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징드라마를 향해 막 가자는 것인가?
수상한 삼형제의 수상한 이야기가 정말 수상하다!
<수상한 삼형제>가 정말 수상하다. 전혀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엉터리 같은 인물 캐릭터는 보기에 불편함을 넘어 짜증까지 날 지경이다. 내가 이 드라마에 채널을 고정한 이유는 주인공 김이상과 주어영 때문이었다. 그들 두 남녀의 러브라인에 신선한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김이상의 주어영을 향한 대쉬가 매력적이었다고 할까? 아무튼 이들 두 사람을 중심으로 벌어질 수상한 삼형제 가족의 드라마에서 따뜻한 인간미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또, 철도 그런 철 아닌가? 뭔가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
그런데 이거 갈 수록 가관이다. 우선 그토록 기대했던 주어영부터 엉망이다. 자기를 발로 찬 남자로 인해 실컷 울고불고 하던 주어영이 김이상 경감으로 인해 다시 평온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김이상의 사랑에 감동한 주어영은 바야흐로 김이상의 마음을 받아들일 태세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주어영을 발로 찬 왕재수 검사가 이들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챈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주어영에게 새로 시작하자고 유혹하고 주어영은 김이상을 버리고 왕재수에게 다시 돌아간다.
드라마를 계속해서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주어영은 결국 왕재수 검사에게 다시 채인다. 왕재수 검사는 김이상 경감과 주어영의 관계를 질투해 일을 벌인 것 뿐, 이미 부잣집 딸과 결혼식 날짜까지 잡아두었다. 그러고도 양다리 연애로 시청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사실 이런 설정 자체가 어이없는 것이다. 아무리 왕재수 검사가 재수없는 인물이라지만, 이토록 도에 넘은 짓을 할 만큼 아직 우리 사회가 그렇게 썩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왕재수가 아니었다.
바로 주어영. 김이상 경감의 사랑을 외면하고 왕재수 검사에게 다시 돌아가 온갖 아양을 다 떨며 사랑놀음에 빠지지만, 결국 부잣집 딸과 결혼날짜까지 잡아두고 자기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그녀는 절망의 나락에 빠진다. 이때 김이상 경감이 나타나고 그 두 사람은 다시 뜨거운 키스로 사랑을 확인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게다가 시대도 변했다. 그러나 바로 어제 왕재수와 키스를 나누던 그녀가 오늘 다시 김이상과 그럴 수 있다는 게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어제와 오늘은 실제 시간이다)
어쨌든 좋다. 시대가 변했는데 까짓거 그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자. 우리 어릴 때도 어른들은 똑같은 훈계를 했을 것이고, 우리는 잔소리라고 일축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어영의 하나뿐인 여동생 주부영, 그녀는 어떤가. 그녀는 이제 갓 대학 1학년이다. 재수를 하지 않고 대학을 들어갔다면 이제 겨우 스물이다. 만으로 치면 아직 스물이 안 됐다. 뭐 그렇다고 적은 나이는 아니다. 충분히 성인 행세를 할 수 있는 나이임에 틀림없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질 나이다.
씨다른 자식을 네 명이나 낳고 큰딸 등을 쳐 먹고 사는 못된 엄마의 전형 계솔이―이 계솔이란 여인은 주우영 자매네 집 가정부인지 예비 계모가 될 인물인지 도통 짐작이 안 간다―로부터 남자 꼬시는 법을 제대로 배운 주부영이 김이상 경감의 부하 경찰관을 따라다니는 것까지도 이해한다. 혈기 왕성한 젊은 아가씨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지만, 이건 아니다. 김이상 경감의 젊은 후배 경찰, 주부영과 만날 때마다 "야 돈 좀 많이 가지고 다녀라"라고 말한다. 이거 경찰이 아니라 완전 공갈범이다.
경찰이 아직 미성년자인 여학생의 지갑을 탐하고 집 청소까지 시키는 게 정상?
