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준, 참 구제불능입니다. 인간의 사악함이 그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그의 악행은 거침이 없습니다. 물론 그가 멈칫거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도 갈등합니다. 그러나 결국 구마준은 그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악행을 저지르고자 합니다.

구마준이 입은 트라우마, 처지, 갈등 이런 것들로 사람들은 구마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거기다 구마준이 탁구에게 독초를 슬까말까 머뭇거리는 장면은 마준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을 보이면서도 뭔가 개운치 않은 사람들에겐 좋은 변명거립니다.  

하긴 마준도 인간입니다. 인간인 이상 다른 사람을, 그것도 자신의 형(물론 마준은 탁구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일 뿐 아니라 쫓아내야만 할 적이란 사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에게 위해를 가하면서 아무런 감정이 없다면 악마입니다. (악마도 실은 천사였으며 선한 감정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무조건적인 악이란 세상에 없습니다.)

...... ▲ 구마준, 그도 불쌍한 존재처럼 보이지만...그러나 결국 선택은 그의 몫이고, 책임도 그의 것입니다.


구마준이 김탁구에게 저지른 악행은 12살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악행, 12살 때 김탁구를 도둑으로 몰았음. (김탁구가 결백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구자경
                  과 지금은 고인이 된 할머니 홍여사 두 사람 뿐임)
두번째 악행, 12살 때 또 다시 김탁구를 도둑으로 몸 (이번엔 구마준이 서인숙의 돈과 패물을 훔쳐
                  써놓고선 그걸 
탁구의 짓이라고 거짓말을 했음. 졸지에 탁구는 절도 전과 2범이 됨)
세번째 악행, 24살 때 팔봉빵집에서 다시 만난 탁구에게 또 누명을 씌움. 이번엔 제빵실을 난장판
                  으로 만들고 반죽
을 훼손시켜 장사를 못하게 한 다음 그걸 탁구가 한 짓으로 만듬.

이렇게 정리를 해놓고 보니 구마준의 악행이란 게 별 거 없군요. 악행의 내용들이 주로 누명을 씌운다는 내용인데, 이런 정도는 주로 초등학생들이 교실에서 미운 아이를 따돌리기 위해 하는 얄미운 수 정도에 불과합니다. 구마준이 알고 있는 비밀 때문에 갖게 된 김탁구에 대한 증오심에 비하면 참 소박합니다.

구마준은 제가 구일중의 친아들이 아니며 생부와 생모가 거성가를 집어삼키기 위해 심어둔, 말하자면 뻐꾸기 새끼란 사실을 이미 12살 때 할머니 홍여사가 폭우 속에 죽어가는 현장을 목격하며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구마준에게 김탁구는 공존할 수 없는 적입니다. 그런데 형이라고 부르라니, 개뿔~

그러나 그럼에도 아직은 구마준이 저지른 악행들이 밉기는 해도 그렇게 쳐죽일 정도로 비난 받을 정도의 내용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바야흐로 구마준이 본격적인 악행을 저지르려 하고 있습니다. 독초를 이용해 탁구의 미각과 후각을 마비시킬 생각입니다.

...... ▲ 독초를 쓸까말까? 고민중. 그런데, 팔봉선생님. "나는 네가 하는 일을 다 알고 있어!" 하는 표정, 뭥미?


설빙초. 과도하게 복용하면 영원히 미각과 후각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오, 정말 큰일입니다. 탁구가 걱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탁구는 어쨌든 그 진실된 마음으로 인하여 최고의 제빵사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탁구는 주인공이고 그게 이 드라마의 스토리니까요. 

그렇다면 무엇이 큰일? 바로 구마준이 큰일이란 겁니다. 탁구는 구마준의 생부인 한승재의 계략에 의해 시력을 잃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엔 한승재의 아들이 탁구의 미각과 후각을 없애려고 계락을 꾸밉니다. 탁구는 참 복도 많습니다. 한승재에 이어 그의 아들에게까지 시련을 겪습니다.

이건 뭐 대를 이어 악행을 완성하자는 것도 아니고. 결국에는 구마준이 독초를 쓰고야 말겠지만, 그래서 탁구는 미각과 후각을 잃고 맛도 냄새도 느끼지 못하는 불구가 되겠지만, 그러나 탁구는 그 시련을 뚫고 마침내 혀와 코만 갖고 빵을 분별하는 경지를 넘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겠지요.

어릴 때 무협지를 보면 주인공들은 늘 그렇습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초죽음 상태에 빠지거나 완전히 무공을 잃어 거의 폐인이 다 된 경험을 하고 난 다음에야, 양맥이 타동되고 오기조원, 등복조극을 넘어 최고의 경지, 곧 입신의 경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탁구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 역시 뻐꾸기 새끼도 뻐꾸기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똑같이 가려는 구마준... 비극이네요.


그러나 문제는 역시 구마준입니다. 지금까지 마준이 저지른 악행들은 그저 질투심과 불안감에서 비롯된 치기어린 행동이라 이해받을 수도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하고자 하는 일, 독초를 탁구에게 투여하려고 하는 이 무서운 음모는 용서받을 수 없는 악행이며 범죄행각입니다.

마치 종달새의 둥지에서 가짜 어미새(종달새)의 알과 새끼들을 밀어 떨어뜨리고 먹이를 독차지해 받아먹으며 자란 뻐꾸기가 다 자란 다음에는 어미새의 울음소리를 따라 떠나고야 마는 뻐꾸기처럼, 구마준도 그렇게 운명처럼 지워진 길을 따라 가게 될까요?

아직까지는 그래도 구마준에겐 용서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독초라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려는 마준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제발 마준이 마음을 바꾸어 최악의 선택만은 말아 줄 것을 부탁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간곡한 마음으로, 이 정도에서 멈추어주길….

...... ▲ 악! 딱 걸렸네. 구마준과 신유경의 밀회(거래?) 장면을 본 미순이, "이거 좋아해야 돼, 슬퍼해야 돼?"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일중을 위해 한마디만 더 변호를 하고 가야겠습니다. 구일중이야말로 최고의 악인이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데, 그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구일중이야말로 이 드라마에서 마준과 더불어 최고 불쌍한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그가 차갑게 나오는 것은 아마도 하나의 연출 효과를 노린 것이리라 봅니다.

어머니를 누군가에 의해 (그것이 미필적 고의든, 사고였든) 살해당해 잃었으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납치유괴, 폭력, 인신매매, 살해 등 갖가지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가 너무나 온화한 표정으로 나온다면 정말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어떤 분의 진단처럼 마준이의 출생의 비밀까지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구일중이야말로 너무나 비참한 인간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아직 한승재와 서인숙이 벌인 어머니와 아들에 대한 살인 음모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알았다면 두 사람을 절대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겁니다. 그게 상식이죠. 이제 오늘 누군가가 자기마저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겠지요.

그리고 곧 모든 전모를 알게 될 겁니다. 그때 구일중의 심정이 어떨까요? 분노로, 찢어지는 심장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거성가가 무너질 정도로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게 되지 않을까요?
으아~~~~~~~아악, 하고 말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