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해군기지에 다녀왔습니다. 해군본부 공보팀에서 주최하는 1박 2일 견학 프로그램이었는데, 저는 첫날은 가지 못했고 둘째 날에만 합류했습니다. 처음부터 합류하고 싶었지만, 블로거스경남 블로그 강좌에 강의를 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 경남 진해에 있는 충무공리더십센터로 갔습니다. 전날 뒤풀이에서 과음을 했던 관계로 조금 늦었습니다.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었는데, 벌써 1교시 강의가 시작되었더군요.
바깥에서 노닥거리며 기다리자니 매우 심심했습니다. 충무공리더십센터는 원래 제2선수촌 자리였습니다. 선수촌이 없어지면서 해군에서 인수한 모양입니다. 기다랗게 펼쳐진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늑한 곳이었습니다. 이런 곳에 호텔 장사를 하면 꽤나 잘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해에 이토록 좋은 곳이 있었다니. 바로 옆 동네에 살면서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진해가 출생지이며 원적이 창원군 웅천면인데도 이곳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9시가 되자 강의가 끝나고 현장견학을 떠날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관광버스에 탑승했습니다. 관광버스는 대전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해군본부가 대전 계룡대로 옮겨간 지가 꽤 됐습니다. 저는 아직도 해군본부가 진해에 있다고 착각했었습니다. 버스 기사님의 사투리가 익숙하지 않은 충청도 말이라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지요. 현장견학은 STX조선소 →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 이승만 대통령 별장 → 청해진함 견학 → 잠수함 박물관 → 잠수함 견학 순으로 했습니다.
STX조선소 견학이 끝나고 해군사관학교 내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으로 갔습니다.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오니 바로 옆 바닷가에 거북선이 전시되어있었습니다. 거북선에서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다가 문득 거북선 아래 바다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바다 속 깊은 곳이 훤히 내려다보였습니다. 앗,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물고기들이 새까맣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정말 새까맣다는 표현 외에 달리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무슨 물고기들이 저렇게 많죠? 여기서 낚싯대만 드리우면, 아니 그냥 잠자리채로 한 마리씩 건져 올려도 되겠는데요." 그러자 옆에 있던 해군본부 공보팀 권 중령께서 그러시는군요. "여기선 낚시를 못합니다. 금지되어 있죠. 전에는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해군기지 내에선 모두 금지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박물관 안내를 맡았던 모 중령이 거듭니다. "네, 지금은 모두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 물고기들이 그걸 아는 거죠."
여기뿐만 아니라 해군기지 어느 곳을 가든지 물고기들이 바글바글 하다는 겁니다. 그 중령은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가 물고기더러 머리 나쁘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왜, 그러잖아요? 머리 안 돌아가는 사람보고 놀릴 때 물고기 뭐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그거 다 헛말이에요. 바다에서는 물고기 머리가 최곱니다. 이놈들은 벌써 다 알고 여기 모인 거예요. 여기 오면 안전하다는 걸 알고 다 이리로 모이는 거죠."
하긴 그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육지에선 사람 머리가 최고고 바다에선 물고기 머리가 최고겠지요. 물론 초원에 가면 사자나 하이에나가 우리보다 머리가 더 좋을 겁니다. 이런 말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와바리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바다는 물고기들의 나와바리죠. 아무튼 정말 대단했습니다. 갑자기 침이 꼴딱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낚시광인 만날재손짜장 최 사장 생각이 나더군요. 이거 보면 환장을 할 텐데 말입니다.
앞으로는 '물고기 대가리' 같은 소리도 조심해서 써야할 것 같습니다. 물고기도 아이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요. 아니 물속에서는 사람보다 물고기 아이큐가 더 높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으니까요. 해군기지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저토록 새까맣게 몰려든 물고기들을 보고 그런 생각이 안 든다면 그야말로 물고기 대가리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런 실수를… ㅋㅋ
물고기를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존중까지는 해 주어야겠다, 이러면 또 비약이 달나라로 가는 것인가요? 하하.
해군기지 구경 잘 시켜주신 해군본부 공보팀 권 중령님을 비롯한 홍 중위님께 감사드립니다. 해군블로그 블루페이퍼에도 들러보았는데 매우 모범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시더군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 해군블로그가 출범한지 이제 겨우 6개월 남짓 된 것 같은데도 벌써 방문자 백만에 이르렀더군요. 게다가 콘텐츠들이 모두 대단히 훌륭했습니다. 매우 대중적이기도 했고요. 군대블로그란 이미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모두 머리가 굳어서 그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블로그 같은 걸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해군블로그는 달랐습니다. 공무원들보다 더 보수적일 것 같은 해군 병사들이 만드는 블로그가 훨씬 부드럽고 대중 친화적이라는 것은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어쨌든 저는 이번에 중요한 거 하나를 알았습니다. 물고기도 아이큐가 있다는 사실. 때와 장소에 따라선 육지에 사는 사람보다 훨씬 머리가 좋을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아 참, 그리고 해군기지 견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세미예님께도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실비단님, 제 사진 찍은 거 빨랑 보내주시어요. 저 성질이 매우 급하답니다앙~ 흐흐
충무공리더십센터의 한 건물. 뒤로 천자봉(시루봉인가?)이 보이고 정상 부근에 해병대라고 쓴 하얀 글씨도 보인다.
