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강좌에 강사로 나서달라는 요청을 받고 나는 잠깐 망설였다. 우선 내가 블로그 강사가 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이유 때문이었지만, 무엇보다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늘 교육만 받던 처지에서 거꾸로 교육을 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내가 남들 앞에서 말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제일 문제는 그것이었다.
올챙이 블로거, 블로그 강좌에 강사로 나서다
그러나 수락하기로 했다. 우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나에게 블로그를 전도한 김주완 기자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강의를 하기로 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내가 하게 될 강좌의 내용이 교육이라기보다는 사례발표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부담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같은 초보블로그에게―이제 이 초보란 딱지도 떼야 하겠지만―블로그 강좌를 부탁할 때는 전문적이고 차원 높은 수준의 강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지나온 과정을 들려달라는 뜻이 숨어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는 블로그 강좌의 청강생으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던 나는 그 뜻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촉박했다. 1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강의가 열리는 당일까지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게으른 사람들은 늘 여기저기 하는 일 없이 바쁘다. 게다가 블로그 강좌 전날에도 어느 강좌의 수강생이 되었던 나는 뒤풀이 자리를 새벽까지 지켰다. 해가 뜨자 나는 참으로 난감해졌다. 후회와 함께 두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오전에 대충 일을 본 나는 점심을 먹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아 교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막막했다. 어쩐다? 생각 끝에 나는 내가 맡은 강좌 내용을 실제로 현장에서 강의를 하듯이 그냥 글로 적기로 했다. 그러니까 컴퓨터 앞에 앉아 수강생들을 상대로 미리 강의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리허설이라고나 할까.
역시 블로그는 급할 때 긴요하고 훌륭한 프레젠테이션 도구
이미 주제와 소제목은 김주완 기자로부터 받았었다. 1.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계기와 이유, 2. 블로그를 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 3. 처음 블로그를 할 때 유의할 점이나 고려할 사항, 4. 쉽고 즐거운 블로그 운영비법, 5. 글의 소재는 어디에서 찾을까, 6. 나의 히트 블로그 포스트, 7. 향후 계획 및 전망, 이렇게 받은 숙제를 인터뷰에 답변하듯 하면 되는 것이었다.
소제목마다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먼저 틀을 잡는 것이 일이었다. 이 일을 하는데 대충 30분 정도가 소진되었다. 시계는 이미 두 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마음은 초조하다. 강의를 한다는 기분으로 편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이 중간에 끊어지면 안 된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거의 네 시가 다 되어서야 작업이 끝났다.
활자 크기 10으로 A4 용지 9장 분량이었다. 매우 많은 분량이다. 이걸 1시간 이내에 끝낼 수 있을까? 시간을 재면서 다시 리허설을 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빔 프로젝트로 강의 내용을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도록 자료를 만드는 작업이 남았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할 거 없이 그냥 블로그에 자료를 만들어 담기로 했다.
역시 블로그는 급할 때 긴요하고 훌륭한 프레젠테이션 도구다. 그런데 이것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제목과 소제목, 간단한 설명을 다는 것은 금방 마칠 수 있었지만, '나의 히트 블로그 목록'을 만드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지난 1년간 쏟아낸 300여 개의 블로그를 일일이 확인하며 그 중 20여 개를 골라내고 주소를 링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꽤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게으름으로 인해 얻은 불안과 초조는 스트레스였다
물론 시간이 충분하다면 간단한 일이었을 테지만, 7시부터 강의가 시작되니 늦어도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시간은 이미 5시를 넘기고 있었다. 초조한 마음 탓인지 손가락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겨우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시간은 5시 30분, 경남도민일보 강당에 도착하니 6시 20분쯤 되었다. 김주완 기자에게 빔 프로젝트와 노트북을 받아다 강의실에 설치하고 나니 6시 40분이었다.
남은 시간 동안 미리 작성한 강의안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워낙 장문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대략 윤곽만 확인하고 빨간 볼펜으로 줄을 그어 중요부분이나 단락을 구분 지어두는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 7시에 강좌가 시작되었는데 <발칙한 생각>을 운영하는 구르다님이 먼저 강의를 하고 그 다음이 내 순서였다.