좋다, 거기까지도 이해하자. 사랑에 빠진 아가씨에게 그딴 것쯤 별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건 뭔가? 김이상의 젊은 후배 경찰, 주부영에게 자기 자취방(오피스텔인가? 어쨌든 오피스텔이라도 자취방은 맞다) 키를 집어던지며 시간 날때마다 들러 집 청소하고 맛있는 거 해놓으란다. 주부영이 입이 찢어질 듯이 반기며 열쇠를 줏어들었음은 물론이다. 이거 경찰이 이래도 되나? 아직 스물도 안된 여학생을 이런 식으로 자기 자취방에 끌어들이는 게 경찰로서 해야될 일인가? 내가 너무 늙었나?
그럼 김이상 경감네 집은 정상적인가? 그렇지 않다. 이 집안으로 들어가 보면 정상적인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우선 이름부터가 기괴막측하다. 가장인 김 순경(경윈가?)은 이름이 김순경이다. 그의 아내는 전과자, 큰아들 이름은 김건강, 둘째아들은 김현찰, 셋째아들은 아시다시피 김이상이다. 큰아들은 제 몸만 챙겨서 건강이요, 둘째아들은 돈만 챙겨서 현찰이다. 이름 가지고 탓하면 그건 비겁한 짓이다. 그러나 이름이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이들 가족이 이름대로 논다는 것이다.
큰아들은 첫 결혼에 실패해 이혼했는데 아내가 바람을 피운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다시 두 번째 여자를 만나 결혼했는데, 이 여인도 엄청난 문제다. 엄청난이란 이름을 가진 이 큰며느리는 전형적인 사기꾼이었던 것이다. 앞으로 엄청난으로 인해 벌어질 파란이 재미있는일이 될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미 파란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파란이 일든 그게 문제가 아니다.
극중에서 시어머니 전과자는 시집온지 10년 넘게 궂은 일을 도맡아해온 둘째며느리 도우미를 종부리듯 하면서 새로 들어온 큰며느리 편만 든다. 엄청난도 전과자의 백을 믿고 도우미를 막 대한다. 평범한 가정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들 경찰 집안에선 예사롭지 않게 벌어진다. 도우미의 남편 김현찰도 조강지처를 배신하고 찜질방 실장 태연희와 불륜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연희는 도우미의 절친한 친구인데, 태연히 친구의 남편과 불륜관계를 만들게 될까?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정신을 빼놓지 않고 제대로 챙기고 있는 인물은 그나마 김순경과 김이상 경감이다. 그러나 이들 두 사람도 그렇게 만만한 인물은 아니다. 우선 김이상은 경찰 조직을 마치 제 사조직 부리듯 한다. 주어영을 꼬시기 위해 경찰 조직과 경찰서 건물까지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유없이 주어영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다니기까지 한다. 그러더니 어제는 마침내 큰 거 한 건 하셨다. 김이상이 집에 있던 주어영을 불러내 차에 태워 '음주단속 프로포즈 쇼'까지 벌였다.
경찰 음주단속 차량을 이용한 프로포즈?
'음주단속 프로포즈 쇼'가 뭔지 궁금하신 분은 드라마를 한 번 보시기 바란다. 내 입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물론 본인들은 재미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경찰 가족들의 따끈한 전통으로 정착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럼 안 되지, 국민의 혈세로 만든 경찰차와 경찰 인력을 경찰 간부가 애인에게 프로포즈 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다니. 그래도 된다고? 글쎄 이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개그프로라면 이렇게 말하면 되겠지만. "그건 니 생각이고."
그럼 이제 마지막 남은 제 정신 가진 인물 김순경, 그는 어떨까? 이분은 참 인간적인 분이다. 자기가 잡아 넣은 범죄자를 위해 그의 아들과 아내를 찾아나섰는데, 그게 자기 큰며느리가 될―아, 어제 결혼식 했으니 이미 며느리 됐다―여자 엄청난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참으로 엄청나게 환장할 일이다. 그런데 나는 어제 이런 김순경이 등장하는장면에서 경악하고 말았다. 사실은 이런 장면이 왜 갑자기 그 대목에서 나와야 했는지는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김순경과 늘 함께 다니는―원래 범죄자였지만 김순경의 도움으로 손을 씻고 이제 경찰이 된 그는 순찰이든 뭐든 늘 김순경과 함께 다닌다―후배 경찰관이 갑자기 침통한 얼굴로 물어보는 말에 대답도 잘 못한다. 그리고 드라마 중간에―위에 게기한 온갖 허접한 일들이 벌어지는 중간에―어떤 병원을 방문하고 누군가가 붕대를 칭칭 감고 누워 있다. 이때 나는 갑자기,아니 느닷없이라고 말해야 옳겠지만, 등장한 장면에 이렇게 생각했다.