바깥에서 노닥거리며 기다리자니 매우 심심했습니다. 충무공리더십센터는 원래 제2선수촌 자리였습니다. 선수촌이 없어지면서 해군에서 인수한 모양입니다. 기다랗게 펼쳐진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늑한 곳이었습니다. 이런 곳에 호텔 장사를 하면 꽤나 잘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해에 이토록 좋은 곳이 있었다니. 바로 옆 동네에 살면서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진해가 출생지이며 원적이 창원군 웅천면인데도 이곳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9시가 되자 강의가 끝나고 현장견학을 떠날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관광버스에 탑승했습니다. 관광버스는 대전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해군본부가 대전 계룡대로 옮겨간 지가 꽤 됐습니다. 저는 아직도 해군본부가 진해에 있다고 착각했었습니다. 버스 기사님의 사투리가 익숙하지 않은 충청도 말이라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지요. 현장견학은 STX조선소 →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 이승만 대통령 별장 → 청해진함 견학 → 잠수함 박물관 → 잠수함 견학 순으로 했습니다.
STX조선소 견학이 끝나고 해군사관학교 내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으로 갔습니다.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오니 바로 옆 바닷가에 거북선이 전시되어있었습니다. 거북선에서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다가 문득 거북선 아래 바다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바다 속 깊은 곳이 훤히 내려다보였습니다. 앗,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물고기들이 새까맣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정말 새까맣다는 표현 외에 달리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물고기가 엄청 많았다. 위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깊은 곳에는 손바닥 몇 배가 되는 돔 같은 물고기들이 유영하고 있었다.
"무슨 물고기들이 저렇게 많죠? 여기서 낚싯대만 드리우면, 아니 그냥 잠자리채로 한 마리씩 건져 올려도 되겠는데요." 그러자 옆에 있던 해군본부 공보팀 권 중령께서 그러시는군요. "여기선 낚시를 못합니다. 금지되어 있죠. 전에는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해군기지 내에선 모두 금지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박물관 안내를 맡았던 모 중령이 거듭니다. "네, 지금은 모두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 물고기들이 그걸 아는 거죠."
여기뿐만 아니라 해군기지 어느 곳을 가든지 물고기들이 바글바글 하다는 겁니다. 그 중령은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가 물고기더러 머리 나쁘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왜, 그러잖아요? 머리 안 돌아가는 사람보고 놀릴 때 물고기 뭐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그거 다 헛말이에요. 바다에서는 물고기 머리가 최곱니다. 이놈들은 벌써 다 알고 여기 모인 거예요. 여기 오면 안전하다는 걸 알고 다 이리로 모이는 거죠."
하긴 그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육지에선 사람 머리가 최고고 바다에선 물고기 머리가 최고겠지요. 물론 초원에 가면 사자나 하이에나가 우리보다 머리가 더 좋을 겁니다. 이런 말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와바리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바다는 물고기들의 나와바리죠. 아무튼 정말 대단했습니다. 갑자기 침이 꼴딱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낚시광인 만날재손짜장 최 사장 생각이 나더군요. 이거 보면 환장을 할 텐데 말입니다.
앞으로는 '물고기 대가리' 같은 소리도 조심해서 써야할 것 같습니다. 물고기도 아이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요. 아니 물속에서는 사람보다 물고기 아이큐가 더 높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으니까요. 해군기지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저토록 새까맣게 몰려든 물고기들을 보고 그런 생각이 안 든다면 그야말로 물고기 대가리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런 실수를… ㅋㅋ
물고기를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존중까지는 해 주어야겠다, 이러면 또 비약이 달나라로 가는 것인가요? 하하.
해군블로그 블루페이퍼 이메일클럽 회원들이 단체촬영에 모이는 중. 인솔나온 장교들도 모두 사복이었다.
해군기지 구경 잘 시켜주신 해군본부 공보팀 권 중령님을 비롯한 홍 중위님께 감사드립니다. 해군블로그 블루페이퍼에도 들러보았는데 매우 모범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시더군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 해군블로그가 출범한지 이제 겨우 6개월 남짓 된 것 같은데도 벌써 방문자 백만에 이르렀더군요. 게다가 콘텐츠들이 모두 대단히 훌륭했습니다. 매우 대중적이기도 했고요. 군대블로그란 이미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모두 머리가 굳어서 그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블로그 같은 걸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해군블로그는 달랐습니다. 공무원들보다 더 보수적일 것 같은 해군 병사들이 만드는 블로그가 훨씬 부드럽고 대중 친화적이라는 것은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어쨌든 저는 이번에 중요한 거 하나를 알았습니다. 물고기도 아이큐가 있다는 사실. 때와 장소에 따라선 육지에 사는 사람보다 훨씬 머리가 좋을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아 참, 그리고 해군기지 견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세미예님께도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실비단님, 제 사진 찍은 거 빨랑 보내주시어요. 저 성질이 매우 급하답니다앙~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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