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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안홍준 의원님, 한 번 만나자는데 그렇게 바쁘십니까?

10월1일 오후 7시부터 마산역 앞 사거리 횡단보도에서는 보름이 넘게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 사무소 앞 노상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거리 홍보전을 펼쳤다. 이번에는 파란불이 들어왔을 때 횡단보도에 나가 정차 중인 버스나 승용차를 향해 자기들의 요구를 담은 피켓을 들어 보이는 것이었다.

동작이 빠르지 못한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짧은 파란신호등 시간을 이용해 홍보전을 펼친다는 게 여간 힘겨워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신호는 왜 그리 짧은 것인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니 신호등마저도 눈치를 보는 것일까?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에게 만나줄 것을 요청하는 피켓을 들고 장애인들이 횡단보도 가에 서있다.


선거 때는 만나기 싫다는 데도 굳이 한 번 만나자며 온갖 헤픈 웃음을 다 팔고 다니던 사람들이 막상 국회의원이 되고 보니 완전 안면몰수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안홍준 의원은 선거 때 악수를 거절하는 농협마트 여직원에게 “누구는 악수하고 싶어 이러고 다니는 줄 아느냐?”며 지배인을 불러 교육을 어떻게 시켰느냐고 호통을 친 적이 있다.

악수하기 싫다는 여자더러 왜 악수를 거부하느냐고 호통을 치던 분이 이제 와선 오히려 한 번 만나달라는 장애인들을 마치 벌레 보듯 하며 거부한다. 똥 누러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온 뒤의 마음이 다르다고 하더니만 이제 볼 일 다 보았다 이런 말이렷다. 

그런데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대체로 화장실 청소도 잘 하지 않는 법이다. 원래 귀찮고 더러운 일은 자기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고귀한 종족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은 안홍준 의원도 악수를 거절하는 농협 여직원에게 이렇게 고백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은 너희 같은 하층계급들하고 악수하고 다니는 이 일이 내게 얼마나 고역인 줄이나 알기나 해?
하루빨리 이놈의 선거가 끝나야 너희들을 안 보고 살 수 있을 텐데, 나도 좋아서 이러고 다니는 거 아니야.”

그러니 이런 분이 장애인들을 만나줄 이유가 만무한 것이다. 그러잖아도 골치 아픈 장애인복지예산 삭감문제를 들고 나왔으니 더더욱 만나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기본정책방향이 “부자에게 세금감면을! 서민에게 복지삭감을!” 인데 굳이 대통령에게 밉상보일 짓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홍준 의원님. 당신은 대통령의 대변자가 아니라 국민의 대변자입니다. 당신을 뽑아준 것은 국민들이지 대통령이 아닙니다. 그러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대통령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민의를 듣고 이를 정치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민의를 듣기 위해 장애인들을 만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를 하는 것입니다. 제발 민의에 귀 기울이십시오.”

이런 소리를 백날 해 본들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 명약관화한 일일 터, 괜한 헛수고란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의 사고방식이나 이명박의 사고방식이나 사실 하나도 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애인활동보조예산 삭감에 항의하고 있는 장애인단체 회원들


그러나 오늘도 장애인들은 메아리 없는 외침을 계속하고 있다. 쌀쌀한 날씨 속에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것이다. 그래도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묵묵히 침묵으로 일관하며 나타나지도 않는 안홍준 의원에게 한 번 만나줄 것을 호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안홍준 의원

“안홍준 의원님, 우리를 한 번 만나 주십시오!”                                     



2008. 10. 1.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