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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블로거10만양병설? 시민운동의 대안은 블로거운동

여수넷통 한창진, 경남블로그공동체(약칭 '블공') 첫 모임의 초대 손님이다. 블공은 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남지역 블로거들의 연구모임이다. 블로거스경남의 회원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몇 차례 시범 운영한 후에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조직이다. 

사진@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


블공의 첫 번째 초대 손님으로 여수넷통의 한창진 대표를 모신 것은 나름대로 뜻이 있는 것이었다. 한창진 대표는 지금 여수에서 시민네트워크 구축에 땀을 쏟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야심찬 계획은 ‘블로거 10만 양병설’이란 말로 대변된다. 블로거 10만 양병설? 율곡선생의 10만양병설까지 인용한 이 거창한 계획이란 대체 무엇일까?  

한창진 대표는 원래 교사였고 지금도 교사다. 내가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얼마 전에 김주완 기자가 자기 블로그에 쓴 여수의 시민블로그운동 <블로그로 지역언로를 여는 사람들> 에 대해 읽어 본 것이 전부다. 내가 시민블로그운동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실제로 한창진 대표는 블로그를 시민운동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우리가 아무리 세상을 향해 발언하려고 해도 기회를 주지 않잖아요. 특히 언론들이 우리 얘기 제대로 실어주는 거 보셨어요?” 그랬다. 언론의 취사선택이 매우 자의적이고 편의적이란 사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물론 예외가 있긴 하지만 언론들은 늘 힘 있는 자의 소식이나 선정적인 뉴스에 매달리는 경향을 보여 온 게 사실이지 않은가. 

얼마 전, 모 단체의 신종플루 관련 기자회견장에서 발견한 기자들의 모습은 실로 절망적이었다. 기자회견문이 낭독되는 동안 프레스센터 내 상당수의 기자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인터넷을 뒤적이거나 심지어 게임 비슷한 것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도대체 이런 기자회견을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마저 들 지경이었다. 

한창진 대표가 블로그를 알게 된 것은 불과 1년 전이었다. 처음 그가 블로그를 발견했을 때 그것은 마치 한줄기 빛과도 같은 것이었다. 1인 미디어, 언론의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발언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이 신기한 물건을 왜 이제야 만났단 말인가. 그는 블로그에 열광했다. 홈페이지 같은 것은 이제 구석기시대의 쪼아 만든 돌처럼 보였다.
 
그는 블로그를 알기 전에 인터넷신문 발행을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수시민들이 여기에 동참했다. 그런데 작년 촛불집회 때 보여준 1인 미디어의 활약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웹2.0 정신을 살린 <사람 사는 세상>을 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한창진 대표. 사진@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


그는 인터넷신문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유롭게 발언하고 소통하는 정보의 유통공간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확장되었다. 뉴스만 전하는 언론이 아니라 언로를 통해 소통하고 조직되는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 한창진 대표에게 블로그는 신석기시대를 여는 강력한 도구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의 강좌를 통해 시민블로그들을 하나씩 모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메타블로그를 만들기 위해 이미 2100만 원의 돈도 모았다. 앞으로 2억까지 모금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 돈을 내고 참여하도록 만들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자기 일처럼 생각하기 힘들어요.”

대신 그는 투명성을 위해 회계는 따로 회원들 중에서 복수로 선임된 사람들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자기가 대표로 있던 시민단체의 회계도 상근실무자가 아닌 회원들이 맡아보도록 했다고 한다. 회계에 관한 그의 생각은 매우 진보적이었다.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회계에 무감각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럼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질문을 과거형으로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라고 하는 것은 현재의 그는 블로그운동가이기 때문이다. 아마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기자 식으로 말하자면 블로그전도사라고 해도 되겠다. 그의 명함에는
'전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한창진'이라고 씌어있었다. 그는 시민운동가였다.

그는 원래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이라고 했다. 그는 또 주민발의로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 소위 3여를 통합해 하나의 도시로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지금은 행정구역통합전국회의 상임집행위원장이다. 그런 그의 나이는 얼마나 됐을까? 우리 나이로 쉰다섯,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블로그전도사로 나섰다. 한창진 대표에게 블로그는 단순히 언론의 대체재만은 아니었다. 블로그는 시민운동의 유력한 대안이었다. 그에게 블로그는 자유롭게 발언하고 소통하며 스스로 조직되는 시민의 무기였던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의 가능성을 그는 블로그에서 발견했던 것이다. 

사진@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


다가오는 1월 1일이면 블로거 10만 양병을 위한 대장정의 첫걸음이 시작된다. 여수넷통의 출범이 그것이다. 여수넷통이 추진하게 될 핵심 사업은 바로 블로거운동이다. 여수 시민 30만 명 중 5만 명이 필진이자 독자로 참여하는 디지털 언로를 만드는 것이 여수넷통의 원대한 꿈이다. 그는 언론이 아니라 언로라고 했다.
 
언론이 일방적으로 발언하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언로는 발언하고 주장하되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결국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일 것이다. 1인 미디어 블로그와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의 원대한 꿈이 어떤 그림을 그려갈지 벌써부터 기대로 가슴이 벅차다. 

그는 블로거스경남을 벤치마킹했다고 했지만, 이제 거꾸로 블로거스경남이 그들을 유심히 지켜봐야만 할 것 같다. 아마도 전국 최초가 될 여수넷통의 도전은 경남지역의 블로거들에게도 커다란 희망이 되고 있다. 그 희망은 나아가 시민운동가들, 진보운동가들에게도 의미 있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정체된 시민운동, 상근자 중심의 시민운동에서 대중과 함께 하는 시민운동의 롤모델이 탄생할 수 있을지 여수넷통의 대장정을 지켜볼 일이다.