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가 죽었습니다. 결국 죽고야 말 것을 알았기에 모두들 조마조마했을 테지요. 그러더니 어머니가 위험에 처한 것을 알았던 것인지 갑자기 홍역에 걸려 돌도 넘기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숙종이 제아무리 임금이라도, 동이가 검계 수장의 딸이란 것을 안 이상 살려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일전에도 포스팅을 통해 이야기했지만, 동이 아버지의 무고는 결코 밝혀질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설령 신유년의 검계가 소위 '양반연쇄살인사건'과 무관하다 하더라도, 검계란 반체제 조직을 만들고 무장까지 갖춘 것은 결코 당시 정부로서는 좌시할 수 없는 반역죄인 것입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그런 세밀한 것까지 신경 써야한다면 너무 재미없게 될 터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지요. 아무튼, 동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동이 스스로 자신이 검계 수장의 딸이었으며, 새로 만들어진 검계의 수장을 도피시키려 했었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된 것은 물론 동이의 착한 심성 때문입니다.
임금의 마누라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한성부서윤 장무열
그녀의 처소나인들이 모두 한성부에 붙들려갔기 때문이지요. 한성부서윤 장무열. 야비하지만, 실로 당찬 인물입니다. 감히 임금이 수사하지 말라고 한 사건을 수사했습니다. 그것도 임금이 총애하는 후궁을 말입니다. 요즘 같으면 정치적으로 확실히 독립된 검찰입니다. 뭐 판관 포청천쯤 된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저나 여러분이나 모두 알다시피 그는 판관 포청천 같은 청렴하고 강직한 인물은 아닙니다. 야심이 뼛속까지 사무친 장무열은 자기 아버지의 원수와도 손을 잡는 비정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자기네 당파가 위험에 빠지자 같은 편을 살해하기까지 하는 잔인한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임금과 적이 되는 길을 선택한 장무열, 그는 목숨이 몇 개라도 된단 말입니까? 결국 장무열이 가야할 길도 장희빈이나 장희재처럼 죽음뿐이겠군요. 역시 일전에 썼던 <동이 아버지의 무고가 밝혀질 수 없는 이유>에서 조선시대는 고지식하리만치 법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라고 했는데요.
늘 '법도'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조선의 사대부들이었지요. 장무열은 살인죄를 저질렀으니 이게 밝혀지면 그는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결코 밝혀져서는 안 될 걸로 생각했던 동이의 비밀이 모두 밝혀진 마당에 '양반연쇄살인사건'의 전모도 곧 밝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멍청한 검계 수장 게둬라의 임무는, 동이의 성씨 찾아주기?
그나저나 동이를 함정에 빠뜨린 것은 느닷없이 번개처럼 나타났다가 검계 수장으로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바보처럼 장무열에게 이용만 당하고 생을 마감한 동이의 어릴 적 동무 게둬라였습니다. 정말 이름처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게뒀음' 좋았겠지만, 저는 아직도 게둬라가 왜 나타났는지 그걸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게둬라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게둬라는 동이에게 제 이름을 찾아주었습니다. 최효원의 딸 최동이. 찾아보니 해주 최씨더군요. 해주 최씨. 매우 뼈대 있는 가문이지요. 동이의 아버지는 비록 천민이었지만, 나중에 영의정에 추증됩니다. 물론 이는 다 동이가 아들을 잘 낳았기 때문입니다.
동이는 제 정체성을 찾게 되었지만, 결국 그것은 동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함정이었습니다. 신하들은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동이에게 사약을 내릴 것을 주청합니다. 양반들의 입장에서 보면 검계 수장의 딸 동이는 자신들의 원수입니다. 반상의 체제를 부정하는 검계의 딸이 후궁으로 있다는 것은 그들에겐 크나큰 위협입니다.
아마 이게 실제 상황이었다면 영조는 세상의 빛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이 모든 스토리는 픽션일 뿐이며, 따라서 영조도 태어나게 되는 것이고, 후일 사도세자와 정조의 이야기도 전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절묘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영수, 엄마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
마치 어머니의 위기를 눈치라도 챈 듯 아들 영수가 병에 걸린 것입니다. 홍역. 마진이라고도 하고 마마라고도 불리는 천연두. 요즘은 이 증상으로 죽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당시로서야 백신이 없으니 아무리 왕자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걸린다고 다 죽는 것도 아닌 바이러스 전염병 홍역.
시름시름 앓던 왕자 영수는 급기야 죽고 말았습니다. 온 궁궐이 슬픔에 잠겼고 거리의 백성들도 통곡해마지 않았습니다. 그 모양을 바라보던 저는 아, 저렇게 해서 동이를 위기에서 구할 생각이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설마 왕자를 잃은 동이를 죽이자고 달려들 간덩이가 부은 신하들이 있겠습니까.
영수의 죽음은 자연스럽게 동이를 천씨에서 최씨로 만들어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드라마 제작진이 어떻게 동이에게 최씨 성을 돌려줄 것인지 그게 가장 궁금했습니다. 동이가 제 성을 찾기 위해선 두 명의 죽음이 필요했습니다. 하나는 동이의 어릴 적 동무 게둬라였고, 하나는 동이의 아들 영수였습니다.
게둬라는 동이의 정체를 밝히며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었고, 아들 영수는 그런 동이를 살렸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죽음이 갖는 공통점은 동이가 자기 정체성을 찾도록 도와주었다는 사실입니다. 드라마에선 벌써 이로부터 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비극의 마지막 1년이 다가오다
사가로 내쳐진 동이를 못 잊어 밤에 찾아온 숙종은 동이에게 다시 왕자 금(후일 영조)을 안겨주었습니다. 새로운 아들이 생긴 동이, 시름을 잊고 예전의 활기를 다시 찾았습니다. 역시 마음의 병엔 세월만한 약이 없습니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 망각이란 것입니다.
곧 동이는 궁궐로 돌아가야겠지요. 그리고 후궁으로서 최고의 자리인 빈의 자리에 오르겠지요. 흔히 왕의 부인을 일러 비빈이라 하는데, 비는 왕후요 빈은 후궁의 최고 지위인 것입니다. 6년 세월이 흘렀다면 때는 서기 1700년, 왕자 금은 일곱 살입니다. 그리고 장희빈이 사사되기 딱 1년 전입니다.
파란이 일겠군요. 그러나 어쨌든, 이 모든 것은 다 동이를 위해 죽은 아들 영수의 덕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영수에게 묵념을 올리며 고마움을 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돌아가신 왕자마마를 위해 일동 묵념~ 딴 딴따단, 딴 딴따다, 아, 이건 결혼행진곡이군요. 묵념할 때 무슨 음악을 틀어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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