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우리 눈을 밝히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그 빛으로 드러나는 그림자다

동이란 이름을 사실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이번 mbc드라마 동이를 통해. 아마 많은 분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동이는 숙종의 후궁이었던 숙빈 최씨이며, 이분은 영조의 어머니요 사도세자의 할머니이며 정조의 증조할머니였습니다. 조선 후기의 왕들이 모두 영조와 동이의 후손들이니, 동이는 말하자면 왕들의 모후인 셈입니다.

동이


설에 의하면 원래 동이는 궐에 무수리로 들어왔다가 숙종의 승은을 입어 후궁이 되었다고도 하고, 숙종의 정비였던 인경왕후의 교전비로 궐에 들어왔다가 숙종을 만났다고도 합니다. 교전비란 혼례 때 신부가 데려가던 계집종을 말합니다. 즉, 동이는 계집종 신분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인경왕후가 죽고 계비로 인현왕후가 들어온 뒤에도 중궁전과 계속 가까운 거리에서 관계를 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우리가 알고 있기로도 동이는 인현왕후 민씨와 친분이 두터웠으며 장옥정이 중전이 된 뒤에는 모진 박해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관점에 서면 드라마 동이에서 동이가 처음에 장옥정을 만나 공을 세우고 숙종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설정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창작인 것입니다. 아무튼, 드라마 동이가 보여주는 장희빈과 동이의 만남은 매우 기발하고 재미있습니다.

우리는 극 초반에 신통력을 지닌 도인 김환의 점괘를 보았습니다. 그 점괘에 의하면 장옥정은 그림자요, 동이는 빛입니다. "마마님께서는 천을귀인의 상을 타고 나셨습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실 겁니다. 그러나 한 분이 더 있습니다. 두 분은 빛과 그림자의 관계와 같습니다."
 
그리고 김환은 이렇게 덧붙였지요. "그림자는 빛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장옥정이 그 빛은 누구이며 그림자는 누구냐고 묻자 김환은 "그림자는 마마님이십니다" 라고 대답해 장옥정을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빛을 지녔다는 그 아이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며 살아 돌아올지 어떨지도 모른다는 대답으로 안도하는 옥정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장옥정(장희빈), 장희재, 김환


그러나 저는 김환의 점괘를 거꾸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빛과 그림자는 원래 하나인데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만 그 존재가 드러나는 법이다, 따라서 빛이 살아오지 못한다면 그림자도 죽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옥정이 천을귀인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면 동이가 있어야 한다, 라고 말입니다.

김환은 "마마님은 절대 빛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라고 말했지만, 저는 그래서 반대로 "마마님은 빛을 통해서 최고가 되실 수 있을 겁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본래 점쟁이들이란 과정은 잘 모르고 결과만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법이 아니던가요?

역시 그 점에 있어선 김환도 마찬가지란 생각입니다. 장옥정의 오라비 장희재는 김환 못지않은 안목을 지닌 것으로 이 드라마에선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가 비록 지금은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는 파락호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야심을 위한 것입니다, 마치 흥선대원군처럼.

어제 드디어 장희재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동이를 보았습니다. 이미 동이의 존재에 대해 들어 알고 있던 그는 동이의 관상을 이리저리 살폈겠지요. 그리고 장난기 어린 그의 얼굴엔 불안한 수심이 드러났습니다. 그도 김환처럼 동이의 얼굴에서 천을귀인의 상을 보았던 것일까요? 

장옥정을 만난 장희재는 동이를 가까이 두고 귀하게 써야겠다는 말에 반대의 뜻을 전합니다. 장옥정은 다른 사람들이 무어라하든 장희재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가 파락호로 지내는 것도 실은 이 두 오누이의 계략에 의한 것입니다. 비상할 때를 대비해 몸을 낮추어 이목을 피하자는 것이었지요.  

장옥정 오누이


"그 아이를 보니 마마님께서 왜 마음에 들어 하셨는지는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 같으면 그 아이를 곁에 두지 않겠습니다, 마마님. 제가 이리 말씀드렸을 때 언제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다만, 그 아이가 가진 것이 마마님과 너무 닮은 거 같아 그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예?"

"천한 출신이지만 남다른 재주와 비상한 머리를 가지신 것이 마마님이십니다.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구요. 그런 이는 세상에 마마님 단 한분이면 족합니다. 헌데 어째서 마마님을 닮은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려 하십니까?"

장옥정은 결국 장희재의 말을 들을 것입니다. 그녀에게 장희재는 하나밖에 없는 오라비이자 누구보다 믿은 수 있는 장자방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미 동이는 날개를 달고 만 듯이 보입니다. 숙종은 교지를 내려 동이를 천비에서 해방시키고 감찰궁녀로 임명했습니다.

바야흐로 동이의 시대가 도래 한 것입니다. 김환의 점괘를 빌어 말하자면 빛을 지닌 아이가 살아 돌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장희재가 장옥정에게 동이를 곁에 두지 말도록 충고한 것은 커다란 실수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말에 따라 동이를 배척하게 될 장옥정도 실수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만약 김환이 점괘를 말할 때 "원래 그림자는 빛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그림자가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선 밝은 빛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마마님은 그림자이니 빛을 지닌 그 아이를 통해 마마님의 존재는 더욱 선명해질 것이며 사람들은 천을귀인의 존재를 분명히 보게 될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면 장옥정은 장희재의 말에도 불구하고 동이를 곁에 두는 행운을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동이를 살피는 장희재, 그러나 그는 동이의 재능을 경계할 뿐 자기 것으로 만들 생각은 못한다.


네, 그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또는 저는 이렇게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만약 장옥정이 김환을 만나지 않았거나 장희재가 신통한 관상술을 지니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복을 차버리는 불운한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하나의 말장난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비일비재하게 겪는 것들입니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보면 시기하거나 질투합니다. 특히 야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단순히 시기와 질투를 넘어 배척과 핍박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싹이 자르기 전에 잘라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우리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은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그 뛰어난 재주를 어여삐 보고 귀하게 여겨 곁에 두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역사 속에서 영웅이란 이름으로 불립니다.

장옥정은 천을귀인의 상은 타고났을지 몰라도 영웅적 기상은 없었든가 봅니다. 김환은 뛰어난 신통력과 관상술은 지녔을지라도 우주의 섭리에는 어두웠든가 봅니다. 장희재 역시 사람 보는 눈이 밝고 재치에 능하지만 세상의 이치에는 다가서지 못했든가 봅니다. 그래서 그들은 큰 실수를 한 겁니다.

자신을 밝혀줄 빛을 거부했으니까요. 그리하여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정작 빛을 통해 우리가 보는 것은 그 빛이 아니라 그림자란 사실을 깨닫지 못한 장옥정은 빛의 힘을 얻지 못하고 암흑의 힘만으로 야망을 달성해야 하는 최대의 불행을 맞게 된 것이 아닐까, 그리 생각하는 것입니다. 

점괘니 운명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사람이 만드는 것입니다. 장옥정은 원래 자기가 생각했던 그대로 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운명은 그 운명을 타고난 자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굴러들어온 복까지 차버리려 하고 있으니…,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ps; 오늘 12부 보니 장옥정이 아직 완전히 동이를 버린 것은 아닌 듯 보이지만, 그래서 <장희재의 실수>로 고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은 옥정이 희재의 말대로 할 것이라 생각해서 그냥 놔두기로 하겠습니다. 아마도 감찰부 궁인으로 승격시키고 분란이 생기는 과정을 통해 동이와 인현왕후의 만남이 이루어질 모양이기도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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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