구르다님(정보사회연구소 이종은 소장)은 준비를 제대로 해 오신 것 같았다. 아니 이분은 정보사회연구소에서 평소에 블로그 강좌를 연다고 했다. 그러니 이미 충분히 단련된 훌륭한 강사였다. 거기다 블로그 경력도 거의 5년이라고 했던가? 그는 이미 블로그 전도사 역할을 충실히 해오던 선교사였다. 말하자면, 준비된 강사였던 것이다.
그의 강의를 듣는 내내 나는 더욱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 저렇게 준비도 많이 하고 말씀도 잘하시면 이거 참 곤란한데….' 그러나 사람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궁지에 몰린 쥐처럼 변할 수도 있는 법이다. 이런, 비유가 너무 지나치게 어울리지 않는다. 어쨌든 나는 그냥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에이, 될 대로 되라지.'
포기하는 순간 찾아온 마음의 평화와 여유
'강의가 아니라 사례발표를 한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실제로 교육내용이 사례발표 아니던가. 그저 지인들 앞에서 편안하게 내가 지나온 길을 들려준다고 생각하자.' 그러자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도 두세 차례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 이유는 경험해보신 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사람이 긴장하면 오줌이 자주 마려운 법이다.
그러나 훨씬 편안해진 마음으로 시작한 강의는 무리 없이 진행되었던 것 같다. 그냥 이웃들과 어울려 내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니 이보다 더 편하고 재미있는 일이 없었다. 시간이 모자랐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이었지만 그걸 다 쓸 수는 없었다. 앞에서 시간이 초과한 탓이었다. 시간이 30분만 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나의 히트 블로그 포스트'를 소개할 때 제목 달기나 사진 배치, 소재 발굴 등에 대해 이야기를 곁들일 생각이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사실은 이게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자를 수밖에 없었다. 9시까지는 교육을 마쳐야 질문 30분 정도 받고 3교시 뒤풀이로 갈 수 있다. 청강생들에겐 뒷풀이 시간이 더 기다려진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나 잘 아는 것이다.
9시 10분에 강의를 마쳤다. 소요시간은 약 50분이었다. 그러나 기지를 발휘해 제목 달기에 대해서는 질의응답 시간에 잠깐 언급함으로써 아쉬움을 풀 수 있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이유는?' 이런 식으로 제목을 다는 게 독자들에게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훌륭한 강의를 위해선 소주제별로 적절한 시간 안배가 필요했다
"홀딱 벗으면 안 됩니다. 적당히 보여주고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정도로 제목을 다는 게 중요하죠. 그러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보신탕 때문이었다' 라고 홀딱 보여주는 제목이 때에 따라서는 어필할 경우도 있습니다. '달마, 보신탕 맛보러 동쪽으로 가다' 이렇게 갈 수도 있겠지요. 모든 건 상대적이죠. 절대적인 건 없습니다."
그리고 나의 블로그 제목들이 변해온 과정을 잠깐 언급했는데 내가 보아도 1년 전 혹은 6개월 전의 블로그 제목들은 촌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길거나 짧았다. 그러나 아직도 감각이 많이 모자란다. 지금도 어떤 제목을 달아야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자칫하면 낚시 제목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성의 없는 제목으로 냉대 받을 수도 있다.
아무튼 나의 첫 번째 강의는 무사히 끝났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출사표라도 올리고 강좌에 나섰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런 마음도 실은 마라톤을 완주하고 난 다음에야 가질 수 있는 여유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런 여유가 내게도 올지 모르겠다. 그때는 나도 김주완 기자나 이종은 소장처럼 블로그 전도사로 자처해도 되지 않을까.
이제 겨우 개구리 발이 보이기 시작한 올챙이에 불과한 나에게 블로그 강좌를 맡겨준 김주완 기자와 경남도민일보에 감사드린다. 재미없는 강의를 졸지 않고 끝까지 들어준 블로거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린다. 아, 한 사람 졸지는 않았지만 하품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나의 고교 동창인데 여영국이란 친구였다.
블로그 강의를 맡긴 경남도민일보에 감사
이 친구에게 나는 따로 강좌에 참석해달라고 연락한 바도 없는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하품을 몇 번 하긴 했지만 끝내 졸지는 않았으므로 내 친구에게도 더불어 감사드린다. 경남도민일보가 지역 언론으로서 지역 블로그의 활성화를 위해 바치는 노고가 실로 가상하다. 마지막으로 경남도민일보의 건승을 기원한다.
강의중인 필자. 강좌에 참석하신 달그리메님이 찍어주신 사진.