"가만, 저 아이가 누구지? 김순경 후배 경찰의 아들인데, 혹시 애비를 닮아 학교폭력에 휘말렸나? 그래서 저토록 표정이 안 좋았구만." 나는 두말 할 것도 없이 바로 '저 아이'라고 지목했던 것이다. 틀림없이 병원에 누워있는 아이는 고등학생이고 김순경 후배 경찰의 아들이며 문제학생일 거라고 말이다. 안 그러면 여기 저 애가 나올 이유가 없다. 처음엔 무슨 불치병 같은 걸 생각했지만, 붕대를 칭칭 동여맨 모습을 보니 그건 아니고 학교폭력에 휘말린 잘 나가는 학생이 틀림없었다.
김순경이 병문안을 하는 중에 김순경 후배 경찰이 갑자기 병실을 뛰쳐나간다. 그리고 복도 끝 계단으로 나가 난간을 부여잡고 쓰러져 흐느낀다. 김순경이 어깨를 잡고 위로하려 하자 그 후배 경찰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소리친다. 이럴 수가 있냐고, 무슨 죄가 있다고 전경에게 돌을 던지냐고, 그리하여 한 쪽 눈을 실명할 위기에 빠뜨리냐고. 헐~ 이게 뭔 소리? 누워있는 사람이 애가 아니라 시위진압하다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은 전투경찰이었어?
시위대를 냉혈한으로 몰아붙이는 김순경, 그런데 어디서 폭력시위가 벌어졌나?
이때 후배 경찰이 위로하던 김순경에게 던진 말은 가히 핵폭탄급이다. 그는 시위대들을 냉혈한으로 몰아붙였다. 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마치 1년 연중행사로 폭력시위가 빈발하는 것처럼 오해하기 딱 알맞다. 어떤 네티즌의 지적처럼 굳이 폭력시위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다면 그건 철거민 현장과 쌍용차 뿐이다. 이마저도 철거민과 쌍용차 노조원들이 처참하게 일방적인 폭력을 당하는 것으로 끝났다. 용산 철거민 현장에선 다섯 명의 철거민들이 과잉진압에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
그러나 아직도 용산참사 희생자들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냉혈한인가? "……" 다음 말은 우리의 이런 질문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동기가 이번에 옷 벗게 될지도 모른답니다. 매스컴에서 과잉진압이라고 난리가 났어요. 동기가 현장에서 지휘 했거든요. 전 이럴 때마다 미치겠습니다." 내가 미치겠다. 김순경의 후배 경찰은 이어 "자기들은 자식도 안 키우나? 왜 어린 전경한테 돌을 던지느냐"고 말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물어보면 뭐라 대답할까? "
"니들은 부모형제도 없냐? 어디 배운 거 없이 부모뻘이나 되는 어른들에게 곤봉을 휘두르고 방패로 찍고 워카발로 차고 한단 말이냐?" 그래, 그게 다 명령 때문이니 탓하지 말라고? 김순경의 후배 경찰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게 어디 전경 탓이냐고. 명령대로 따랐을 뿐인데. 그럼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은 대체 누구냔 말이다. 지 애비 애미뻘에 아무리 못해도 형님 누나뻘 되는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하라고 명령으르 내린 자는 누구냔 말이다. 사건이 나고 나면 명령을 내린 사람은 하나도 없다. 용산참사도 마찬가지였지 않나. 현장으로부터 무전보고는 받았지만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수상한 삼형제>의 주인공 이준혁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홍보대사 위촉을 받았다고 한다. 이준혁은 김이상 경감처럼 모범적인 홍보대사가 되겠다고 했다는데, 범죄자 체포에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할 수갑을 함부로 사용하고, 경찰조직과 차량을 자기 연애사업에 이용하고, 형이 조폭들에게 린치 당해 재산을 빼앗겨도 형의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거야!"란 말에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하는 김이상 경감님이 그토록 모범적이란 말인가?
