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가 동쪽으로 간 것도 아니고 내가 올챙이 블로거가 된 특별한 이유가 따로 있을 까닭이 무에 있겠냐마는, 그러나 그런대로 나름 뭔가 이유가 없을 수는 없다. 세상 모든 일에는 다 저마다의 까닭이 있는 법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사소한 까닭일지언정 말이다.
이분이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입니다. 요즘 블로거 전도사를 차저하고 다닙니다.
나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대체 블로거란 것이 뭔지도 몰랐다. 아마 지난 대선 때 블로거란 말을 처음 접했던 것 같기는 하다. 어떤 대선 후보가 <블로거와의 대화>란 행사를 기획했던 걸 본 적이 있다. 블로거란 게 얼마나 대단하기에 대선후보가 저리도 나올까 싶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그냥 스쳐가는 바람소리였을 뿐 나는 곧 잊어버렸다.
그런데 지난 4월,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획취재부장과 정성인 미디어팀장이 한 번 만나자고 했다. 블로그를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자기네 신문사 차원에서 블로거를 대안언론으로 지원하고 육성할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한 번 참여해보라는 거였다.
기자님들이 특별히 권유해오니 어깨도 으쓱한 것이 기분 좋게 그러마고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티스토리에 가입하고 블로그를 하나 개설했다. 이전에 써두었던 글도 몇편 올렸다. 그날은 아이러니하게도 4·19혁명 기념일인 4월 19일이었다. 그래서 이날은 내게도 말하자면 혁명적인 날이 된 셈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김주완 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음뉴스> 메인에 "삼성은 뭔 짓을 해도 용서해줘야 됩니다!"란 제목의 내 글이 떴다는 것이다. 얼른 컴퓨터를 켜고 들어가 봤더니 조회 수가 벌써 만 명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오전에 급한 용무를 본 다음 다시 짬을 내어 블로그를 확인해보니 오전 새에만 5만 수천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고 댓글도 백 수십 개나 달려있었다.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 홈페이지나 인터넷신문에 가끔 글을 실어보긴 했지만 이런 정도의 양과 속도를 가진 소통은 경험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놀라움은 놀라움일 뿐 여전히 나는 해오던 관성대로 블로그를 무시하며 살아왔다. 아직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것조차 불편한 나에겐 익숙하지 못한 일이었을 게다.
그리고 다시 몇 달이 흘렀다. 생전 겪어보지 못했던 엄청난 더위와 씨름하고 있던 지난여름에 김주완 부장이 다시 <경남블로거 컨퍼런스>를 개최한다는 공지를 해왔다. 까맣게 잊고 있던 나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신경써준 데 대한 미안한 마음과 더불어 참가신청을 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8월 30일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여성회 활동을 하는 아내까지 대동하고 <경남블로거 컨퍼런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경남블로거 컨퍼런스 토론 장면
<다음>의 고준성 블로거뉴스 실장님도 오시고 미디어몽구님도 오셨으며 양깡, 커서님도 오셨다. 모두들 대단한 파워블로거들이라고 했다. 그리고 방청석에도 쟁쟁한 파워블로거들이 자리하고 앉았다. 물론 나는 당연히 그들이 누군지 처음 보는 사람들일 뿐만 아니라 파워블로거란 말도 처음 들어보았다. 내가 아는 사람은 그저 김주완 부장과 김훤주 언론노조지부장, 정성인 팀장 등 도민일보 기자들이 전부였다.
컨퍼런스 내내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다. 내가 딱 하나 기억하고 있는 게 있다면, 일부러 기억하려고 노력한 것이지만, “블로그의 4대요소는 콘텐츠, 플랫포옴, 네트워크, 광고”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광고가 중요하다고 했다. 언론의 사활에도 광고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작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날의 컨퍼런스는 블로그가 신선함을 넘어 실로 대단한 것이란 데 대한 자각을 주었다. 다종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블로거들이 마치 신적 존재처럼 내게 다가왔다. 그러고 보면 내가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습득하던 다양한 정보들도 아마 모두 이들로부터 나온 게 아니었을까. 맛과 여행을 좋아하던 내가, 그러나 그럴 여유가 없어 모니터 창을 통해서나마 느껴오던 진한 맛과 아름다운 풍취가 사실은 이들 블로거들이 만들어 보낸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물결처럼 밀려오는 잔잔한 감동과 더불어 의욕이 솟아올랐다.
“그래, 나도 해보자!”
그리고 약간의 심호흡을 거쳐 9월 1일 나는 첫 번째 포스트를 했다. 내가 블로그를 염두에 두고 한 첫 번째 작품이다. "목욕탕에서 만난 낯선 남자"란 제목이었는데, 나를 돌아본다는 의미에서도 내 이야기를 들고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동안 나는 나를 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듯하다. 어쩌면 <경남블로거 컨퍼런스>가 그런 나에게 새로운 자아에 대한 자각의 기회를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약 한 달간의 블로그 여행을 나름대로 자평하자면 만족할만하다. 순조로운 항해를 보이고 있고, 무료한 일상에 찌들려있던 나에게 재미있는 일거리도 제공해 주었다. 아직은 올챙이 블로거이지만, 그래서 특히나 세상의 모든 것에 흥미를 더하게 되고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동심에 가졌던 그런 순수함과 호기심을 다시 갖게 된 것이다.
언론사 기자들에 비해 전문 글쟁이도 아니고 소스도 부족하고 시간도 따라주지 못하는, 모든 것이 열악하지만 오로지 재미와 열정 하나만 갖고서도 얼마든지 행복한 블로거가 될 수 있다는 자만심으로 가득 차있다. 아직 나는 올챙이이기에 세상 겁나는 게 없다. 잘 안되면 별로 쪽팔릴 것도 없는 올챙이이므로 가까운 개구리들에게 엉겨 붙으면 된다.
아직 개구리 알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든 미래의 올챙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엄청 재미있다. 빨리 알에서 깨어나 같이 놀자. 맘껏 꼬리를 흔들면서….” 케로로중사와 개구리부대원들
2008. 9. 29. 올챙이블로거 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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