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야, 이 임금이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다오."

"전하, 그것이 대체 무엇이옵니까?"
"정녕 그걸 모르겠단 말이냐? 도처에 너를 죽이려는 자들이 득실거린다. 그러니 아무도 너를 해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느니라."
"전하, 그 방법이란 것이 대체 무엇이옵니까?"
"음, 그것은 그러니까 너하고 내가……" 


오늘 드라마 <동이>는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숙종과 동이가 떨어져 있었던 탓인지 그만 이들의 해후가 마치 나의 일처럼 그렇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거참, 드라마란 게 빠지면 이렇게도 되는가 봅니다. 아무튼 두 남녀의 오랜 헤어짐 끝에 만남은 마음속에 감춰져 있던 비밀스런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만들었습니다. 

오랜 이별 끝에 만남은 마음속에 감춰진 비밀의 문을 열게 하고  

대궐로 돌아가 임금에게 폐비사건의 전모를 밝혀줄 증험을 바쳐야 한다는 일념으로 동분서주하던 동이는 이제 자기 임무를 다하고 편안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긴장이 풀리면 병이 오는 법. 마침내 동이는 앓아 누웠습니다. 숙종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숙종은 어의에게 자기만 먹도록 되어 있는 홍삼을 동이에게 처방하라고 명합니다.  

놀란 어의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파격도 이런 파격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일개 무수리에게 왕이 먹는 홍삼을 먹이라니요. 이런 왕의 태도를 보는 차천수의 마음은 놀라움과 착잡함이 교차합니다. 천수는 대체 동이를 무엇이라 여기는 것일까요? 천수의 동이에 대한 마음은 동이의 아비와 오라비에 대한 의리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무엇이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천수는 동이를 연모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왕이 동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면 그럴 수는 없는 일. 설령 왕의 마음이 동이에게 있지 않다고 해도 한 번 궁녀였던 여자는 평생 다른 남자를 가까이 할 수 없습니다. 이를 어기면 사형에 처하는 것이 국법입니다. 

왕의 속마음에 대해 서 종사관, 아니 이제 내금위장이로군요. 서용기 내금위장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습니다. 서용기는 수사기관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만큼이나 눈치가 빠른 인물입니다. 그러나 역시 왕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상선입니다. 상선은 왕의 마음이 동이에 대한 사랑임을 알고 있습니다.

왕도 사랑을 했을까? 또는 사랑할 수 있을까? 이것이 사극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저의 궁금증입니다만, <동이>에서 숙종은 사랑을 할 줄 아는 왕입니다. 그에겐 인간의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던 왕과는 너무나 다른 왕입니다. 그래서 그런 숙종이 더더욱 마음에 듭니다.

"내가 너를 위해 무언가를 하게 해다오"

오늘 마지막 장면에서 쓰러졌던 동이가 원기를 회복했습니다. 장희재는 서용기의 함정수사에 빠져 국문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장희빈에게 최대 위기가 찾아온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지식에 의하면 이 사건으로 장희빈이 완벽하게 몰락하지는 않습니다.

내금위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장희재


영민한 장옥정은 사태를 파악하고 재빨리 살아날 방도를 구하게 될 것입니다. 폐비 민씨의 혐의가 모함이었음이 밝혀지더라도 장옥정을 사사할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할지는 몰라도 중전의 자리에서 물러나 다시 장희빈으로 돌아가는 정도로 사태는 마무리되겠지요. 

아무튼, 예고편 마지막 장면에서 동이가 숙종에게 이렇게 말하는군요.

- 동이 : "전하, 이제 제가 전하를 위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정확한지는 자신 없음)

그러자 숙종이 동이에게 대답합니다.

- 숙종 : "그래, 그리하도록 하마. 대신 너도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다오. 내가 너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중신들을 모아놓고 동이와 자신의 관계를 밝히는 숙종


저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어이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왔냐구요? 글쎄요, 모르시겠습니까? 숙종이 동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다시 예고편의 내용을 일부 보도록 하지요. 좌의정 오태석을 비롯한 남인파 중신들은 대전에서 숙종에게 동이를 내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 숙종 : "대체 그게 무슨 말이요? 그 증험을 인정할 수 없다니."
- 오태석 : "천가 동이란 나인 말입니다. 그 나인을 내어주십시오."

임금은 서용기를 불러 절대 동이를 내어줄 수 없다는 결심을 말하고, 좌의정 오태석은 의금부동지사(동지의금부사) 오윤에게 은밀히 "절대 실수가 없어야 한다. 반드시 목숨을 끊어야 해!" 하고 동이를 죽이라고 지시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숙종이 동이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짐작하건대 이미 숙종은 30부에서 동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 같습니다. 중신들이 도열한 대전에서 숙종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동이는 이제 너희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경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소. 나인 천동이는 더 이상…" 물론 당연히 그 다음 말은 예고편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드라마를 보고 알라는 소리겠지요. 그러나 눈치가 빠른 우리는 이미 그 다음 말을 알고 있습니다. 숙종은 동이에게 승은을 내렸습니다. 요즘 식으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랑을 나눈 것이지요. 임금이 승은을 내렸다는 것은 곧 결혼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겠지요.  

동이. 이제 동이라고 부르면 안 되겠다. 그런데 역시 옷이 날개다.


그리하여 끊어진 임금의 말을 지레 짐작으로 이어보면 이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경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소. 나인 천동이는 더 이상 그대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오. 그 아이는 내 여자요. 앞으로 내 여자에게 함부로 했다가는 도 못 추릴 줄 아시오!"

동이가 드디어 날개를 달았습니다. 바야흐로 본격적으로 장희빈과 동이의 한 판 승부가 벌어지겠군요. 결과는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동이의 승리로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장희빈은 이제부터 죽음이라는 운명을 향해 달려가는 그림자의 처지가 되었습니다. 빛이 떠오르면 그림자는 사라지는 게 운명이니까요.

예언자인지 점쟁이 나부랭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김환이란 자가 극 초반에 홀연히 나타나서 그랬지요. 동이는 빛이요, 장옥정은 그림자라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장옥정은 절대 빛인 동이를 넘어설 수 없다고 말입니다. 어쨌든 고운 후궁복색을 한 동이의 모습이 참 예쁩니다. 역시 옷이 날개란 말이 실로 거짓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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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