이런 드라마를 쓴 작가가 도대체 누굴까 궁금했는데 문영남이란다. 문영남이 그렇게 유명한 작가였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유명한'이란 말이 문영남이란 이름 앞에 자연스럽게 붙는다. 나는 그걸 보며 생각한다. "도대체 대한민국에 얼마나 작가가 없기에 이런 사람 이름 앞에 '유명한'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일까? 참으로 가소롭기 그지 없다. 대표적인 막장드라마로 이름을 날린 <너는 내 운명>의 작가 문은아도 유명하긴 마찬가지다.
막장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심리일까?
그러고 보니 막장드라마로 이름을 날린 대표작들이 대체로 시청율이 높았다. <수상한 삼형제>도 시청율 30%를 넘기고 있다고 하니 수상한 것은 삼형제만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튼 문영남이 막장드라마계에서 문은아가 쌓아올린 금자탑을 넘어서려면 조금 더 노력해야할 것 같다. '멀쩡한 50대 여자에게 임신을 시킨 다음 달밤에 아파트 옥상에서 체조하다 죽게 만드는' 문은아 작가의 상상력은 가히 일절이 아니던가.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왜 막장드라마로 거론되는 작품의 작가들이 대체로 여성들인지.
아내의 유혹- 김순옥, 밥 줘- 서영명, 너는 내 운명-문은아, 수상한 삼형제- 문영남, 모두 여성 작가들이다. 작가들이 여성이란 점 외에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막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내게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을 하나 더 말하라고 한다면, 이 드라마들이 대체로 여성비하적인 설정이 많다는 것이다. 수상한 삼형제는 아예 며느리가 노예다. 이름조차 '도우미' 아닌가. 아이러니하게도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런 드라마를 여성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토록 말 많은(?) 여성계에서, 여성들이 쓰는, 여성을 비하하는, 이런 막장 드라마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는 점이다. 여성계를 움직이는 엘리트들은 이런 허접하고 수준 낮은 드라마 따위는 보지 않기 때문일까? 하긴 내가 알기로 엘리트들은 대체로 드라마는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만. 그래도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선 관심을 가지고 한 번씩 발언을 해주어야하는 게 아닐까?
이거 괜한 소리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폭탄 맞을 소리를…. ㅋㅋ
수상한 삼형제의 수상한 이야기가 정말 수상하다!
<수상한 삼형제>가 정말 수상하다. 전혀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엉터리 같은 인물 캐릭터는 보기에 불편함을 넘어 짜증까지 날 지경이다. 내가 이 드라마에 채널을 고정한 이유는 주인공 김이상과 주어영 때문이었다. 그들 두 남녀의 러브라인에 신선한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김이상의 주어영을 향한 대쉬가 매력적이었다고 할까? 아무튼 이들 두 사람을 중심으로 벌어질 수상한 삼형제 가족의 드라마에서 따뜻한 인간미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또, 철도 그런 철 아닌가? 뭔가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
그런데 이거 갈 수록 가관이다. 우선 그토록 기대했던 주어영부터 엉망이다. 자기를 발로 찬 남자로 인해 실컷 울고불고 하던 주어영이 김이상 경감으로 인해 다시 평온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김이상의 사랑에 감동한 주어영은 바야흐로 김이상의 마음을 받아들일 태세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주어영을 발로 찬 왕재수 검사가 이들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챈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주어영에게 새로 시작하자고 유혹하고 주어영은 김이상을 버리고 왕재수에게 다시 돌아간다.
드라마를 계속해서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주어영은 결국 왕재수 검사에게 다시 채인다. 왕재수 검사는 김이상 경감과 주어영의 관계를 질투해 일을 벌인 것 뿐, 이미 부잣집 딸과 결혼식 날짜까지 잡아두었다. 그러고도 양다리 연애로 시청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사실 이런 설정 자체가 어이없는 것이다. 아무리 왕재수 검사가 재수없는 인물이라지만, 이토록 도에 넘은 짓을 할 만큼 아직 우리 사회가 그렇게 썩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왕재수가 아니었다.