올챙이 블로거, 블로그 강좌에 강사로 나서다
그러나 수락하기로 했다. 우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나에게 블로그를 전도한 김주완 기자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강의를 하기로 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내가 하게 될 강좌의 내용이 교육이라기보다는 사례발표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부담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같은 초보블로그에게―이제 이 초보란 딱지도 떼야 하겠지만―블로그 강좌를 부탁할 때는 전문적이고 차원 높은 수준의 강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지나온 과정을 들려달라는 뜻이 숨어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는 블로그 강좌의 청강생으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던 나는 그 뜻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촉박했다. 1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강의가 열리는 당일까지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게으른 사람들은 늘 여기저기 하는 일 없이 바쁘다. 게다가 블로그 강좌 전날에도 어느 강좌의 수강생이 되었던 나는 뒤풀이 자리를 새벽까지 지켰다. 해가 뜨자 나는 참으로 난감해졌다. 후회와 함께 두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오전에 대충 일을 본 나는 점심을 먹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아 교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막막했다. 어쩐다? 생각 끝에 나는 내가 맡은 강좌 내용을 실제로 현장에서 강의를 하듯이 그냥 글로 적기로 했다. 그러니까 컴퓨터 앞에 앉아 수강생들을 상대로 미리 강의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리허설이라고나 할까.
역시 블로그는 급할 때 긴요하고 훌륭한 프레젠테이션 도구
이미 주제와 소제목은 김주완 기자로부터 받았었다. 1.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계기와 이유, 2. 블로그를 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 3. 처음 블로그를 할 때 유의할 점이나 고려할 사항, 4. 쉽고 즐거운 블로그 운영비법, 5. 글의 소재는 어디에서 찾을까, 6. 나의 히트 블로그 포스트, 7. 향후 계획 및 전망, 이렇게 받은 숙제를 인터뷰에 답변하듯 하면 되는 것이었다.
소제목마다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먼저 틀을 잡는 것이 일이었다. 이 일을 하는데 대충 30분 정도가 소진되었다. 시계는 이미 두 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마음은 초조하다. 강의를 한다는 기분으로 편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이 중간에 끊어지면 안 된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거의 네 시가 다 되어서야 작업이 끝났다.
활자 크기 10으로 A4 용지 9장 분량이었다. 매우 많은 분량이다. 이걸 1시간 이내에 끝낼 수 있을까? 시간을 재면서 다시 리허설을 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빔 프로젝트로 강의 내용을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도록 자료를 만드는 작업이 남았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할 거 없이 그냥 블로그에 자료를 만들어 담기로 했다.
역시 블로그는 급할 때 긴요하고 훌륭한 프레젠테이션 도구다. 그런데 이것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제목과 소제목, 간단한 설명을 다는 것은 금방 마칠 수 있었지만, '나의 히트 블로그 목록'을 만드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지난 1년간 쏟아낸 300여 개의 블로그를 일일이 확인하며 그 중 20여 개를 골라내고 주소를 링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꽤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게으름으로 인해 얻은 불안과 초조는 스트레스였다
물론 시간이 충분하다면 간단한 일이었을 테지만, 7시부터 강의가 시작되니 늦어도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시간은 이미 5시를 넘기고 있었다. 초조한 마음 탓인지 손가락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겨우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시간은 5시 30분, 경남도민일보 강당에 도착하니 6시 20분쯤 되었다. 김주완 기자에게 빔 프로젝트와 노트북을 받아다 강의실에 설치하고 나니 6시 40분이었다.
남은 시간 동안 미리 작성한 강의안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워낙 장문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대략 윤곽만 확인하고 빨간 볼펜으로 줄을 그어 중요부분이나 단락을 구분 지어두는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 7시에 강좌가 시작되었는데 <발칙한 생각>을 운영하는 구르다님이 먼저 강의를 하고 그 다음이 내 순서였다.
구르다님(정보사회연구소 이종은 소장)은 준비를 제대로 해 오신 것 같았다. 아니 이분은 정보사회연구소에서 평소에 블로그 강좌를 연다고 했다. 그러니 이미 충분히 단련된 훌륭한 강사였다. 거기다 블로그 경력도 거의 5년이라고 했던가? 그는 이미 블로그 전도사 역할을 충실히 해오던 선교사였다. 말하자면, 준비된 강사였던 것이다.
