인들 복지예산도 탕감하고 어떤 회사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임금도 동결했다는 미담기사가 실리기도 하더라만, 어째서 내 주변엔 온통 올라가는 것 밖에 없을까?

아, 아까운 내 500원!

짜증난다. 500원이 아까워서 한참 개기다 나가려고 했지만, 결국 1시간을 못 버티고 나오고 말았다. 아무리 그렇지만, 500원 때문에 목욕탕에서 떠죽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떠죽기 전에 배가 고파 안 되겠다.
 

사진= 위키미디어공용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서민의 대표음식 자장면 값도 올랐다.  몇 년 동안이나 버티며 서민의 주린 창자를 지켜주던 자장면도 폭등하는 원자재 값을 당할 수 없었단다. 밀가루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회사가 CJ라고 했던가? 소위 삼성패밀리다. 아니 원래 삼성의 원조 격이 되는 회사라고 해야 옳은 말일 것이다. 온 나라가 배고픔에 떨던 시절, 밀가루 팔아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가 된 회사가 바로 삼성 아니던가. 

삼성하면 떠오르는 밀가루

글쎄 아직도 나는 삼성하면 떠오르는 것은 ‘밀가루’와 ‘사카린’이다. 하긴 나도 구식은 구식이다. 하고많은 삼성의 이미지 중에 하필 밀가루와 사카린이라니? 시대를 선도하는 디지털 이미지를 제쳐두고 말이다.

사진= 블로거 '누에'의 작품 http://nooegoch.net/


어쨌든 CJ는 밀가루 공급을  독점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밀가루 값을 왕창 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자장면 팔아 밥 먹고 사는 우리 친구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배겨낼 재간이 없다고 푸념을 늘어놓았었다. 결국 자장면은 3500원, 우동은 4000원으로 올렸다.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드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그래도 나는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그 자장면을 잊지 못하고 가끔 이 집을 찾는다.  거기다 이 친구의 옛날 자장면 집은 만날고개 공원 바로 입구에 있어 등산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한 그릇 비우기에 딱 좋은 코스다. 그러나 그때마다 소심한 나는 역시 500원의 아쉬움에 몸을 떤다.

버스요금 70원? 나도 그런 나라에 좀 살고 싶다.

지난봄, 한나라당 대표경선 TV토론회에서 보여준 정몽준 의원의 코미디가 생각난다.

“정몽준 후보님, 요즘 버스 기본요금이 얼만지 아세요?”

“아, 네. 한번 탈 때 70원 하나요~.”

온 나라가 재벌 2세 중에서도  제법 똑똑하다는  정몽준의  코미디에  한바탕 웃고 말았다.  일국의 국회의원이 벌이는 상식을 초월한 쇼는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나는 오늘 갑자기 정몽준의 코미디가 그리워진다. 왜 우리는 이런 분을 대통령으로 모시지 못하는 걸까? ㅋㅋ 

다시 계산을 한 번 해보자.  1000원짜리 버스요금이 70원이라면, 4000원짜리 목욕요금은 얼마가 되어야 하는 거지? 그리고 자장면 값은?

“어이쿠~, 너무 행복해서 계산이 안 되네···.”

2008. 10. 10.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