바로 주어영. 김이상 경감의 사랑을 외면하고 왕재수 검사에게 다시 돌아가 온갖 아양을 다 떨며 사랑놀음에 빠지지만, 결국 부잣집 딸과 결혼날짜까지 잡아두고 자기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그녀는 절망의 나락에 빠진다. 이때 김이상 경감이 나타나고 그 두 사람은 다시 뜨거운 키스로 사랑을 확인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게다가 시대도 변했다. 그러나 바로 어제 왕재수와 키스를 나누던 그녀가 오늘 다시 김이상과 그럴 수 있다는 게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어제와 오늘은 실제 시간이다)
어쨌든 좋다. 시대가 변했는데 까짓거 그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자. 우리 어릴 때도 어른들은 똑같은 훈계를 했을 것이고, 우리는 잔소리라고 일축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어영의 하나뿐인 여동생 주부영, 그녀는 어떤가. 그녀는 이제 갓 대학 1학년이다. 재수를 하지 않고 대학을 들어갔다면 이제 겨우 스물이다. 만으로 치면 아직 스물이 안 됐다. 뭐 그렇다고 적은 나이는 아니다. 충분히 성인 행세를 할 수 있는 나이임에 틀림없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질 나이다.
씨다른 자식을 네 명이나 낳고 큰딸 등을 쳐 먹고 사는 못된 엄마의 전형 계솔이―이 계솔이란 여인은 주우영 자매네 집 가정부인지 예비 계모가 될 인물인지 도통 짐작이 안 간다―로부터 남자 꼬시는 법을 제대로 배운 주부영이 김이상 경감의 부하 경찰관을 따라다니는 것까지도 이해한다. 혈기 왕성한 젊은 아가씨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지만, 이건 아니다. 김이상 경감의 젊은 후배 경찰, 주부영과 만날 때마다 "야 돈 좀 많이 가지고 다녀라"라고 말한다. 이거 경찰이 아니라 완전 공갈범이다.
경찰이 아직 미성년자인 여학생의 지갑을 탐하고 집 청소까지 시키는 게 정상?
좋다, 거기까지도 이해하자. 사랑에 빠진 아가씨에게 그딴 것쯤 별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건 뭔가? 김이상의 젊은 후배 경찰, 주부영에게 자기 자취방(오피스텔인가? 어쨌든 오피스텔이라도 자취방은 맞다) 키를 집어던지며 시간 날때마다 들러 집 청소하고 맛있는 거 해놓으란다. 주부영이 입이 찢어질 듯이 반기며 열쇠를 줏어들었음은 물론이다. 이거 경찰이 이래도 되나? 아직 스물도 안된 여학생을 이런 식으로 자기 자취방에 끌어들이는 게 경찰로서 해야될 일인가? 내가 너무 늙었나?
그럼 김이상 경감네 집은 정상적인가? 그렇지 않다. 이 집안으로 들어가 보면 정상적인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우선 이름부터가 기괴막측하다. 가장인 김 순경(경윈가?)은 이름이 김순경이다. 그의 아내는 전과자, 큰아들 이름은 김건강, 둘째아들은 김현찰, 셋째아들은 아시다시피 김이상이다. 큰아들은 제 몸만 챙겨서 건강이요, 둘째아들은 돈만 챙겨서 현찰이다. 이름 가지고 탓하면 그건 비겁한 짓이다. 그러나 이름이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이들 가족이 이름대로 논다는 것이다.
큰아들은 첫 결혼에 실패해 이혼했는데 아내가 바람을 피운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다시 두 번째 여자를 만나 결혼했는데, 이 여인도 엄청난 문제다. 엄청난이란 이름을 가진 이 큰며느리는 전형적인 사기꾼이었던 것이다. 앞으로 엄청난으로 인해 벌어질 파란이 재미있는일이 될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미 파란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파란이 일든 그게 문제가 아니다.
극중에서 시어머니 전과자는 시집온지 10년 넘게 궂은 일을 도맡아해온 둘째며느리 도우미를 종부리듯 하면서 새로 들어온 큰며느리 편만 든다. 엄청난도 전과자의 백을 믿고 도우미를 막 대한다. 평범한 가정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들 경찰 집안에선 예사롭지 않게 벌어진다. 도우미의 남편 김현찰도 조강지처를 배신하고 찜질방 실장 태연희와 불륜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연희는 도우미의 절친한 친구인데, 태연히 친구의 남편과 불륜관계를 만들게 될까?