그의 강의를 듣는 내내 나는 더욱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 저렇게 준비도 많이 하고 말씀도 잘하시면 이거 참 곤란한데….' 그러나 사람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궁지에 몰린 쥐처럼 변할 수도 있는 법이다. 이런, 비유가 너무 지나치게 어울리지 않는다. 어쨌든 나는 그냥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에이, 될 대로 되라지.'
포기하는 순간 찾아온 마음의 평화와 여유
'강의가 아니라 사례발표를 한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실제로 교육내용이 사례발표 아니던가. 그저 지인들 앞에서 편안하게 내가 지나온 길을 들려준다고 생각하자.' 그러자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도 두세 차례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 이유는 경험해보신 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사람이 긴장하면 오줌이 자주 마려운 법이다.
그러나 훨씬 편안해진 마음으로 시작한 강의는 무리 없이 진행되었던 것 같다. 그냥 이웃들과 어울려 내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니 이보다 더 편하고 재미있는 일이 없었다. 시간이 모자랐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이었지만 그걸 다 쓸 수는 없었다. 앞에서 시간이 초과한 탓이었다. 시간이 30분만 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나의 히트 블로그 포스트'를 소개할 때 제목 달기나 사진 배치, 소재 발굴 등에 대해 이야기를 곁들일 생각이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사실은 이게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자를 수밖에 없었다. 9시까지는 교육을 마쳐야 질문 30분 정도 받고 3교시 뒤풀이로 갈 수 있다. 청강생들에겐 뒷풀이 시간이 더 기다려진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나 잘 아는 것이다.
9시 10분에 강의를 마쳤다. 소요시간은 약 50분이었다. 그러나 기지를 발휘해 제목 달기에 대해서는 질의응답 시간에 잠깐 언급함으로써 아쉬움을 풀 수 있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이유는?' 이런 식으로 제목을 다는 게 독자들에게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훌륭한 강의를 위해선 소주제별로 적절한 시간 안배가 필요했다
"홀딱 벗으면 안 됩니다. 적당히 보여주고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정도로 제목을 다는 게 중요하죠. 그러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보신탕 때문이었다' 라고 홀딱 보여주는 제목이 때에 따라서는 어필할 경우도 있습니다. '달마, 보신탕 맛보러 동쪽으로 가다' 이렇게 갈 수도 있겠지요. 모든 건 상대적이죠. 절대적인 건 없습니다."
그리고 나의 블로그 제목들이 변해온 과정을 잠깐 언급했는데 내가 보아도 1년 전 혹은 6개월 전의 블로그 제목들은 촌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길거나 짧았다. 그러나 아직도 감각이 많이 모자란다. 지금도 어떤 제목을 달아야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자칫하면 낚시 제목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성의 없는 제목으로 냉대 받을 수도 있다.
아무튼 나의 첫 번째 강의는 무사히 끝났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출사표라도 올리고 강좌에 나섰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런 마음도 실은 마라톤을 완주하고 난 다음에야 가질 수 있는 여유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런 여유가 내게도 올지 모르겠다. 그때는 나도 김주완 기자나 이종은 소장처럼 블로그 전도사로 자처해도 되지 않을까.
이제 겨우 개구리 발이 보이기 시작한 올챙이에 불과한 나에게 블로그 강좌를 맡겨준 김주완 기자와 경남도민일보에 감사드린다. 재미없는 강의를 졸지 않고 끝까지 들어준 블로거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린다. 아, 한 사람 졸지는 않았지만 하품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나의 고교 동창인데 여영국이란 친구였다.
블로그 강의를 맡긴 경남도민일보에 감사
이 친구에게 나는 따로 강좌에 참석해달라고 연락한 바도 없는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하품을 몇 번 하긴 했지만 끝내 졸지는 않았으므로 내 친구에게도 더불어 감사드린다. 경남도민일보가 지역 언론으로서 지역 블로그의 활성화를 위해 바치는 노고가 실로 가상하다. 마지막으로 경남도민일보의 건승을 기원한다.
'세상이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과 올라간 장복산, 감동적 일몰과 비극적 결말 (8) | 2009.11.14 |
---|---|
해군기지에 사는 물고기는 아이큐가 높다? (7) | 2009.11.01 |
블로거10만양병설? 시민운동의 대안은 블로거운동 (11) | 2009.09.29 |
치킨을 공짜로 주는 교회, 어떻게 생각하세요? (24) | 2009.09.20 |
군대에서 참호파기? 그거 일도 아니에요 (7) | 2009.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