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불꽃 홈페이지에서 대서양그룹 가계도를 살펴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 이거 완전히 현대가의 복사판이잖아! 그러니까 대서양그룹의 김태진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이로군요. 그러고 보니 역대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기업도 현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금은 청와대에서 살고 계신 이명박 대통령도 원래 이 현대의 성장배경을 드라마로 만든 <야망의 세월>로 정치적 출세의 발판을 마련하셨죠. 그때 이명박 역을 한 사람이 '아, 씨바!'로 유명한 유인촌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었습니다. 이명박으로선 자신의 아바타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기고만장이 하늘을 찔렀지요.

아무튼 일개 드라마가 결국 일국의 대통령도 만들어내는 처지고 보면 드라마의 위력은 가히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현대가와 이명박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한번 더 있었죠. <영웅시대>란 드라마였는데, 2004년에 방영됐죠. 이때 이명박 역은 유동근이 했습니다. 그로선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죠. 유인촌이 그보다 먼저였다는 게.


그런데 왜 많은 재벌가들 중에 유독 현대가가 드라마의 단골소재로 등장하는 것일까요? 삼성도 있고 엘지도 있고 야구방망이로 직접 나이트클럽 종업원들을 훈계했다는 회장님도 계신 한화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유는 저도 확실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야 엿장수 맘대로란 말처럼 피디나 작가 맘이겠지요.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나름 그럴 듯한 이유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현대야말로 토건으로 성장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극적인 기업이란 거지요. 정권과 가장 유착하기 좋은 기업이 또한 토건 아니겠습니까. 건설업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비자금일 정도니까요.

대기업들이 너나 없이 앞다투어 건설회사를 차리는 이유도 실은 알고 보면 비자금 조성이 가장 손쉽다는 유혹이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토건을 일으켜 산을 엎고 강을 뒤집어 돈을 버는 것만큼 손쉬운 일도 잘 없는 것입니다. 군부독재가 지배하던 시절에 건설회사가 가장 번성할 수 있는 이유지요. 

욕망의 불꽃 제2회가 맞이한 시대는 군부독재가 끝나고 바야흐로 민주정이 시작되려는 시점입니다. 체육관에서 소위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모여 대통령을 뽑던 것이 국민의 직접투표에 의해 대통령을 뽑는 것으로 바뀐 것입니다. 대서양그룹의 김태진 회장(이순재)이 장관 사돈을 만나 이런 식으로 말하지요. 

"장관 사돈, 이제 우리 대서양도 이미지라는 걸 해봐야겠어요. 시대가 바뀌었어요. 군부독재가 끝났으니 이제 선거로 대통령을 뽑는다네요. 그러면 군부독재 덕에 재벌된 나같은 놈들, 몽둥이로 된통 맞게 되겠지요? 이렇게. 그러니 인상도 바꾸고 또…거, 있잖아요. 돈은 얼마가 들던지… 내가 원하는 건, 허허~"

이런 시대극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돈과 여자, 술, 음모와 계략 이런 것들인데, 그런 것들을 가장 적나라하게 잘 보여줄 수 있는 재벌이 바로 현대가인 것입니다. 현대가 현대건설이란 토건회사를 기반으로 성장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 투박한 카리스마와 탁월한 정권유착으로 기업을 일으킨 김태진 대서양그룹 회장


어쨌든 대서양그룹의 김태진 회장님, 현대그룹의 창업주 회장님을 진짜 쏙 빼닮았네요. 울산에다 공장을 차리신 것도 그렇고…, 토건회사를 발판으로 정권과 유착해 문어발 확장을 하신 면도 그렇고… 직접 안전화를 신고 현장을 누볐다는 현대의 회장님처럼 직접 지프를 몰고 현장을 누비는 것도 그렇네요. 

그러나 무엇보다 쏙 빼닮은 게 따로 있었습니다. 뭐냐고요? 바로 다양한 성품과 내력을 지닌 풍성한 자식들입니다. 벌써 큰아들 김영대와 배다른 동생들인 김영준, 김영민이 등장했고 곧 인기 여배우와 김태진 사이에서 난 고명딸 김미진과 생모를 모르는 아들 김영식이 등장할 전망입니다.  

이 정도 풀로 뭘 그리 호들갑이냐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뭐 제작비 여건상이라는 핑계로 대충 넘어가기로 하지요. 그런데 수많은 재벌들을 제쳐두고 왜 하필 현대가를 찍어 대서양그룹과 연결시키느냐고요? 현대가 아니라도 위에 든 쏙 빼닮은 예들은 얼마든지 쉽게 찾을 수있을 텐데 말이죠. 

글쎄요. 그게 왜 그럴까요? 그동안 워낙 현대가 이 방면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다보니까 무심결에 그렇게 생각이 든 것은 아닐까요? 뭐 그런 거 있잖습니까. 무의식. 중학교 때 국어시간에 배웠던가? 어떤 골목에서 매일 같은 음악을 반복적으로 들으면 그 골목을 지날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그 노래가 흥얼거려진다는. 


▲ 그래도 김태진 회장이 다른 점이 있다면 친구와의 의리는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하네요. 그야 저도 모르지요. 누구도 그랬을지는.


아무튼, 대서양그룹의 김태진 회장. 10년도 더 된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울산까지 내려온 그의 순수한 마음은, 그래도 뭔가 다른 것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약간의 기대를 하게 만드네요. 그래서 대서양그룹의 미래는 현대가에 내린 불행과의 인연을 피할 수 있을지 어떨지. 

하긴 불행과 인연을 맺으면 또 어떻겠습니까. 윤나영처럼 어떻게든 돈 많은 집안에 시집 가서 떵떵거리며 사는 게 꿈이라는데. 그러고 보니 윤나영. 정말 무서운 여자네요. 돈 앞에 친언니도 아버지도 모두 버렸군요. 어쩌면 언니로선 더 잘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덕분에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해주는 남자와 살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 아, 그런데 그게 또 그렇지 않군요. 혹시나 싶어 잠깐 욕망의 불꽃 홈페이지를 들여다봤더니 강준구(조진웅)는 윤정숙과 부부가 되긴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나영의 언니 정숙이겠죠)를 지키려다 살인을 저질러 사형수가 된다네요. 허걱~

그러고 보니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형제의 난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언급되어 있네요. 암튼^^ 아무리 봐도 이거 현대가의 복사판이 거의 확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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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