갓 시집온 나이어린 큰며느리가 10년이 넘은 동서에게 술상을 시키고 있다.
경찰 음주단속 차량을 이용한 프로포즈?
'음주단속 프로포즈 쇼'가 뭔지 궁금하신 분은 드라마를 한 번 보시기 바란다. 내 입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물론 본인들은 재미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경찰 가족들의 따끈한 전통으로 정착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럼 안 되지, 국민의 혈세로 만든 경찰차와 경찰 인력을 경찰 간부가 애인에게 프로포즈 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다니. 그래도 된다고? 글쎄 이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개그프로라면 이렇게 말하면 되겠지만. "그건 니 생각이고."
그럼 이제 마지막 남은 제 정신 가진 인물 김순경, 그는 어떨까? 이분은 참 인간적인 분이다. 자기가 잡아 넣은 범죄자를 위해 그의 아들과 아내를 찾아나섰는데, 그게 자기 큰며느리가 될―아, 어제 결혼식 했으니 이미 며느리 됐다―여자 엄청난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참으로 엄청나게 환장할 일이다. 그런데 나는 어제 이런 김순경이 등장하는장면에서 경악하고 말았다. 사실은 이런 장면이 왜 갑자기 그 대목에서 나와야 했는지는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김순경과 늘 함께 다니는―원래 범죄자였지만 김순경의 도움으로 손을 씻고 이제 경찰이 된 그는 순찰이든 뭐든 늘 김순경과 함께 다닌다―후배 경찰관이 갑자기 침통한 얼굴로 물어보는 말에 대답도 잘 못한다. 그리고 드라마 중간에―위에 게기한 온갖 허접한 일들이 벌어지는 중간에―어떤 병원을 방문하고 누군가가 붕대를 칭칭 감고 누워 있다. 이때 나는 갑자기,아니 느닷없이라고 말해야 옳겠지만, 등장한 장면에 이렇게 생각했다.
"가만, 저 아이가 누구지? 김순경 후배 경찰의 아들인데, 혹시 애비를 닮아 학교폭력에 휘말렸나? 그래서 저토록 표정이 안 좋았구만." 나는 두말 할 것도 없이 바로 '저 아이'라고 지목했던 것이다. 틀림없이 병원에 누워있는 아이는 고등학생이고 김순경 후배 경찰의 아들이며 문제학생일 거라고 말이다. 안 그러면 여기 저 애가 나올 이유가 없다. 처음엔 무슨 불치병 같은 걸 생각했지만, 붕대를 칭칭 동여맨 모습을 보니 그건 아니고 학교폭력에 휘말린 잘 나가는 학생이 틀림없었다.
김순경이 병문안을 하는 중에 김순경 후배 경찰이 갑자기 병실을 뛰쳐나간다. 그리고 복도 끝 계단으로 나가 난간을 부여잡고 쓰러져 흐느낀다. 김순경이 어깨를 잡고 위로하려 하자 그 후배 경찰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소리친다. 이럴 수가 있냐고, 무슨 죄가 있다고 전경에게 돌을 던지냐고, 그리하여 한 쪽 눈을 실명할 위기에 빠뜨리냐고. 헐~ 이게 뭔 소리? 누워있는 사람이 애가 아니라 시위진압하다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은 전투경찰이었어?
시위대를 냉혈한으로 몰아붙이는 김순경, 그런데 어디서 폭력시위가 벌어졌나?
이때 후배 경찰이 위로하던 김순경에게 던진 말은 가히 핵폭탄급이다. 그는 시위대들을 냉혈한으로 몰아붙였다. 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마치 1년 연중행사로 폭력시위가 빈발하는 것처럼 오해하기 딱 알맞다. 어떤 네티즌의 지적처럼 굳이 폭력시위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다면 그건 철거민 현장과 쌍용차 뿐이다. 이마저도 철거민과 쌍용차 노조원들이 처참하게 일방적인 폭력을 당하는 것으로 끝났다. 용산 철거민 현장에선 다섯 명의 철거민들이 과잉진압에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
그러나 아직도 용산참사 희생자들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냉혈한인가? "……" 다음 말은 우리의 이런 질문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동기가 이번에 옷 벗게 될지도 모른답니다. 매스컴에서 과잉진압이라고 난리가 났어요. 동기가 현장에서 지휘 했거든요. 전 이럴 때마다 미치겠습니다." 내가 미치겠다. 김순경의 후배 경찰은 이어 "자기들은 자식도 안 키우나? 왜 어린 전경한테 돌을 던지느냐"고 말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물어보면 뭐라 대답할까? "
"니들은 부모형제도 없냐? 어디 배운 거 없이 부모뻘이나 되는 어른들에게 곤봉을 휘두르고 방패로 찍고 워카발로 차고 한단 말이냐?" 그래, 그게 다 명령 때문이니 탓하지 말라고? 김순경의 후배 경찰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게 어디 전경 탓이냐고. 명령대로 따랐을 뿐인데. 그럼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은 대체 누구냔 말이다. 지 애비 애미뻘에 아무리 못해도 형님 누나뻘 되는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하라고 명령으르 내린 자는 누구냔 말이다. 사건이 나고 나면 명령을 내린 사람은 하나도 없다. 용산참사도 마찬가지였지 않나. 현장으로부터 무전보고는 받았지만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수상한 삼형제>의 주인공 이준혁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홍보대사 위촉을 받았다고 한다. 이준혁은 김이상 경감처럼 모범적인 홍보대사가 되겠다고 했다는데, 범죄자 체포에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할 수갑을 함부로 사용하고, 경찰조직과 차량을 자기 연애사업에 이용하고, 형이 조폭들에게 린치 당해 재산을 빼앗겨도 형의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거야!"란 말에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하는 김이상 경감님이 그토록 모범적이란 말인가?
이런 드라마를 쓴 작가가 도대체 누굴까 궁금했는데 문영남이란다. 문영남이 그렇게 유명한 작가였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유명한'이란 말이 문영남이란 이름 앞에 자연스럽게 붙는다. 나는 그걸 보며 생각한다. "도대체 대한민국에 얼마나 작가가 없기에 이런 사람 이름 앞에 '유명한'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일까? 참으로 가소롭기 그지 없다. 대표적인 막장드라마로 이름을 날린 <너는 내 운명>의 작가 문은아도 유명하긴 마찬가지다.
막장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심리일까?
그러고 보니 막장드라마로 이름을 날린 대표작들이 대체로 시청율이 높았다. <수상한 삼형제>도 시청율 30%를 넘기고 있다고 하니 수상한 것은 삼형제만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튼 문영남이 막장드라마계에서 문은아가 쌓아올린 금자탑을 넘어서려면 조금 더 노력해야할 것 같다. '멀쩡한 50대 여자에게 임신을 시킨 다음 달밤에 아파트 옥상에서 체조하다 죽게 만드는' 문은아 작가의 상상력은 가히 일절이 아니던가.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왜 막장드라마로 거론되는 작품의 작가들이 대체로 여성들인지.
아내의 유혹- 김순옥, 밥 줘- 서영명, 너는 내 운명-문은아, 수상한 삼형제- 문영남, 모두 여성 작가들이다. 작가들이 여성이란 점 외에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막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내게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을 하나 더 말하라고 한다면, 이 드라마들이 대체로 여성비하적인 설정이 많다는 것이다. 수상한 삼형제는 아예 며느리가 노예다. 이름조차 '도우미' 아닌가. 아이러니하게도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런 드라마를 여성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토록 말 많은(?) 여성계에서, 여성들이 쓰는, 여성을 비하하는, 이런 막장 드라마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는 점이다. 여성계를 움직이는 엘리트들은 이런 허접하고 수준 낮은 드라마 따위는 보지 않기 때문일까? 하긴 내가 알기로 엘리트들은 대체로 드라마는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만. 그래도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선 관심을 가지고 한 번씩 발언을 해주어야하는 게 아닐까?
이거 괜한 소리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폭탄 맞을 소리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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